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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 님의 서재입니다.

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9,892
추천수 :
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12 08:52
조회
558
추천
9
글자
9쪽

#2.중국 대련 - 6

DUMMY

김사장이 슬쩍 여자들의 테이블 빈 의자에 슬쩍 앉으며 뻐꾸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웃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하지만 배불뚝이 아저씨는 이쪽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의리없는 인간.

좌절의 기운이 온 몸을 휘감기 시작할 때 심판의 날이 오듯 핸드폰이 울렸다. 장수란. 그는 일말의 기대를 접고 밖으로 나왔다.

“응. 나야.”

“뭐해?”

“뭐하긴 사람들 만나지.”

“정말이지?”

“그래. 정말이다.”

“일찍 들어와. 나 심심하고 외로워.”

이건 또 무슨 컨셉일까? 그는 당황스럽다.

“잘 모르겠다.”

“알았어. 그럼 술이라도 조금 먹어.”

웬일로 이 여우가 바로 수긍한다.

“응. 일찍 자.”

전화를 끊고 문앞 계단 아래에 서서 담배를 피워물었다. 어김없이 찬 바다 바람이 불어왔다. 추워서 손이 떨렸다. 담배를 끊고 싶었다. 부랴부랴 급하게 담배를 빨아댔다.

누군가 뒤에서 다가와 옆에 섰다. 바람을 막아주니 고마웠다. 큰 덩치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관리를 잘 한 듯 잘 빠진 삼십대초반의 사내였다. 방금 세탁소에서 다린 양복을 입고 온 듯 구김 하나 안 보인다. 눈에 힘을 주며 그를 바라본다.

“이효범 사장님. 이번에 새로 서울에서 온 박우철 영사입니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약한 머스크향이 풍겨온다. 그는 얼떨결에 손을 맞잡았다.

손은 따뜻하고 전해오는 느낌은 운동을 한 사람처럼 묵직하다.

잘 나고 잘 사는 놈.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이효범입니다.”

“전임자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전임자가 누구더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사관 영사들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도와주는 건 없고 이것저것 귀찮은 일만 만드는 국가가 공인한 철밥통들.

“아시겠지만 전 국정원 파견 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삼년전에 북한 보위부 간부인 리명국씨 탈북을 주도한 일은 회사 내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리명국씨라...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리명국씨가 가끔 제게도 이사장님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비밀이지만요.”

“죄송합니다. 저는 그 일과 관련이 없습니다.”

“저한테는 겸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모릅니다.”

물론 그는 알고 있었다. 리명국이라는 사내를 탈북시킨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기에. 하지만 밖으로 알려져서 득될 것이 없었다. 브로커쪽 일은 무조건 숨겨야 한다. 한번 정체가 발각되면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 없기에 말이다.

“이해합니다. 하여튼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전 그 쪽 일과는 이미 오래전에 손을 뗐습니다.”

“제 명함입니다. 종종 제가 연락을 드려도 되지요?”

“아뇨. 받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쪽 일에 대해서 알고 싶지도 관여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의외인데요. 조국을 위해 일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영사님. 화이트입니까? 블랙입니까?”

국가정보원의 요원중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림자처럼 정보활동하는 요원을 블랙이라 하고 반대를 화이트라고 한다.

“회색이죠.”

회색이라? 똥오줌 못가리는 초짜라고 이효범은 들렸다.

“회색이시군요.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이 바닥에서 제일 치졸한 말이 뭔지 아십니까? 애국이니 애족이니 그런 거 내세우는 겁니다. 결국 자신의 잇속 챙기면서 그런 말 지껄이는 인간들. 전부죠. 난 여태껏 순수하게 애국자 본 적 없습니다. 진짜 애국자는요. 조용히 직장 다니던가 자기 사업 열심히 하는 사람들뿐입니다.”

“...저도 월급 받고 열심히 일합니다.”

재수 없는 자기확신형 인간이 분명했다. 문득 이 추위를 견디며 왜 자신이 이 인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 한심했다.

“이 쪽 일은 해 보셨나요?”

예의상 물었다.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군요.”

“그렇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빠지게 공부해서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교 나와서 시절이 좋지 않아 동기들 쳐다도 안 보는 공무원 하니까요. 그래도 이 코스가 승진이 빠르다니 할 수 없이 해야죠.”

에휴. 씨발놈. 잘났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초창기 간첩으로 엮는다는 둥 별 거지같은 이유를 다 들먹이면서 괴롭히던 송영길이라는 영사가 있었다. 그 인간 덕택에 정보원 짓을 하며 몇 년을 고생했다. 물론 그 바람에 북한에 대한 정보는 많이 파악했지만 생고생은 다 했다.

“저는 정치 군사적인 일 안 합니다. 순수한 민간 일만 진행합니다. 제 바람은 돈 벌어서 귀국해서 조용히 잘 먹고 잘 사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영사님과 마주칠 일이 있을려나 모르겠군요.”

“이사장님 파일이 잔뜩입니다.”

“고생들 하시네요. 그걸로 협박하시려구요? 나도 할 말 많은데요.”

“그렇다는 이야기죠. 이사장님 프로필 보니깐 삼류전문대 출신에 회사경력도 그렇고 집안 형편도 중하류고 거기다 이제 나이 먹어서 어차피 귀국해서 할 일도 발 붙일 곳도 없지 않습니까? 이 중국 땅에서 쇼부 보셔야죠. 제 말이 맞죠?”

이 인간도 더러운 새끼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공무원이 국민을 협박해. 청와대 신문고에 확 찔러. 이효범은 욱했지만 곧 참았다. 어찌 보면 지금 자신의 신세가 이 새끼의 말이 맞다고 자조했다.

“좋은 관계가 될 지 아니면 껄끄러운 관계가 될 지는 이사장님 손에 달렸습니다.”

협박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그는 그저 웃었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속으로 외쳤다. 에라이. 이 씨발놈.

“...”

영사는 더러운 미소를 던지며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오늘 일진이 안 좋다. 그는 다시 새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만 늘어난다. 이 생활 그만하고 싶었다. 걸어온 길이 참 멀었구나 싶었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 것일까?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만 요란하게 흩어져 있다. 저 수많은 별 중에 고도로 발전한 행성의 호전적인 외계인이 유에프오 타고 나타나서 지구를 한방에 박살냈으면 좋겠다. 절망적인 희망이었다.


“별이 참 이쁘네요. 담배 하나 주실래요?”

그녀였다. 장미향이 진하게 주변을 진동시킨다. 원피스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핑크색 구스다운에 가까이서 보니 화장을 짙게 한 탓에 어려 보이지만 눈가의 잔주름으로 보아 삼십대중반은 되 보였다. 눈빛은 많은 걸 겪은 사람처럼 초점없는 세상이 다 무심해 보인다. 얇은 입술을 덮은 보라색 맆스틱의 은분이 반짝인다. 담배를 꺼내 내밀고 불을 건넸다.

“무슨 일 하세요?”

음성은 약간 허스키하다.

“자그마한 회사 하나 합니다.”

“잘 되세요?”

“그냥 먹고 삽니다. 중국에는 어쩐 일로?”

“놀러왔죠. 아는 오빠가 여기서 사업하는 데 놀러오라고 해서 왔는 데 재미는 그러네요.”

“가이드가 신통치 않은가 봅니다. 하기야 요즘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다 비슷하죠. 참 무슨 일 하십니까?”

“삼류연예인이에요.”

“연예인요? 어느쪽이신지?”

“모르시죠? 영화 몇편 찍었어요. 어렸을 땐 모델일도 좀 하고요.”

“아. 그러시군요.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제가 눈썰미가 없는 편이라.”

“아니에요. 뜨질 못해서 제 얼굴 보고 알아보는 사람들 별로 없어요.”

“네.”

두 사람은 잠시 담배만 피웠다.

“야. 여기서 바퀴벌레 한쌍처럼 뭐 해?”

유치한 쌍팔년도 멘트를 날리며 김사장이 다가왔다. 그의 옆에는 돈깨나 들인 키 작은 성형미인이 착 달라붙어있다. 한눈에 봐도 원나이트가 쉬어보이는 상대였다. 김사장이 늘씬한 상대대신 키 작은 여자를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 나가서 한잔 하기로 했는데? 이사장 같이 가지.”

물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수컷으로서의 본능이 재촉했다.

“추워요. 어디든 빨리 가요.”

김사장에게 달라붙은 똥자루가 재촉했다.

“일단 중국에 왔으니 꼬치구이부터 먹어봐야지. 안 그래?”

마치 몇 년 만난 연인들처럼 김사장 커플이 팔짱을 끼고 앞장섰다.

“가실래요?”

이효범이 말을 건네자 여자는 작은 미소와 함께 긴 섹시다리를 쭉 뻗으며 앞장섰다.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생길까? 그는 먼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집에 있는 여우한테 어떤 핑계거리를 둘러댈 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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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8 베다 그리고 리혜옥 - 1 18.09.25 386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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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혼돈 - 1 18.09.19 42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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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4 얼어붙은 땅으로 - 2 +1 18.09.16 439 8 15쪽
14 #4 얼어붙은 땅으로 - 1 18.09.16 44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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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 살인 - 2 18.09.14 49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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