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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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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377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3.01.05 19:10
조회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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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13. 바다의 지배자

DUMMY

검은 잉크 같은 무언가가 유연하게 물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강이훈은 주변을 살폈다. 그 검은 잉크는 이 주변에 가득 있다. 그는 본능적으로 저게 ‘바다의 지배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게 바다의 지배자라는 말이지···.’


스르륵··· 어느 순간 강이훈을 붙잡고 있던 검은 문어 다리도 사라졌다. 이제 그의 움직임이 자유로워 졌다.


계속 물에 섞인 잉크처럼 돌아다니고 있는걸 보니 형체가 제대로 잡혀져있지 않은걸로 보였다. 저기에 검을 찔러넣을 수 있을까, 칼로 물베기가 되는가 아닌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지. 저것도 액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다.’


강이훈은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검을 꽉 쥐었다. 어떻게든 해내야했다. 그는 물 속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 빠르게 몸을 움직여 그 바다의 지배자에게 다가갔다.


촤아아아악!


“?!”


하지만 그가 다가가자 그 검은 잉크 같은 바다의 지배자의 모습이 변했다. 빠르게 문어 다리 같은 촉수를 뻗어내 그를 붙잡으려 했다. 강이훈은 빠른 속도로 몸을 빼 그걸 피하고 검으로 베어냈다.


‘···저게 변하는거였구나.’


저 검은 잉크같은게 모습을 바꾼다. 아까 바다 괴물과 차여진이 딛고 서있던 그 검은 문어 다리도, 계속해서 배를 향해 뻗던 그 문어다리도 저 바다의 지배자였다는 소리가 된다.


‘문어 다리로밖에 못 변하나? 아니면 다른걸로도 변할 수 있을까···.’


강이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 검은 잉크는 다시 모습을 바꿔 상어의 머리처럼 변해 그를 물기 위해 다가왔다.


“어딜···!”


하지만 강이훈은 치수(治水)로 물의 흐름을 막아 그 상어 머리가 다가오는 것조차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그 상어의 머리를 베어버리고 뒤로 빠졌다.


‘움직임을 막자···!’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치수(治水)의 범위를 넓혔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검은 잉크가 있는 부분을 전부 멈추기에는 체력의 소모가 너무 클 것이고, 그러니 그의 주변의 물의 흐름을 막아 그 바다의 지배자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받아라···!”


강이훈은 물의 흐름을 제대로 틀어막은 뒤 움직임이 막힌 ‘바다의 지배자’를 향해 움직였다. 물의 흐름을 막은 만큼 그의 움직임 또한 무뎌졌다. 하지만 멈춰있는 적을 공격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우습게 보는군···!”


“커헉···!”


그 멈춰있는 물을 가르며 무언가가 빠르게 그에게 다가왔고, 그의 가슴이 뚫렸다. 강이훈의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안돼···. 내가 지금 죽으면 사람들이···!’


하지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자신이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잠시라도 의식을 잃으면 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의 힘으로 바다에서 조금이나마 띄워두고 있는건데, 그게 추락하면? 게다가 그걸 보호하는 물방울이 사라지면? 나현우가 딛고 있는 발판도 그의 힘으로 만든 것인데 그게 없어지면···?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그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그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고, 곧 그는 의식을 잃었다.




파아앗···!


“어?!”


강이훈이 의식을 잃은 그 순간, 배에 있던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배를 감싸고 있던 물방울이 사라졌고, 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각자 옆에 있는 무언가를 꽉 쥐고 충격에 대비했다. 그렇게 높이 떠있는 것은 아니라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거다.


“최동필씨···!”


하지만 혼자 실내에 있을 최동필이 걱정된 천도환이 그 쪽으로 가려했지만 이미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움직이기가 까다로웠다.


“으아아···!”


그리고 상황이 안좋은건 강이훈이 만든 발판을 밟고 서있던 나현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푸하학···! 으아아···!”


침착하게 수영을 했다면 그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안좋아지지는 않았겠지만, 그의 손에는 무거운 총이 들려있었고, 그걸 손에서 놓아버리지도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침착함은 그 총이 물에 빠지지 않게 한손으로 높이 들고, 자신의 몸은 바다에 빠지게 둔 것뿐이었다.


“현우야···!”


그리고 그걸 구하러 뛰어든건 차여진이었다. 그녀는 앞에 있는 바다 괴물들을 내버려두고 나현우를 향해 헤엄쳐갔다. 그 동안 그 바다 괴물들이 그녀에게 손에 들고 있는 작살 모양의 산호초를 던졌지만 맞히지는 못했다.


첨벙···!


“으아아···!”


“침착해, 임마!”


차여진은 허우적거리는 나현우에게 다가가 그에게서 총을 빼앗아 들었고, 나현우의 뒷덜미를 잡아 끌어올렸다.


“헉, 허억···.”


“아무래도 강이훈씨한테 무슨 문제가 생긴거같은데···.”


촤아아아악···!


그 순간 바닷속에서 물줄기가 튀어올랐다. 그 물줄기는 떨어지고 있던 배를 감싸 다시 물방울을 만들어내 띄워냈다.


“···어.”


그리고 곧 나현우와 차여진이 있는 곳에도 발판이 생겼다. 강이훈이 다시 정신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강이훈씨가 다시 멀쩡해졌나보네···.”


“죽었다 살아나신거겠지.”


차여진은 다시 나현우에게 총을 건넸다. 나현우와 차여진이 열심히 들고 지킨 덕분에 총은 꽤 멀쩡했다. 손잡이 부분이나 총구 부분 같은 끝부분만 살짝 물에 젖었을 뿐, 다른 문제는 없었다.


“끼이이이이이잉···!”


그리고 무언가 소리가 났다. 그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거대한 날치가 다시 보호막이 생긴 배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휘이익···!


차여진이 그 날치를 향해 뛰어오르려고 했으나 게다리를 가진 그 바다괴물이 그녀에게 자신들의 무기를 던져댔다.


“이 자식들이!”


“저 날치는 제가 상대할 테니 차여진씨는 저 괴물들을 보고 계십시오!”


그 때 김청서가 날치를 향해 날아 뛰어들었다. 그는 바로 창을 내리꽂았다. 하지만···.


퍼어억!


“으음···.”


다른 날치가 날아와 그의 옆구리를 쳐버렸다. 그의 갑옷 덕분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살짝 놀란 김청서는 다른 손에도 창을 불러와 그 날치를 찔렀다.


바닥에 서서 잠시 총을 살피던 나현우는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어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가 서있던 곳에 거대한 상어가 스쳐지나갔다.


“으아아···!”


당황한 그는 저격총을 빠르게 인벤토리에 넣고 산탄총을 들었다. 여기에서는 작살총 같은걸 쓰는게 좋겠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상점에서 느긋하게 그런걸 살 여유는 없다. 그는 침착하게 산탄총을 들고 다음에 올 상어를 기다렸다.


“게딱지에 밥을 넣고 참기름을 한방울 똑··· 떨어트려서 비벼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차여진은 바다 괴물의 다리 하나를 뜯어내며 말했다. 그녀는 폭주 능력을 쓰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빛이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너희를 보고 있으니 정말 게가 생각난단말이지···. 옛날에 대게를 꽤 좋아했어. 비싸서 그렇게 많이 먹지는 못했는데 말이야···.”


그녀의 흉흉한 눈빛에 바다 괴물마저 도망가버리고 싶었지만, 바다의 지배자가 바다 밑에 있는 이상 그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부글···.


강이훈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었다. 강이훈은 위를 쳐다보며 배의 위치를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물기둥을 올려보낸 뒤 다시 방울로 감쌌다.


“후우우···.”


그 뒤로 다른 일들을 했다. 나현우의 발판을 만들어주는 일, 자신의 숨구멍을 트는 일···. 자신에 관련된 일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각났다.”


강이훈이 중얼거렸다. 바다의 지배자를 바다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


“웃기고 있군. 너는 아직 나의 능력의 반의 반도 보지 않았다.”


“그걸 다 볼 필요가 있을까? 귀찮기만한데.”


강이훈은 검을 다잡았다. 그의 몸에서 붉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해야할 것은 단 하나였다.


“흐아아아아압···!”


강이훈은 물을 밀어냈다. 그의 주변에 있던 바닷물이 없어지며··· 바다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강이훈이 있는 곳 주변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다행인지 무엇인지 그건 다른 사람들이 있는 위치까지는 가지 않아 싸우고 있는 차여진이나 나현우나 김청서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그는 그렇게 넓은 구역의 물을 없앤 것이 아니었다.


“······.”


“아니···!”


원래라면 ‘바다의 지배자’도 물에 뒤섞인 잉크마냥 바닷물이 빠지면 함께 빠져야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강이훈이 섬세한 컨트롤로 바다의 지배자는 놔두고, 바닷물만을 빼냈다.


“하아아···.”


그 덕분에 진이 쏙 빠졌다. 이 싸움을 하는 동안에는 치수(治水)를 더 이상 쓰지 못할 것이다. 배를 띄우고, 동료가 있을 발판을 만들고, 이 바닷물들이 오지 못하게 막는 것만해도 엄청나게 힘들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이길수만 있다면.’


이 방법으로 이길 수 있다면, 치수(治水)던 뭐던 잠시 버려둘 수 있었다. 어차피 그에게는 그 힘만이 있는게 아니다. 그는 검을 꽈악 쥐고 눈을 부릅떴다.


“이 자식이···!”


검은 무언가가 뭉쳐 날카로운 촉수가 되어 강이훈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강이훈은 그걸 피했다. 용검술 특성이 그에게 모든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강이훈은 그 촉수를 밟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본체가 어딘가에 있겠지···, 적어도 어디를 베면 이 녀석이 죽기는 하겠지! 그래,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물러나게는 할 수 있겠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검은 무언가를 향해 뛰어갔다. 중간에 그 검은 형체가 뭉쳐있는 부분이 보였다. 강이훈은 그 뭉쳐있는 부분에 뛰어들었다.


“으아아아아!”


강이훈은 눈을 부릅뜨고 녀석의 약점을 찾았다. 그리고···. 어느 곳에 빛이 나는게 보였다. 어느 한 점. 한 점이 보인다. 용검술이 아주 친절하게 그 곳을 향해 안내해주고 있다. 강이훈은 열심히 다리를 움직였다.


“죽여주마!”


바다의 지배자는 유연한 움직임으로 강이훈을 막으려했다. 흐느적거리는 바다의 지배자는 마치 연체동물같았다.


“끄아아아아아!”


하지만 강이훈 또한 유연함에서는 지지않았다. 그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다시 일어나고, 바다의 지배자가 날려대는 촉수를 피하며 그 점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가까워지는 순간···.


“이게 나의 검이다!”


몸을 숙인 강이훈은 그대로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승천··· 치수를 쓸 수 없다고 해도 그가 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용은 언제든지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그의 일격에 그 빛이 나는 부분은 잘려나갔다.


“커억···!”


그리고 검은 액체가 폭발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저 녀석의 피일까?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던 검은 무언가가 꿀렁거리며 점점 작아졌다.


“크큭···. 그래, 제법이구나, 제법이야! 그 스승에 그 제자군··· 큭, 크어억···!”


“남길 말은 그것뿐인가?”


“큭···. 그래···. 다음에 다시 보도록하지···.”


스르르륵···.


그리고 순식간에 그 검은 무언가가 사라졌다. ···바다의 지배자를 쫓아냈다.


“하아아···.”


강이훈은 안심하고 긴장을 풀었다.


“강이훈씨···!”


그리고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여진의 목소리였다.


“몬스터들이 다 갔어요!”


“후우우···.”


그는 지금 한건 해결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 뿐이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지만··· 이걸로 다행이지.’


그의 몸에는 검은 피가 덕지덕지 묻었다. 하지만 그래, 한건 해결한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는 배를 다시 바다 위에 띄우고, 일행들을 전부 배에 태운 다음 바다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지친다···.’


쉬고 싶었지만 그는 쉴 수 없다. 차분하게 다시 방향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움직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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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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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301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6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6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20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5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3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7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6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9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8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1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9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2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6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9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2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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