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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339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12.12 19:10
조회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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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096. 안하던 짓

DUMMY

갑자기 김청서가 강이훈을 불렀고, 김청서는 정말 이상한 말을 했다.


“강이훈씨가 보셔야 할게 있습니다.”


“예?”


강이훈은 바로 되물었다. 도대체 봐야한다는게 무슨 말인가? 봐야한다는건 도대체 무엇인가? 물건인가? 아니면 사람? ‘할 게 있다’고 했으니 사람은 아닌 것같고, 도대체 무엇인가?


“강이훈씨는 혹시··· 그, 저희가 100대 난제 던전에 있을 때 일본에서 일어난 레이드를 영상으로 보신 적이 있습니까?”


“예? 아뇨, 안 봤습니다.”


김청서는 정말이지 뜬금 없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레이드 영상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도 우리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일어난 레이드 이야기다.


‘일본이랑은 딱히 좋은 인연이 없는데.’


당장 생각 나는 인연은 납치를 당했을 때 일본 야쿠자들에게 팔려갈 뻔 했다는거 뿐이다. 그 생각을 또 하니 또 기분이 나빠졌다.


‘그 놈들도 100대 난제 던전에 간다고 했는데, 그 새끼들은 다 죽었으면 좋겠다···. 아니지, 어차피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했으니까 배는 좀 아프겠네.’


강이훈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그 놈들은 자기가 먼저 깨고 싶어했을텐데 세계 최초의 타이틀은 한국이 가져가게 되었으니 배가 아프겠지.


“하긴, 강이훈씨도 쉬느라 다른 소식을 듣지 못하셨을 테니···. 음···.”


“······.”


그러고보니 그렇다. 지금은 100대 난제 던전을 클리어한 며칠 뒤다. 그런데 김청서는 그런 소식까지 다 듣는다는 말인가?


‘···하긴, 그러니까 회사겠지. 그러고보니 아까 옆에서 떠드는 이야기를 들은거같은데.’


강이훈은 고기를 먹으면서 일본의 레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걸 떠올려보기로 했다.


“음···. 일본에서 일어난 레이드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요.”


그 사실을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 레이드에 참가한 사람 중 절반 정도가 죽었고, 그리고 시간 제한을 넘겨서 실패했다고 하던가? 대충 그렇게 들은 것같다.


‘···왜 그런걸 보라고 하는거지?’


갑자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참가한 사람이 절반이 죽었고, 실패를 한 레이드를 왜 봐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음···. 언제 한번 보십시오. 사람들 없을 때··· 말이죠.”


“······? 알겠습니다.”


김청서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지만 일단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 사람이 없을 때 그 영상을 봐야한다는 말인가?


“예, 그럼 많이 드시고, 나중에 찾아뵙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강이훈은 대충 그를 보냈다. 말하는 눈치를 보니 김청서는 아직까지 휴식을 발표하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음, 내가 무슨 상관이지. 알아서 하겠지. 이제 100대 난제 던전을 깼으니 저 사람은 우리랑 일행도 아닌데.’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든 물컵에 있는 물을 마셨다. 배도 부르고, 시원한 물도 기분이 좋았다.


‘이 정도면 이 세상에서 지금 호강을 누리고 있는거지.’


강이훈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차여진은 고기를 먹느라 정신이 없고, 나현우는 차여진의 뒤에서 술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강이훈은 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그와 함께 술은 마시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영상이길래 김청서가 그렇게 나를 붙잡고 이야기 한거지.’


강이훈은 그 호기심을 견딜 수 없었다. 갑자기 그렇게 이야기를 한걸보면 뭔가 있는건 분명했다.


“······.”


그는 주변을 살피고 사람이 없어보이는 곳으로 갔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이 없어보이는 계단 쪽으로 갔다.


다른 사람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기에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나마 김청서가 그가 계단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지만 가만히 손에 들린 음료수를 마실 뿐이었다.


“······.”


계단으로 온 강이훈은 주변을 살폈다. 사람이 없다. 방금 있던 공간에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 소리는 계단이 있는 복도를 울렸다.


‘······설마 아니겠지.’


그런 불안감이 강이훈을 엄습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빠르게 확인을 해보아야만 했다. 강이훈은 단말기에서 화면을 불러와 동영상 탭을 열었다. 그리고 빠르게 스크롤을 했다.


‘···우리가 100대 던전을 갔던 영상들도 많이 올라와있네. 도대체 일본의 레이드 영상은 어디있는거지? 검색을 해봐야하나? ···김청서씨는 어떻게 이 영상을 찾아본거야?’


김청서도 그가 찾아서 본건 아니었다. 그 영상을 본 발키리가 그에게 영상을 전달해줘 그도 알게 되었을 뿐이다.


‘······. 찾았다.’


한참을 스크롤을 내리던 강이훈이 영상을 찾았다. 그는 빠르게 영상을 재생해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악···!


-끄으으윽···. ······! ···!


‘···으윽.’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흘러나오는 고통과 절망의 소리에 강이훈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영상은··· 그야말로 재앙의 한복판에서 찍은 것같았다.


그가 일본어를 하지 못해 그들이 하는 말을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살려달라는 고통에 찬 비명과, 절망의 소리는 확실했다. 그들이 느꼈을 고통과 절망, 그리고 공포가 느껴졌다.


‘···도대체 이걸 왜 보라고 한거지.’


피가 낭자하고, 고통에 찬 비명이 가득한 이 영상은 그야말로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상이다. 그런데 김청서는 왜 굳이 이런 영상을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보라고 했을까?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그저 엿먹어보라는 의도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청서가 그럴 사람은 아니지. ···계속 봐보자.’


이걸 계속 보고 있는 이유는 김청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가 괜한 이유로 이걸 보라고 하지 않았을거다.


‘······.’


그리고 강이훈은 곧 이유를 깨달았다. ···그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야, 아닐거야.’


하지만 그는 억지로 부정했다. 자세히 보니 그 레이드의 배경에는 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물들이 사람들을 꿰뚫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 그 움직임은 어느 움직임보다 유연하고, 자연스럽고, 자유로웠다.


‘······아니겠지.’


그 움직임은 분명한 용검술이다. 그건 용검술을 쓰는 그라서 잘 알수 있다. 그리고 그 용검술이 얼마나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명뿐이다.


‘···아니겠지. 레이드에 나오는 보스들은 100대 난제 던전의 보스들이라고 했는데, 스승님보다 용검술에 뛰어난 사람이 있는거겠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걸 본 이상 이 영상을 끝까지 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곧··· 영상에서 피구름이 조금 걷히고, 시체가 산처럼 쌓인 그 너머로, 레이드 보스의 모습이 보였다.


-······너희들은 너무나도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


탁.


“······.”


영상 속의 보스가 입을 연 순간, 강이훈은 힘이 빠져 팔을 내렸다. 더 이상 영상은 재생되지 않았고, 벽에 기대 영상을 보고 있었기에 그의 손은 벽에 맥없이 부딪혔다.


“······.”


그는 눈을 감았다. 방금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돈다.


‘···스승님.’


그 목소리, 게다가 검은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데다 검은 도포를 입은 그 모습, 그의 스승인 검성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가 어째서 레이드에 보스로 나온다는 말인가?


‘···해야할 일이 생겼다는게 이거였나?’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그렇다면 강해지면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은··· 찾아오라는 말이 아닌가? 자신이 있는 100대 난제 던전으로 찾아오라는 말이다.


‘······.’


그의 머리에 너무 많은, 그리고 하나같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 흘러들어왔고,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100대 난제 던전의 보스가 조력자 행세를 하며 밖으로 나돌아다녀도 되는건가? 도대체 나를 왜 가르친거지? 그리고 왜···.’


강이훈은 방금 영상에서 봤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건 도저히 그를 대하던 스승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왜 저 사람들을 다 죽인거지.’


일본의 레이드는 실패했다고 했다. 참가한 사람의 반 이상이 죽었고, 방금 강이훈도 그들의 고통과 절망과 공포를 들었다.


‘······.’


조금 이상한 면은 있었어도, 스승이 그렇게 사람을 죽일만큼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는 왜 그랬을까? 그 영상에 나온 사람이 그의 스승이 아닌걸까?


‘···아냐, 그럴 리는 없어. 그건 분명히 스승님이다.’


그렇게 생긴 인물, 게다가 용검술을 그렇게나 완벽하고도 아름답게 쓰는 사람이 또 있을 리가 없다. 그건 분명히 그의 스승이다. 부정을 해봤자 그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단지 현실 부정일 분이니까.


“스승님···.”


그에게 남은 감정은 절망, 절망이었다. 강이훈에게 스승은 단지 용검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그가 힘들어할 때, 3년 전,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난 뒤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100대 난제 던전의 보스라고.’


무언가 비밀이 많고, 조력자인 발키리도 계속 김청서의 곁에 남아있는데 같은 조력자라는 스승만 무언가 할 일이 있다며 떠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조력자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는거같네. 그래, 그랬구나.’


그랬다면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속인건 맞으나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거지 같은 상황이네.’


그렇다. 거지같았다. ···방금까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 기분이 좋았건만, 그 좋았던 기분이 싹 날아갔다.


“······.”


강이훈은 터벅터벅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떠들썩하고, 기쁨에 가득차있다.


“······.”


강이훈은 가까운 곳에 있는 술병을 하나 집었다. 그리고 바로 뚜껑을 따서 입에 부어넣었다. 그는 평생 이렇게 술을 병나발로 불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그걸 하게 되었다.


“···하.”


한 병으로는 부족하다. 강이훈은 또다시 옆에 있는 술병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연속으로 병나발을 부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강이훈씨?”


그리고 그가 나갈 때까지만해도 고기를 입에 넣기에 바빴던 차여진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조금 취한 듯이 보이는 나현우도 있었다.


“강이훈씨, 술은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


나현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강이훈을 쳐다보았지만, 그래도 강이훈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저 사람들도 스승님이 어떻게 밀어줘서 만난 사람이지.’


강이훈은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지금 그의 주변에 있는 것들 중에 스승이 해주지 않은게 얼마나 있던가, 용검술도 스승이 가르쳐준 것이고, 동료와의 만남도, 심지어 김청서와의 인연도 전부 그의 스승이 만들어주었다.


‘······부질없다.’


강이훈은 또 술병을 들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지금은 전부 잊고 싶었다.


“강이훈씨?”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강이훈은 외면하고 싶었다. 그는 세 개의 술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강이훈씨?”


“잠시만요.”


나현우와 차여진이 강이훈을 막으려고 했을 때, 김청서가 그들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은 잠시 놔두십시오.”


“뭔가 아시는게 있나보군요?”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이훈씨가 이야기를 하실 마음이 생기신다면요.”


“흐음···. 알겠습니다.”


강이훈은 저벅저벅 걸어 계단쪽으로 갔다. 그동안 그의 일행들은 그가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비틀대기는 했지만 그는 혼자서 나아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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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9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5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2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7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4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8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7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8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0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9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1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6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9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1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 096. 안하던 짓 22.12.12 2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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