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162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12.30 19:10
조회
236
추천
6
글자
12쪽

109. 삶의 목표

DUMMY

강이훈은 스승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차마 일어날 수 없었다.


“강이훈씨···!”


그 때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그들은 이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았고, 검룡이 사라진 덕분에 이제는 물방울에서 해방되어 강이훈을 향해 달려올 수 있었다.


“······.”


그러나 강이훈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최동필이 가장 먼저 그를 살폈다.


“다친 곳은 없냐, 이훈아! 괜찮아?!”


그는 호들갑을 떨며 강이훈을 살폈다. 강이훈은 불사자인데다가 초재생까지 갖췄다. 그러니 어딘가를 다친다고 해도 금방 치유가 된다. ···최동필은 오랫동안 그와 함께하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지.


“···괜찮습니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강이훈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 그 사람이 너에게는 중요한 사람이었지.”


“······.”


최동필의 말에 강이훈은 또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검성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사람이었다. 지난 3년간 만난 사람들 중에서···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기도 했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마지막에 스승이 그렇게 말했다. 다시 만날 수 있다···. 스승의 본체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했다.


‘······.’


그는 손목에 있는 단말기를 보았다. 이제 그에게는 ‘용검술 마스터’라는 칭호가 생겼고, SSS급 용검술 특성이 생겼다.


‘···SSS급은 모든 차원을 통틀어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등급이라고 했지.’


스승이 그런 말을 했던게 떠올랐다. 강이훈은 잠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자신이 SSS급을 가지고 있다는건, 그가 가장 강한 용검술 사용자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갑시다.”


“응?”


“예?”


갑자기 강이훈이 뜬금 없는 말을 하자 다른 사람들이 반문했다. 도대체 어디를 가자는 말인가? 어차피 이 던전은 마지막 보스가 죽었으니 곧 밖으로 쫓아내지듯이 나가야할거다.


-축하합니다! 100대 난제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 알림창이 떴다. 이제 곧 보상이 들어오면서 던전 밖으로 강제 전송 될 것이다.


이전에는 그들을 지탱하던 구름이 없어지면서 땅으로 떨어지며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화아악···!


“우왁···!”


꽝!


“···으악!”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몸이 붕뜨는 기분이 들더니, 곧 엉덩방아를 찧으며 땅에 떨어졌다.


“···나니?!”


“난노 코토···.”


그리고 주변에서 야쿠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야쿠자들은··· 자신들끼리 많이 싸운 탓인지 숫자가 많이 줄어있었다.


촤아아악···.


“···?!”


그리고 그때, 강이훈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에게 다시 그 투명한 물방울 같은 막이 쳐졌다.


“강이훈씨?!”


김청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소리치며 벽을 쳤다. 하지만 그 물방울은 부서지지 않았다.


“거기서 잠시 있으십시오.”


강이훈은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그래, 이제 용검술의 마스터는 그 자신이다. 그러니··· 스승이 할 수 있었던건 이제 강이훈 또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승님이 하지 못했던 일을, 내가 처리해야겠지.’


검룡이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 그걸 강이훈 자신이 해야만 했다.


“오이, 코라! 나니오···!”


야쿠자들은 섣불리 그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야 당연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인 일행이 지름길에 들어간 뒤 던전이 클리어가 되었으니 그들이 마지막 보스를 잡았다는 것이 된다.


게다가 눈 앞에 있는 저 한 명이 나머지 일행들을 다 가둬둔채로 앞에 서니 섣불리 나설 수 없는게 당연했다.


“후우···.”


강이훈은 한 손에 검을 들고 야쿠자들의 앞에 섰다.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 녀석들을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온다.


‘···빠르게 처리해야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스듬하게 선채로, 발을 까딱거리며 딱, 딱 땅을 두드렸다. 리듬에 맞춰 그렇게 두드리는 모습이 꽤나 경쾌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


다소 느긋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야쿠자들은 아직까지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딱, 딱, 딱, 딱, 딱···.


“···?!”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맑았던 하늘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야쿠자들은 당황한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딱, 딱···.


솨아아아아아아···.


“······!”


그리고 곧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냄새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의 비강에 들어온다. 그 감각에 야쿠자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에, 강이훈은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


가장 앞에 있는 녀석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나온다. 강이훈은 그걸 자신의 힘으로 삼았다. 뿜어져나오는 피는 곧 내리는 빗방울과 함께 강이훈의 검 주변에 모였다.


“전부 죽어라···!”


강이훈은 바닥을 기듯이 움직였다. 적의 숫자는 약 100명···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야쿠자들도 그의 표적이었다.


“너희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강이훈은 가로로 길게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 끝에서 붉은 용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붉은 용은 야쿠자들을 흝고 지나갔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야쿠자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 피는 강이훈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스으윽···.


그때 검은 안개가 나타났다. 강이훈의 주변에 나타난 그 검은 안개는 그를 삼켜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휘익···!


강이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공중에서 피로 발판을 만들어 빠르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는 공중에서 눈을 부릅떴다.


‘어디있나···!’


강이훈은 검은 안개를 다루는 녀석을 찾기위해 열심히 살폈다. 그 녀석은 가장 먼저 죽여야할 놈 중 하나다. 가만히 놔뒀다가는 그 녀석이 중요한 인물들을 데리고 사라질지도 모르고, 그 녀석의 능력이야말로 나쁜 짓에 쓰기 딱 좋은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납치하지 못하게 해주지···!’


놔뒀다가는 어느 나라에 또 정착을 해, 사람들을 납치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


강이훈은 어느 한 곳을 보더니 빠르게 내려갔다. 발판을 거꾸로 밟으며 박차를 가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코노···!”


그 녀석은 야쿠자들의 보스와 함께 있었다. 두 녀석을 한번에 잡을 기회다. 처음에는 검은 안개에 잡아먹혀 그 녀석을 죽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자신이 있다.


“전부 베어주마!”


강이훈은 그들의 앞에 착지했다. 그리고 몸을 숙인채로 돌진했다.


“······!”


검은 안개를 다루는 녀석이 무어라 소리치며 검은 안개를 앞에 펼쳤다. 하지만···.


“그딴 잔재주는 이제 나에게 먹히지 않는다!”


이 검은 안개를 파훼하기 위해 비를 뿌렸다. 안개에는 안개로 맞서야한다. 조금 전부터 내린 비는 그들의 주변에 비안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건 곧···.


촤아아아악!


안개도 결국 수분이다. 강이훈이 조절할 수 있다. 검은 안개를 다루는 그 녀석의 주변에서 일렁이던 안개는 빠르게 뭉쳐 칼날을 만들었다.


파바바바박···!


“커헉···!”


작은 칼날들이 단번에 그 녀석을 꿰뚫었다. 작은 칼날들이었으나 그 녀석을 무력화시키는데에는 충분했다.


그 녀석은 방어력에 그렇게 많이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인지(능력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속수무책으로 물로 만들어진 작은 칼날들에 꿰뚫려 주저앉았다.


“나, 나니···?!”


순식간에 자신이 가장 아끼고, 가장 유능하다고 생각한 부하가 쓰러지자 야쿠자의 보스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도 곧 끝이 나게 될거다.


“전부 죽여준다고 했지?!”


강이훈의 검의 주변에 핏방울과 빗방울이 모여들어 소용돌이쳤다. 이 소용돌이는 곧···.


“죽어라···!”


강이훈은 그대로 승천을 썼다.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는 그 검격과 함께 핏방울들이 솟구쳐올라, 승천하는 용의 모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핏방울들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자들은··· 죽음을 맞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


“···헉, 허억···.”


강이훈은 피바다 속에서 검을 들고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주변에 남은 야쿠자들은 잔챙이들뿐이다.


사실 그가 지금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검은 안개를 부리는 녀석은 죽여둬야하는게 맞았지만, 다른 야쿠자들을 이렇게 죽일 이유는 없었고, 더군다나 동료들을 가둬둔채로 홀로 싸울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후우···.”


그의 이 행동은 그저··· 단순한 화풀이에 지나지 않았다. 힘이 생겼으니, 거슬리는 녀석들을 전부 다 죽이자. ···그것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게 끔찍하긴 하네.’


강이훈 또한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다는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힘이 생겼으니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지금 이 행동이 스승님이 했던 일과 뭐가 다르지?’


강이훈은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검성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고, 강이훈은 야쿠자들을 죽인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둘 다··· 감정적으로 행동했다는건 같다.


‘······다음번에는 이러지말자.’


끔찍한 후회가 몰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이훈!”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최동필의 목소리였다. 강이훈이 검은 안개를 쓰는 녀석과 야쿠자들의 보스를 죽인 뒤에 긴장이 풀린건지 일행들을 감싸고 있던 물방울을 없앤 모양이었다.


“코노 야로!”


그리고 야쿠자들은 그들을 잡아 인질로 삼을 생각이었는지 일행들에게 덤벼들었다.


“정말 웃기는 놈들이군, 우리는 그렇게 만만해보이냐?!”


하지만 그 야쿠자들은 강이훈의 일행 또한 강하다는걸 간과하고 있었다. 차여진이 가장 먼저 앞서나가 야쿠자들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며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휘이이이익···!


그리고 최동필의 화살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야쿠자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강이훈은 자리에 우뚝 서서 동료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이훈씨.”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 김청서가 조용히 나타나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혼자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저희에게 맡기시지요.”


“···예.”


김청서의 눈에도 강이훈이 많이 힘겨워보였다. 100대 난제에서부터 그와 오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스승을 제 손으로 쓰러트리고 나서는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


강이훈의 눈은 이제 조금 공허해보였다. 모든걸 끝내버린 눈이었다. 그의 목표는 전부 달성 되었다. 이제 그는 목표가 없다. 그의 스승은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뭐니 했지만 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강이훈씨에게는 아직 저희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김청서의 말에 강이훈은 약간 반발심이 들었다. 그래, 그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무엇을 보면서 살아야한다는 말인가?


“살다 보면 또 목표가 생길겁니다. 강이훈씨. 너무 허망하게 있지맙시다. 허무에 잠식되지도 말구요.”


“···김청서씨도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저희와 함께하려고 하셨던거군요.”


강이훈은 이제 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100대 난제를 깨는 그 일은, 강이훈이 스승을 다시 만나겠다는 것과 똑같이 김청서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였을 것이다. 그걸 잃었으니, 다시 목표를 찾기 위해서 모험을 하고 싶었던 거겠지.


“예.”


김청서는 그걸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당장의 목표는 있지만요.”


“당장의 목표요?”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강이훈씨가 방금 순간이동 능력자를 죽였으니, 방법을 찾아봐야죠.”


“아······.”


큰 목표를 잃어버린 강이훈에게, 작은 목표가 생겼다.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그는 이런 작은 목표라고 해도 붙잡아야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 안내 22.09.13 340 0 -
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9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1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7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5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3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8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0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5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7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3 6 12쪽
» 109. 삶의 목표 22.12.30 237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5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6 6 13쪽
106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49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59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7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0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6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4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69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7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79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4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4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