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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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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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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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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베두인 족장 2

DUMMY

8층 옥상 정원.


포도 넝쿨과 무화과 나무, 화초가 어우러진 옥상은 내 휴식 공간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답게 사시사철 꽃이 피어 꽃향기가 가득하다.


옥상 정원에서 가장 멋진 것은 전망이다.


해질녘 서쪽을 바라보면 노을에 붉게 물든 나일강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와 강이 함께 들어오는 풍경이 어딘지 모르게 서울을 연상시킨다.


돌돌돌.


도르래 걸린 광주리에 1층 메인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이 올라온다. 시녀들이 만찬장에 음식을 서빙하는 동안 악사들이 하프를 연주했다.


“준비하는 동안 도시를 안내하겠소.”


나는 가밀라트를 데리고 전망대로 향했다.


“서쪽 항구는 나일강 본류와 연결되어 도시 물자를 공급하오. 북쪽 제방과 도시 제방은 나일강 범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오. 제방 아래 수로 공사를 하는데 농업 용수를 공급하오.”


속아줄까?


슬쩍 가밀라트를 바라봤다. 가밀라트가 북쪽 제방을 주시하였다. 콘크리트 공구리친 수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수로가 크군요. 배도 지나가겠습니다.”


“... 농경지가 넓다 보니 물을 충분히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소.”


“수로가 어디와 연결된지 아십니까?”


“동쪽에 큰 호수가 있다 들었소.”


“알고 계시는군요. 지난 1년간 호수로 유입되는 물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곳 수로로 이어진 물줄기가 끊겼기 때문입니다. 유목 생활을 하는 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걱정이 많았겠군. 공사가 끝나는대로 물줄기를 되돌릴 생각이오. 호수가 크다 들었으니 2년은 충분히 버티리라 보오. 손해를 봤을 테니 적당히 옷감을 내릴까 하는데···”


“감사합니다 왕자님. 부족원들이 좋아할 겁니다.”


나는 답례품 목록에 옷감 추가를 지시하였다.


“타르못 정보를 알려줄 수 있겠소?”


“타르못은 사해 근처에서 발견됩니다. 옛부터 미라 제작에 필요한 역청 공급을 베두인족이 맡아왔지요.”


나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사해와 리비아 사막에 타르못이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소. 내가 바라는 건 정착촌 인근 타르못이지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오.”


“흐음··· 가까운 곳이라··· 생각해 보니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가밀라트가 슬쩍 미소를 흘렸다. 알고 있지만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기세다.


“방문하기 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왕자님 정보와 맞교환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정보라면 예언을 바라는가?”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탁을 원하지만 모든 이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네. 내 예언은 전적으로 신의 뜻에 달렸네.”


내맘대로라 쓰고 신의 뜻이라 읽는다.


가불기에 걸린 가밀라트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은 농수로라 말씀하셨지만 전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호숫가에 커다란 비석이 있습니다. 저는 페르시아 학자를 비문을 해석하도록 시켰습니다.


나 왕중왕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가 12년간 긴 공사 끝에 이집트 나일강과 홍해를 이었음을 선언하노라. 이 수로를 왕의 수로라 칭하며 행정관으로 하여금 수로를 관리하도록 할 것이다.


이정도면 왕자님의 수로가 운하라는 증거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낭패다.


설마 고대 페르시아 문자를 해석할 줄이야.


말문이 막힌 나를 가밀라트가 스쳐지나갔다. 가밀라트가 발코니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300년 전, 페르시아는 운하를 통해 이집트 곡물을 수입하고, 아라비아 반도의 향을 팔아 큰 이익을 남겼습니다. 200년 전, 운하를 복구한 프톨레마이오스 2세 역시 왕조의 번영을 이끌었습니다.”


······


“운하가 막히자 육상 교역로가 부활했습니다. 베두인족은 천 년 전 향로(香路 향의 길, 아라비아 반도 남부 예멘 일대 - 이집트 가자, 거리 1,900km)를 재장악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바위 사막 한복판에 왕국을 세웠습니다.”


나바테아 왕국.


문명 게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왕국 이름보다 수도 이름이 더 친숙할 것이다. 나바테아 왕국 수도 이름은 페트라. 문명 게임 불가사의로 알려져 있다.


향 산업 하나가 고대 지중해 전체 소매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향로를 장악한 결과가 사막 한복판의 왕국이었다.


사암으로 이뤄진 바위 사막의 협곡은 이동 통로가 되었고, 바위를 파내 피난처를 삼으며 조금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자 이들은 사막 협곡을 깎아내 도시를 세웠다.


이들의 기술력은 놀라웠다.


나바테아인은 연간 강우량 200mm도 안되는 사막 한복판에 극한의 빗물 저장 능력으로 20만 시민의 식수를 책임졌다. 단지 마실 물만 저장한 것이 아니라, 와디(임시 하천)를 가두고 댐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한다.


부를 축적한 나바테아 왕국은 유대 왕국 독립 전쟁을 거들고 영토를 넓혔다. 셀레우코스 제국으로부터 시리아 남부 주요도시 다마스쿠스를 빼앗았고, 이집트로부터 가자를 손에 넣었다.


나바테아 왕국은 짧은 전성기를 달릴 것이다. 폼페이우스가 동방에 오기 전까지.


가밀라트가 충격적 발언을 던졌다.


“가밀라트는 나타베아 왕국의 왕족 고유 이름입니다. 제 외조부는 왕국 초대 국왕 아라테스 1세입니다.”


······


가밀라트는 단순한 베두인 족장이 아니었다. 나바테아 왕국 왕족이었다.


어쩐지 역사에 빠삭하더라니···


역사를 보면, 수에즈 운하와 향로가 양립할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내가 운하를 열면 저쪽은 망한다. 수송 물량에서 상대가 안될 테니까.


기를 쓰고 막으려 하겠지.


방어를 생각해 보았다.


도시는 지킬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운하는 답이 안나온다. 발 느린 로마 군단이 40km 운하 전체를 지킬 순 없는 노릇이다.


운하 한복판 느릿느릿 가는 배는 커다란 표적에 불과했다. 내가 저들이라면 궁기병대를 보내 불화살로 배만 테러하고 튈 것이다.


하아···. 쉬벌.


한숨이 나온다.


겨우 자리잡나 싶었는데 사막 왕국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시작도 못해보고 장사 접어야 할 판이다.


나는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 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왕자님과 제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친구? 이건 뭔 개소리인가.


“운하가 흥하면 향로가 쇠퇴하고, 운하가 쇠퇴하면 향로가 흥하네. 친구란 말이 성립할 수 있다 보나?”


“왕자님과 나바테아 왕국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왕자님과 저라면 어떨까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개인 대 개인.


촉이 왔다.


외부 경쟁자에 손을 내미는 건, 내부 경쟁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 자네, 왕이 되고 싶은 게로군.”


가밀라트가 씨익 웃었다.


“곤경에 빠진 탐사대를 구하고, 방문 시기를 밝히고 직접 찾아왔습니다. 향료를 가득 실은 낙타 서른 마리를 예물로 바쳤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친선 제안이 아닐까요?”


빠르게 머리가 돌아갔다.


“내 예언을 바란 것이 왕위 때문이었나?”


“그렇습니다. 나바테아 왕국이 흔들릴 때 기회를 잡고 싶습니다.”


“하나 묻지. 내 예언을 받아먹을 실력이 되는가?”


“이집트 가자가 제 거점도시입니다. 시나이 반도와 나일강 삼각주 동편 황무지도 제 것이지요. 소유 병력은 경기병 3,500기입니다.”


기병 3,500이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내가 신년 제의로 알렉산드리아에 간 사이 정착촌을 기습했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른다.


“나바테아 왕국과 이집트 연결 고리가 자네로군.”


“그렇습니다.”


“자네가 중간에서 정보를 차단하면···”


“왕자님은 운하를 완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하에서 홍해 항구까지 왕자님 선단의 안전을 확보해드릴 수 있습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네.


개인 동맹이라···


나는 가밀라트가 왕이 되는 걸 돕고, 가밀라트는 운하 안전을 보장한다.


적이 되는 것보다 10배 나은 상황이다. 그런데 5% 부족했다.


가밀라트를 왕으로 만들면 동맹 가치가 떨어진다. 교역로 경쟁 상대다 보니 누가 먼저 뒤통수를 때려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이었다.


불안한 동맹은 이쪽에서 사절이다. 후방에 적을 남겨두고 로마로 갈 수 없지 않나.


“동맹을 한다면 자네가 왕이 된 이후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습니다.”


나는 시종을 불러 파피루스와 갈대펜을 부탁했다.


슥 슥.


대충 그린 지도에 가밀라트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기가 정착촌, 운하를 따라 가면 동쪽 호수, 아래로 가면 클리스마(수에즈항). 자네 도시 가자는 북동쪽 이쯤이겠군. 페트라는 여기려나.”


“놀랍군요. 수십년을 길에서 보낸 저보다 정확합니다.”


“자세한 내륙 지형은 모르네. 자네가 지도를 채워주게.”


“좋습니다. 나머진 제가 채우죠.”


가밀라트가 슥슥 지형을 채워넣었다. 다시 지도를 받아 인도를 그렸다.


인도 - 아라비아 교역로 지도가 완성되었다.


“운하와 향로가 양립한다면 우리 동맹이 확고해지지 않겠나?”


“말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교역로가 겹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자네가 아라비아 향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인도로 나가면 둘은 갈라질 수 있어.”


향 산업이 아깝긴 했지만 어차피 돈 벌 사업 수단은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시간이 없어 개발하지 못한 아이템이 수두룩하지 않던가.


베두인족 경기병에 시달릴 바엔 동맹 맺고 협력 추구하는게 열 배 나았다.


“인도 항로를 꿈꾸고 계셨군요. 로마, 파르티아, 이집트 함선이 일년에 한두 차례 간신히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로 개척이 쉽지 않을 겁니다.”


“개척 준비는 이미 끝났네. 우리 배는 일년 내내 왕복할 자신이 있네.”


“정말입니까?”


“미래를 알면 준비할 수 있다네. 운하가 완공되면 보여주지.”


정말일까? 왕자의 얼굴에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


왕자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란 건 알고 있었다.


로마의 대승을 예언한 예언자.


파라오의 총애를 받는 왕의 친구.


이오니아 제 1신전 아폴론 신전과 이집트 제1 신전 이시스 신전을 등에 업은 자.


······


처음 소식이 들린 건 악어와 하마가 우글대는 곳에 회반죽을 붓고 항구를 지을 때였다. 부족민 모두 웃어넘겼다. 언제 그만 둘까 가벼운 마음으로 내기를 걸었다.


누가 저러나 했더니 명성 높은 예언자 왕자였다.


슬쩍 관심을 가졌다.


건물 공사가 그치지 않았다. 아니,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순식간에 제방이 지어지고, 신전이 지어지고, 도시가 완성되었다.


언제부턴가 도시에 모직물과 린넨이 싼 값에 풀리기 시작했다. 직물점들이 앞다퉈 옷감을 사들였고, 수작업으로 천을 짜던 아낙네들은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무서운 성장 속도였다.


가밀라트는 두 가지 길을 놓고 고민했다.


왕자가 성장을 마치기 전에 잡던지 아니면 친구가 되던지.


자신이 나바테아 왕이었다면 총력을 기울여 왕자를 잡았겠지만, 자신은 왕이 아니었다. 이집트 교역을 책임지는 부족장이었다.


가밀라트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만찬이 시작되었다.


식사는 맛있었고 대화는 즐거웠다. 우리는 올리브 등잔불을 켜고 밤늦게 동맹을 구체적으로 확립하였다.


연회가 끝날 쯔음 가밀라트가 입을 열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얘기하느라 타르못 정보를 깜박할 뻔 했군요.”


가밀라트가 지도에 위치를 적었다.


“왕자님 도시 북동쪽으로 반나절 말타고 가면 바위 분지가 있습니다. 바위 분지 안에 타르못이 있습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이번엔 내 차례다. 나는 오랜만에 광대 버섯을 꺼내들었다.


역시나 핑핑 돈다. 바로 가부좌를 틀고 정신줄을 잡았다.


“위대한 이가 동방을 찾을 것이다. 높은 휘장이 찢어지고 바위 사막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리라.”

인공위성.jpg

고대 수에즈 운하는 인공위성 사진으로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투밀랏 와디(임시 하천)가 주인공이 뚫고 있는 운하 수로입니다. 운하 옆이 그레이트 비터 호수(수에즈 운하 개통전 민물호수였고, 현재 염호로 바뀜)입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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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농사 계획 +14 22.07.02 3,095 117 13쪽
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46 121 12쪽
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6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2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59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099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69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2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4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3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4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7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1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08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2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6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4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7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59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3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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