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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99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19 21:30
조회
961
추천
15
글자
12쪽

37화

DUMMY

이후 시연과 설진은 여섯 개의 지역을 전부 살펴보았다.

소요한 시간은 나흘.

딱 닷새에 하루 못 미치는 시간이었다.


“진짜 딱 세 개 있네··· 난 왜 기억이 안 나지?”


의문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연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흐렸다. 분명 설진과 같은 게임을 했고 비슷한 시간을 들인 것 같은데, 기억력에서 차이가 좀 있었다.


“기억이 안 날 만하죠. 벌써 2년도 더 된 일인데.”

“아, 그런가? 아니 잠깐만. 그럼 너는 뭔데?”

“전 뭐··· 위낙 리트를 많이 해서, 기억이 나지 않으려야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설진의 대답에 시연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에피소드 플레임 왕국 편의 해피 엔딩을 위한 반복적인 리트라이.

그리하여 몸과 머리에 남은 게임의 기억.

다시 생각해 보니 설진의 말이 맞았다. 수많은 리트를 했다고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듯싶었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두 개 더 파괴했으니까··· 이제 밑 작업은 끝났네요. 로델 마을에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어요.”


방목에 특화된 마을, 로델.


그 마을 하나만을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마을에 침투한 공작의 마력을 전부 파훼했다. 함정은 파 놓았다. 이제 함정에 걸려들길 기다리면 된다.


“슬슬 왕국으로 돌아가요. 플라임도 다시 만날 겸. 앞으로 있을 반란군 진압에 대한 논의도 좀 하고요.”

“아, 그래야지. 근데 설진아-.”


발걸음을 옮기려던 설진을, 시연이 멈춰 세웠다.


“네?”

“진짜, 진짜 혹시나 해서 말인데. 13층에서 있었던 일 기억나?”

“로이다스 로반델트 건 말이에요? 화형당해서 죽은 거?”

“아니, 그거 말고. 로이다스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면···.”


시연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는 본인도 확신은 없어 보였다. 자기 자신도 추측에 불과한 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시연의 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마력을 밖으로 방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기사도 전사도 도적도. 아까 바위에 걸터앉고서 설진이 탄도괄장(呑刀刮腸)을 발현한 것처럼 말이다.


뿜어져 나온 마력이 파장을 내뱉으며 모양을 구축했다. 누군가를 구속시키기 위한 장치. 그러니까 그건··· 꼭 함정처럼 생겼다.

그것도 마력 함정. 13층 지하 통로로 들어가 마주한 마력 함정과 비슷했다.


“···누나.”


그제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낮은 목소리로 시연을 불렀다.


“왜? 그래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확실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곳 세계 인물들의 지능이 진화하거나 강화되었으면 모를까, 아마 이번 건 그대로···.”


말을 이으려던 설진의 입이 멎었다.

다시금 13층을 생각해 보았다. 변수는 마력 함정뿐만이 아니었다. 지하 통로를 통해 진입하려던 설진과 시연,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입했던 플라임이 있었다.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좀 높을 수도 있겠네요.”


공작의 지능 상승.

그것은 곧 유인책의 파훼를 의미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임 내 많은 리트라이를 통해 기계처럼 다져진 지식은 인물의 행동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시연은 달랐다.

그녀는 다른 관점으로 현 상황을 파악해 또 다른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것도 꽤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설진의 머릿속이 급속도로 회전했다.

시연의 말을 전체로 깔고서 행동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입이 열렸다.


“이쪽에서 한 번 더 함정을 파죠. 지금이 나흘째니까. 내일이 된 닷새째. 그때 로델 마을에 심어진 공작의 마력을 파훼하는 것으로요.”


이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알 수 없었다.

많은 것이 변할 수도 있었고.

아예 변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다만, 공작의 머리를 꽤 복잡하게 만들 수는 있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둘은 하루를 기다렸다.


하루가 흘러 로델 마을에 퍼진 마력을 파훼해 나갔다. 이것으로 공작의 지형 파악 작전은 전부 중단시킨 셈이었다.


“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응.”

“무조건 한 개는 남겼었거든요. 근데, 이제 저도 모르는 영역이에요. 공작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확실한데, 그다음은 추측할 수 없어요.”


그래도 한 개를 남겨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어디에 가장 많은 병력을 할당할지 생각하는 건 이제 우리가 아닌 공작의 몫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진흙탕 싸움이죠. 우리도 모르고, 공작도 모르는.”


어딜 막아야 할지 모르는 방패와.

어딜 공격해야 할지 모르는 창의 싸움.


지금 상황을 비유하자면 그랬다. 공작은 어딜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지 모르고, 왕실은 어딜 집중적으로 막아야 성공적인 수성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설진조차 겪은 적 없는 상황이었다. 완전히 변수투성이가 될 싸움을 생각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남은 시간은 이틀.


전쟁. 내분에서 비롯된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은 얼마나 되지?”

“상비군 삼천, 군사 오천, 왕실 마법사 백. 그리고, 휴가 중인 병사들을 복귀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은 약 구천 명 정도입니다.”


오직 왕실의 권한으로 움직이는 병사들.

왕실 아카데미에서의 학생들도, 다른 가문들의 병력들도 차용되지 않은 오직 그들의 군사이자 그들만은 섬기는 사람들.


“구천이라··· 하면 적의 병력은 얼마나 되는가.”


플라임은 아군의 수를 파악한 뒤, 적의 수를 물었다.

위엄이 서린 목소리가 회의실 내부를 울렸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공명하듯 소리가 퍼져나갔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예상컨대 성인들을 주축으로 한 삼천의 군대. 그리고 아이들이 집결된 이천의 마법사 부대들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하-. 이천. 이천이란 말이지···.”


플라임은 지금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왕실 마법사가 백인데, 적의 마법사는 무려 이천이었다.

아니, 애초 숫자가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 문제랄 것은 이천의 마법사 군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희생당해야 했던 아이들일 것이다.


“미친놈들이군.”


짧게 일축했다.

미친놈들이 맞았다.


반란을 일으켜 왕실을 뜯어고치겠다고?

플라임은 혀를 찼다. 병력을 모을 힘이 없어, 약자인 아이들까지 전쟁에 동원하려는 놈들이 어디 제대로된 정치나 펼칠 수 있겠는가.


“놈들에게 왕국이 넘어가면.”


뻔한 일이었다.


“헐연 봉건제고 뭐고, 길게 잡아 봐야 10년도 못 가겠군.”


플라임이 볼 때 레지스탕스는 권력에 사로잡힌 집단이었다.

공작을 주축으로 뭐라도 얻어먹을 것이 있나 싶어 모인 썩어빠진 귀족들이 오래 존속할 수는 없는 법.

레지스탕스라는 있어 보이는 명칭을 사용하고서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쯧. 슬슬 다음으로 넘어가지.”


서로의 군사 전력의 수는 되었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려 할 때였다.


끼익-.


돌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병사 하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힘겹게 말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왕녀 전하! 회의 중에 죄송하오나, 꼭 전해드려야 할 말이 있어-.”

“무슨 일인가.”


플라임은 말을 끊으며 병사를 바라보았다.

요점만을 요구하는 눈빛에, 병사의 입이 속사포처럼 열렸다.


“루이 로반델트 님과 릴리에 로엘리아 님이 오셨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입장 허가를 요청하고 있사옵니다!”

“그런가.”


플라임의 시선이 잠시 돌아갔다. 이곳에 모인 인원은 모두 여덟. 왕실에서 각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이 앉은 자리 중 두 자리가 빈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들여보내라.”

“예!”


기합이 들어간 병사의 목소리가 지나가고, 이후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암살자처럼 기척과 소리를 최소화한 발걸음이었고.

하나는 기사처럼 위풍당당한 걸음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왕녀 전하.”

“되었다. 상황이 긴박하니 인사치레는 생략하도록 하지. 그보다 앉거라.”

“예.”


설진과 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자리가 연달아 비어 있었다. 둘의 걸음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갔다.


“···.”


착석을 마치자 시선이 집중된 것이 보였다. 여덟 명의 시선이 전부 설진과 시연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이들은 아는 것이다. 설진과 시연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루이 경. 닷새 동안 지역 조사를 다녀왔다고 했는데, 수확은 있었나?”

“공작의 마력이 퍼져있는 마을과 도시가 셋 있더군요.”

“호오. 지금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는가.”

“왕녀 전하. 그건 제가 대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윽.


플라임의 요청에 설진 대신 시연이 나섰다.

전신에 갑주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지휘관처럼 느껴졌다. 망토 하나를 걸치고 있는 설진보단, 지휘관처럼 보이는 시연의 설명을 듣는 것이 훨씬 나을까 싶어 한 행동이었다.


플라임 또한 이해했는지 고개를 한 번 까닥였다.


“우선,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사람들을 둘러싼 원탁 위에 지도를 펼쳤다. 세계지도가 아닌 오직 플레임 왕국만을 나타낸 지도였다.


많은 것이 나타나 있지는 않았다. 나무가 뿌리내린 듯 플레임 왕국의 영토 내 골고루 퍼진 마을과 도시, 그중 세 곳에 붉은 동그라미가 처져 있을 뿐이었다.


“조사 도중 찾아낸 겁니다. 공작의 마력이 퍼진 지역을 표시했습니다.”


시연의 손가락이 천천히 하나를 짚었다.


첫 번째 지역, 로델.

방목의 마을. 식량 확보에 용이.


두 번쨰 지역, 카밀린사.

의료 체제가 굉장히 활성화된 도시. 부상자 회복에 용이.


세 번째 지역, 라만.

바다와 강물 사이에 위치한 항구 마을. 식수 확보에 용이.


“이 세 가지의 지역입니다. 예상하건대 공작의 마력이 퍼뜨려지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2주 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주라··· 짧은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군요.”


시연의 말을 듣던 도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2주. 보통의 경우 그 정도 시간만 있으면 지형 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확실히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다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겁니다.”


말이 이어졌다.


“공작은 이 일을 비밀리에 진행했습니다. 평범한 마법사는 공작의 마력을 눈치채지도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실로 교묘하게.

설진이나 시연 정도가 돼야지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공작은 그렇게 지역을 조사해 나갔다. 다시 말하면.


“그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굉장히 적어집니다.”

“잠깐, 그 말씀은-.”

“예. 아직 지역, 지형의 정보가 완벽하게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브리핑이 계속되고 있는 도중 플라임은 지도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으음. 정보는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좋은 상황은 아니다.’


머릿속으로 몇 번을 되뇌었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설진과 시연이 공작의 마력을 전부 흩트려놓는 것을 시작으로 완전한 진흙탕 싸움이 되어버렸다.


‘부수지 못한 것보다는 낫지만···.’


다행이랄 것은 최악은 아니라는 것. 가능한 병력 운용, 지역마다의 병력 분배를 생각하고 있는 플라임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에는, 위프 게이트를 항시 활성화해두어야 할지도.’


이번 싸움에서 필연적으로 사용하게 될 귀보(貴寶)를 떠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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