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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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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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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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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 정체 - 2

DUMMY

화장실에서 이효범은 난산의 고통을 치르고 USB를 배설했다. 욕을 속사포처럼 내뱉으며 잘 씻은 후 화장실을 나오자 점포를 여는 시간이 됐는 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 갔다.

다들 문을 열고 물건들을 진열한다.

배가 아직도 뜨끔거렸다. 순간의 판단미스가 남긴 아픔이었다.

점포 안으로 돌아 온 그는 인터넷 클라우드 디스크에 USB안의 데이터를 업로드시키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꽤 크기에 잠든 김성철을 놔두고 그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 넓은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선가 아침밥을 하는 지 익숙한 콩기름냄새가 올라왔다.

식욕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올려다 본 하늘에 해는 보이지 않고 회색빛 구름들만이었다.

용케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견뎠다. 이효범.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꽉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갔다. 이

제 다 털어버리고 싶었다. 잡을 수록 빠져나가고 멀어졌다.

이제 끝내고 싶었다.

“리선기. 리혜옥. 신경철. 김성철. 리석주. 베다 바이러스.”

그는 혼잣말로 이름을 하나씩 불러봤다.

그들은 서로 엮이고 계획된 것이다. 빠진 이름이 있었다. 자신 이효범.

“이효범.”

누가 나를 원했던 것일까?

의문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신경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

“이효범.”

“보고싶었어. 이사장.”

“미 투.”

이효범은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생각보다 질겨. 이사장. 내가 머리가 아프네.”

“한가지만 물어봅시다. 내게 일을 맡긴 사람이 누굽니까?”

“아... 이런. 이사장. 생각보다 멍청한데. 잘 생각해봐. 최소한 당신을 아는 사람 아니겠어? 안 그래?”

아는 사람이라... 그는 불현듯 깨달았다. 리선기.

“리선기...”

“코렉트.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나 보네. 본론으로 들어갈 까. 여기 나보다 더 당신을 만나고픈 사람이 있어. 바꿔주지.”

잡음이 들리고 다른 누군가의 호흡이 들렸다.

“효범씨. 자기야?”

장수란이었다. 이 여자는 왜 거기에 있는 거야? 머리가 핑 돌았다.

“너 거기 왜 있어?”

다시 잡음이 들리고 호흡이 바뀌었다.

“자. 이제 어떡하지?”

신경철이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입안이 타 들어갔다.

“만납시다.”

“좋은 제안이야. 마무리를 깔끔하게 짓자고. 북한에서 온 놈하고 USB 넘겨주면 네 애인을 살아있는 채로 돌려주지. 좋은 조건이잖아. 어디서 만날까?”

이효범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카페인과 당분이 필요했다.

“북한인은 도망갔소. 솔직히 내가 책임질 사람은 아니잖소?”

“그 새끼... 속 썩이네.”

“장소와 시간은 내가 정합니다. 다시 전화하겠소.”

“오케이. 만나서 황홀한 고통을 즐기자고.”

전화를 끊고 그는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사람을 북에서 데려온 이 일은 탈북이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리선기 그리고 리혜옥 , 신경철이 꾸미는 음모는 그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도 벅찬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해치는 바이러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가늠할 수 없는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셈이었다.

결국 그들은 어떤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의 일부를 아는 그 자신을 위험한 존재로 여기고 있는 셈이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는 없어져야 할 인간이었다.


내려와 그는 데이터를 국가안전국 진수위와 박영사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진수위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까지의 상황을 설명하고 만날 약속을 잡았다.


늦은 오후 해는 보이지 않고 도로에는 가는 눈발이 흩날렸다.

얼어붙은 도시는 황량하고 모든 생명은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렸다. 회색빛 눈발 너머 도로가에 중형 현대자동차가 흰 배기가스를 뿜어낸다.

“동생. 얼굴 안 나쁜데?”

진수위가 차창을 내리고 소리쳤다.

조수석에 앉자 충혈된 눈의 진수위가 그를 살핀다.

“시럽 두 번 맞지?”

컵을 그에게 밀었다. 까페라떼였다. 그는 반갑게 커피를 마셨다.

진수위가 담배갑을 꺼내 한 대 빼어 건넸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답답해 미치겠어.”

“본인만 답답하지 다른 사람은 좆나게 움직인다고. 잔챙이 몇은 잡았는데... 대련 근처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데 어디 숨었는 지 그놈의 인간들 위치 파악이 안돼. 사람만 많고 명령계통안 요란하지 공안쪽이나 우리쪽이나 정신없어. 아무래도 이쪽에 우리가 모르는 협력자가 있는 듯 한데 말이야? 아는 거 없어?”

협력자라?

그 또한 리선기까지 알고 있었지만 다음 접점의 협력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굴까?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처럼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얼굴들이 머릿속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언제나 모든 일에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있었지만 적어도 상대의 이익을 빼앗지 않았었다.

자신이 모르는 거래가 어디선가 이루어진 것인가?

분명이 자신이 놓치고 있는 뭔가가 있었다.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관심없고. 내 부탁 잊었어? 수란이 잘 좀 부탁한다고 했건만.”

“미안. 그 건은 진짜 내가 할 말이 없다.”

“김성철은?”

“이 북조선 군인 골치 아파. 북조선에서 알려온 정보에 의하면 특수공작원 출신으로 무단탈영하여 보위부 요원 수명을 살해했다고 하네. 여기 북한 보위부들도 찾는 눈치던데. 임무가 뭘까? 지금은 놔두지만 조만간 돌려 보내야지.”

김성철.

어쩌면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가장 충실한 인간이었다.

동생같은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그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 이효범은 북한으로 잘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안돼?”

“지금은 그렇다쳐도 사고치면 누가 책임질 건데? 더군다나 여기 나와있는 북조선 보위부 체포조도 움직이고 있다. 놔 둬도 잡힌다. 갈 데도 없잖아.”

다시 커피 한모금을 마셨다.

“대련살인사건은 별다른 진전이 없나봐. 아직 수사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고...”

역시나 누구도 자신의 편은 없었다. 커피의 뒷맛이 썼다.

“데이터 검토해봤어? 혹시 베다바이러스에 대해 더 나온 거 있어?”

“그게 의문이야. USB안의 데이터는 바이러스의 연구 데이터가 맞긴 한데. 제일 중요한 것이 빠졌어.”

“뭔데?”

“백신 완성에 관련된 연구 데이터는 없어. 백신이 없다면 바이러스는 아직 터지지 않는 폭탄일 뿐이지. 비즈니스로 보면 경제적 가치도 없고.”

“이상하네. 일본 제약회사가 신경철에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들었소.”

“리혜옥의 페인트모션 아닐까 생각하거든... 탈북하려고. 전문가들이 베다바이러스의 연구데이터를 가지고 백신을 개발하는 데 오년정도 걸릴 거라고 하네. 그걸 일본쪽에서 감수하고 자금을 지원했는 지는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가 상품가치가 있을 까 이야기들이 분분하거든. 전화 한번 해 볼까?”

“됐수다.”

“우리가 우려했던 것이 변종인데. 머리 좋은 인간들이 그러대. 일부 데이터가 변종쪽으로 개발방향이 잡혀있다고 하더군. 일부는 백신 개발쪽이고. 의견이 좀 분분했는 데 자료생성날짜를 추정하여 보니까 시기적으로 보아 리혜옥이라는 박사가 연구한 건 백신쪽이라는 결론이 났어. 완성했는 지는 미지수고.”

“그 놈의 바이러스 난 감이 안 잡혀?|”

“유행설출혈열 계통의 바이러스는 들짐승에게서 인간으로만 감염이 된다더군. 즉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감염이 안돼. 그래서 치료제가 없어도 파급범위가 그리 크지 않지.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특이한 점이 바로 인간과 인간사이 감염된다는 것이지. 그 점이 우려할만한 사항이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 남방의 시골에서 발생한 이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번져갔지. 도시로 감염되기 전 겨우 확산을 막았는 데 치명적인 것이 7세이하의 감염된 아이들은 전부 사망했어. 면역력이 약한 아동이나 노인들에게는 치사율이 너무 높아. 감염경로 또한 알 수 없었고. 만약 도시에서 이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핵무기보다 더한 파장이 일어날 거야. 위에서도 그 점에 주목하고 있지. 미국에도 이 바이러스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할 지 검토중이야. 일본쪽에서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하지.”

“정말이라면... 아이들한테 그렇다니... 끔찍한데.”

“하여튼 이 건도 돈이 문제야. 이 시대는 인류에 대한 순수성이 사라졌어. 인민의 해방을 위해 혁명의 전선에 이 한 몸 바치는 공산주의 혁명투사의 순수성. 그립단 말이야.”

“그런 건 없수다.”

“하긴... 나부터 믿지 않지만.”

“서로 간 보는 건 여기까지 하고 솔직해집시다.”

“뭘?”

“급하면서 왜 느긋한 척 하는 데?”

“...”

“숨기는 게 뭐요?”

진수위가 알듯모를듯한 미소를 짓다 입을 열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리선기가 한국으로 망명했다. 지금 심양 한국대사관에 있다. 리선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의 협력자였지. 북조선의 고급정보들을 꽤 오랫동안 한국에 넘겼다고 하더군. 어쩻든 지금 상황에서 북조선은 바이러스를 부인할 것이고. 여기서 터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일이 아주 복잡해지겠지. 리선기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건에 끼어들었다는 것을 냄새 맡은 거라고. 아주 생존 감각이 뛰어나. 안 그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박우철 영사는 왜 리선기의 망명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모든 게 희뿌옇다. 보이지 않는 선이 움직이고 있다. 리선기의 망명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이 시점일까? 결국 엘리트 리선기 그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그를 움직인 선은 누구일까?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설마?

“난 리선기의 망명과 관계없다고.”

“그럴까? 그럴지도... 그렇지 않을 수도...”

“서로 선은 넘지 맙시다. 그게 우리의 룰이잖아.”

“어쨋든... 우린 사건이라고 하고 처리해야 된다고 생각할 뿐이야. 하지만 말이야. 그 처리방향은 아직 나도 몰라. 그 방향이 틀어진다면 누군가는 슬퍼지겠지. 예상은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의 실체나 리혜옥이나 신경철 그들이 가진 패가 드러나지 않았어. 우리도 방향 잡기 힘들다고. 지금 베이징의 추정은 이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가?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배양이 됐을 까? 됐다면 그 양은 얼마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어느정도일까? 그리고 그 정치적 파장은 어디까지일까? 지금 정국이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조사로 요동치고 있는 데 이런 사고까지 터진다면 어느 쪽에 불똥이 터질지 다들 머리가 복잡하지.”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하는 데?”

“나는 말이야. 리선기가 망명했다는 사실을 아주 주목하고 있어. 이거 뭔가 움직이고 있다고. 충고하자면 동생도 나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 뿐이야. 사건이 터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희생양이라도 필요한 거지. 이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 난 동생이 그 희생양이 안 됐으면 하고. 이건 내 진심이야. 살인자가 돼서도 테러리스트가 돼서도 안돼. 정신 똑바로 차려.”

“역시 난 언제나 이방인이군.”

“아니. 누구든 언제나 이 땅의 소모품일 뿐이라고. 나조차 의마가 헷갈린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 우린 언제나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일 뿐이지.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기분 좆같아지니까.”

“...”

“...누구도 믿지말라고. 나도 포함해서.”

차창밖 눈발이 거세졌다.

모든 상황이 더욱 더 불리해졌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그가 혼잣말처럼 시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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