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최근연재일 :
2022.08.08 23:47
연재수 :
80 회
조회수 :
301,379
추천수 :
12,469
글자수 :
455,925

작성
22.07.07 19:43
조회
2,892
추천
122
글자
12쪽

창문과 거울

DUMMY

벽돌 건물 안 5미터 높이 분별증류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분별증류탑 만들기 전 프로토타입으로 실험 겸 임시 석유 공급을 맡고 있는 장치다.


기술자들이 풀무를 밟아 화로에 불을 뗀다.


“적정 온도 설정이 힘듭니다. 불이 강하면 끈적한 타르까지 기화되고, 불이 약하면 분별증류가 잘 안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별증류의 핵심은 350도 온도유지다. 그 이상 가열하면 찌꺼기 아스팔트가 기화해버린다. 아스팔트 혼합물을 태웠다간 시커먼 매연을 토하겠지.


나와 필론은 분별증류기 프로토타입으로 문제점 발견과 수정을 반복하는 중이다.


“이번에 온도조절기를 만들어왔어.”


“이 장치가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한다는 말입니까?”


“원리는 간단해. 철과 구리는 열을 받았을 때 늘어나는 비율이 달라. 구리와 철을 겹쳐 만든 막대에 열을 가하면···”


“구리가 철보다 많이 늘어나니 철쪽으로 막대가 휘겠군요. 막대가 분사구를 막으면 연료 주입이 끊겨 온도가 내려가고, 냉각된 막대가 평평하게 돌아오면 다시 연료가 주입되겠네요.”


“역시 필론이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증기 기관은 잘 작동했나요?”


“오늘 풀로 100 시험날이었어. 잘 돌아가더라.”


“삽 대신 굴착기를 달면 지하 송유관 공사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돌아가면 굴착기 개량도 해볼게. 중유는 창고에 있지?”


“네.”


나는 바위굴 창고로 향했다.


석유는 유약을 발라 구운 커다란 항아리에 종류별로 담겨 있다. 노란빛 항아리는 등유, 푸른빛 항아리는 경유, 어두운 항아리는 중유.


나는 낙타 수레에 싣고 온 빈 항아리를 내리고 중유와 경유 항아리를 싣도록 하였다.


풀로가 꿍얼대며 석유 단지를 낙타 수레에 실었다.


“왜 좋아하지도 않는 기계 먹이를 날라야 하는지 자괴감이 듭니다.”


“이게 다 널 위한 거야.”


“기계가 왜 절 위한 겁니까?”


“땡볕에 삽질할래 풀로 100 쓸래?”


“... 풀로 100이요.”


“거봐.”


······


풀로의 꿍시렁이 줄어들었다.


나는 중유 수레와 함께 정착촌으로 돌아왔다. 승마가 조깅보다 운동량이 2배 많던가. 마음은 뿌듯한데 몸이 지친다.


먼지투성이 지친 몸을 끌고 궁전 목욕탕으로 향했다.


따스한 수증기가 반갑게 맞이했다.


궁전은 석유 혜택을 가장 먼저 누린 건물로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다. 메인 주방의 대형 화덕도 중유로 돌아간다. 궁전 등불은 올리브유 대신 등유가 쓰이고 있다.


이 맛에 개발하나 보다. 볼 때마다 뿌듯하다. 풀로 100 개발이 끝났으니 엘리베이터도 만들어 봐야지.


다음엔 무얼 만들까나.


목욕담당 시녀들이 옷을 벗기고 정성스레 씻어준다. 따뜻한 욕탕에 반신욕을 즐기는데, 아도니아 목소리가 들렸다.


“여긴 왜 왔어? 신전에도 목욕탕 있잖아.”


“낮에 목욕탕을 가동하는 건물은 궁전 밖에 없잖아요.”


공중 목욕탕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아침 저녁에 불을 뗀다. 파피루스 공방을 돌리면서 갈대 수급이 떨어진 탓에 당분간 절약모드다.


“조금만 기다려. 송유관 완성되면 따뜻한물 펑펑 쓰게 해줄게.”


“기대할게요.”


아도니아가 신관복을 벗고 내 옆에 몸을 담갔다.


“어으··· 시원하다.”


“말하는게 꼭 풀로같네.”


“뭐 어때요? 남들 앞에서만 조신하면 되지. 왜요? 유혹해드릴까요?”


아도니아가 야릇한 얼굴로 늘씬한 다리를 겹쳐온다.


하도 겪었더니 내성이 생겼다. 이젠 왠만한 유혹은 유혹같지 않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리를 내려놨다.


“하지마. 오늘 바위분지 다녀와서 피곤하단 말야.”


“쳇 재미없네요.”


“이주민은 잘 지내? 여자랑 아이 비중이 높다 들었는데···”


“전란으로 가장을 잃고 빈민이 된 가정이 많으니까요. 옷감 공방이나 파피루스 공방에서 일하게 되어 다들 좋아하고 있어요.”


“탁아소랑 학교는 어때?”


“각 신전 사제들을 몽땅 투입했지만 교사가 부족해요.”


“모든 걸 가르칠 필요는 없어. 읽고 쓰는 법 알려주고, 신전 신도로 끌어들일 정도면 충분해.”


“가끔씩 똑똑한 아이들이 나와요. 어떻게 할까요?”


“똑똑하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런 아이들은 궁전 아카데미아로 보내.”


“직접 키우시게요?”


“싹수 괜찮은 녀석들은 키울 생각이야. 내가 로마에 가면 정착촌을 맡아줄 행정 인력이 필요해.”


“좋은 생각이에요.”


“다른 불편한 점은 없어?”


“아프로디테 신전이 들어온 후 부족한게 없어졌어요. 미용과 화장은 물론 신관복까지 전부 맡아주잖아요.”


“아프로디테 사제들은 불편한게 없나?”


“청동 거울이 부족하다고 하던데요.”


“앗! 그래. 유리.”


유레카!


나는 벌떡 일어나 목욕탕을 뛰쳐나왔다. 사업 아이템 목록을 잊고 있었다니··· 탄산나트륨도 알렉산드리아에서 공급받는 마당에 유리를 안만들 이유가 없다.


판유리를 만들면 거울도 만들 수 있다.


“왕자님, 옷은 입고 가셔야죠.”


······


* * * * * *


궁전을 나서니 햇살이 따갑다.


날이 슬슬 더워지는게 늦봄인지 초여름인지 헷갈린다. 들판의 밀과 보리는 벌써 이삭이 달려있다. 아직은 푸른 벌판이지만 곧 황금 들판으로 바뀔 것이다.


누구보다 곡식이 익어가길 바라는 사람은 양조장이다. 맥주를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양조장 기술자는 매일 들판에 나가 이삭을 점검한다.


이집트 전통 맥주가 라거와 맛이 비슷하다 했던가.


살짝 기대된다.


나는 항구로 나가 에우메네스를 찾았다.


에우메네스는 요새 교역에 정신이 없다. 지중해 곳곳에 늘어나는 옷감 주문을 소화하느라 나보다 더 바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에우메네스, 나 이번에 유리를 만들었어.”


“유리 말씀입니까? 필요하면 알렉산드리아나 안티오키아 공방에서 구해드렸을 텐데요.”


“공방에서 만드는 유리병이나 공예품 같은 게 아냐. 보여줄게.”


에우메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라왔다.


인슐라 작업장에 내 측근이 모두 모여있었다.


“열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고로 때문에 그래.”


중유를 태운 고로는 천 도 넘게 가열된 상태였다.


“풀로 100 가동. 1번 유압기 연결해.”


푸시이익.


유압기를 당기자 고로가 조금씩 기울어진다. 새빨간 쇳물이 금속판을 따라 흘러내린다.


에우메네스가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아는 유리 제조법이 아니었다.


유리 쇳물에 쇠막대를 발라 천천히 식히는 것이 기존 유리 제조법일 텐데···


“맙소사, 유리를 통째 부으셨군요.”


“주석 녹인 틀에 유리 쇳물을 부은거야. 물과 기름이랑 똑같아. 무거운 물은 밑으로 가라앉고, 가벼운 기름은 떠올라.”


“주석은 가라앉고 유리는 떠오른다?”


“딩동댕. 떠오른 유리는 매끈한 표면을 갖게 돼.”


나는 기술자에게 손가락 둘을 펴보였다.


“2번 유압기 연결해.”


푸시이익.


커다란 청동 롤러 한 쌍이 유리를 압착한다. 롤러를 통과한 유리가 얇게 펴진 상태로 긴 가마로 들어갔다. 가마는 인슐라 건물 길이만큼 길었다. 일정 간격으로 불 떼는 곳이 있어 후끈한 열기가 전해진다.


“압착된 유리를 공기중에 그냥 냉각시키면 깨져. 가마에서 불을 떼는 건 유리를 천천히 냉각시키는 과정이야.”


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마끝으로 향했다.


식은 유리가 느린 속도로 밀려나오고 있었다. 금강석 칼을 쥔 기술자가 유리판을 그었다. 손바닥으로 톡톡 두들기자 유리판이 쩍 갈라졌다.


능숙한 솜씨였다. 다른 기술자가 완성된 유리판을 한쪽으로 옮겼다. 완성된 유리판이 사람 눈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푸른빛 투명한 유리판을 보니 마음이 두근거린다.


“짜잔. 유리판 완성.”


“... 놀랍습니다. 이렇게 투명한 유리는 처음 봅니다. 넓적한 유리는 어디에 쓰나요?”


“보여줄게.”


짝짝.


짧게 박수를 치자 기술자들이 창고에서 완성품을 가져왔다.


나는 목재 틀에 끼운 유리판 뒤에 섰다.


드르륵.


목재틀에 끼워진 유리창이 좌우로 왔다갔다 움직였다.


“이건 유리창이야. 유리 장점이 물과 바람은 막아주면서 빛은 통과시키는거잖아. 이걸 남쪽 방향으로 설치하고, 천장에도 설치하는 거야. 어떻게 될까?”


“집이 밝아질 겁니다.”


“밝아진 주거 환경은 주거 문화에 영향을 줄거야. 예전에 의식주 문화 얘기한 것 기억나지?”


“이 또한 전략이겠군요.”


“맞았어.”


내가 노리는 것은 로마에 세울 복합 쇼핑몰.


1층 전면을 백화점 쇼윈도처럼 판유리로 덮어버릴 작정이다.


로마 사람도 빛을 투과시키는 유리를 실내 조명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4세기 로마 기술자는 유리를 평평한 돌에 부어 최초의 판유리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400년 후의 일이니 신경쓸 필요는 없다. 판유리는 내 독점 사업이 될 것이다.


짝짝


기술자들이 두 번째 완성품을 가져왔다.


헉!


에우메네스가 헛숨을 들이켰다.


“거, 거울이다.”


“말도 안돼. 저렇게 또렷한 얼굴이라니···”


커다란 등신대 거울에 자기 자신이 똑같이 나오자 모두 경악했다.


내 얼굴도 비친다.


열 살짜리 존잘 꼬맹이가 씨익 웃고 있다.


새끼··· 잘생겼네.


판유리를 만들면 거울도 만들기 쉽다. 판유리 뒷면에 수은과 주석을 섞은 아말감을 칠하고 페인팅하면 거울이 된다.


거울 테두리는 나일강의 풍요를 기원하고, 사람들을 치료하는 이시스 여신이 은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 첫거울을 드렸다. 어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어루만졌다.


“이, 이걸 받아도 되겠니?”


“이시스 여신께 드리는 한정판입니다. 어머니 말고 드릴 사람이 없네요.”


두 번째 거울을 가져왔다. 이번 조각은 아폴론 신이었다.


“왕자니임 고마워요.”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와락 안겼다. 여전히 키 차이가 나서 내가 폭 안긴 꼴이다. 나는 힘껏 버티며 말했다.


“너희들 꺼 아냐. 신전에 봉헌하는거야.”


“물론이죠. 대사제 방에 고이 모셔두겠습니다.”


······


너희들이 대사제잖아.


앞으로 생산될 거울 역시 신전으로 보내기로 했다. 신전처럼 사람이 모이는 곳에 거울이 깔리면, 관심을 갖게 될 테고 자연스레 홍보도 될 터.


헤어샵과 메이크업샵, 디자이너샵을 겸하는 아프로디테 신전은 넉넉히 보낼 예정이다.


에우메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몇 달 공방에 틀어박힌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만한 물건을 만드실 줄은 몰랐습니다.”


“얼마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잘 연마된 은거울이 은무게 두 배 받습니다. 왕자님 거울은 최소 다섯 배는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등신대 거울 무게가 6kg. 1 데나리우스가 은 4g이니까···


7,500 데나리우스(3억 7천 500만원)이다. 재료비랑 원가 생각하면 열 배 남는 장사다.


“장식을 마친 거울은 신전 위주로 보내고, 생산된 거울은 창고에 보관하는게 낫겠습니다.”


“왜?”


“상단 배를 총동원해도 옷감 교역을 소화하기 버거운 상태입니다.”


······


한노의 화물선 선단은 화산재, 목재 등 원자재 운송을 맡고 있고, 페르가몬 상단은 교역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는 옷감 주문이 많아 상단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상단을 키우던지 항구를 개방하던지 수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타국 선단이 정착촌 항구에 들어오면 상단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겁니다.”


“그건 안돼. 카르타고 해적을 홍해로 빼돌리기 전까지 항구는 개방할 수 없어.”


“아··· 그렇군요.”


“지중해 해적 토벌이 내년이야. 상단 키우기는 보류하고, 옷감 주문은 현상태를 유지해. 주문 늘려도 받아주지 말고.”


“알겠습니다.”


지금이 기원전 68년 초여름이니 폼페이우스가 임페리움(Imperium 군사 지휘권)을 받기까지 딱 1년 남았다.


8층 옥상 정원에 올라 도시를 바라봤다.


콘크리트 공구리친 수로 구간이 절반인 20km를 넘어섰고 내년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운하가 개통되면 바로 카르타고 해적을 빼돌려야 한다. 폼페이우스 실력을 감안하면 아슬아슬할지 모르겠다.


조금씩 로마와 엮이고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폼페이우스는 나와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네 로마 쩔더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창문과 거울 +11 22.07.07 2,893 122 12쪽
52 석유다 석유 +11 22.07.06 2,922 124 12쪽
51 베두인 족장 2 +12 22.07.05 2,888 123 12쪽
50 베두인 족장 +5 22.07.04 2,912 122 12쪽
49 농사 계획 +14 22.07.02 3,095 117 13쪽
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46 121 12쪽
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6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2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59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099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69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2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4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3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4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7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1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09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2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6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4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7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59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3 17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