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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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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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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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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9쪽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2

DUMMY

밖은 이미 낮이 저물었고 백화점 일층 원형 로비에는 어림잡아 삼십여명에 달하는 인질들이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린 채 모여 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인질들과 백화점 공사 중이었던 인부들 그리고 백화점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예상치못한 이 상황에 적응이 안되는 탓에 멍한 표정으로 한껏 겁에 질린 모습들이었다. 이효범은 인질들이 모여있는 자리 옆 계단에 두명의 수하들과 함께 서 있었다.

이효범은 슬쩍슬쩍 눈을 돌려 그들을 살폈다.

신경철의 수하들은 대다수가 동양계였지만 걔중에는 백인이나 흑인도 보였다. 모두 검정 얼룩무늬 전투복 자림으로 검정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식별할 수는 없었다. 제각기 리시버를 귀에 달고 어디론가부터 지시를 받는 듯 보였다.

드르륵! 드륵!

한동안 자동소총을 밖으로 난사하던 그들은 마치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제각기 맡은 일에 분주했다.

어디로 사라졌는 지 신경철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불을 켜기 시작했다.

조명이 차례대로 켜져 대낮같이 환해지자 몇 명의 사내들이 인질들 앞으로 걸어가 섰다.

“팬티만 남기고 다 벗는다. 삼분 준다.”

인질들 앞에서 선 땅딸막한 덩치가 영어로 소리치자 통역이 중국말로 외쳤다.

여기저기 짧은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덩치가 자동소총 머리로 앞에 앉아 소리치던 젊은 백화점 직원의 얼굴을 내리쳤다. 피가 튀고 뒤이어 사정없이 린치가 가해졌다.

탕!

뒤에 서 있던 동양인 얼룩무늬가 망설임없이 권총을 들어 사내의 가슴팍에 총을 쐈다. 순식간에 웅성거림이 공포에 짓눌린 침묵으로 바꿨다.

덩치 뒤에 선 수하들이 총을 인질들에게 겨누었다.

당장이라도 인명을 살상할 태세였다.

“다시 말 안한다. 벗어. 이 새끼들아.”

인질들이 아무 소리없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두 명의 수하들이 대형카트에 수북히 쌓은 검정얼룩무늬 전투복을 끌고 왔다. 그런 후 옷을 다 벗은 인질들 한명씩 수색을 한 후 전투복을 입게 했다.

전투복을 입은 인질들은 다시 플라스틱 타이로 결박한 채 끌려갔다. 한 명의 젊은 남자가 로비 정문 옆 창문 앞으로 끌려가 섰다.

인간방패가 분명했다.

치밀한 계획의 일부가 분명했다.

“갑시다.”

지시를 받은 듯 자동소총 끝으로 이효범을 툭 치며 옆에 서 있던 꺽다리 검정마스크가 재촉했다.

그들을 따라 로비를 가로질러 백화점 관리부 사무실인듯한 곳으로 걸어가 들어갔다. 넓은 사무실안은 온통 책상과 집기들로 일반 사무실과 동일했다.

몇 명의 남자들이 통신장비를 한쪽 구석 책상위에 올려놓고 뭔가를 계속 작업하고 있었다. 보기에 통신을 감청하는 듯 싶었다. 사무실을 관통하여 걸어가자 뒤쪽에 별도의 작은 사무실이 나타났다.

문을 열자 신경철과 두명의 남자가 뭔가를 숙의하고 있었다. 들어서는 이효범을 봤지만 신경철은 뭔가에 열중한 얼굴이었다. 그가 손짓하자 두 명 중 보잉선글라스을 낀 남자가 이효범에게 걸어왔다.

“다 벗어. 팬티까지.”

보잉선글라스가 이효범의 정강이를 툭툭 걷어차며 말했다.

이효범은 속절없이 옷을 다 벗었다.

추워서 국부를 두 손으로 가린 채 오덜오덜 떨었다.

옷과 소지품을 조사하던 남자가 핸드폰을 군화발로 사정없이 짓이겼다. 이어 손짓하자 수하인듯한 사내가 직사각형 전자기기를 가지고 그의 몸에 대고 피부를 훑기 시작했다. 복부쪽에 이르자 전자음이 삑삑 울렸다.

진수위로부터 받은 위치 추적 앰플이 그들에게 걸렸다.

예상했다는 듯 보잉선글라스가 비웃음을 던지며 이효범의 배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이효범은 배를 움켜잡으며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뒹굴었다.

“대령님. 이 새끼 뱃속에 뭘 심었는 데 말입니다. 갈라볼까요?”

사내들의 린치가 계속됐다.

보잉선글라스가 권총을 뽑아 그의 머리에 가져다댔다. 차가운 금속이 머리에 닿자 소름이 확 돋았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토해.”


김성철은 백화점 앞 사거리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멈췄다. 이효범이 탄 시내버스가 백화점 앞에서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백화점를 바로 볼 수 있는 인근 호텔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중국 공안은 허둥대고 있었다.

급하게 통행을 막고 백화점 인근 부근을 통제하려 하고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과 차량들이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드르륵. 드륵.

자동소총 소리가 백화점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아수라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차량과 사람들이 백화점 인근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중국 공안 특경 장갑차가 백화점 정문쪽으로 천천히 전진해 접근했다. 십여미터를 앞두고 짧은 폭음과 함께 백화점 이층에서 휴대용 로켓포에서 로켓이 발사되어 장갑차 운전석 옆면을 강타했다.

꽝!

요란한 폭음과 함께 섬광이 치솟고 장갑차가 전복됐다.

검은 연기와 함께 장갑차 안에서 몇 명의 특경대원들이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이어 백화점 앞 시내버스 부근에서 그들을 향해 자동소총이 불을 뿜었다.

겨우 살아남은 특경대원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금주시 공안국으로서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김성철은 눈을 되돌려 백화점을 주시했다.

인질을 확보하고 있는 신경철과 그의 수하들, 그리고 인질은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목적을 위해 침투해야했다.

침투로를 확보하기 위해 면밀하게 주시하던 그의 눈에 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개보수 구조물이 보였다. 백화점 부속 건물인듯한 건물 옥상과 연결된 구름다리와 같은 철근 구조물을 확인하자 그는 몸을 움직였다.

중국 공안이나 신경철 쪽에서 대비를 하기 전에 신속하게 침투할 생각이었다.


건물을 빠져나온 그는 한블럭을 매우 빠르게 지나쳐 백화점 부속 건물로 향했다. 건물 앞에 도달하자 건물 외벽을 타기 시작했다. 이어 재빠르게 옥상으로 올라간 그는 주변을 살피며 마치 고양이처럼 철근 구조물을 타고 날렵하게 백화점 옥상으로 진입했다.


삐거덕.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철근구조물의 바닥은 목재합판이었기에 걸음을 옮길때마다 마치 나무조각을 밟은 소리가 났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던 그의 눈에 백화점 옥상 진입 근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선이 보였다.

정강이 부근 정도의 높이에 설치된 부비트랩 케이블이었다.

팽팽하게 이어진 케이블 양쪽에는 분명 폭약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었다. 김성철은 천천히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넘어갔다.

옥상에 진입하자마자 그는 옥상의 출입구가 아닌 건물 외벽의 파이프를 타고 옥상 아래층 창문으로 내려갔다. 그의 동작은 순식간에 이뤄졌고 오랜 세월 특수공작원으로 훈련받은 일상적인 행동이기도 했다.


창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은 넓은 매장 부스였다.

아직 물건을 진열하기 전인 듯 몇가지 가구만이 놓여있을 뿐 차갑게 가라앉은 먼지가 방문객에게 달려들어 입에 씹혔다. 먼지를 지근지근 씹으며 벽을 타고 부스 출입문쪽으로 전진했다. 저녁이고 부스 조명은 꺼져있었지만 백화점 중앙 조명이 커진 탓에 내부는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그는 주변 경계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부스의 유리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자 부스와 부스 사이 복도는 환하다.

천천히 몸을 내밀었다.

“헤이!”

처음부터 운이 나쁜 것일까? 복도 저멀리 이십여미터 앞에 검정얼룩무늬 차림의 덩치 큰 사내가 김성철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동소총을 겨눈 채였다.

김성철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키 큰 덩치가 그를 향해 오라고 손짓했다.

비무장을 확인한 사내의 총구가 아래로 향했다. 김성철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 사내 혼자였다.

검정마스크를 썼지만 보이는 피부가 검다. 흑인이 분명했다.

넓적다리 부근에 맨 전투용 나이프가 마음에 들었다. 뭐라고 다시 한번 입을 열었지만 알 수 없었다.

올린 오른손을 슬쩍 폈다 쥐었다.

흑인 앞에 다가서자 무릎을 꿇으라는 손짓을 했다.

김성철은 슬쩍 한쪽 무릎을 굽히는 시늉을 해 보였다. 이어 오른발에 힘을 주고 튕겨오르듯 탄력을 받아 상대의 목젓을 수도로 올려쳤다. 상대가 눈치채고 대응하기에 너무 빠른 동작이었다.

컥.

흑인 사내가 목을 움켜잡으며 뒤로 밀려났다. 이어 점프하며 상대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내리찍었다.

퍽!

흑인의 뒷머리가 대리석 바닥에 속절없이 부딪치며 격한 파열음을 냈다.

다리에 맨 나이프를 빼어 확인하듯 상대의 폐를 찍었다. 폐를 찌르면 절명의 비명마저 낼 수 없었다. 흑인이 순간 버둥대다 몸이 축 쳐졌다.

그는 시체를 끌고 옆 부스로 향했다. 그런 후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옷이 클 거 같았다. 바지를 대충 대 보니 커도 너무 컸다.

이런 간나새끼!

괜히 힘만 썼다.

김성철은 아무래도 한명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무기와 나이프 그리고 검정마스크를 챙기기 시작했다.

김성철은 면으로 만든 마스크가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써 보니 그것 또한 컸다. 거기다 알 수 없는 고약한 누린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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