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340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3.01.20 19:10
조회
299
추천
5
글자
13쪽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DUMMY

강이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의식을 잃었던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잠시 기억나지 않았다.


‘뭐였지···.’


그의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되살아났다. 그리고 곧 강이훈은 자신의 상황을 기억해냈다.


“······!”


그는 빠르게 검을 들고 일어나 전투 자세를 갖췄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이제 그 공간은 더 이상 우주가 아니었다. 어떤 평원 같았다. 제대로 바닥이 있고, 그는 지금 바닥에 발을 고정한 채로 서있다. 중력도 느껴지고, 바람도 느껴졌다.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


강이훈은 잔뜩 긴장한채로 주변을 살폈다. 마지막에 나의 승리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지만, 아직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게 그의 본능이었다.


“전투는 끝났으니 그만 긴장을 풀거라.”


그리고 그 때 온화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수호신의 목소리였다. 강이훈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수호신은 강이훈이 그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리고 강이훈의 심장을 찔렀을 때처럼 소년의 모습으로 서있었다.


“······정말로 끝이 난겁니까?”


“그래, 너의 승리로 끝났지. 이제 너에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주어졌다.”


“······.”


강이훈은 고분고분하게 검을 집어넣고 수호신의 말을 기다렸다. 그의 온화하고 고요한 목소리를 들으니 싸움의 긴장이 전부 풀어졌다. 신비한 힘을 가진 목소리였다.


‘그러니까 수호신인거겠지. 그래서 도대체 뭘 결정하라는걸까.’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라니··· 사실 그런걸 가지고 싶었던건 아니다. 단지 그들에게 주어진 최종 난제라는 걸 클리어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을 다시 만나 제대로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는 스승과 만나 뭔가 평범한 일을 하고 싶었다. 술을 한잔 한다던지, 함께 수련을 한다던지··· 그런 평범한 일말이다. 그런 일을 바라고 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준다니···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이 일이 끝난 뒤에는 소멸할거다. 신중하게 선택해야한다. 네가 선택을 하고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니.”


“···알겠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그에게 주어진 결정권이기에 선택은 그가 해야만 했다. 이제 강이훈의 마음에 다시 긴장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선택을 하라고 하는걸까. 어떤 의미인걸까.


“너는 보호를 받는걸 선택할거냐, 아니면 네가 스스로 극복하는걸 선택할 것이냐.”


“예?”


갑작스럽게 뜬구름을 잡는 그 말에 강이훈의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찼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라는 말인가?


“네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가지다. 우선 첫째로, 4년전까지 설정되어있었던 ‘차원 보호 기간’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차원의 존재들은 이 차원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고, 이 81차원은 그 기간동안 독자적으로 발전하게 되겠지.”


“오···.”


그건 꽤 좋아보였다. 세상이 예전처럼 돌아가게 된다는 게 아닌가? 강이훈은 그걸 원하기도 했다. 이 세상이 예전처럼 평화롭게 돌아가는 것말이다. 예전처럼 몬스터도 없고, 던전도 없는 그런 생활 말이다.


“하지만 이 ‘차원 보호 기간’에는 제한이 있다. 1만년. 단 1만년 뿐이지.”


“······!”


기간 제한은 치명적이었다. 물론 1만년이라는 기간이라면 긴 기간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면 짧은 기간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1만년 동안에는 4년 동안 있었던··· 이 ‘시스템’들은 전부 사라질거다. 그리고 1만년 뒤에는 다시 차원 너머에서 적들이 쳐들어오겠지. 물론 그걸 상대하는건 너희의 후손들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가 조금 전 말했던 ‘보호’와 ‘스스로 극복’ 중에서, 1만년의 차원 보호 기간은 ‘보호’겠지.


‘얼핏 들으면 좋아보이지만··· 1만년···. 1만년 뒤의 인류에게 다른 차원에서 올 적들을 대비하라고 할 수 있을까? 없을거같은데···.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인류에게는 그게 좋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미래의 인류를 위해서는···?’


강이훈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1만년 뒤의 까마득한 세대의 인류에게 경고를 전해줄 수 있을까? 인류는 발전할 것이다. 심지어 1만년 뒤에는 인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1만년 뒤의 존재들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내려줄 수 있을까?


‘게다가 다른 차원 놈들도 그 시간동안 더 강해질 수 있는거잖아.’


강이훈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쳤다.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당장의 그들은 안전하겠지만, 미래의 후손들은 확실히 위험해진다.


“···다른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강이훈은 다른 선택지가 무엇인지 들어보기로 했다. 과연 ‘스스로 극복’이라는건 무엇이 될까?


“지금의 이 세계를 유지한다. 물론 그냥 유지하는건 아니다. 내 마지막 힘을 모두 써 모든 인류가··· 너희가 말하는 ‘각성자’로 만들거다. 너희는 다른 차원에 대항하는 힘을 가지게 되겠지.”


“······.”


“물론 적들은 더 강해질거고, 공격적일거다. 그들을 막을 규칙이 전부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도움을 줄 자도 올거다. 지금도 조력자들이 있지 않느냐? 그들에게 가해진 제약도 전부 사라질 테니, 그들도 적극적으로 너희들을 도와줄거다.”


“으음.”


강이훈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모든 선택에 장단점이 있었다.


‘보호’를 선택하면 적어도 지금의 모든 인류는 안전하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1만년 뒤 갑작스럽게 다른 차원의 침공을 받게 되겠지. 인류는 그 때 멸망하게 될거다. 그들을 지켜줄 수호신도 없어질 테니까.


‘스스로 극복’을 선택한다면 강해질 기회를 얻을 것이고, 미래에 갑작스럽게 적을 맞이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질지 모른다.


“······.”


“선택하거라. 강이훈. 너의 몫이다.”


“······.”


강이훈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제 선택은······.”








“이번 토너먼트의 최종 승리자는! 박하운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드디어!!”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이 왁자지껄했다. 경기장 한 가운데에는 듬직한 헌터가 한 명 서있다. 그의 손에는 일곱 개의 가지가 있는 검이 들려있었고, 그 검은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형! 제가 드디어 형을 이겼네요!”


박하운은 어릴 때처럼 천진하게 웃으며 쓰러져있는 남자를 일으켜세웠다.


“···그래, 잘 했어. 하운아. 네가 이겼네.”


쓰러져 있던 남자는 일어나 옷을 턴다. 그의 주변에 바람이 일어나 그의 옷에 묻은 흙먼지를 날려보냈다. 그는 손잡이 끝에 고리가 있는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헌터 박하운이! 10년째 챔피언이었던 헌터 강이훈을 쓰러트리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악!”


새로운 챔피언이 태어나자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강이훈은 그 광경을 보며 씨익 웃었다.


“이제 네가 세계 최강이야, 하운아.”


“예!”


언젠가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박하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생각이 맞았다. 박하운은 훌쩍 커 이제 강이훈을 이기고 세계 최강의 헌터가 되었다.


챔피언의 자리에서 물러난 강이훈은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람들은 새로운 챔피언의 탄생을 환영하느라 바빴다.


강이훈이 최종 난제에서 선택을 한지 11년, 세상이 이렇게 된지는 15년이 지났다. 세상에는 아직 몬스터가 나타나고, 헌터가 있다. 그가 인류 스스로 극복한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이 선택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한 적이 없다.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사실 그는 이 선택에 대해서 후회한 적도 많고, 죄책감도 느꼈다.


‘···하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은 그 선택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 생활에 많은 적응을 했다.


모든 사람이 각성자가 되었고, 사람들은 이 세상에 맞춰 적응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도시의 복구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포인트로 자신의 능력치를 높여 좀 더 강해졌고, 그 덕분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 그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얻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라고 하고, 공장도 대부분 다시 가동되고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예전의 생활과 비슷하게, 아니, 오히려 더 발전된 형태가 되었다.


‘시스템이 없었다면 사회의 복구가 더 느렸겠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차원 보호 기간’을 선택했다면 사람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이 더 더뎠을지도 몰랐다. 그건 시스템의 힘이 없는, 각성자도 다시 일반인으로 되돌아가 그들만의 힘으로 문명을 복구했었어야 할 테니까.


강이훈은 이제 자신의 선택에 죄책감이 없어졌다. 그는 높은 곳에 올라가 도시의 풍경을 보았다. 예전보다 높은 건물도 많이 생겼고, 사람들은 바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이 것도 시스템 덕분이려나.”


강이훈은 자신의 손등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 날로부터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그도 마흔이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그에게 노화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건 그보다 나이가 많은 김청서나 최동필도 마찬가지였다. 박하운이 그렇게 늠름하게 자라는 동안, 그들에게는 노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으으···! 다들 잘 지내려나?”


강이훈은 기지개를 켜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차원이 개방된 후 그들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현우는 헌터에서 은퇴하고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정부 소속의 헌터들의 교관이 되었다고 했다. 소심한 그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은 했지만, 가서 구경을 해보니 생각보다 잘 하고 있었다.


김청서는 진작에 은퇴해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 천도환과 함께 바다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최동필과 함께 술도 마시고, 홀로 먼 해외까지 여행을 다니기도 하며 은퇴를 한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 다른 차원으로 여행을 간다고 들은 거같다. 지금도 그 탓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


최동필은 청서 소속 헌터로 활동했고, 지금은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사장님이 선생님이 되다니 정말 놀랍다고 강이훈이 놀렸었다.


차여진은··· 지금 가장 연락이 안되는 사람이다. 발키리가 원래 있던 차원으로 가서 수련을 하고 오겠다며 발키리와 함께 떠났다. 가끔 나현우와 강이훈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게 거의 연단위였다. 언젠가는 돌아오겠거니 하며 지내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도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의 청서를 이끄는건 박하운이었고, 그 아이의 밑에서 박만도가 돌격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우는 여전히 최동우가 이끌고 있다. 최동우는··· 강이훈에게 처참하게 진 뒤 그에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그러면 나도 가볼까.”


높은 건물 옥상에 서서 아래를 보던 강이훈은 몸을 돌렸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이 도시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


강이훈. 그는 박하운이 그를 이기기 전까지 세계 최강의 헌터였다. 가끔 다른 나라의 헌터들도 그에게 도전했지만 그를 이기지 못했고, 다른 차원에서 오는 강자들도 모두 그가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활도 끝이다. 이제 그 자리는 박하운에게 넘겨주었고, 그 아이는 그를 대신해 일을 잘 할 것이다. 강이훈의 부담이 사라졌다.


그래서 강이훈은 여태까지 미뤄왔던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는 떠날 것이다. 그의 스승을 만나러, 스승이 있는 차원으로.


“형, 그런데 혼자 가실거예요?”


이번 대회 전날, 박하운이 그렇게 물었던게 생각이 났다. 동료도 없이 혼자 가겠냐며 그렇게 걱정을 하며 물어보았다. 그 때 강이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거기에도 동료가 되어줄 녀석이 있겠지.”


홀로 모험을 시작했던 강이훈의 곁에는 어느 순간부터 많은 동료들이 생겼다. 이번 모험에서도 그렇게 될 거라고 그는 강하게 믿었다.


강이훈은 차원문 앞에 섰다. 그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 될 곳이다.


그는 한 발을 내딛었다. 새로운 세상이, 새로운 모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죽지 않는 헌터는 끝나지 않을 그의 여정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지금까지 강이훈과 함께 모험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준비해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 22.09.13 340 0 -
»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300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5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2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7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4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8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7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0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9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1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6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9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1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6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