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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10,006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1.03 21:50
조회
841
추천
12
글자
11쪽

48화

DUMMY

“그대들은 중립국에서 꽤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 보군.”


왕실 정문을 들어섰을 때, 플라임이 한 말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놀라거든. 이런 건축물을 정면에서 목도한다면.”


확실히 건물은 크긴 컸다.

꼭대기까지 솟아오른 곡선의 건축물까지 포함한다는 가정 하에, 백 병의 사람을 줄 세운다면 저런 높이가 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 외 건물 외곽에 도금된 금은 장식의 효과를 똑똑히 보여주는 듯했다. 중앙으로 보이는 곳에는 땅을 파내어 만든 듯한 분수가 여러 갈래로 물줄기를 흩뿌리고 있었고, 좌측에서는 희미하지만 병사들이 내지르는 기합성이 들렸다.


‘보통의 사람···.’


플라임이 말한 보통의 사람에 대해 뇌까렸다.

확실히 이 탑에 있어 자신과 시연이 보통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탑이 아닌 지구. 안이 아닌 바깥에서 들어온 이형과도 같은 인물이었으니까.


‘뭐, 그것만이 아니어도.’


자신은 지구에서도 평범이라고 부르기에는 거리가 멀었으니.

어찌 보면 플라임의 말은 정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 있었을 때 본 거대한 건축물 몇 개와 지금의 왕실을 비교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 높은 가의 도련님과 아가씨인가. 확실히 실력을 보면···.”

“생각하시는 것만큼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왕녀 전하.”

“그래, 경이 원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겠네. 비밀이 많아도 힘들겠군.”

“···.”


잠시 입을 다문 시연에게 플라임이 말했다.


“농담이다. 나쁜 의도는 없었으니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리하도록 하지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셋은 왕실 안으로 들어섰다.

물줄기가 차츰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젠 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 설진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입장한 뒤였다.


내부는 생각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방, 휘황찬란하게 장식품이 배치된 벽.

특히나 바닥에 깔린 금색 카펫은 실제로 금을 사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거렸다. 카펫을 지르밟던 설진의 신발에 금빛 가루가 알알이 묻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왕실이라는 것이 워낙 넓어서 말이지. 조금만 신경을 놓으면 길을 잃기 마련이거든.”

“생각보다 준비가 철저하네요.”

“그래야지. 아무리 사람의 성품과 능력이 중요하다고 한들, 외양이 볼품없어서야 다스림을 받을 사람이 모이지 않는 법이라,”


과할 정도로 많은 장식, 그리고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외양.

어느 곳이나 같겠지만 대체로 상징성을 나타내는 건물이 그러했다. 과할 정도의 자본을 투자해서라도 사람들에게 그 위상을 보여주게끔 만든다.


그래야지 안심이 되니까. 그래야지 피지배자들이 ‘아, 나는 이런 사람들 밑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는 되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색이 사라질 테니.”


그 말에 설진은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플라임의 말이 맞았다. 아까까지 바닥에 묻었던 금빛의 족적은, 어느새 색이 바래기라도 한 듯 사라져 무색, 무취와도 가까운 성질을 띠게 되었다.


“마법적 처리를 했거든. 시간이 지나면 색이 사라질 거다. 왕실의 인물이 특수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색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아. 아, 물론 왕실을 벗어난다면 신발에 묻은 흔적 자체가 소멸하겠지만.”


그야말로 뒤탈 없는 조치였다.

꼬투리를 잡힐 일도 없고 그렇다고 왕실에서 곤란을 겪을 일도 없는.


이런 쪽으로는 똑똑하다 싶었다. 이번에 발행된 정책이 원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리된 것이지, 원래 플라임은 정치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저벅, 저벅- 뚝.


“도착했군. 왕실의 비고까지는 아니어도 왕실 대장장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비들이 도열된 곳이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걸음이 멈췄다.

뚝, 끊기듯 멈추는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플라임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본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언제나 같았던 푸른색 머리칼과 동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짙어 보였다.

마력을 방출하거나 발현하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마치 자신과 같았다. 낮게 수심이 드리운 눈동자.

꼭 걱정하는 것이라도 있는 모양새였다.


‘아니,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긴 한데···.’


현재 플라임이 처한 상황을 생각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그녀는 제 입으로 이번 정책은 쓰레기라고 말한 바가 있었다. 그런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으니, 수심이 드리우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설진은 무언가 생각하듯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가져갈 수 있는 건 각자 하나뿐이다.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천천히 골라도 좋아. ···지금 둘러보겠나, 아니면 더 있다가 둘러보겠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목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시연의 시선이었다.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니 바로 고르고 싶은 모양.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머지않아 옆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 살펴봐도 될는지요.”

“얼마든지. 편히 생각해도 상관없다. 짐은 잠시 자리를 비켜 있지.”


끼이익-.


플라임이 떠나고 문이 닫혔다.

비로소 둘만 남게 되었다. ‘아아.’ 목을 가다듬던 설진의 입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뭐, 고를 거예요?”


플라임의 앞에서 말할 수는 있다지만, 그래도 제일 마음이 놓이는 것은 시연과 같이 있을 때였다. 누구의 개입도 없이 딱 시연만 있을 때만.


“그러게··· 뭐가 나을까.”


플라임이 데려다준 창고를 쓱 둘러보던 시연이 화답했다.

왕실 대장장이가 만든 장비가 있다고 했는데, 적어도 거짓은 아닌 듯했다. 창고에 쌓여있는 장비들은 하나같이 좋은 성능을 자랑했다.


공격력을 올려주는 팔찌부터 시작해 지금 시연이 쓰고 있는 철제 갑옷보다 더 좋은 성능의 갑옷까지. 가끔가끔 아티팩트가 보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살펴보고 있는 시연을 내버려 둔 채 설진은 오른쪽으로 향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무언가를 골라야 할 때, 누군가의 개입 없이 혼자서 고를 수 있다는 것만큼 편한 것은 없었다.


‘으음, 눈이 가는 건 아티팩트 쪽인데.’


하나하나가 보물이라고 불릴 만큼 준수한 성능을 지닌 아티팩트에 시선이 쏠렸다.

15층에서 플라임이 사용한 만물을 통제하는 억압의 눈 정도의 귀보는 아닐지라도 적절한 상황에서는 좋게 써먹을 수 있는 아티팩트가 많았다.


‘능력이 탑재된 아티팩트.’


지금 설진의 상체를 덮고 있는 [암살자의 망토]의 은신처럼.

능력이 탑재된 아티팩트를 얻는다는 건 곧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늘어남을 의미했다. 또한 비장의 수를 여럿 만들어 둘 수도 있고.


어찌 되었든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다.

설진은 아티팩트 위주로 창고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리프렉션 비슷한 기능을 가진 목걸이가 있긴 한데, 누나처럼 반사는 아니고 그냥 데미지를 막는 거네··· 이건, 구슬? 아, 섬광탄 비슷한 건가. 회수 기능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재충전까지 가능한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눈을 멀게 하는 것은 좋은 메리트가 맞았지만, 상성이 별로였다.

설진은 도적. 그중에서도 암살자와 가까운 클래스였다. 기습으로 전투의 서두를 여는데 섬광탄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두 아티팩트를 배제한 채 다른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성에 차는 것은 없었다. 좋은 기능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자체는 맞지만, 전부 설진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뿐이었다.


‘차라리 아티팩트 말고, 검을.’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한 설진의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검 같은 것으로.


솔직히 말해, 지금 쓰고 있는 검은 상점에서 싸게 산 검이었다.


[잘 벼린 장검]

[모난 데 하나 없는 장검.]

[근력 +3, 민첩 +1]


말 그대로 장검. 어떤 특수한 효과도, 그렇다고 스텟 상승치도 그리 높지 않은 검. 저층에서는 잘 써먹을 수 있겠으나 층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더 좋은 성능을 가진 검이 필요했다.


언제까지 싼 가격의 상점제만 쓸 수 없기도 하고.


초점을 검에 맞춘 설진의 눈이 다시금 주변을 탐색했다. 드문드문 있던 아티팩트와는 달리 검은 꽤 많이 널려 있었다.


‘널려 있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하나하나가 괜찮아.’


적어도 들고 다니면 무시는 받지 않을 수 있을 만한 검들.

스텟 상승치도 웬만해선 뛰어났다. 최소 5, 많으면 7까지 있는 것들도 존재했다. 상승치가 낮긴 하나 특수효과가 붙은 검들도 존재했고.


‘민첩··· 민첩과 관련된 검은 없나.’


마력과 동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텟이었다.

민첩. 암살자인 설진의 주요 스텟임과 동시에 속도 상한값을 늘리는 스텟.


그런 민첩 스텟 증가폭이 높게 책정된 검이 있나 살펴보려던 설진의 시선이,


‘어.’


어느 순간 멈췄다.


‘뭐야 이거.’


멈춘 것만이 아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곧게 세워진 검에 시선이 곧추섰다.

이게 왜 여기에 있냐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만 홀린 듯 그곳에 다가간다.


‘이게 왜 여깄어.’


외형 자체는 좋지 않다.

좋지 않다기보단 평범한 검처럼 보인다.


그러나 설진은 알 수 있었다.

저건 결코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검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미약한 고풍이 살결에 닿아 휘날리는 중이다.


이윽고 검의 정보를 띄운 설진의 눈이 의심에서 확신으로 물들었다.


[고풍 사자의 검]

[죽은 자들의 염원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바람이 되어 휘날렸다. 휘날린 바람은 한 자루의 검흔에 깃들어 옅은 바람을 뿜어냈다.

더 높은 층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염원은 그 가짓수를 늘린다. 고풍을 향해 부른 바람은 단지 또 하나의 고풍이 되어 서로의 힘을 늘려 간다.]

[근력 +3, 민첩 +2]

[장비 고유 스킬 : 구천을 떠도는 혼의 염원은 바람이 되어 흩날리고.]

[다섯의 층을 오를 때마다 민첩이 1 증가합니다.]

[추가 스텟치 : 3(현재 18층)]


성장형 옵션이 달린 무기.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정석일 텐데, 장비 고유 스킬을 제외하고도 절대적인 스텟 상승치가 5였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잘 벼린 장검]보다 하나 더 높은 상승치였다.


‘···.’


설진의 눈매가 좁아졌다.

사실 성장형 무기라고 해서 그리 놀랄 것은 없었다.

[고풍 사자의 검] 말고도 층을 오르며 본 성장형 무기는 많았으니까.


다만 조금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이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검이.

고풍(高風) 사자(死者)의 검이 바로.


‘내가 쓰던 건데···?’


탑에 오기 전, 설진이 실제로 100층을 클리어할 때 사용한 검이었다.

뭐 이런 인연이 다 있다는 듯 고풍 사자의 검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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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22.01.06 777 12 11쪽
» 48화 22.01.03 84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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