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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898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20 19:11
조회
399
추천
5
글자
12쪽

#6. 혼돈 - 4

DUMMY

얼마나 잤을 까?

눈을 떠 보니 옆에 김성철이 정자세로 앉아 텔레비전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었다. 두 발이 욱씬거렸다. 머리도 아팠다. 상체를 일으키니 부리나케 김성철이 그를 부축했다. 담배를 한 대 피워물자 대뜸 간호사가 달려와 얼굴을 찡그렸다. 알았다고. 환자가 담배 때문에 얼어죽어도 좋다는 말이지.

할 수 없이 그는 김성철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얇은 환자복을 뚫고 들어오는 겨울바람은 송곳같다.

더럽게 추웠다.

눈치 빠른 김성철이 외투를 벗어 그의 상체를 덮었다. 담배를 피워 물었다.

“갈 줄 알았는 데 왜 안 갔습니까?”

“말 놓으시디요. 형님인데. 그리고 어딜 갑네까?”

“어디든...”

“내레 군인입네다. 명령을 받았으면 완수해야디오.”

알고있지 않느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도대체가 뭐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신경철은 왜 김성철을 노리는 것일까?

“몸은?”

“일 없습네다.”

어깨를 움직여보인다. 약간 얼굴을 찡끄린다.

“결혼했어?”

“조국의 통일이 우선입네다.”

“성철씨는 꿈이 뭐야?”

“그런 거 모릅네다. 이쁜 색시 만나 편하게 살면 되디요.”

“내가 꿈 꾸는 삶이네... 이제 뭘 하지?”

“... 할 일이 있습네다.”

“내 목을 딸 건가?”

“그럴 생각이었으면 벌써 땄습네다.”

“하긴... 알고 싶은 게 있는데...”

“뭐 말입네까?”

“임무가 뭔데?”

잠시 숨을 고르며 김성철이 담배를 멀리 튕겨 버린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리혜옥 박사를 조국으로 무사히 데려가는 겁네다. 아니면 목숨을 거두거나.”

“탈북시킬 때는 언제고 여기까지 와서 왜?”

“군인이 이유를 묻지 않습네다. 뜨거운 가슴을 가진 공산주의자는 결과를 놓고 무자비합네다.”

“...”

“박사는 조국을 배반하고 흉악무도한 자본주의의 노예가 돼서 자신의 더러운 뱃속을 채우려고 당과 인민의 역적이 되고 말았습네다. 마지막 기회를 줬건만... 이제 박사는 지구 끝이라도 쫒아가 처단해야 합네다.”

“그러니까 무슨 이유로?”

“당이 명령하면 끝까지 완수해야 합네다.”

답답하다는 듯 이효범이 그를 바라봤다.

“나는?”

“화선생은 고저 이용만 당하고 말았단 말입네다.”

“맞아.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내 이름은 이효범이다.”

“그런 뜻은 아닙네다.”

“이제 어떡할 거요?”

“... 리운기 소장이 사라졌습네다.”

“어디로?”

“아직 모릅네다. 평양서 소환명령이 떨어졌고 그 날 없어졌다고 합네다. 행방을 모릅네다. 어딘가 숨어있겠디오.”

“성철씨는 어떻게 되는 건데?”

“그게 답답하단 말입네다. 명령 윗선이 사라졌으니 이 비밀 임무를 증명할 사람이 없어진 겁네다. 당에서 내린 임무도 아니고 리운기 소장에게 하달받은 임무라... 난감합네다. 하지만 임무는 완성할 겁네다. 적어도 내가 아는 리운기 소장은 조국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 또한 자랑스런 조국의 영광을 위하여 이 한 몸 바칠 겁네다.”

이효범이 멀뚱히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충실한 군인을 바라봤다. 나보다 네가 더 멍청하다 임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우린 같은 처지네.”

무슨 말이냐는 듯 김성철이 그를 바라보며 눈에 힘을 줬다.

곧 서로 답답해서 담배를 새로 피워 물었다. 잠자코 담배를 피웠다.

겨울 바람만 요란했다. 맨발이어서 발가락이 시리다 못해 가렵다.

우선 옷부터 어떻게 하고 싶었다.

“이제 어떡할 겁네까?”

“그러게... 길을 잃었어.”

남의 이야기하듯 이효범이 말했다. 머리만 복잡했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있어선 안된다.

“받았으니 갚아줘야디오.”

“뭘로?”

“목숨을 걸어야디오. 그게 사내 아닙네까?”

씩씩한 무대포 정신이 부러웠다.

“날 믿어?”

“형님은 적어도 배신할 인간은 아니잖습네까?”

“멍청해서...”

“...”

김성철이 처음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맞잡았다. 물론 어떤 희망을 품은 건 아니었다.


새벽녘 두 사람은 병원을 빠져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이효범은 먼저 호텔로 향했다. 투숙한 그날 호텔 프론트에 손가방을 맡겼고 그 안에 USB가 있었다. 프론트 여직원은 누군가 그의 방을 뒤졌다는 말을 전했다. 그들이 왔다 간 것이 분명했다. 맡겨준 USB를 찾은 후 호텔을 나와 다시 김성철과 함께 택시를 타고 아파트로 향했다.

무엇보다 USB의 내용이 궁금했다. 그리고 상황을 체크해야 했다. 병원에는 다시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었다. 택시 안에서 이효범은 손가방 속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USB를 꺼냈다.

녹색 얼룩무늬의 두툼한 두께의 군용 USB.

리선기 소장은 왜 이걸 내게 줬을 까?

궁금했다.


문의 번호키 번호를 누르고 아파트 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적막이 깔린 어둠 속의 거실로 들어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컴퓨터부터 우선 켰다.

“형님. 뭐 먹을 것 좀 없습네까?”

그도 배가 고팠기에 한국 컵라면을 두 개 꺼낸 후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다.

책상아래 상자를 열어 예전에 쓰던 3G 핸드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보니 먹통이다. 충전기를 찾아 꽂은 후 그는 우선 인터넷부터 열었다. 중국 시나망에 접속해서 대련 사건을 검색했다. 최신 소식란에 그의 얼굴이 나타났다.

중국 공안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파악하여 쫒고 있다고 했다. 신경철의 말이 맞았다. 약속을 깨고 움직였다.

예상했던 일이라고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심각했다. 중국 공안이 이효범과 화영광의 연결고리를 언제 찾느냐고 관건이었다. 거기다 압록강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화영광이라는 신분 또한 안전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신분을 쫒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다 신경철까지. 활로가 막힌 미로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커피포트가 끓어 흰 수증기가 뿜어 나왔다. 입맛이 다 사라졌다. 컵라면에 계란을 하나 풀고 소세지를 하나 얹은 후 물을 따라 건넸다. 그 위에 책을 올렸다.

밥그릇을 바라보는 개처럼 김성철이 뚫어지게 책 아래 컵라면을 응시했다.

“기다려.”

“얼마나요?”

“삼분!”

“야...신기하다. 이거이 말로만 듣던 즉석꼬부랑국수란 말입네까?”

USB를 꽂았다.

더블클릭하자 숫자 1이란 폴더가 보였다. 용량은 128기가 바이트 대용량이었다. 준 하드디스크 수준의 용량이었다.

차지하고 있는 용량은 거의 90프로에 육박하고 있다. 1이란 폴더를 열자 수많은 폴더가 쭉 끝도없이 나타났다.

이게 다 뭐지?

“이제 먹어도 됩네까?”

“응.”

“형님은 안 먹습네까?”

예의도 바르다. 어서 먹으라고 손짓하고 아무 폴더나 하나 열었다.

다시 파일들이 수백개 주르륵 도열했다. 살펴보니 대부분 MS-워드 파일이다.

알 수 없는 영문이니셜과 함께 일련번호가 붙어있다. 하나를 더블클릭하여 열어보니 난감한 영문이 한가득 화면을 채웠다. 훑어내려가보니 ‘VIRUS'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고 등장한 사진은 현미경 사진과 함께 흉측하게 변해버린 어떤 아이의 얼굴 사진이었다.

뺨부분이 썩어버린 듯 치아가 다 드러난 사진. 끔찍해서 그는 문서를 닫고 다른 파일을 열었다. 그래프가 나오고 빽빽한 표에 수치 데이터가 가득하다. 내려보니 다시 일련의 번호와 함께 영문들이 주르륵 나타났다. 다시 ‘VIRUS'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야... 이거 너무 맛있습네다. 형님은 안 먹습네까?”

“네가 다 먹어.”

다시 닫고 다른 파일을 열었다. 타이틀에 'VADA(беда) VIRUS' 라는 단어가 보였다. 리혜옥이 말한 베다라는 말이 이 바이러스를 말하는 것인가?

그는 인터넷을 열어 포털사이트로 이동하여 사전을 찾았다. 'VADA'라는 영문 단어는 의미가 없었다. 그 옆의 이상한 단어가 궁금했다. 입력할 방법이 없어 그는 다시 워드문서를 열어 복사하여 포털사이트의 사전란에 붙여넣기를 한 후 검색했다.

러시아어였다. 여성명사. 불운. 불행. 재난. 고난 그리고 예문에 이런 말이 있었다.

‘참. 큰일났군.’

이효범은 문서를 닫고 다른 폴더로 이동하여 문서파일들을 열어 살피기 시작했다.

대부분 영어와 전문용어로 된 연구문서가 분명해 보였지만 알 수는 없었다. 폴더를 바꿔 다른 문서를 살피다 문득 한 문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중국지도와 함께 사진들이 함께 나왔고 날짜가 보였다.

산시성의 용충이라는 산골촌이었다. 그 곳에서 무슨 실험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해당 날짜와 산시성 용충을 검색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1년전 4월 중순에 창궐한 괴질로 인해 150명에 이르던 주민 중 40프로가 괴질에 감염되어 감염자중 70프로에 가까운 감염자들이 사망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점은 면역력이 약한 8세이하의 어린아이의 사망률은 100프로였다. 야생짐승으로 인한 변종 유행성출혈열로 추정되지만 여름에 발생하는 기존의 유행성출혈열과는 증상이 판이하게 달랐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여 오한과 고열이 발생하고 급속하게 안면이나 대퇴부, 사지의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종국에는 면역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사망자 대부분이 외부 감염으로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감염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당국의 느린 대처는 참사를 불러왔고 치료제가 없어 전방위 격리와 통제로 인한 기초적인 검역으로 발병 두달만에 겨우 괴질을 잠재울 수 있었다.

문제는 해당 바이러스의 존재와 발생원인에 대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 그 마을은 폐쇄됐고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했다.

용충촌의 바이러스는 분명히 베다바이러스가 틀림없었다. 그리고 USB안의 파일들은 베다 바이러스의 방대한 연구 데이터였다.

“참. 큰일났군.”

리혜옥과 신경철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효범은 자신이 감당할 수준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의 머리를 사방으로 조여드는 것만 같았다. 리선기는 이 데이터를 그에게 주었고 리혜옥과 신경철은 이 데이터를 찾고자 한다. 왜? 여러 상황이 섞여 조각난 꿈처럼 잇질 못한다. 뒷머리가 땡겼다.

샤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처 때문에 샤워는 금물이었다.

김성철이 뭔가 낌새를 챘는 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아픕네까?”

“머리가 아프다.”

담배를 피워 물고 이효범은 생각에 잠겼다.

리운기, 리혜옥 그리고 신경철 또 솔벤쳐메디칼.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충전이 어느정도 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어디로 전화해야 할 지 고민이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면 결국 위치가 곧 발각되어 이 아파트를 버려야 할 것이다.

장수란이 먼저 떠올랐지만 그는 생각을 접었다. 중국공안이 그를 쫓고 있는 지금 분명히 장수란의 전화또한 도청하거나 전화추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까지 위험한 이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안전국의 진수위가 떠올랐지만 그 또한 이 시점에서 무작정 믿을 수는 없었다. 그는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중국정부로부터 고용된 공무원이었다.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대련 대사관에 새로 부임한 영사를 생각했다.

이름이 뭐더라? 전화번호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재수없는 새끼라는 느낌만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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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혼돈 - 1 18.09.19 42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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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 얼어붙은 땅으로 - 2 +1 18.09.16 439 8 15쪽
14 #4 얼어붙은 땅으로 - 1 18.09.16 44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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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살인 - 3 18.09.14 466 4 13쪽
11 #3 살인 - 2 18.09.14 49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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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중국 대련 - 3 18.09.11 62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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