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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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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925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3.01.02 19:10
조회
241
추천
6
글자
12쪽

111. 헛된 바람

DUMMY

그들은 바닷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바닷바람이 차갑기는 했으나, 그들에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며칠은 바다 위에서 잠을 자고··· 그래야할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는 참아야만 했다.


일찍 일어난 강이훈은 항상 하던 것처럼 검을 들고 용검술을 수련했다.


‘···하지만 이제 이걸 용검술 수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남의 용검술을 따라하는 시기는 지났고, 그의 검술을 새로 만들어야할 단계가 되었다. 강이훈은 검을 들고 유연하게 움직여보았다.


“정말 부지런하시군요.”


그 때 김청서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도 꽤나 일찍 일어난 편이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강이훈만큼은 아니었지만 김청서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언제 저 배들의 주인이 나타날지 모르지않습니까.”


“흐음···.”


강이훈은 슬쩍 항구에 정박되어있는 배들을 보았다. 밝은 곳에서 보니 훨씬 더 엉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이 있을 것같지가 않다.


‘···물에 떠있기만 하면 되니까.’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부지런하게 수련하시네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뭐랄까··· 음, 더 올라갈 곳이 있을거같아보이는데, 눈 앞이 막막합니다.”


강이훈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 한순간에 너무 많은걸 얻어버렸다. 그의 스승을 쓰러트린 것으로, 그는 삽시간에 용검술 마스터가 되었다.


“음···.”


김청서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주섬주섬 황금 갑옷의 몸통 부분을 꺼내입었다.


“······?”


“저로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해보죠.”


김청서는 이제 창까지 꺼내들고 한쪽 다리를 앞에 두고 몸을 약간 숙여 전투 준비 자세를 잡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강이훈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입은 웃고 있었다. 그 또한 자세를 살짝 낮추고, 검을 배 아래 높이에서 들며 용검술을 준비했다.


“저 김청서입니다, 강이훈씨. 아무리 강이훈씨가 강해졌다고 한들···.”


휘이이익···!


그 순간 강이훈을 향해 빠른 속도로 창이 날아왔고, 그는 그걸 가볍게 피했다. 하지만···.


휘이익!


“이런···!”


강이훈이 피한 그 방향으로 또 창이 날아왔다. 그가 진작에 바닷가에서 물을 끌어와 몸 주변에 두르고 있었기에 물로 그걸 쳐낼 수 있었지만,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창에 맞았을 거다.


“···허억.”


“경험에서 차이가 나는 법이죠.”


김청서는 다소 우쭐해진 듯 씨익 웃으며 강이훈을 보았다. 강이훈은 눈을 크게 뜨고 김청서를 보았다.


“강이훈씨는··· 서울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죠.”


“···그렇죠.”


사실 서울에 온 것뿐만 아니라··· 3년동안 서울의 상황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는 그 때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데에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3년전··· 서울의 상황은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른 곳도 그랬겠지만··· 서울은··· 뭐,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 일이 많았죠.”


“음···.”


“지금이야 안정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정말 전쟁이었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전쟁이었죠.”


“···그 정도로요?”


지금의 서울을 생각하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지역들과 비교를 해봤을 때 건물의 손상 정도가 더 심한 편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건 인구가 몰린 지역 특성 상 몬스터가 더 많이 출연했을 테니 그것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이라니.’


갑자기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전쟁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그랬던걸까? 김청서가 빠지면 서울은 유지가 될 수 있는걸까?


“뭐···. 아무튼, 저는 그런 경험도 있으니 말이죠. 강이훈씨보다는 잘 싸운다··· 이겁니다!”


김청서는 그렇게 말하며 또다시 창을 던졌다. 강이훈은 이번에는 물에 의존하지 않고 날아오는 창을 두 개 다 검으로 쳐냈다.


“오···.”


“저도 꽤 강하죠?”


강이훈이 씨익 웃었다. 부족한게 있다면 그걸 채워나가면 된다. 동료라는건 서로 부족한걸 채워나가기 위해서 존재하는게 아닌가?


“좋습니다. 그러면 더 해보죠!”


그렇게 김청서는 본격적으로 강이훈에게 덤벼들었다. 강이훈은 더 이상 홀로 수련하는게 아니라, 함께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흐아암···.”


그리고 그 때 그들보다는 늦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리 일어난 차여진이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뭐야, 왜 둘이서 싸워요?!”


“싸우는게 아니라 대련···!”


“저도 해요!”


그리고 그렇게 차여진까지 끼어들었다. 그들의 수련은 그렇게 세명이서 삼파전을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뭐야, 뭐야?! 뭐하는건데?! 나도 할래!”


그리고 그 때 뒤늦게 일어난 최동필도 합류해 화살을 쏘아댔다.


“뭐야, 강해지려면 아침부터 저렇게 해야하나?”


“그렇겠지! 그래, 그럼 나도 해볼란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고, 결국 그들의 아침 수련은 난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도대체 수련인지, 아니면 패싸움인지, 아니면 체육대회 닭싸움인지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버렸지만··· 그들이 즐거우면 되었다.


“으아아···!”


그 많은 사람들의 공격(?)을 받은 강이훈은 벌러덩 드러누웠다. 지쳤다. 이제는 조금 쉬려고 했다.


“···저기.”


하지만 그를 놔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이훈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거기에는 그 덩치가 큰 뱃사람이 있었다.


“예, 예···.”


강이훈은 일단 다시 일어났다. 그 뱃사람은 싸우려고 온건 아닌 듯했다.


“저희가 탈 배를 조종하실 분이죠?”


덩치가 큰 사람은 그 덩치와 맞지않게 꽤 공손한 말투였다.


“예···. 그렇습니다.”


“어떤 배가 좋을지 같이 살펴보셨으면 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아, 예. 그러죠.”


강이훈은 그를 따라 해안선으로 갔다. 정박 되어있는 배는 꽤나 많다.


“정말로 주인이 버린 배들인가 보네요.”


“그러게요. 아직도 주인이 안 나타나는걸 보면··· 뭐··· 주변도 사는 사람도 없는거같으니 주인들이 다 죽었거나, 아예 먼 곳으로 떠났거나··· 둘 중에 하나겠죠.”


“음···. 그것도 그렇네요.”


그의 말대로 주변에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바다는 위험한 곳이기는 하다. 지금은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는 것조차 힘들다. 물고기보다 몬스터가 더 많이 낚이는게 지금의 세상이다.


더군다나 육지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보다 바다에서 나타나는 몬스터가 더 위협적이다. 게다가 육지에서보다 자주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해안가에는 사람들이 잘 살지 않는다.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나서도 낚싯배를 타고 바다에 꽤 나갔었는데 말이죠.”


“그래요?”


강이훈은 사실 바닷가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는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나서 바닷가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처음 갔던 100대 난제 던전에서조차··· 그건 바다라기보다는 수족관이었지.


“예. 저는 바다에서 활동하는 헌터였으니까요. 주로 고기잡이 배에 타고 다녔죠.”


“아하···. 그래도 고기잡이 배같은게 다니기는 하나보네요.”


“헌터들을 여럿 끌고 가기는 합니다. 그래서 저도 파도를 다루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일본에서 한국까지는 엄두도 못내는데··· 강이훈씨라고 하셨죠? 강이훈씨는 정말 대단하시네요.”


“예? 아··· 뭐··· 감사합니다.”


갑자기 자신에게 칭찬이 훅 들어오자 강이훈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얼버무렸다.


“크흠···.”


강이훈은 헛기침을 하고 배들을 살펴보았다. 일단 크기가 제법 되어보이는 배는 방수천에 덮혀있었다.


“어떤 배가 좋겠습니까?”


“일단 저희가 적은 인원으로 가는 것도 아니니 큰 배가 좋겠습니다. 이건 어떨까요?”


강이훈은 그 방수천이 덮인 배를 가리켰다. 먼지가 제법 쌓이기는 했지만, 천이 덮혀있으니 그래도 다른 배보다는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을까.


“흐음···. 그래요. 일단 저걸 벗겨봐야겠군요. 이거··· 둘이서는 안될거같은데요.”


“음··· 저기 고정하고 있는 끈만 풀어주세요.”


강이훈은 그렇게 말하고 다른 끈을 풀기 시작했다. 이것만 풀면 이런 천 정도야 쉽게 벗겨낼 수 있다.


“예, 풀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강이훈은 다른 배에 올라타 손가락을 휘둘렀다. 바닷물이 일어나 그 방수천을 벗겼다.


“···오. 그걸로 그렇게 할 수 있군요.”


“이 정도는 쉽죠.”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배에 물이 닿지 않게하면서 천만 벗겨내는 거라 섬세한 조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용검술의 마스터다. 이 정도로 섬세한 조작은 이제 쉬웠다.


배는 방수천에 덮힌채로 봤을 때부터 그랬지만, 꽤 컸다. 여객선보다는 고기잡이배에 가까워보였다.


“흐음···. 이 정도면 물에 잘 뜨기도 할거고, 연료만 있다면 돌아가기도 할거같은데···. 으음···.”


“꽤 보존이 잘 되어있네요.”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바다에서 활동하는 헌터라는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강이훈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얼른 타고 가버리는게 상책이다.


“타고 갈 배를 정했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강이훈은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가장 먼저온 것은 날아온 김청서였다.


“어디 한번 봅시다···. 오···. 꽤 큰 배네요. 예전에는 엄청 비쌌겠죠.”


그는 이리저리 그 배를 살폈다. 선실 안으로 들어가보기도 했다.


“흐음···. 어선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뭐··· 며칠동안 타고 가기에는 괜찮겠죠. 연료로 가는 것도 아니고 강이훈씨가 움직일 테니···.”


“그렇죠.”


“휴식 시설같은건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침낭을 깔고 자면 될거고··· 사실 그러기에는 좁아보입니다만, 돌아가면서 자면 어떻게든 되긴 하겠죠.”


“그렇겠네요.”


그게 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언제 ‘바다의 지배자’라는 놈이 나와서 그들을 훼방 놓을지 모른다.


“며칠동안 잠을 못잘 각오는 하셔야할겁니다.”


고기잡이 배에 자주 탔다던 그 헌터가 말했다. 그 정도라는 말인가?


“그 정도인가요?”


“제가 고기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 정말 한번도 빠짐없이 몬스터가 나왔습니다. 그 강한 정도만 다를 뿐이지··· 항상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으.”


저절로 그 경멸하는 소리가 나왔다. ···사실 웬만한 몬스터는 강이훈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다의 지배자가 나온다면···.


‘···배는 위에 띄워두고 전투를 해야겠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배를 안전한 곳에 두고, 전투는 그가 해야만 했다.


“일단 다들 타죠. 이동 먼저 합시다.”


“그래요. 혹시라도 배 주인이 나타나기 전에 얼른 갑시다!”


“예!”






“후우~ 시원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 배는 쭉쭉 전진하고 있었다. 김청서와 그 뱃사람이라는 헌터가 나침반과 지도를 보며 방향을 알려주면, 차여진과 나현우가 강이훈에게 오른쪽, 또는 왼쪽··· 이런 식으로 쉽게 방향을 말해줘 길치인 강이훈도 쉽게 방향을 맞춰갈 수 있었다.


“우웁···.”


그 와중에 최동필은 뱃멀미가 심해 거의 쓰러지다시피했다. 강이훈은 그를 보며 배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무 일도 없어야할텐데.’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게 부질 없는 생각이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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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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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305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5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8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7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32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21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25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42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9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7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33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7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40 4 12쪽
» 111. 헛된 바람 23.01.02 242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7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41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50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4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5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54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4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71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9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3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81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4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9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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