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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9,99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27 22:33
조회
920
추천
13
글자
11쪽

43화

DUMMY

플라임은 차디찬 눈길로 아래를 흘겼다.

움직이지 않는 팔, 이동을 멈춘 다리.

서서히 감기고 있는 죽은 자의 눈이 보였다.


오른이 죽었다.


그 명제를 성립시킬 수 있는 증거와 광경이 바로 앞에 있었다.


“끝났나.”


이걸로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허무하기까지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대에서부터 올라온 작은 음성은, 채 타인의 귀에 들리지도 못한 상태 그대로 종적을 감췄다.


“마법은 이제 날아오지 않는 건가.”


죽은 오른의 편이었던 마법사들에게서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 그 귀보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눈을 지긋이 돌려 귀보를 바라보았다. 얼굴만 한 크기였던, 그리고 일렁거리며 기묘한 색채를 담고 있어야 할 귀보는 색을 잃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우와와와와!!


적의 지휘관이 죽었다는 사실이 퍼지자, 플라임의 병사들이 돌격했다. 일반적인 싸움이었다. 수장을 잃은 군대만큼 무력한 집단은 존재치 않았으니까.

그야말로 폭력.

마치 폭력처럼 보였다. 대등한 상태로 진행되는 싸움이 아닌, 한쪽이 일반적으로 맞는 폭력. 창과 검이 한 번 공기를 가르면, 생명은 무참히 죽어 나갔다.


목이 베일 때, 전신이 난도당할 때, 그리고 생명이 다 할 때. 늘 그랬듯이 피는 그것과 함께했다. 상처를 내면 피가, 피가 나면 상처가 늘어갔다.


그 폭력의 전황은 머지않아 끝을 보였다. 멈춘 것이 아니다. 끝난 것이다.

비로소 적 보병의 목숨을 모두 끊어냈음을 짐작한 플라임이 나직이 말했다.


“그만.”


마력이 퍼져 소리가 울렸다.

확성 마법. 전쟁에서 자주 사용하는 통신용 마법이었다.


“아이들은 이만, 내버려 두거라. 그들은 이제 저항조차 할 수 없다.”


자발적으로 동조한 병사들이면 몰라도, 어린 나이의 마법사들만큼은.

그렇게 생각했다. 플라임은 천천히 입을 열어 명령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더 이상 전진하기를 멈춘 병사들의 발걸음이 회군하듯 돌아섰다. 허나 그 중 몇몇은 플라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아까부터 입을 꼼지락꼼지락- 달싹거리는 중이다.


그래, 아까까지만 해도 저들은 동포를 죽인 악인이었을진대.

어찌하며 불만이 하나도 없으랴.


“물론 저들 또한 처벌을 피할 순 없다. 왕국의 법대로. 저들은 전부 감옥에 투옥하게 될 것이다.”


그 불만을 조금이나마 잠재우고자 입을 열었다.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래, 그 정도면 되었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니, 고작 그 정도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생활이 열약해질 것이다. 감히 왕국에게 반기를 든 머지리들의 처우는 결코 좋지 않을 터-. 왕녀인 짐이 보증하지.”


그쯤 되면 모두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 ‘그래도 왕녀님이시니까-’ 라는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상황 정리는 모두 끝냈다고 생각했다.

플라임은 눈을 감고서 걸었다. 앞으로. 적 마법사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감은 눈은 자연스레 그녀를 상념으로 이끌었다.


‘···아버지, 숙부님.’


다만 그 상념은 국가의 존속과도 관련된 일이어서,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을 사용하기 전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국왕직인 아버지부터 시작해, 생각과 연이 깊은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숙부님도, 어머니도. 심도 깊은 토론 속 결국 나온 결과가 이것이었다.

마법 자체의 봉인.

비록 15살이라는 제한을 걸어두었긴 하지만, 그 덕분에 반란을 비교적 쉽게 진압할 수 있긴 했지만.


‘···.’


그 뒤를 따라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서.

그녀는 상념 속에서도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껴야 했다.


“아니. 일단 지금만을 생각하자. 나중 일은 나중으로.”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지금 할 일. 반란의 뒤처리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중에 일어날 후폭풍까지 생각할 겨를은 존재치 않았다.


“왕녀님.”

“왕녀 전하.”


그리 생각하며 걷고 있자니 뒤따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설진과 시연. 왕녀의 눈에는 루이와 릴리에였다.


“아무리 끝난 전장이라지만, 마법사가 이리도 앞에 나오시면 위험합니다.”

“저희가 호의하지요. 목적지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


입가에 쓴웃음이 감돌았다.

목적지라. 알고 있으면서도 묻는다고 플라임은 생각했다.


“기특한 마음씨로구나. 하면 가자꾸나.”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

그건 오른이 살아있을 적과 같은 발걸음 소리였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있는 곳.

곧 적군의 마법사들이 있는 곳.


조금이나마 돌려 말한 플라임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저벅저벅. 두 갈래로 나누어 들리던 걸음이 한 폭으로 좁혀 울렸다.


이윽고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한 찰나,


“뭐?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마법이 안 써져! 이상해! 이상하다고!!”

“쓰지 못하면 죽을 거야!! 뭐해! 빨리! 빨리!!”


들리는 것은 혼란에 젖은 목소리였다.


“아, 간만에 사람 쫌 죽이나 했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그러게. 쯧. 재미없게.”


다만 결코 좋은 쪽으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 또한 귀에 들어왔다.

마법이 봉인된 직후 나타나는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플라임의 모습을 드러내자 나타난 반응은 서로 비슷했다.


“응? 누구지?”


의문에 찬 목소리.

그럴 만도 했다. 귀족들이라면, 최소 상인들의 자식들이라면 모를까. 저들은 전부 고아나 다름없는 버려진 아이들이었으니.


하루하루를 연명하기에도 바쁠 텐데, 나라를 다스리는 왕녀님의 얼굴을 궁금해할 턱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무엇을 해야 살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만을 거듭해 왔을 뿐. 그 외 다른 것은 없을 터였다.


플라임은 다소 안타깝다는 눈짓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다른 기척을 느꼈다.


설진과 시연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뒤. 병사들이었다.


“그래, 왔나.”


알고 있었다. 플라임은 왕녀. 왕실 중요 인사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왕녀를 혼자서 적진으로 보내는 것은 어불성설일 터.


횡과 열을 맞춘 채 도열해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플라임이 입을 열었다.


“하나 명령하지.”


동정은 하나 그 행위를 납득할 수는 없었다.

무엇에 이끌려 그리되었든, 자발적으로 자원했든. 아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모두 참혹한 것들이었다. 나쁘면 나빴지, 왕국에게 이득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법대로···.

그러니 왕실의 법대로.


“감히 왕국에게 반란을 선포한 놈들은, 모두 잡아들여라.”

““예!!””


우렁찬 목소리와 동시에 아이들이 포박되기 시작했다.

저항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없었다.

평생 마법만을 배운 아이들이다. 체술도, 하다못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품속에 넣어둔 무기마저 없는 그들은 그저 약자일 뿐이었다.


플라임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한 번 달구어지다 만 하늘은 여전히 비를 쏟아 내리고 있었다.


“···.”


병사들의 갑옷이 젖었다.

플라임의 로브가 젖었다.


일부분을 적신 것에 만족지 못하고, 떨어진 물방울을 퍼질 대로 퍼져 또 다른 곳에 수분을 튀게끔 만들었다.

의복에 물이 퍼졌다.

하늘에서 울리는 물과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의 나라, 플레임 왕국.

내분이 되어 일으킨 반란은, 단지 한줄기의 비로 그 끝을 맺었다.


쏴아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 * *


[15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16층에 진입했습니다.]


15층이 클리어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16층에 진입했다는 추가적인 글귀가 떠올랐다.


“끝났네요.”

“그러게. 드디어 스토리 모드가··· 끝이 났네.”


시원섭섭한 목소리로 시연이 화답했다.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후련함이되 안타까움이었다. 하나의 일이 종결됨과 동시에, 다시 일어날 일은 걱정하는 듯한 후련함과 안타까움.


시연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대강 알 것 같아, 설진은 말을 아꼈다.

그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더라도 설진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경험이 없고 말재주가 없어 무슨 말로 그녀를 대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이제 절반은 왔네요.”


다만 그래서, 탑에 대신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절반. 그래, 절반이네.”


시연이 다시 말을 받았다.

재차 침묵.

분위기가 또 어색한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설진이 다시금 말했다.


“뭐, 지금부터 19층까지는 싸움이 별로 안 일어나긴 한데··· 그래도 16레벨 되긴 했으니까, 잔여 스텟 포인트 좀 올리고 가요.”

“아, 그럴까? 14층부터 16층까지 하나도 안 올렸으니까. 세 개 쌓였겠네.”

“그러니까요. 세 개나 쌓였는데 안 올리고 있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 말이 옳다고 여겼는지, 시연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느릿느릿. 천천히 올라가는 손짓이 못내 답답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 스텟을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스텐스를 취한 시연을 보다가, 이내 자신도 찍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상태창을 열었다.


[유설진(lv.16)]

[직업 : 도적]

[보유 스킬 : 기민한 발걸음, 암습, 학살, 신체 강화, 함정 해체, 마력 단검, 차분한 마음, 참살.]

[장비 스킬 : 은신]

[체력 : 17(+5) 근력 : 13(+2) 민첩 : 20(+4) 마력 : 17]

[잔여 스텟 포인트 : 3]


확실히 14층에서부터 스텟 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않은 것이 눈에 보였다.

설진은 잠시 턱을 짚었다.


‘원래는 민첩이랑 마력이랑 1대1 비율로 가려고 했는데···.’


민첩과 마력의 스텟을 엇비슷하게 맞추어 갈 생각이었는데.

걱정이 하나 생겼다. 바로 데미지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공격력이었다.


물론 신체 강화, 참살 같은 스킬의 추가로 인해 지금은 괜찮았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압습 또한 공격력을 상승시켜 줬으니.

하지만 나중으로 가면 갈수록 기본적인 생명력이 질긴 몬스터들이 출현할 것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근력에도 투자 좀 하자.’


민첩과 마력의 1대1 비율은 그대로 고수할 생각이었다.

다만 기본적인 공격력을 올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 잠시 선로를 틀었을 뿐.


[근력 : 14(+2), 마력 : 19]

[잔여 스텟 포인트 : 0]


근력에 하나, 마력이 두 개의 포인트를 투자한 후 상태창을 닫았다.

아무리 민첩과 마력이 주된 스텟이라도 체력과 근력은 최소 2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향후 성장 방향을 결정한 설진이 상태창을 닫았다.

마침 시연도 끝났는지 손가락을 접고 있었다.


“설진아.”

“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 또 길드네.”

“그러게요.”

“11층이랑 똑같겠지?”

“아마요? 이번에는 의뢰 수행이 중점이라기보단, 변한 것들을 보여준다는 게 포커스로 맞춰져 있긴 하지만요.”


11층에의 도착 지점이었던 모험가 길드.

16층에 다다른 지금 또한, 그들이 있는 장소는 그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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