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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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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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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12.27 19:10
조회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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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107. 스승과 제자

DUMMY

“이런···. 이렇게 하면 회복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이걸 어떡한다.”


검룡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 아무리 불사자라고 한들, 목이 잘리면 회복하는데에 한참이 걸린다.


그는 일단 강이훈의 목을 냅다 잘라내기는 했지만··· 그가 회복하는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은 까먹고 있었다. 검룡은 강이훈의 머리를 원래 붙어있었던 곳에 갖다대주었다.


“나의 제자가 회복을 하는 동안 무엇을 해야할까···. 일단 저 잡것들을 정리를 해야할까.”


검룡은 기지개를 켰다. 마침 그의 제자를 납치했었던 그 잡것들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있었다.


이 세상을 만든 그 누군가가··· 이전까지 마음껏 세상을 돌아다니던 검룡을 이 던전 안에 잡아두면서 이 던전 안에서는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러니··· 제 발로 찾아온 저 놈들을 죽여버리러 친히 저 쪽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저 녀석들이 이번에도 너를 데리고 온걸 보면··· 너는 납치당한거겠지. 여기로 오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걸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


검룡은 여태까지 쓰러져있는 자신의 제자를 보며 말했다. 강이훈은 이제 목은 붙었지만 의식을 되찾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그걸 자처했다고 해서 저 녀석들의 의도가 나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 그래··· 죽여버리는게 좋겠어.”


콰악···!


“음···?”


그 때 검룡의 발목이 누군가의 손에 잡혔다. 검룡은 고개를 내려 그 손의 주인을 확인했다.


“어딜··· 가려고 하십니까···? 당신의 상대는··· 접니다.”


강이훈의 목은 아직 완전히 붙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지금 의식을 되찾지도 못했을 것이다. 예전에 그가 목이 떨어졌을 때에는 몇 시간동안 의식을 잃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지로 자신의 의식을 빠르게 회복했다.


솔직히, 그렇게 발목을 잡는다고 해서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강이훈은 야쿠자에게 붙잡혀있는 몇주 동안, 그동안 모은 포인트로 자신의 능력치를 세심하게 올렸다. 모든 능력치 각각의 레벨이 100이 넘었고, 민첩은 그 중에서도 많이 올려 150이 되었다. 그런데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


스승의 공격은 정말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이겨야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목이 덜 붙었는데도 스승의 발목을 잡았다.


“···하하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검룡은,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재밌는 녀석이다. 정말로···!


“그래, 제자야. 나의 상대는 너지, 다른 녀석이 아니구나. 하하···. 하하하!!”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검룡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강이훈은 여전히 일어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검룡의 발목은 아주 단단히 잡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강한 의지를 보이다니···. 큭··· 그래···. 너와의 승부가 끝날때까지··· 나는 여기에서 빠져나가면 안되겠지··· 그리고 제대로 된 승부를 위해서는···.”


어느새 검룡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푸욱.


“커헉···!”


목이 제대로 붙지도 않았는데, 강이훈은 또다시 피를 토해냈다. 검룡의 검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 짓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지 모르겠구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강이훈은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후우···.”


검룡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폭포에서 물이 아주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고, 그 앞에는 투명한 물방울에 갖혀있는 제자의 동료들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을 해서 이렇게 100대 난제 던전까지 오다니.’


솔직히 말하자면 검룡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원래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조차 못하겠다던 녀석이, 이제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런 곳에 오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100대 난제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았는가?


‘김청서도 자신의 동료로 삼고 말이지. 그래,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한국 최강의 헌터라고 불리고,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헌터인 김청서를 자신의 동료로 삼은 것도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었다. 자신의 제자가 언제 이렇게나 커버린건지,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크으윽···. 스승님, 도대체 왜···?!”


다시 정신을 차린 강이훈이 벌떡 일어났다.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검룡은 그를 또 죽일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 너도 반격을 할 수 있어야겠지.”


검룡은 검을 제대로 잡아들었다. 강이훈 또한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제대로 잡았다.


“어디 한번 받아쳐내보거라!”


“······!”


그는 스승의 검을 딱 두 번 본적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한번, 그리고 강 근처에서 보여줄 때 한번···. 그때는 자신이 당하는게 아니라서 그런 건지 마냥 아름답게 보였는데, 지금은···.


촤아아악!


그의 시야가 온통 붉다. 어디로도 피할 곳이 없다. 이게 정말로 용검술인가? 어디 하나 빈 곳이 없고, 어딘가 틈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촤좌자자작!


그저 칼날의 비가 내렸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같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강이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 분명히 그는 이 던전의 보스이다. 이 던전에 들어온 모든 인간을 죽여야 그가 살 수 있으니 이렇게 살벌한 공격을 날리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유난히 나를 죽이는데에 집중하고 있지 않나?!’


강이훈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물로 된 칼날이 막을 틈도 없이 강이훈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끄윽···!”


강이훈은 또다시 심장이 꿰뚫려 의식이 흐려졌다.


‘원래 스승님의 용검술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강이훈은 스승의 검술을 떠올렸다. 단 두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간단한 동작들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정말··· 그야말로 강이훈을 간단하게 죽이는데에 치중되어있었다.


‘나는 그렇게 화려한 속임수를 볼 자격도 없다 이건가···?’


의식을 잃기 직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이훈은 잠시 앞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곧 다시 의식을 되찾아 일어났다.


‘···자존심 상하는데.’


다시 일어난 강이훈은 검을 되잡았다. 그래, 자존심이 상한다. 그는 나름대로 그동안 열심히 용검술을 수련해왔다. 그런데··· 제대로 된 용검술을 구경할 자격도 없다?


“죽여버리겠어···!”


강이훈은 살벌한 말을 내뱉으며 몸을 숙이고 달려나갔다.


“이무기 정도는 되겠구나, 제자야!”


검룡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승천도 아닌 그저 단순한 내려치기였다.


“커헉···!”


달려오던 강이훈이 멈춰섰다. 그는 그 단순한 내려치기에도 대응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빨랐다. 어깨에서 배까지 길게 베였다. 초재생이 그 상처를 다시 봉합해주고 있었지만···.


“제자야, 빨리 끝내자꾸나.”


“끄윽···!”


또다시 검룡의 검이 그의 가슴을 관통하고 빠져나갔다.


‘반사 데미지··· 반사 데미지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지···?’


불현 듯 강이훈의 머릿속에 떠오른게 있다. 반사 데미지. 검룡은 겉으로 보아 반사 데미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강이훈이 검룡을 자세히 보니 가슴 부위에 피가 흐르는게 보였다. 검은 도포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도포가 젖어있다.


“스승님···. 도대체··· 도대체 뭘 원하시는 겁니까.”


빠르게 의식을 잃었다 회복한 강이훈이 물었다. 도대체 그의 스승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의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이렇게 빠르게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를 죽이는데에 집중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사데미지를 입어가며 그를 이렇게나 죽이는데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강이훈은 그게 궁금했다.


“···나는 너의 벽을 깨트릴거다. 네 특성의 카운트를 여기에서 100번을 채워줄거다.”


“···허.”


강이훈은 스승의 말을 들으니 어이없어 실소가 세어나왔다. 벽을 깨트리겠다고? 하긴 그의 스승은 100번을 채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죽어보라는 소리를 했던거같기도 하다. 그런데 제 손으로 그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그렇게 하고 싶어하겠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힘을 쓰려고 하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정말로 강이훈은 여러 번 죽게 될거고, 정말로 100번이 채워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제자야. 나는 벽을 깬 너와 대결을 하고 싶다.”


“······.”


“반사 데미지에 대한건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애초에··· 백여명의 사람과 한꺼번에 싸우도록 설정되어있다. 그만큼 체력이 많지···. 그러니··· 너를 얼마쯤 죽인다고 해도, 벽을 깬 너와 맞대결을 할 정도의 체력은 남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그 겁쟁이 특성의 카운트를 다 채운다고 해서··· 그게 ‘벽을 깨는’ 일이 될까? 오히려 그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저는 그걸 가만히 두지 않을겁니다.”


강이훈은 다시 일어섰다. 수십번씩 죽는데 그걸 손 놓고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었다.


“그래, 제자야. 그래야지. 그래야 내 제자라고 할 수 있지!”


검룡은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물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 다시 해보자꾸나, 제자야. 내가 너에게 용검술의 진수를 가르쳐줄 테니!”


꽈르릉!


검룡의 주변에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강이훈 또한 검을 제대로 쥐고 주변에 낭자해있는 자신의 피를 모았다.


“너는 정말로 재밌는 녀석이야, 피를 그렇게 쓰는 녀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어떻게라든 해야죠···!”


강이훈은 핏방울을 주변에 두른 채로 달려나갔다. 그걸로 자신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고, 검룡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힘에는···! 그것조차 소용없을 것이다!”


검룡은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검을 어깨 위로 들어 앞을 본다. 그건 치천(治天)을 시작하는 자세였다.


“어디 한번 막아보거라!”


검룡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강이훈은 핏방울로 날아오는 검기를 막아냈다.


“흐아아압!”


강이훈은 핏방울로 발판을 만들어 그걸 밟고 뛰어올랐다. 그의 검에서 파지직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이게 그가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천(治天)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구나! 제자야!”


앞으로 달려나가던 검룡은 유연하게 도약해 몸을 뒤집었다. 그리고 강이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그리고 검룡의 검 끝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온다. 그 모습은 마치···.


“용···?!”


분명히 물이나, 전기일텐데, 그 모습은 마치 용처럼 보였다. 그래, 검은 용. 흑룡이 강이훈을 덮쳤다.


“크아아아아악···!”


용에게 삼켜지는 느낌을 받은 강이훈은 수십번을 베인 다음, 가슴이 또 한번 뚫려나갔다.


“이제 시작이다. 제자야.”


차가운 스승의 말에 강이훈은 저항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말았다. 그는 검을 느슨하게 쥔채로 땅에 떨어졌다.





“커헉···.”


강이훈은 또다시 피를 토했다. 그의 손목에 있는 단말기가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말기에 적힌 숫자는···.


-99/100


‘······.’


그의 스승은 그의 가슴을 수십번씩 꿰뚫었다. 시간이 지나니 도대체 몇 번이 꿰뚫렸는지, 몇 번을 정신을 잃었는지 알수 없을 정도였다. 이제야 정신을 차려 단말기를 보니··· 한번만 더 죽으면 끝이었다.


“끄으윽···.”


정신을 차린 이상, 이대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강이훈은 검을 제대로 잡고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이구나, 제자야. 너는 곧···.”


“이게 스승님께 보이는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르죠.”


강이훈은 검을 쥐고, 자신의 배꼽 아래에 두었다. 이건 그의 스승에게 가장 처음 배운 용검술··· 승천의 기본 자세다.


“스승님께서 보실 제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고요.”


“그래, 패기는 좋구나. 어디 한번 해보거라···!”


강이훈은 몸을 숙인채로 달려나갔고, 검룡이 검을 휘두르자 검은 용이 강이훈을 향해 달려나갔다.


콰직···!


강이훈은 또다시 검은 용에게 삼켜졌다. 그리고···.


털썩.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피가 흐르고, 구멍이 나있었다.


-100/100


그의 손목에 있는 단말기가 밝게 빛났다.


-죽은 횟수가 일정 수를 넘어 [겁쟁이] 특성이 변화합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자]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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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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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9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4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2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6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4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8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7 6 13쪽
»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0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8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1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5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8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0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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