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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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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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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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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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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 얼어붙은 땅으로 - 4

DUMMY

“버러지 새끼들. 고양이담배 하나로는 택도 없구먼. 야 요즘 안전원 새끼들 눈깔들이 벌개가지고 아주 벗겨먹을려고 생지랄을 다 떠는 구먼... 화선생 고생했시오.”

리석주가 운전석에 앉으면서 투덜거렸다.

“일단 빨리 갑시다.”

“그나마 안전원한테 걸려서 다행입네다. 빨리 번호판부터 바꿔야 하겄습네다. 아새끼들 중국 번호판 보고 온 거이 분명합네다.”

“집 마련했죠?”

“그럼요. 갑세다.”

차가 출발하자 경직되 있던 리혜옥이 숨을 길게 내뿜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시장을 벗어나 신의주 시내를 빠져 나와 논과 밭을 지났다. 차는 동쪽으로 달렸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나타나는 겨울풍경은 그저 삭막하기만 했다. 서리처럼 얕은 눈밭이 길게 펼쳐지고 사람조차 보기 힘들었다.

차는 다시 방향을 바꿔 북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자 앝은 야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산들이 징검다리처럼 교차되며 펼쳐졌고 멀리 높은 산들이 하늘가에 자리잡고 있다.


“다 왔습네다.”

도로 옆 밭이 보였고 야산 밑에 몇채의 초가집과 판자집이 보였다. 차는 서행했고 1차선 너비의 좁은 비포장길을 천천히 진입해 들어갔다.

리석주는 초가집과 초가집 사이로 진입하여 집 뒤에 차를 세웠다. 도로에서는 차를 보기 쉽지 않은 위치였다.

“내리시오.”

초가집은 판자로 이어붙인 담이 빙 둘러싸여 있고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나타났는 지 나무 지팡이를 쥔 노인이 리석주에게 걸어왔다.

리석주는 노인에게 주머니에서 북한 지폐 몇장를 꺼내고 두부밥이 담긴 작은 비닐봉지를 같이 내밀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인은 돈을 받아들고 곧 그들을 지나쳐 다른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아바이. 먹지 못해 골골하구만. 일 없으니 들어 갑세다.”

삐꺽거리는 판자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아주 작았다.

세발자국 앞에 집안으로 들어서는 작은 댓돌이 있었고 너머 구멍뚫인 판자문이 보였다. 작은 마당에는 개를 키웠는 지 빈 나무 개집이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고 돌몇개와 나무 토막이 뒹굴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인 듯 얇게 쌓인 눈을 밟으며 그들은 마당을 거쳐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장판도 없는 회색 시멘트 바닥이었다.

방끝에는 부엌으로 사용한 듯 푹 꺼진 사각공간에 아궁이와 화로가 보였다. 온기 하나 없는 방안은 밖과 차이가 없이 추웠다.

“물하고 나무 좀 얻어 오겠소. 성철아 야. 같이 가자.”

리석주가 추운 지 손을 비비며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김성철이 따랐다. 그들이 떠나고 두 사람은 추운 바닥에 앉지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리혜옥이 추운지 옷을 다시 여맨다. 왼쪽 팔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오른쪽 손은 움직였지만 왼쪽 손은 마치 막대기를 붙인 듯 움직임이 없었다. 의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효범의 시선이 자신의 왼쪽 팔에 머무르는 것을 느꼈는 지 그녀가 그를 쳐다봤다. 서둘러 그는 시선을 돌렸다.

“언제 넘어갑네까?”

그의 눈치를 살피며 그녀가 물었다.

“내일입니다.”

“신선생님은 잘 계십네까?”

“잘 있죠.”

신경철과 그녀는 무슨 사이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섣불리 물어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넘어가려고 하나요?”

“조국에서 살 수가 없어서요.”

“한국으로 갈 겁니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화선생. 솔직히 중국사람 아니죠?”

“...”

그 또한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서로가 궁금했지만 입을 열어 묻지 않았다. 북한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한 마당에 다른 사정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더럽게 춥습네다.”

리석주가 투덜거리며 문을 열고 양철바께스를 들고 들어왔고 이어 김성철은 자기 몸만한 나무단을 들고 들어왔다.

“불 때면 좀 나아질겁네다.”

김성철이 아궁이로 향해 나무로 불을 때기 시작했다.


한 시간정도 지나자 방안이 따뜻했다.

리석주는 차의 번호판을 바꾸고 집주변을 살핀 후 들어왔다. 이효범은 차 트렁크 속에서 스포츠가방을 거내 들고 들어왔다.

네 사람은 방에 모여 앉았다. 리석주는 검정 비닐봉지를 가져와 열자 두부밥이 나왔다. 데운 물을 한잔씩 돌리고 그들은 두부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들 입맛이 없는 한 한두개씩만 먹을 뿐이었다. 이효범은 두부밥 하나를 먹은 후 더운 물 한잔을 마셨다. 리혜옥은 두부밥 한 개를 집어 반 정도 먹고 말았다. 리석주와 김성철 두 사람만 열심히 배를 채웠다.

“언제 출발합네까?”

리혜옥이 그에게 물었다.

“어두워지면...”

이효범은 가방을 열어 공민증과 국경여행증명서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원래 공민증은 없애야 합니다. 내용은 외우시고.”

그녀는 받아 내용을 확인하고 입술을 움직이며 외운다.

“김성철씨는 이미 있는 것 같고 맞습니까?”

김성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워지면 출발할 겁니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안되죠. 리혜옥씨와 김성철씨 두 분을 제가 중국으로 데려갈 겁니다. 맞습니까?”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제 책임은 중국까지입니다. 두 분 다 중국의 안전한 장소와 안전한 인계자에게 넘길 때까지입니다. 아십니까?”

다시 두 사람이 머리를 끄덕였다.

“최근에 국경 사정이 안 좋습니다. 예전에는 국경경비대가 총을 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제는 무장한 소총으로 사살하는 것이 용인됐고 예비탄약에 수류탄까지 사용한답니다. 더군다나 국경을 넘어 도강하는 사람들을 쫒아 도강한다고 합니다. 중국쪽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강한 탈북자를 신고하면 사람당 중국돈 삼천위안을 포상금으로 준다고 합니다. 상황도 안 좋고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그만두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만약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한다면 제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아시겠죠?”

“네.”

“네.”

이번에는 두 사람 다 대답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리선생과 내가 해결할 겁니다. 나서면 안됩니다. 두 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낭패니까요. 그리고 여기 리선생은 탈북지점까지만 동행할 겁니다. 혹시 물어보실 거 있으면 지금 물어보세요.”

세 사람 다 아무 말이 없이 굳은 얼굴이었다.

그는 차트렁크에서 꺼내온 스포츠가방을 리석주에게 건넸다. 리석주가 가방을 받아 열었다. 고양이담배와 세이코시계 그리고 초코파이가 보였다.

“준비한 물건입니다. 아끼지 마시고 뇌물로 쓰시고.”

그는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위성지도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정밀하게 만든 위성지도에 사인펜을 들어 신의주로부터 선을 그어갔다. 함경북도 초산시와 무산시 사이 중간 근처 압록강변에 선은 멈췄다.

“이렇게 갈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리석주가 심각한 얼굴로 지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쪽은 군부대가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단 말입니다. 이렇게 가는 것이 안전할 겁네다.”

사인펜을 받아 든 그가 경로를 고쳤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경로를 가지고 의논했고 탈북경로를 확정했다.


해상이 아닌 강을 통한 탈북경로는 압록강과 두만강의 북중국경지대로 나누어진다.

북한 전지역에서 국경지대까지 일단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주및 여행의 자유가 없는 북한주민들은 자기 거주지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행증명서와 특별한 지역인 경우 승인번호까지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뇌물없이 일반 주민이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는 없다. 합당한 이유라 할지라도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데 거의 한두달은 기본이다. 더군다나 북중국경도시의 경우 여행증명서 발급은 뇌물을 주더라도 발급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개의 탈북자들은 여행증명서를 발급받기 쉬운 국경근방도시를 선택한다. 또는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써비차(개인불법운용차량)나 무단열차를 선택한다. 두 경우 전부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중국돈 아니면 미국달러다. 어렵게 돈을 써서 북중국경지대까지 오더라도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목숨을 건 모험이 필요하다. 강폭이 좁은 곳을 찾아야 하고 찾았다하더라도 100미터마다 설치된 국경경비대 초소를 피해야 한다. 아니면 국경경비대에게 뇌물을 주고 도강해야 한다. 이효범이 선택한 경로는 대개의 탈북자들이 선택하는 경로가 아니었다. 압록강은 대개 강폭이 넓어 도강하기가 쉽지않다. 그는 처음 해상을 통한 경로도 예전 이용했었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해상에서의 여러 변수가 많았고 시간 또한 많이 걸렸다. 시간이 없는 이번 경우는 어쩔 수없이 도강하는 코스를 결정했다. 장대풍의 도움으로 밀무역 루트를 소개받았고 그 루트는 안전하리라 예상했다.


차는 석양을 뚫고 의주시 방향의 북쪽으로 출발했다.

거리는 400km정도였지만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인 북한지역특성과 비포장도로 상황과 검문등 여러 변수가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는 가늠이 안됐다. 밤을 틈타 최대한 신의주에서 멀어져야 했다. 한시라도 빨리 국경지대에 도달해야 한다. 리혜옥과 김성철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들을 만난 신의주에서 조사가 시작될 것이기에 그는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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