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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903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21 08:57
조회
409
추천
8
글자
10쪽

#6. 혼돈 - 5

DUMMY

그는 인터넷으로 대련대사관 사이트를 찾아 24시간 민원전화번호를 찾았다. 하지만 곧 접었다. 그쪽으로 전화를 걸어봤자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인터넷으로 국가정보원을 검색하여 사이트로 들어갔다.

여러 핫라인 신고 전화번호가 나왔다.

그 중의 한 전화번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또 갔다. 일분정도 기다리자 누군가 받았다. 중요한 해외정보가 있어 제보하고자 하니 대련에 새로 부임한 영사에게 이 전화번호로 연락해달라는 요지의 말을 건넸다. 상대방은 대뜸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곧 전화는 끊기고 십여분쯤 뒤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사장님. 맞죠?”

“누굽니까?”

“박우철 영사입니다.”

“이효범입니다.”

“이사장님. 놀래키는 재주에다가 잠도 없군요.”

“미안합니다.”

“형사사건은 취급 안 하는 거 아시죠? 아무리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해도 살인사건은 좀... 우리 소관도 아닙니다.”

“잘 알죠. 그거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솔직히 전 관심없습니다. 제 일도 아니고.”

역시 얄밉고 재수 없는 새끼였다. 이런 자식이 공무원이라는 건 국가적 낭비다.

“중요한 대북 정보를 하나 우연찮게 건졌습니다.”

“어떤 거요? 신뢰할만 합니까? 그걸로 뭐 해달라는 거 아니죠?”

믿지 못하겠다는 음성이었다. 살인범이 도와달라고 여기는 듯 싶었다.

“메모하시죠. 리선기. 솔벤쳐메디칼. 신경철 그리고 리혜옥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여기에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 16정치학원의 리선기를 말하는 겁니까?”

잠시 말이 없다 물어 왔다. 리선기에 대한 뭔가가 있다.

“네. 우선 그들 관계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쫒기는 입장이라 시간이 없습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죠.”

박우철 영사가 진지해졌다.

이효범은 진심으로 바랬다. 이 인간이 이번만은 국민세금을 처먹은 값을 했으면 하고.


“혹시 무기될만한 총이나 칼 같은 거 없습네까?”

심심했던지 거실로 나갔던 김성철이 다시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그에게 물었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갑자기 칼은 왜?”

“누가 우릴 감시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아파트 문을 두들겼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쾅쾅! 다시 아파트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새벽 다섯시.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USB안의 데이터가 문제였다.

온라인으로 올리거나 다른 곳에 복사하기에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는 USB를 빼내 손안에 쥐고 잠시 망설였다. 눈을 질끈 감고 입에 넣고 꿀꺽 목을 넘겼다. 목을 넘어가다 USB가 식도에 걸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다시 누가 문을 두들겼다. 그는 침을 모아 꿀꺽 넘겼다.

아직도 USB가 식도에 걸렸다.


“누구야?”

이효범이 일부러 짜증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공안이다. 화영광 맞지?”

“그런 사람 없습니다. 잘못 왔습니다.”

“아.. 화영광. 들어가는 거 확인하고 왔어. 문 좀 열지.”

“신분증 좀 봅시다.”

“씨발새끼. 지랄하네.”

욕을 하며 사내가 신분증을 꺼내 문 보안창 앞에 내밀었다. 공안이 맞았다.

“내일 오쇼. 잠 좀 잡시다.”

“문 부신다.”

“이 새벽에 무슨 일입니까?”

“압록강에서 사고 쳤잖아. 문 좀 열어보래니까. 안에 북조선 새끼도 같이 있잖아. 진짜 문 부술까? 야! 망치 가져와! 아. 화선생.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좋게 갑시다.”

김성철이 뒤에서 금방이라도 격투를 할 태세였다.

“아무 짓도 하지 마. 일 복잡해지니까.”

이효범은 김성철에게 이르고 문을 열었다.

득달같이 공안들이 쳐들어오듯 들이닥쳤다.

다짜고짜 총부터 겨누면서 에워싼다. 책임자인듯한 정복차림의 배불뚝이 중년 사내가 손짓하자 사내들 중 서너명이 아파트 안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갑 채워.”

눈알을 부라리며 사내가 이효범과 김성철을 가리켰다.

“잠깐!”

이효범이 벼락같이 소리쳤다. 다들 움직이다 멈췄다.

“순순히 갈테니 옷 좀 갈아 입읍시다.”

당당하게 소리쳤다. 다들 환자복차림의 그를 위아래로 쳐다봤다.

“어디 아퍼?”

“병원에 입원했다 잠시 외출했습니다.”

상의를 제치고 붕대를 감은 팔을 내 보였다.

“알았어. 옷 갈아 입어.”


이효범은 방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작은 크로스백에 핸드폰과 사무용 수첩과 필기도구,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그리고 통장을 챙겼다.

이효범과 김성철이 수갑을 차고 아파트를 내려오자 아파트 문 앞에 9인승 승합차가 서 있었다.

우루루 다들 승합차 안에 들어가자 승합차가 터질 듯 했다. 이효범과 김성철은 뒷자리에 형사 한명과 함께 앉았다. 제일 막내로 보이는 20대후반의 형사는 춥고 졸린 지 담배냄새 풀풀 나는 점퍼를 이불처럼 끌어안으며 하품을 연신 해댔다.


승합차가 출발하자 나머지 형사들은 온갖 잡동사니 화제를 꺼내 씹어대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뭘 먹을 건지. 어제 본 여자 이야기. 사촌의 누군가가 저질렀다는 바보같은 짓 기타등등.

이효범은 옆의 김성철을 바라봤다. 김성철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를 보며 슬쩍 수갑 찬 손을 들어 보였다.

어느 틈에 풀었는 지 수갑이 덜렁거린다. 말만 하면 한바탕 소란을 피울 태세였다. 진정하라는 눈짓을 건넸다. 슬쩍 옆을 보니 형사는 침을 흘리며 자고 있다.

“...일단 가 보자고.”

“그 즉석꼬부랑국수 참 맛있었습네다.”

그의 눈빛이 어린아이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 사 주지.”

“하나만 물어봐도 됩네까?”

“응.”

“형님. 남조선 사람 맞디요?”

“응.”

“형님. 중국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헷갈립니다.”

“그러게. 나도 궁금해.”

“얘네들 나 잡아가는 거 보아하니 압록강건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 데 형님은 모른다고 하시디오. 어차피 전 조국으로 다시 들어가면 됩네다.”

압록강에서 두 명을 리혜옥이 사살했다. 그리고 해안경비대와 보위부와 총격전을 벌였다. 사상자가 있을 것이다. 김성철이 북송당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었다. 분명 김성철 자신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압록강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라면 돈이든 인맥을 통해서 풀려날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김성철이었다. 만약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보위부체포조가 알게 된다면 강제북송 당하는 것은 뻔했다.

빨리 손을 써야 된다.

아직 중국공안은 화영광의 진짜 정체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화영광이 곧 이효범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빠져 나와야 한다.

원래 계획보다 진행 속도가 너무 빨랐다. 그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너무 많았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음모 속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생쥐 꼴.

여러 생각이 머리를 휘젓었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좁은 도로에 승합차가 진입했다.

아파트단지 정문 바로 몇미터 앞이었다. 갑자기 옆에서 승용차가 튀어 나왔다. 승합차가 충돌을 피하고자 급정거했다. 운전석에 욕설이 흘러나왔다.

승용차 안에서 총을 든 사내들이 내렸다.

한 사내가 자동소총을 들어 승합차 운전석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

운전석 유리창이 깨지고 창을 뚫고 총탄이 승합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김성철이 재빠르게 이효범의 머리를 잡아 숙이게 하고 바닥으로 끌어당겼다.

“저 새끼들 뭐야! 응사! 응사!”

누군가 차 안에서 소리쳤다.

형사들이 총을 빼들고 앞을 향해 무작정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자동소총이 불을 뿜었다. 다시 총탄이 쏟아져 들어왔다.

둑둑둑!

창을 깨고 차체를 뚫고 시트에 박혔다.

승합차 문이 열리고 형사들이 뛰쳐 나갔다. 그리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으으으.

화약냄새 자욱한 먼지 가득한 공간 안에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무겁게 낮은 신음이 들렸다. 더 이상 차안으로 총탄은 들어오지 않았다. 차 밖에서는 자동소총과 권총의 요란한 총격 소리가 오고갔다. 이효범은 머리를 들어 옆을 살폈다. 옆의 형사는 정자세로 앉아있었다. 피가 그의 가슴과 배부분에서 솟아 주르륵 차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다시 얼굴을 쳐다보니 얼굴 반쪽이 없었다. 옆 창가에 핏덩어리와 살조각들과 회색 뇌부분들이 토사물처럼 붙어있다. 끔찍했다.

“형님. 여기 있으면 죽습네다. 나가디오.”

김성철의 말이 맞았다.

나가야 한다.

이효범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죽은 형사의 주머니를 뒤져 수갑열쇠를 찾았다.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은 이효범은 수갑을 풀었다. 김성철이 죽은 형사의 가슴띠에 달린 권총집을 가리켰다. 열어 총을 꺼내 건네자 김성철이 능숙하게 안전장치를 풀고 총을 점검했다. 그런 후 그를 지나 승합차 문쪽으로 상체를 숙인 채 이동했다.

총격전은 답보 상태였다. 고함과 함께 한두차례 총성이 울렸지만 다시 조용했다. 승합차 열려진 문을 통해 밖을 살피던 김성철이 이효범을 보고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는 문쪽을 천천히 기어가듯 움직였다.

운전석쪽은 엉망이었다. 부서진 운전석 창너머 밖은 시야가 제한되었고 운전석의 두 사내는 고개를 떨군 채 죽었고 시트에 뚫린 구멍으로 피가 흘러내린다.

승합차에서 내리니 문 옆 차체에 중년의 형사가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흐릿한 눈으로 울컥울컥 입으로 피를 쏟았다. 그들을 바라보고 손을 내밀며 뭐라고 말을 건넸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갑자기 앞쪽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탕.

총을 쏘았다. 김성철이 서슴없이 앞으로 걸어가며 상대를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나타난 사내가 뒤로 넘어갔다. 넘어진 사내로 다가간 김성철이 상대를 향해 총을 다시 쏘았다.

드륵드득.

앞쪽 어둠속에 자동소총 소리와 함께 총탄이 날아들었다. 김성철이 벽쪽으로 재빨리 몸을 날려 피했다. 그리고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권총을 쉴틈없이 연달아 쏘아댔다. 이어 째빨리 몸을 움직여 그에게 다가왔다.

“형님.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네다. 어서!”

숨을 거둔 형사의 총을 집어들고 김성철이 숨을 몰아쉬며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다시 어디선가 총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뒤로 빠져나갔다.


아파트 뒤쪽으로 나온 두사람은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아파트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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