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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336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3.01.03 19:10
조회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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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12. 바다 밑에서

DUMMY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요. 이 정도면 내일 낮에는 부산에 도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청서가 단말기로 지도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강이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배를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하면 금방 피곤해지기는 하겠지만··· 그 정도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 되고.’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겁쟁이] 특성이 [두려움을 모르는 자] 특성으로 변화한 이후에 [불사] 특성도 사라지지 않았고, 더 이상의 카운트도 없었다.


이제 강이훈도 다른 불사자들처럼 손쉽게 죽었다 되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제 그는 정말로··· 진짜 불사자가 되었다.


‘아무 일도 없어야할텐데.’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이 지시해주는 방향에 따라 배를 움직였다.


“이 배를 움직이는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네요.”


배 주변의 물만 조종해서 움직이고 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람을 옮기는 일과 크게 다른 일은 없다.


“나중에 이걸로 돈을 벌어보시죠. 연료없이 가는 배라면 크게 돈이 될겁니다.”


바다에서 주로 활동하는 헌터라는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못 여쭤봤군요. 저는 강이훈입니다.”


“저는 천도환이라고 합니다. 뭐, 편하게 천선장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선장이셨어요?!”


강이훈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냥 바다에서 활동하는 헌터라고만 했지 선장이라는 말은 듣지 못했었다.


“말이 선장이지, 배는 없습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바다에서는 그냥 다 선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었죠.”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나서요?”


“예, 이렇게 되고 나니까 네 배 내 배의 구분 없이 그냥 다 같이 포인트를 모아서 연료를 사고, 그걸로 같이 나가서 낚시도 하고 몬스터도 잡고 그랬으니까요.”


“흐음···.”


뱃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뭐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지. 강이훈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니까.


“흐음···. 아직까지는 몬스터도 안나오고 있군요.”


“뭐 벌써 나올까요.”


지금 배를 타고 나온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자잘한 몬스터들 정도는 나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몬스터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게요. 이상하네요. 보통 이렇게 배를 타고 나오면 이 때쯤엔 몬스터가 나와야하는데 말이죠. 더군다나 저희는 계속해서 깊은 물 속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무서워졌다. 그래, 연료가 없는 상황이니 천선장이라고 불러달라는 이 헌터조차 연안에서나 활동했을거다. 세상이 이렇게 된 뒤부터 이렇게 연안 해역이 아니라 깊은 해역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거다.


연안 해역에서도 그렇게 몬스터가 나왔는데, 이렇게 깊은 곳까지 오는데도 몬스터 한 마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


김청서도 천도환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불길하다고 느꼈는지 창을 꺼내 손에 들었다.


“이게 폭풍전야 같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김청서는 강이훈을 슬쩍 보았다. 나현우와 차여진도 그를 보는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모두··· 바다의 지배자라고 자처했던 자가 그를 주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죠. 그럴 가능성이 높죠.”


천도환의 그 말에 나현우와 차여진도 일어났다. 나현우는 저격총을 꺼냈고, 차여진은 일어나 배의 높은 곳으로 갔다.


“아니··· 그래도 아직 아무것도 안나왔는데 너무 긴장하지는 마십시오. 단순히 저희 배가 속도가 빨라서 몬스터들이 못 따라오고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천도환이 그렇게 황급히 덧붙였지만 김청서, 나현우, 차여진은 경계태세를 풀지 않았다. 강이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배를 조종하고 있으니 직접 나서지는 못했지만 속도를 더더욱 빠르게 했다.


“···으어어.”


그리고 그러는 동안 최동필만이 갑판 위에서 쓰러진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누가 사장님 좀 실내로 옮겨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강이훈이 그렇게 말하자 천도환이 나서서 갑판 위에 있는 최동필을 실내로 옮겼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이 생기면 그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할게 뻔하니 차라리 실내로 옮겨두는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촤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가장 먼저 그들을 덮친 것은 거대한 파도였다.


“드디어 왔구만···!”


강이훈은 치수(治水)를 써 빠르게 파도를 멈췄다.


“어딜···!”


파도를 이용해 배를 뒤집을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강이훈은 그 파도를 붙잡아 다시 가라앉혔다. 먼 곳으로 보내 그들의 배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파도는 먼 곳에서 다시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휘이이이이잉···!


소란이 일자마자 김청서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이훈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김청서를 따라 날아올랐다.


“강이훈씨는 배를 지켜야···!”


“안그래도 지킬 수 있습니다!”


강이훈은 물을 이용해 배를 바다 위에 띄웠다. 그리고 전에 사람들을 물방울로 감쌌던 것처럼, 이번에는 배를 통째로 감싸려고 했다. 그런데···.


“으아아아아아아!”


풍덩···!


큰 소리가 났고, 누군가 바다에 빠졌다. 차여진이었다. 강이훈은 얼른 물을 조종해 그녀를 바다 밖으로 빼냈다.


“차여진씨!”


“이번에도 가둬둘 생각은 하지 마세요. 같이 싸울 수 있으니까요.”


“···으음.”


하지만 이런 바다에서 어떻게 싸운다는 소리일까. 이해는 되지 않았다. 물론 강이훈이 도운다면 충분히 할 수는 있겠지.


“······!”


나현우도 배 주변에서 뛰어내릴까 말까 하고 있는걸 강이훈이 물을 이용해 발판을 만들어주었다. 나현우는 그 발판에 조심스럽게 섰고, 곧 저격총을 그 바닥에 설치했다.


“나머지분들은 가만히 계십시오!”


강이훈은 배를 물방울로 감쌌다. 하늘에 떠있으니 바다의 지배자가 함부러 하지는 못하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촤아아악···!


바닷속에서 검은 무언가가 나타나 그들의 배를 향해 갔다. 강이훈은 빠르게 움직였다.


“어딜···!”


빠르게 고리자루검을 꺼낸 강이훈은 물을 타고 날아가 그 검은 무언가를 베어버렸다. 마치 문어의 다리 같은 그 검은 촉수는 그의 검에 쉽게 베어져떨어졌다.


“크크큭···. 겁도 없이 바다에 오다니···.”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그들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삽시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꽈르릉···!


심지어는 번개도 쳤다. 그야말로 폭풍우가 내린다.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강이훈이 미리 배를 하늘 위로 띄워두어 배는 평온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배가 엄청나게 요동치고, 운이 없었다면 침몰했을지도 모른다.


“모습을 드러내라!”


“모습을 드러내라니···. 이 지배자의 본체를 보는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하아···.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것까지 바라나?”


“누가 여기까지 오라고 했나?”


강이훈은 으르렁거렸다. 누가 오라고 한것도 아니고, 자기가 온 거면서 저렇게 말을 하나? 그가 가장 바라고 또 바랐던건 평온하게 한국에 도착하는 거였다.


“하···. 그래, 나를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만든건··· 그래, 나지. 인정하마.”


‘···왜 이렇게 위엄이 없지.’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비해 하는 말은 너무나도 위엄이 없어보이는 말이었다. 강이훈은 검을 다잡았다.


“모습을 드러내라. 그래야 나와 싸울수 있지 않겠나? 어차피 네가 원하는건 나와 싸우는거잖아.”


강이훈은 그렇게 말했다. 지금 나타난 이 녀석이 ‘바다의 지배자’인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금 그에게 흥미를 가지고 접근한게 분명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왔던 뭐던 상관없어···. 그냥 얼른 저 녀석을 치우고 돌아가고 싶다고.’


몇 주동안 말도 안통하는 일본에 있었다. 이제는 제발 돌아가고 싶었다. 많이 부서지긴 했지만 한국의 풍경이 그리웠다.


“하, 지배자가 직접 싸울거 같나? 자, 나의 백성들을 보아라···.”


바닷속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오고 있었다. 검은 문어다리 같은 촉수가 그들을 받치고, 무언가가 기어나오고 있다.


‘···저게 도대체 무슨 꼴이지.’


기어나온 몬스터들은 정말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다리는 갑각류 같았고, 그 위에는 사람의 몸통이 있는데··· 또 머리같아 보이는 부분은 해조류로 뒤덮여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뾰족한 산호초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얼핏 보면 작살같은걸로 보이기도 했다.


‘···진짜 게임에 나오는 바다괴물같네.’


검은 문어다리도 그렇고, 저 몬스터의 모습마저 끔찍한 게임에 나오는 괴물같았다.


“끼이이이이이이이···!”


그리고 그 흉측한 몬스터는 생긴대로 정말 끔찍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말 징그럽기 그지없다.


‘다리는 게같은데 앞으로 오네.’


“으아아아아!”


강이훈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가장 먼저 튀어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아주 당연하게도 차여진이었다.


“징그러운 새끼들이 어딜 기어오고 지랄이야!”


그녀는 물 속에서 튀어나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강이훈이 손가락을 휘둘러 물을 조종해 그녀가 튀어오르게 했다. 그녀는 그 물살을 타고 뛰어올라 검은 촉수 위에 안착했다.


“으아!”


미끄러운 문어다리와 물에 젖은 신발 바닥 때문에 미끄러질뻔 했지만, 그녀는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섰다.


“끼이이이익···!”


그 괴물 중 하나는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는 딱딱한 산호초를 던졌다. 그녀는 그걸 막으려했으나 그녀의 왼팔이 찢겨져나갔다.


“끄으으윽···!”


차여진은 괴로워했지만 오른손으로 그 작살 모양의 산호초를 붙잡고 왼팔에서 뽑아냈다. 그녀의 왼팔은 축 쳐졌다.


“젠장···!”


그리고 그녀는 바로 그 산호초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죽음을 한번 맞이한 차여진은 다시 산호초를 가슴에서 뽑아내 살벌하게 그 괴물에게 다가갔다.


“끼이이익···?!”


“이제 내 차례지, 이 자식아!”


그리고 차여진은 그 산호초를 들고 역으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그 몬스터의 게 다리를 하나 잡더니 그대로 뽑아냈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익?!”


이제는 몬스터가 불쌍해보일 지경이었다. 강이훈은 주변을 살폈다. 또다시 검은 문어다리가 배를 향해 뻗어가기에 얼른 그걸 잘랐다. 그런데···.


휘이익···!


갑자기 그 문어다리가 그를 감쌌다.


“이 자식이···! 놔라! 부하가 잘 싸우지 못하니 이렇게 비겁하게 굴거냐?!”


“아니, 너는 나와 싸워야지···!”


그리고 그 문어다리는 그를 바다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싸워야하는 거라면···!’


그는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싸워야한다. 그렇다면 무대정도는 저 녀석이 마련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지. 그는 눈을 감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다 속··· 그렇게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은 아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바다속에 들어왔을 때는 마지막 자살시도를 하던 때였으니까. 그 이후로는 바쁘게 사느라 바다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 때보다 상황이 안좋은거같은데.’


치수(治水)를 익힌 그는 물 속을 훤히 볼 수 있었다. 그래야만 했다. 물 속에서 숨을 쉬는건 물론이고 물 속이 훤히 보여야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서오너라!”


그 울리는 목소리를 따라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는 온통 검은 것이 보였다. 마치 까만 잉크가 쏟아진 물통 속의 물 같았다. 그 검은 것은 잉크마냥 일렁거렸다.


‘···이거 안 좋네.’


형체가 없는 검은 무언가를 눈으로 따라가며 강이훈은 쓰게 웃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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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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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9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5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2 5 12쪽
»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7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4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8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7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0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8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1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6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9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0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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