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905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14 11:23
조회
491
추천
3
글자
8쪽

#3 살인 - 2

DUMMY

신경철과 헤어져 호텔밖으로 나오자 이효범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간 듯 걷기 힘들고 어지러웠다. 겨우 호텔 정문을 벗어난 그는 도로를 걷다 도로 턱에 힘없이 앉았다. 겨우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생각에 잠겼다.

한순간 모든 일이 벌어졌다.

상황이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곤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경철이라는 그자의 손아귀에 꽉 잡혀버린 자신의 신세가 한심했다. 잘못하다간 인생이 깊고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보니 장수란으로부터 전화가 이십여통 와 있고 회사로부터 몇통의 전화가 와 있다. 그녀에게 미안했다. 일상이 벌써 일그러지고 그가 살아왔던 일상들이 다 뭉개졌다.

정신차려. 이효범.

그는 스스로에게 소리없이 외치며 어금니를 앙다물었다.

전쟁터에서 살았고 이 또한 상황이 좋지않은 전투일뿐이다. 갈 때까지 가보자. 복잡하면 단순하게 생각하자. 어차피 별다른 방법 또한 없었다.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나 택시를 잡아 탔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그녀는 없었다.

거실은 엉망이었다. 벗어 놓은 옷들과 화장품 그리고 먹다남은 맥주병과 잔 그리고 남은 음식들. 주방에서 커피를 한잔 타 온 후 소파에 앉았다. 피곤했다. 하지만 빨리 신변을 정리해야 했다.

이번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전개될 지 그 자신 알 수 없었기에 만의 하나 주변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었다. 신경철은 그의 주변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란 그리고 부모님.

일단 그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신경철, 북한의 리혜옥 그리고 자신. 보이지않는 관련자들. 어둠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상황을 급변시킬 수 있다. 중국에 와서 아니 자신의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큰 곤경이 아닐까 싶었다.

그와 함께 있던 여자가 죽었고 그 살인의 누명을 자신이 뒤집어 쓸 수 있는 상황은 함정에 걸려 든 것이다. 중국 공안은 분명히 일을 쉽게 처리하려 할 것이고 옴짝달짝 그를 살인자로 몰릴 것이다. 그 상황을 바꿀 카드가 필요하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이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이었다.


작은 방의 책상에서 A4용지를 찾아 장수란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금고의 비밀번호와 통장,현금카드의 비밀번호 그리고 당장 처리해야 할 회사의 업무와 한국 부모님 집의 주소와 이름 그리고 한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을 시 조치해야할 일들을 썼다. 마지막으로 그는 돈 좀 아껴 써라고 썼다. 이어 회사로 전화해서 잠시 회사에 출장을 가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모든 사항을 장수란과 의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느덧 정리가 끝난 그는 핸드폰을 들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신호가 가자마자 연결됐고 대뜸 그녀가 물었다.

“집이야. 어디 있어? 빨리 좀 와 줄래. 나 금방 나가야 돼.”

평소와 달리 낮고 가라앉은 음성때문인지 그녀가 날카로운 날을 접는다.

“알았어. 금방 갈게. 괜찮지?”

“응. 집에 혼자 있지 말고 친구 불러서 같이 있어. 며칠 출장 갈거야.”

“나 지금 가니까 보면서 이야기 해.”

“절대로 혼자 있지 마. 여행 가던가. 알았지?”

“정말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조심해서 와.”

“여보. 알았어. 기다려.”

여보? 이 여자가 이제 마누라 행세를 본격적으로 하려나 보다 뜨끔했다.

이효범은 전화를 끊고 자신의 핸드폰과 지갑, 신분증 그리고 회사 금고 열쇠를 A4용지위에 올려놨다. 용지 옆에 신경철로부터 받은 돈이 든 봉투를 가지런히 줄을 맞춰 올려놓는다. 그런 후 아파트에서 나왔다. 그녀를 보면 아무래도 일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인생은 불확실하고 앞으로 진행할 일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기어코 어떤 괴물이 기다리고 있을 깊은 늪속으로 끌어당긴다.


아파트를 빠져나온 이효범은 택시를 타고 대련역으로 향했다.

대련역에서 내린 그는 대련역 지하상가로 내려가 상가내의 복잡한 통로를 계속 돌아나기 시작했다. 사방을 살피며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미행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한시간을 돌아다닌 그는 비로소 미행자가 없음을 확인한 후 짝퉁 아디다스 운동복과 짝퉁 가젤 운동화 그리고 파란색 나이키 오리털점퍼, 검정색 군용 모자 그리고 보잉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이어 내의 매장으로 향해 가장 평범한 내의와 양말을 구입했다.

지하상가에서 나와 대련역 북쪽 출구로 나와 근처 대중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을 한 후 구입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평소 헤어스타일을 망가뜨린 후 8대2 가르마를 탄 후 모자를 쓴다. 목욕탕을 나와 대련역으로 다시 돌아와 입었던 양복과 구두 그리고 내의까지 모아 이층 물품관리소에 맡겼다. 보관증을 받은 후 걷다 그는 조용히 보관증을 찢어버렸다.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대련역 일층으로 내려와 KFC에 들러 커피 한잔과 매운 닭고기햄버거 그리고 계란파이 3세트를 주문한 후 빈 자리로 돌아와 포장을 한 2세트는 가방에 넣고 나머지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창 밖을 바라보며 대련역 앞에 오고가는 행인들을 한사람한사람 눈 안에 담는다. 혹시라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나 확인한 후 일어선다. 대련역 광장 가의 도로를 걸어 올라가 도로를 건너가 지하상가로 들어갔다. 다시 지하상가를 돌다 군청색 누비 겨울 외투와 약간 클래식한 뿔테안경을 산다. 그리고 바퀴가 달린 여행용가방을 샀다.

지하상가 화장실로 간 그는 외투와 선글라스를 바꾼다. 화장실을 나와 지하상가를 빠져나온 후 승리광장으로 가는 좁은 도로가에 서 있는 시외버스로 향했다.

여러대의 시외버스가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서 호객꾼들이 기차표가 없거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큰 소리로 행선지를 외친다. 중국의 철도나 시외버스 그리고 항공을 이용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 신분증이 없으면 승차권 구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개인이나 여행사가 운영하는 이런 버스들은 신분증 없이 승차가 가능했다. 물론 운행도중 검문을 당하면 신분증검사를 했지만 평상시에 그런 일은 흔하지 않았다. 사고를 났을 경우 보상 받기 불가능하다는 위험을 감수한다면 싼 가격에 행선지까지 갈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었다. 한마디로 불법 버스다.

이효범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외버스를 쳐다보자 서너명의 남자들이 추위를 헤치며 종종걸음으로 걸어와 행선지를 그의 귀에 외친다. 그는 심양이라는 행선지를 말하고 요금을 물었다. 곧 출발한다며 농구선수용 긴 점퍼를 입은 사십대사내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돈을 지불하고 얇은 갱지 종이표를 받은 후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는 이미 몇 명의 승객들이 앉아 있었고 조금은 지루한 표정을 얼굴 한편에 담고 있다. 그는 중간 정도 위치의 창가 좌석에 앉았다. 행적을 감추기 위해서 이효범은 그렇게 요녕성 심양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오후 1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뻐꾸기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10. 그리고... - 2 +5 18.10.06 431 12 10쪽
37 #10. 그리고... - 1 18.10.06 314 6 14쪽
36 #9 시작과 끝. - 5 18.10.06 298 9 10쪽
35 #9 시작과 끝. - 4 18.10.03 316 8 10쪽
34 #9 시작과 끝. - 3 18.09.30 390 7 13쪽
33 #9 시작과 끝. - 2 18.09.29 403 8 16쪽
32 #9 시작과 끝. - 1 +1 18.09.28 392 11 13쪽
31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4 18.09.27 348 8 9쪽
30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3 18.09.26 384 4 13쪽
29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2 18.09.26 387 7 9쪽
28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1 18.09.25 386 8 9쪽
27 #7 정체 - 2 18.09.23 407 6 12쪽
26 #7 정체 - 1 18.09.21 430 7 9쪽
25 #6. 혼돈 - 5 18.09.21 410 8 10쪽
24 #6. 혼돈 - 4 18.09.20 400 5 12쪽
23 #6. 혼돈 - 3 +1 18.09.20 426 7 11쪽
22 #6. 혼돈 - 2 18.09.19 410 6 10쪽
21 #6. 혼돈 - 1 18.09.19 427 5 13쪽
20 #5. 압록강의 탈북 - 2 +1 18.09.17 436 6 11쪽
19 #5. 압록강의 탈북 - 1 18.09.17 407 5 9쪽
18 #4 얼어붙은 땅으로 - 5 18.09.17 377 6 12쪽
17 #4 얼어붙은 땅으로 - 4 18.09.17 415 4 10쪽
16 #4 얼어붙은 땅으로 - 3 18.09.17 444 6 15쪽
15 #4 얼어붙은 땅으로 - 2 +1 18.09.16 439 8 15쪽
14 #4 얼어붙은 땅으로 - 1 18.09.16 440 6 11쪽
13 #3 살인 - 4 18.09.14 447 4 11쪽
12 #3 살인 - 3 18.09.14 466 4 13쪽
» #3 살인 - 2 18.09.14 492 3 8쪽
10 #3 살인 - 1 +2 18.09.13 548 6 15쪽
9 #2.중국 대련 - 6 18.09.12 559 9 9쪽
8 #2.중국 대련 - 5 18.09.12 536 10 12쪽
7 #2.중국 대련 - 4 18.09.11 621 6 9쪽
6 #2.중국 대련 - 3 18.09.11 629 6 12쪽
5 #2.중국 대련 - 2 18.09.10 704 7 11쪽
4 #2.중국 대련 - 1 18.09.10 907 10 19쪽
3 #프롤로그 - 3 18.09.09 1,048 13 14쪽
2 #프롤로그 - 2 18.09.09 1,244 11 13쪽
1 1부 베다 #프롤로그 - 1 18.09.09 1,788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