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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우재
작품등록일 :
2018.09.03 08:59
최근연재일 :
2018.10.06 21:19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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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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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수 :
198,565

작성
18.09.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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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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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2.중국 대련 - 3

DUMMY

약속장소인 북경오리 전문점 내 룸에 들어서자 언제 왔는지 원형탁자 안쪽에서 그녀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들어선 그를 보며 반갑게 웃는다. 청도대학교 한국어교육과 교수인 42세의 정희수는 이효범에게 중요한 정보라인이자 조력자였다. 그리 튀지않고 세련된 하늘색 정장 투피스는 아무래도 한국에서 산 것 같았다. 중견기업 지사장으로 중국으로 온 남편을 따라와 중국에 정착한 케이스였다.

“요즘 바뻐? 전화도 없고.”

그가 반대편에 앉자 차를 따라 탁자를 돌려 그에게 보낸다.

“바빠야 먹고 살죠. 그러는 누나는 얼굴 보기가 더 힘들지? 나야 언제든지 콜인데. 목사님은?”

“좀 늦으신데.”

“들리는 이야기 없는 거 보니까 또 어디 다녀 오셨나?”

“연변에 며칠 다녀오셨다고 하시던데.”

“아...”

“음식은 내가 시켰다.”

“향차이 뺐지? 잘 하셨어. 누나 일은 좀 어때?”

“요즘 위에서 벌이는 일이 많아서 그거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참. 여기 방송에 누나 얼굴 나오던데. 그거 뭐더라. 한국어대회던가?”

“얼떨결에 하루 심사위원했지.”

“형님은 요즘 뭐하슈?”

“말도 꺼내지 말아라. 아주 꼴 보기 싫어.”

“왜?”

“그냥 하던 거 하지. 또 뭐 벌린다고 쏘다니는 데 말도 안 듣고... 내 장담하는 데 곧 나 거리에 나 앉을 거다.”

“누나가 그런 소리 하면 어떻게 해. 얘들도 있는 데.”

“그러게 말이다. 정신 못 차리고 뜬 구름만 잡는데 내가 미친다 미쳐.”

“누나가 먹여 살리잖아. 어쪄. 그게 팔잔걸.”

“그러게. 사랑이 죄지 죄.”

“야. 난 누나같은 여자 만나면 진짜 잘 해 줄텐데.”

“내가 이혼하고 같이 살까?”

“미안. 나 우리집 독자거든. 우리 어머니 돌아가셔.”

“히히.”

“아 부럽다. 부러워. 형님은 뭔 팔자가 그리 좋아. 그러지말고 나 좀 먹여살릴 누나같은 여자 좀 소개시켜 줘.”

“데리고 사는 여잔 어떻게 하고. 하여튼 달린 것들은 문제야 문제.”

“그러지마쇼. 나도 죽겠다고.”

“왜?”

“이래뵈도 우리 집 양반집안이거든.”

“야. 대한민국 국민 다 양반이다. 쌍놈이라고 말하는 사람 본 적이 없어요. 이효범씨.”

“우리 아버지가 아주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뒤로 돌아앉으셔. 절대로 외국여자는 안 된다고.”

“나도 반대야.”

“엥. 왜?”

“내가 볼 때 너같은 사람은 여기 여자들 안 맞아. 살림이 안 될 걸. 참 궁합은 잘 맞아?”

“뭔 궁합?”

“뭐긴 뭐야. 이불 속 궁합.”

“됐어. 하여튼 아줌마는 못 속여. 됐시다.”

“좋은 가 보네. 히히.”

“솔직히 고민이야. 이거 결혼을 해야 하나 아니면 헤어지고 한국여자를 만날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그 고민은 아니고 같이 살수록 자꾸 안 좋은 것만 보여.”

“처음 만나서 사랑으로 살고 그 다음에는 뭐로 사는 지 알어?”

“뭔데?”

“의리다. 의리. 이 풍진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동지애.”

“아. 하여튼 머리 아파.”

“그래도 조강지처는 버리면 안 돼. 솔직히 개인적으로 네 애인 내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이사장이 이 중국땅에 정착하는 데 많이 도와줬잖아.”

“그건 맞는데. 그 성질 맞춰가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자신이 없어.”

“하긴 여기 아가씨들 특히 동북얘들이 한 성질 하지. 네 팔자다. 그러게 왜 건들여.”

“건들긴 내가 건들었나? 지가 먼저 들이댔지.”

“지랄.”

그녀가 눈을 흘겼다. 소녀같은 얼굴이 귀여웠다. 그는 씨익 웃었다. 문이 열리고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종 요리가 상에 올려졌다.

“목사님 늦으시네.”

젓가락을 들며 그녀가 먼저 먹는 게 미안한 듯 말했다. 그녀는 바삭하게 튀겨낸 작은 민물새우를 집어 입에 가져갔다. 그는 식욕이 없어 담배를 피워물었다.

“담배 좀 끊으면 안 되니?”

“그러게. 중국 와서 는 건 담배밖에 없어.”

“한잔 마셔야지.”

그녀가 잔에 맥주를 스스로 따른 후 건배를 제의했다. 그도 잔에 맥주를 따라 허공에 건배하고 마셨다.

“이사장은 내가 본 여기 한국사람들 중에서 특이해.”

“뭐가?”

“언제라도 돌아갈 거 같은 데 중국에서 못 벗어나잖아.”

“그런가? 난 내일이라도 여건만 된다면 돌아가고 싶은데. 지겨워. 이제 지겨워도 너무 지겨워.”

“정말 그럴까?”

“누님. 솔직히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어. 중국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정착하고 싶긴 한데...”

“그렇지. 우린 영원한 이방인이지.”

그녀는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노란 서류봉투를 꺼내 회전탁자에 올려놓고 탁자를 돌려 그에게 보냈다.

“북경에서 나온 정책분석 자료인데 꽤 쓸만한 자료들이야. 조만간 풀리긴 하겠지만 잘 가려서 써 먹어.”

“매번 고마워. 누님.”

그는 인민폐뭉치를 든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리고 탁자를 돌렸다. 그는 서류봉투를 집어 의자 밑에 둔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나저나 이 목사님은 언제 오는 거야.”

다시 그녀가 젓가락을 들어 게살이 잔뜩 들은 교자를 집어 들었다. 그 또한 젓가락을 들었다.

그로부터 이십여분 후 문이 열리고 반백의 육십대 사내가 들어왔다. 유행이 한참 지난 무스탕 인조가죽 외투에 두꺼운 회색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머리는 다듬지 못한 윗머리가 몇가닥 뻗쳐 좀 어수선하다. 한손에는 배낭을 들고 검정 중국 인민화를 신은 양이 패션이나 노년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늦었지?”

외투와 머플러를 벗어 빈 의자에 걸치고 그의 옆자리에 가죽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먼저 먹었어요.”

“언제나 바쁘십니다.”

“아 배고프다. 아침도 안 먹었더만 배에 가죽밖에 없어. 야. 이거 진수성찬일세.”

앉자마자 김정길 목사는 작은 중국식 도기 수저를 들어 돼지뼈를 고아 만든 배추탕의 국물을 떠 먹었다. 얼굴이 핼쓱하고 멋대로 자란 흰수염들이 여기저기 삐쭉삐쭉 돋아있다. 한때는 패션업계에서 알아주는 원단제작 중견업체 오너출신인 그는 사업 실패후 기독교에 귀의해서 목사가 되었다. 목사가 된 뒤로는 실향민인 부친의 권유로 북한선교에 남은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한중수교 후 중국으로 왔다.

“아 좋다. 속이 좀 따뜻해지네. 난 여기 추위가 딱 질색이야. 습기가 많아서 뼈가 시려.”

“기도 안 하세요?“

정희수가 농담을 던졌다.

“아. 이럴수가 목사란 놈이... 이거 매일 하다보니 가끔 건너뛰네. 크크.”

말을 마치며 잽싸게 손을 세워 십자가를 그린다.

“내복 입으셨어요?”

이효범이 물었다.

“당연히 입었지. 내복 없으면 이 겨울 못 버티지. 이래뵈도 나 한국에 있을 때는 내복도 안 입었어. 내가 늙었나?”

“저도 입는데요.”

“며칠 전에 전화 드렸는 데 안되던데 어디 다녀오셨어요?”

정희수가 중국간장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목사의 앞그릇에 올리며 물었다.

“피난처 한 곳이 공안에 발각되서 문제가 있었지.”

“어디 피난처요?”

“천진의 피난처. 탈북한 사람들이 여덟명 모여 있었는데 다 붙잡혀 갔지. 그거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어쩌다가?”

“아무래도 최근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 북한기관원이 있었던 같다. 내가 바보지. 멍청한 바보. 아무래도 사회공부가 덜 된 거 같아.”

“잡혀간 사람들 행방은요?”

“아직 중국공안이 억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저기 쑤셔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네. 기도밖에 할 게 없네. 대사관도 도와줄 생각이 없고. 아는 중국사람들은 별 방법이 없다고 하고.”

“목사님은 괜찮으세요?”

“나야 공안에서 하루 붙잡아놨다 풀어주더군. 몇 번 들락날락하니 이제는 뭐 묻지도 않아.”

“그나저나 탈북한 사람들 북송되면 힘들텐데...”

“그렇지.”

김목사는 낯빛이 어두웠다. 좌중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자자. 두분 한두번도 아닌 일인데 목사님께서 힘을 내셔야 주변 사람들도 힘이 나서 일을 하죠. 자 오늘 한잔만 하시죠?”

이효범이 슬쩍 목소리를 높이며 일어나 김목사 앞의 맥주잔에 맥주를 따랐다.

“저 하나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 목사님은 약간의 스님기질이 있으신 거 같아요.”

“그건 뭔 소리야?”

“은근히 곡차를 좋아하신다 말이에요. 크크.”

“그런가? 예끼 이사람아. 성경에도 술 먹지 말란 소리 없어. 그리고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 종교인들은 한잔씩 하는 것도 좋아. 이 신앙이라는 게 스트레스가 많거든.”

“자. 건배예요. 마시고 머리에 털기.”

정희수 교수를 분위기를 띄우려 제안했다. 세 사람은 맥주잔을 비웠다.


“이사장. 여기 물건.”

김목사가 그에게 작은 종이박스를 건넸다. 탈북자들로부터 증언을 받아 녹음한 테이프였다. 그는 종이박스를 받아 열어 테이프를 확인 한 후 상의에서 노란봉투를 꺼내 김목사에게 내밀었다.

“이번 달 지원비입니다. 매번 적어서 죄송합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그래도 이사장 덕분에 숨 좀 돌리고 사는 데. 그건 그렇고 연변 갔다가 들은 이야긴데 무산 근방에서 총격전으로 사람들이 죽었다는 데 그 이야기 아나?”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 말고는 들은 건 없습니다.”

“군인들이라고 하던데.”

“중국 군인이랍니까?”

“그게 이상한 것이 생김새는 동양인이 맞는데 총이나 물건이 대부분 미국것이라고 하더구만.”

“그래요? 이상하군요.”

“조선족 가이드를 고용해서 도강을 했는 데 그 가이드가 북한쪽 기관원과 연결된 사람이었다고 하더군. 무산 근방에서 미리 북한경비대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쪽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넘어간 군인들 대부분이 중국말을 모른다고 하더라고.”

“목사님 말씀대로라면 중국 군인들은 아니란 이야기이고 누가 고용한 용병 아닐까요.”

“용병?”

“만약 미국이 작전을 했다면 중국본토를 거쳐가지는 않았겠지요.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의 외교적문제가 발생하니깐요. 작전을 위해 중국본토를 침범하다니 아주 무모한 짓이죠. 제 생각에는 미국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그런 일을 할 리도 없고요. 중국 본토를 통해 북한으로 잠입했다. 대담한 행동이죠. 생존자는 없습니까?”

“북한 군인들이 많이 다쳤다고 하더군. 생존자도 없고. 하여튼 그 때문에 지금 국경쪽은 아주 삼엄해. 당분간 여러 가지로 힘들겠어. 이제 한겨울인데 더더욱 힘들어지겠어.”

“그러게요.”

“아 참. 신경철이라는 사람 만나봤어?”

“아. 목사님이 연결해주셨군요. 근데 쉬운 사람이 아니더군요. 제의는 거절했습니다.”

“그래. 아쉽군. 계속 전화하던데...”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가요?”

“개인적으로 알진 못하고 서울에서 교회 통해서 대북지원을 하는 박회장이라는 이북출신 사업가가 있는 데 그 사람에게 소개 받았다면서 이사장을 물어보더군. 연결해줄 수 없냐고. 그런데 사람이 좀 그래. 그래서 회사만 알려줬지. 이사장에 대해서 많이 아는 눈치던데. 아는 사람 아니야?”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수고스럽겠지만 목사님이 제 대신 기분 안 나쁘게 거절해 주시죠. 지금 상황에서는 일 맡기에는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이사장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내 그렇게 전할게.”

“난 무슨 이야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맥주 한병 끝났고 얘들 일도 있어서 가 볼래요.”

말을 마치며 옆 의자의 목도리를 집었다.

“누님. 왜 이래요? 아직 술도 요리도 많이 남았는데.”

“참. 저녁때 한인모임 있잖아. 참 자긴 참석할 거야? 목사님은 가시죠?”

“전 명함 돌려야 하죠.”

“거기 서울에서 공무원들도 좀 온다고 하고 외교관들도 좀 오는 것 같던데. 목사님도 오세요.”

“글세. 그런데 무슨 모임이야?”

김목사가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한인친목의 밤이라던데. 연말도 됐고 내년에 선거잖아요.”

“그래. 잘 됐다. 공무원들한테 싫은 소리 좀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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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4 얼어붙은 땅으로 - 1 18.09.16 43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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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3 살인 - 3 18.09.14 46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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