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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908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10.03 14:12
조회
316
추천
8
글자
10쪽

#9 시작과 끝. - 4

DUMMY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까?

꿈처럼 정신이 멍했다.

굉음때문인지 귀가 안 들린다. 머리 한쪽이 날아간 듯 감각이 없다.

희뿌연 연기가 온통 시야를 가리고 뭔가 타는 냄새와 함께 희미한 시야에 온통 박살난 집기들과 벽 그리고 시멘트 덩어리들이 보였다. 손을 더듬어보니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만져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 까?

시간이... 급했다.

정신을 차려야한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엉금엉금 앞을 향해 기어갔다.

얼마쯤 갔을 까?

얼굴에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얼굴을 들어보니 뻥 뚫린 건물 벽과 한쪽으로 무너져내린 건물 내부 그리고 겨우 철근을 내보이는 기둥들이 보였다.

“수란아!”

외쳐 찾고 싶었지만 힘이 너무 들어 겨우 말을 입밖으로 내 보낼 뿐이었다. 그는 지쳐 눈을 감고 드러누웠다. 너무 힘들었다. 이대로 쉬고 싶었다.

정신이 점차 흐릿해졌다.

그때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돌아보니 그녀였다. 그 옆에 장대풍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정신차려. 효범씨. 정신차리라고.”

그녀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울부짖었다.


이대로 생이 끝난다면 한이 남아 있을 까?

아주 짧은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인영이 보였다 어디선가 들어선 빛이 그 인영을 밝혔다.

아주 작은 아이였다.

머리를 양갈래 딴 대여섯살 정도 되 보이는 소녀.

“아바이.”

아이가 해맑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바이. 일어나시라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요.”

아이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아이의 입가에 난 작은 점이 입모양에 따라 움직였다. 그 모습이 귀엽다. 아이가 장난스럽게 그의 코를 움켜쥐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캐한 공기 때문에 목이 막히고 따갑다. 온 몸이 얻어맞은 듯 욱씬거렸다.

이효범은 눈을 뜨고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해댔다. 이어 부리나케 주머니속을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건물이 이런 손상을 입었다면 방해전파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을 수도 있지 않을 까. 다행히 핸드폰의 통화가능 막대가 몇 개 서 있었다.

그는 서둘러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김성철은 폭탄이 터지고 건물 한쪽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생각보다 폭탄의 위력이 대단했다.

건물 뒤쪽 벽이 다 날라가고 한쪽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재빨리 무너져 내린 건물 안으로 뛰어 들었다. 건물의 추가 붕괴가 예상됐지만 목적을 위해서 언제든지 목숨 정도는 버릴 수 있었다. 두려운 건 맡겨진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시멘트 덩어리들과 부서져 내린 건물 벽들 그리고 집기들.

진로를 방해하는 돌출물들이 많아 전진이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폭발로 숨을 거둔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목소리는 남자였다. 목소리를 따라 들어가보니 용병 하나가 무너져내린 벽에 깔려 겨우 얼굴만 내밀고 고래고래 소지를 지르고 있었다.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눈은 곧 정신을 잃을 듯 초점이 희미했다.

“살려줘.”

다가온 그를 발견하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신경철. 리혜옥 어딨나?”

“살려줘.”

“신경철. 리혜옥 어딨나?”

“살려달란 말이야. 이 개새끼야!”

사내가 악다구니처럼 소리를 쳤다.

대답을 온전히 할 상태가 아니었다. 할 수 없다는 듯 그는 자동소총으로 사내의 머리를 갈겼다. 머리가 날아가고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김성철은 다시 움직였다.

지원 용병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찾아야한다.

신경철과 리혜옥 그리고 이효범.

뿌연 시야 저편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세 사람은 겨우 계단을 찾았다.

그녀와 장대풍을 부축하여 계단 근처까지 왔다. 계단은 여기저기 폭발로 부서져 있었고 제대로 탈출할 수 있을 지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었기에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이효범은 우선 리혜옥을 찾아야 했다. 백신이 필요했다. 총상을 입은 장대풍은 피를 많이 흘린 탓에 거의 실신 직전이었다.

두 사람 먼저 탈출하는 것이 맞았다.

“형님과 먼저 빠져나가.”

“자기는?”

“난 할 일이 있어. 어서...빨리 빠져나가. 제발 부탁이야.”

그는 장대풍을 그녀에게 맡기고 다시 가던 길을 되돌려 내부로 들어섰다.

리혜옥을 만났던 방이 있던 방향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를 조금 걸어갔을 즈음 이미터 정도 앞에서 비틀거리며 용병 한사람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신경철과 같이 있던 용병이었다. 근처에 신경철이 있을 수 있다. 사내가 그를 발견하고 흠짓 놀라는 얼굴이었다. 사내가 권총을 뽑으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효범은 태클을 걸듯 사내를 향해 황소처럼 돌진했다.

있는 힘을 다해 들이받고 두 사람은 벽에 부딪쳤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는 벽에 뒷머리를 부딛쳤고 곧 정신을 잃었다. 정신잃은 그를 향해 이효범은 정신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겨우 기절한 것을 확인한 그는 사내의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 손에 들었다. 안전장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난 이효범이다.”


복도를 다시 걸어나갔다.

몇미터 앞에서 방을 나서는 신경철과 용병 두명 그리고 리혜옥과 그녀를 부축한 용병이 보였다. 그들을 발견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했다.

이 지랄같은 상황의 끝이 오려나.

그들도 이효범을 보고 두 명의 용병이 앞으로 나서며 총을 뽑았다. 이효범 또한 권총을 들어 발사했다. 하지만 탄환은 명중되지 않고 허공으로 도망갔다.

신속한 사격에 놀란 두명의 용병이 그를 향해 응사했다. 이효범은 연달아 다시 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다시 빗나갔다. 용병 또한 다시 총을 발사했다.

생각보다 권총의 명중률은 떨어진다.

그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뛰어나가며 연달아 그들을 향해 총을 격발했다. 두 명 중 한 명이 상체를 휘청이며 쓰러졌다. 남은 한 명이 미친듯이 그를 향해 연달아 사격했다. 그 중 한 발이 이효범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효범은 손가락을 미친듯이 당겼다. 사내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부서진 사무실 벽을 넘어 신경철의 얼굴이 나타났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이효범은 그의 얼굴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소리쳤다.

“무인기 중지시켜!”

“아 씨발. 이사장. 이거 의외인데.”

신경철이 능글거리며 한발 나섰다.

그의 누런 눈이 이효범의 전신을 재빠르게 훑었다. 가슴에 찬 권총을 빼낼 타이밍을 찾는 듯 했다.

“무인기 중지시키란 말이야!”

다시 한번 이효범은 소리쳤다.

“내 손에서 이미 떠났다. 이런... 지금 중지할 방법이 없어.”

사람을 놀리듯 신경철이 이죽거렸다.

“그럼 너부터 죽는다.”

철컥.철컥.

신경철을 향해 신속하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격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탄환이 없었다.

신경철이 그런 그를 보며 험한 얼굴로 다가와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턱을 강타했고 이효범은 쓰러졌다. 정신이 아찔했다. 이어 그의 배를 신경철이 걷어찼다.

“너 오늘 좀 맞자.”

다시 배를 걷어찼다. 이효범은 몸을 굴려 신경철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피를 머금은 입을 벌려 다리를 물었다.

윽! 신경철이 비명을 지르며 다리에 붙은 그를 떼내려했지만 그는 필사적이었다.

신경철이 안되겠다는 듯 이효범의 뒷덜미를 잡았다.

“일어나. 이 새끼야. 너 같은 새끼 때문에 통일이 안 되는 거야.”

일으켜 세운 후 신경철은 그의 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턱을 얻어맞았지만 이효범은 신경철의 군복 상의를 잡고 놓치 않았다. 그 덕에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신경철이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 던지듯 부서진 사무실 너머로 엄청난 힘으로 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의를 잡은 탓에 두 사람은 한꺼번에 무너져내린 벽들 사이로 굴렀다.

구르다 멈추자 이효범은 주변을 더듬어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신경철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신경철은 개의치않고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효범은 엉켜붙은 상태에서 다리를 뻗어 그의 배를 걷어찼다.

누운 상태에서 두 사람은 주먹과 다리를 뻗어 정신없이 치고 받았다.

이효범은 신경철보다 덩치가 작았고 두 사람의 거리또한 가까웠기에 큰 동작의 움직임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신경철쪽이 이효범의 잔 펀치에 얼굴이 서서히 피투성이가 되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는 승산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 신경철이 일어서려 한쪽 손을 바닥에 짚었다.

그 틈에 신경철이 공격이 끊기자 이효범이 이를 악물고 신경철의 얼굴을 향해 머리를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비명이 터졌다.

신경철이 뒤로 넘어지며 그를 향해 발을 뻗었다. 가슴에 격렬한 통증과 함께 이효범 또한 뒤로 밀려나 뒤로 굴렀다.

탕!

한창 치고 받던 와중에 신경철이 어느 틈에 총을 꺼내 그를 향해 한 발 발사했다. 하지만 탄환은 그를 지나쳐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야!

이효범이 웅크리듯 일어나 신경철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엉켰다.

이효범은 권총을 든 팔을 잡고 몸을 돌려 김성철의 상체를 뒤에서 잡았다. 다리를 올려 머리를 넘기고 총을 든 팔을 두 손으로 잡아 당겼다.

삼각형! 삼각형!

그는 처절하게 자신에게 외쳤다.

오른쪽 다리로 목을 조르며 왼쪽다리로 잠갔다. 그리고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어 완성된 삼각형 안에서 목을 졸랐다.

트라이앵클쵸크!

신경철이 버둥거렸다. 이를 앙다물고 이효범은 힘을 놓지 않았다.

신경철이 총을 버리고 다리를 풀려고 손을 가져갔지만 이효범은 죽을 힘을 다해 목을 눌렀다. 손을 푼다면 자신은 죽는다. 절대로 손을 놓을 수 없다.

잠시 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신경철의 몸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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