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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녹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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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슨녹
작품등록일 :
2022.08.13 19:28
최근연재일 :
2023.01.20 19:10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59,331
추천수 :
1,086
글자수 :
695,443

작성
22.12.26 19:10
조회
250
추천
6
글자
13쪽

106. 제자와 제자

DUMMY

“커헉···!”


강이훈은 피를 토했다.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제 곧 상처가 회복되겠지만, 입 안에 남은 비릿한 맛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손목에 있는 단말기가 빛났다. 죽을 때 마다 항상 이렇게 되었다. 강이훈은 곧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훈아···!”


“······.”


최동필이 놀라서 다가가려고 했지만 차여진이 그를 막았다. 그는 강이훈이 죽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것이다.


“···곧 살아날 테니 걱정마십시오.”


강이훈의 바로 뒤에서 그가 맞지 못한 칼날을 막아내던 김청서가 말했다.


“그게 무슨···!”


최동필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왜 이 사람들은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나도 이리도 평온하다는 말인가?


“후우···.”


그리고 곧, 강이훈이 다시 일어났다. 몸이 피투성이이긴 했으나 상처는 전부 나은 그 모습으로, 아주 멀쩡하게.


‘머리도 맑아진거같네.’


피가 빠진 덕분인지 머리가 한껏 더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강이훈은 일어나 검을 제대로 쥐었다.


“이훈아!”


“사장님,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강이훈은 최동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최동필은 믿을 수 없는걸 본 사람처럼 횡설수설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강이훈씨는 불사자입니다. 죽지 않죠.”


“······?”


“특성입니다.”


“아···.”


특성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최동필은 모든걸 이해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3년동안 이어진 이 세계에서 특성이라는건 이미 생활이 되어 모든 일에 설득력을 주었다.


“······너도 멀쩡하지는 못할텐데.”


강이훈은 눈 앞에 있는 적을 보면서 말했다. 그의 눈에는 그 녀석이 벌써 데미지를 많이 입은 것이 보였다. 여기저기 구멍이 나지는 않았지만 피가 나오고 있기는 했다.


“너도 검성의 제자냐?”


강이훈은 검을 치켜들고 눈 앞에 보이는 몬스터에게 말했다. 그 몬스터의 뱀 같은 머리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


‘말을 못하는건지, 아니면 과묵한건지···.’


강이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던전의 보스들은 말도 막 하고 그러던데, 왜 이 녀석은 말을 못하지? 설마 저 녀석은 한국어를 못하고 일본어만 할줄 아는건가? 그런 하찮은 생각마저 들었다.


채앵, 그 몬스터 또한 강이훈과 비슷하게 검을 치켜들었다.


“그래, 말이 아니라 검으로 대화하자는거지.”


강이훈은 주변에 있는 물과, 그의 몸에서 나온 피를 검 주변에 모았다. 모인 물들과 핏방울들은 그의 검 주변에서 흉흉하게 소용돌이 쳤다.


“······.”


휘이이잉···.


그리고 주변에 있던 물을 모은건 강이훈 뿐만이 아니라, 눈 앞에 있는 뱀머리를 가진 몬스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디한번 해보자고!”


강이훈은 몸을 숙인채, 자신의 사형(師兄)일지도 모르는 자를 향해 달려갔다.


채애앵···! 휘이이이잉!


검과 검이 부딪힌다. 그 검에 모인 물과 핏방울의 폭풍이 주변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크윽···!”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개입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게 용검술과 용검술의 싸움이겠지.


“···쏠 수 있을까?”


나현우가 저격총을 들고 생각에 빠졌다. 쏠 수가 있나? 지금 강이훈과 몬스터는 뒤엉켜있는 상태다. 그마저도 둘이 엄청난 싸움을 하고 있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게다가 주변에 있는 물방울과 핏방울의 폭풍탓에 둘을 제대로 식별할수조차 없다.


‘강이훈씨가 맞으면 안되니까···.’


아군이니 데미지가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충격은 갈 것이다. 저런 대치 상황에서 그런 충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으음···.”


차여진은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었다. 하다못해 강이훈에게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저기에 끼었다가는 그녀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버릴 것같았다.


‘···지금 싸움도 이렇게 느낄 정도인데, 강이훈씨가 스승님과 싸우게 되면? 우리가 끼어들 수가 있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채로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가? 이걸 그만의 싸움으로 놔둬야하는가? 그렇다면 여기까지 온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 있지?


“···하아.”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름대로 강해졌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멀었다.


“······.”


김청서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틈이 생긴다면 금방이라도 창을 던지거나, 아예 달려들어 찔러넣겠지만 저 둘 사이에는 그럴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까.’


안타까웠지만, 김청서는 틈이 생길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으아아!”


강이훈은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검의 길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방이 펼칠 검이 어디로 올지도 보였다.


채앵! 챙!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싸움이 끝이 나지 않았다.


‘왼쪽···!’


왼쪽에서 그의 어깨를 베려고 하는 공격을 강이훈이 빠르게 막아냈다. 그리고 강이훈은 그 검격을 흘리고 빠르게 반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공격조차 몬스터가 막아냈다. 그런 식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챙! 채앵! 챙···!


강이훈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친다면 그 틈을 타서 눈 앞에 있는 몬스터가 매서운 공격을 할게 분명하니까.


‘···이건 저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눈 앞에 있는 이 표정을 모를 몬스터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그것만이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빠지지직···.


“······!”


그 몬스터의 검에서 파열음이 들렸고, 그게 신경쓰인 몬스터는 순간 집중력이 풀려 손에 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다···!’


그리고 강이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핏방울을 칼날로 만들어 바로 공격했다.


“······!”


몬스터는 입을 쩌억 벌리며 제대로 된 소리도 내지 못하며 괴로워했다. 꽤 오랫동안 지속 되었던 대치상황이 끝이 났다.


“끝이다···!”


강이훈은 검을 아래로 들었다. 이대로··· 그의 마지막 검식인 승천으로 끝을 낼 생각이었다. 그 녀석이 움직이지 못할 때 얼른 끝내야만했다.


하지만···.


피잉!


“······!”


“···어?”


어디에선가 무언가가 날아와 강이훈의 목을 뚫고 지나갔다. 목을 뚫고 지나갔으니··· 당연히 이건 즉사다.


눈 앞에 있는 몬스터도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건 이 녀석이 한 짓이 아닌게 분명했다.


“이훈아···!”


“강이훈씨?!”


뒤에 있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왔다. 이제 대치 상황이 끝났으니, 그래··· 그렇게 다가올 법도 했다. 하지만··· 그가 불사자인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다급하게 다가올 이유가 있나?


‘도대체 무슨 일이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그는 앞으로 쓰러지면서 제대로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다른 누군가가 공격을 하기라도 한건가? 그렇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제자야.”


강이훈이 쓰러지기 직전에, 정말이지 그리웠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분명히···.


“내가 늦었구나, 제자야. 내가 미리 와서 반겨줬어야했는데··· 네가 너무 일찍와서 말이지.”


그의 스승인 검성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강이훈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의식을 잃었다.


“이거 참···. 제자가 동료들을 꽤나 많이 데려왔구나. 허허. 저 녀석이 참··· 전에는 사람은 못 믿겠다고 가시를 세우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야.”


검은 도포 차림에 검은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이가 나타났다. 그를 만난적이 있는 김청서는 물론이고,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봤을 차여진과 나현우, 그리고 이야기만 전해들은 최동필까지도, 그가 강이훈의 스승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


“김청서, 너도 참 오랜만이군, 그래.”


“······.”


오랜만에 만났지만, 김청서는 그를 경계하며 전투 태세를 풀지 않았다. 그 때는··· 검성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 그의 신분은 검성이 아닌 검룡이다. 강이훈의 스승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적으로서 이 던전에 서있다.


“하하, 긴장하지 마, 김청서. 나는 너희들을 해칠 생각이 없어. 너희들은··· 아마도 살아서 이 던전 밖으로 나갈거야.”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자결이라도 할건가?”


김청서가 창을 내리지 않고 말했다. 그들이 나가려면 검룡이 쓰러져야만 했다.


“농담이라기에는 살벌하구만, 김청서···. 그럴 일은 없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한 소리지?”


“흐으음···.”


검룡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은 자신의 제자를 슬쩍 보았다. 아직까지 의식이 없는 듯했다.


“나는 너희에게 관심이 없어.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직 나의 제자다.”


“그게 무슨···!”


“나현우와 차여진··· 너희도 꽤나 성장했구나. 그래··· 나의 제자와 함께 다니니 그 정도는 해야지.”


“말 돌리지 말고 싸우던가···!”


차여진은 더 이상 참지않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검룡의 손에 빨아들여지듯이 잡히고 말았다. 검룡은 그녀의 목을 붙잡았다.


“여진아···!”


타앙!


대기하고 있던 나현우가 총을 쏘았다. 하지만 검룡이 차여진을 붙잡은 손이 아닌 반대쪽 손의 손가락을 휘두르자 그 탄환은 반으로 쪼개져 흩어졌다.


“그래, 너희들이 내 제자를 아끼는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지금은 기다리고 있거라.”


검룡은 그렇게 말한 뒤 차여진을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던져버렸다.


“크으윽···!”


“거기서 기다리거라. 자, 일단 무대를 바꿔야겠지.”


딱!


검룡이 손가락을 튕기니 딱하는 소리와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변했다. 분명히 어느 동굴 속이었는데, 새파란 하늘이 보이고, 폭포와 함께 넓은 땅이 펼쳐졌다.


솨아아아아아아···.


“끄으윽···!”


강이훈은 의식을 되찾았다. 이제야 머리가 빙빙 돌아갔다. 스승이 나타났다. 스승이 나타나서는 그와 몬스터를 한번에 죽였다.


“···스승님.”


“깨어났구나, 제자야.”


그가 일어나자 그의 스승이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강이훈은 자신의 스승이 눈 앞에 있는 것조차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있던 환경이 완전히 변했다. 푸른 하늘에, 뒤로 보이는 폭포. 이게 꿈인 것만 같았다.


“이훈아!”


“강이훈씨!”


하지만 뒤에서 들리는 최동필의 목소리와, 김청서의 목소리가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꿈이었다면 그들이 없었을 테니까.


“강이훈씨···!”


또다시 차여진이 달려나오려했고, 김청서 또한 그를 향해 날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너희들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흐음···.”


검룡은 한 손에는 차여진, 한 손에는 김청서를 붙잡았고, 그리고 다시 그 두 사람을 던져버렸다.


“안되겠군. 너희들은 어디에 가둬놔야겠어.”


그리고는 물을 끌어오더니 사람들을 전부 한 곳에 밀어넣었다.


“······!”


강이훈이 저지하려고 했지만, 그의 힘으로는 스승의 지배력을 막을 수 없다.


“이거 놓지 못하냐?!”


“얌전히 있으면 될텐데, 반항하지 말거라.”


그리고는 거대한 물방울로 그들을 가두었다. 마치··· 처음 갔던 난제던전에서 이무기가 사람들을 가두었던 것처럼, 그들을 가두었다. 그것보다는 기술이 뛰어난지 그 물방울은 사람들을 다치게하지 않았고, 불투명하지 않고 투명했고, 단지 바깥과 안쪽 공간을 분리할 뿐이었다. 거대한 비눗방울 같았다.


“······! ···!”


차여진이 무어라 욕을 하며 투명한 벽을 치고 있는 듯했지만 차여진의 주먹은 그 벽을 뚫지 못했다.


“거기에서 얌전히 구경이나 하고 있거라.”


“···저와 싸우고 싶으신 겁니까?”


강이훈은 손을 털고 있는 자신의 스승에게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씨익 웃었다.


“흐음···. 뭐.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나는 일단··· 너와 싸우기보다는···.”


촤악!


검룡이 팔을 휘둘렀고, 강이훈의 시야가 기울어졌다. 그는 잠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툭···.


하지만 곧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나는 일단··· 너의 벽을 깨트려주고 싶구나.”


강이훈이 인식한 마지막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그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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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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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 죽지 않는 헌터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完) 23.01.20 299 5 13쪽
123 123. 최후의 싸움 23.01.19 232 5 13쪽
122 122. 동료를 믿으며 23.01.17 216 5 13쪽
121 121. 끔찍한 악몽 23.01.16 225 5 12쪽
120 120. 동료의 신뢰 23.01.14 225 5 12쪽
119 119. 아비규환의 전장 23.01.13 217 6 12쪽
118 118. 최종 난제, 입성 23.01.12 219 5 12쪽
117 117. 최종 난제 23.01.10 238 5 12쪽
116 116. 실전 훈련 23.01.09 226 5 12쪽
115 115. 항상 그래왔듯이 23.01.07 224 4 12쪽
114 114. 쌓아왔던 노력 23.01.06 229 6 12쪽
113 113. 바다의 지배자 23.01.05 242 5 12쪽
112 112. 바다 밑에서 23.01.03 236 4 12쪽
111 111. 헛된 바람 23.01.02 238 6 12쪽
110 110. 돌아가는 길 22.12.31 244 6 12쪽
109 109. 삶의 목표 22.12.30 238 6 12쪽
108 108. 두려움을 모르는 자 22.12.29 247 6 13쪽
107 107. 스승과 제자 22.12.27 247 6 13쪽
» 106. 제자와 제자 22.12.26 251 6 13쪽
105 105. 일이 꼬였을 때 길이 보인다 22.12.24 260 6 12쪽
104 104. 입장 22.12.23 248 6 12쪽
103 103. 정말로 고마운 사람 22.12.22 261 6 12쪽
102 102. 감옥 22.12.20 267 6 12쪽
101 101. 여행 한번 가자 22.12.19 265 6 12쪽
100 100. 달려나갈 뿐 22.12.17 270 6 12쪽
99 099. 성장 속도 22.12.16 278 6 12쪽
98 098. 배신의 뒷맛 22.12.15 280 6 12쪽
97 097. 지긋지긋한 숙취 22.12.13 276 6 12쪽
96 096. 안하던 짓 22.12.12 28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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