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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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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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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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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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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프톨레마이오스 12세

DUMMY

12월말 나일강 하구 창고 예정지.


습지대 뻘밭과 갈대밭이 광할하게 펼쳐져 있다. 2미터 넘게 자라는 파피루스 자생지가 밀림처럼 보인다.


시야가 제한된 곳은 조심해야 한다. 언제 악어가 나타날지 모른다.


사람 키 3배 되는 몸집에 칼날이 안박히는 단단한 가죽, 뼈도 씹어삼키는 무시무시한 치악력을 갖춘 나일 악어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젠장, 녀석이 또 왔습니다.”


“진형 갖춰.”


보레누스의 명령에 십인대가 재빨리 스쿠툼 진형을 갖췄다.


“창 들어.”


맹수 상대로 사거리 긴 게 최고다. 십인대는 짧은 글래디우스 대신 그리스 보병 장창을 들었다.


몸길이 5미터가 넘는 악어는 성인 남성도 한 입에 삼킬만큼 거대했다. 이 정도 크기면 최소 30년은 살았을 것이다.


“방패 쌓아.”


붉은 방패벽이 세워졌다. 아무리 악어가 크다 해도 나무벽을 삼킬 순 없다. 악어는 옆으로 돌아 방패벽을 우회하려 했지만 보레누스의 적절한 방향 전환이 막아섰다.


“견제한다. 찔러!”


악어의 눈앞에 창날 여덟 개가 어지러이 찔러온다. 악어가 이리저리 입을 벌려 창을 몰아내려 했다.


조심해야 한다. 녀석의 힘은 성인 남성 스무 명에 맞먹었다.


노련한 십인대는 눈 주위를 어지럽힐 뿐 힘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한 달간 악어를 상대하며 얻은 요령이었다.


뿌우우우 챙 챙 챙!


십인대가 시간을 끄는 사이 사람들이 북과 피리를 불어 소음 공격을 가했다.


악어는 사냥을 포기했다. 두고 보자는 눈빛을 쏘아낸 후 유유히 사라졌다. 안타깝지만 녀석을 돌려보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휴우···


호위대가 한숨돌리며 주저앉았다.


“괴물 자식, 드디어 도망가네.”


“저게 도망으로 보이냐? 더러워서 안먹는다 욕하는 걸로 보이는데?”


“그건 그래.”


“뱃가죽은 부드럽던데··· 풀로만 데려오면 어떻게 뒤집어서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풀로는 왕자님 근접 경호잖아.”


“쉬벌롬, 형님들은 나일강에서 죽자사자 싸우는데 지혼자 알렉산드리아에서 꿀 빨고 있네.”


한쪽이 방어를 맡는 동안 다른 한쪽은 공사가 한창이다.


“하나, 둘, 셋.”


쿠웅.


높다란 굴뚝에서 금속추를 떨어뜨린다. 나무 말뚝을 내리친다. 인부들이 밧줄을 당겨 금속 추를 올린다. 다시 나무 말뚝을 때려박는다.


왕자가 고안하고 필론이 만든 말뚝 박는 기계다.


뻘밭에 긴 말뚝을 박고 판자를 깐다. 철근 구조물을 촘촘히 심고 로마 콘크리트를 붓는다. 굳은 콘크리트는 단단한 지반 역할을 한다. 이후 도로로 쓰던 건물을 올리던 마음대로다.


건너편 벽돌 공장 가마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난다. 흔해빠진 진흙과 갈대를 틀에 넣고 가마에 구우면 벽돌이 완성된다. 땔감도 구하기 쉽다. 사방 천지가 갈대밭이다.


철근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벽돌로 벽을 메우면 건물 한 채가 뚝딱 지어진다.


건물 높이는 5층.


로마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세대 주택 인슐라(로마식 아파트)다. 두 채 지어 임시 숙소로 쓰고 있는데 그럭저럭 살 만하다. 겨울이라 해도 지중해에 인접한 나일강 하구는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다.


임시 선착장, 임시 숙소, 상하수도, 도로···


이 모든 것이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숙영지나 도로 건설에 일가견 있는 자신이 봐도 미친 속도였다.


베네치아 건축 방식이라 했던가··· 진흙탕에 어떻게 건물을 올리나 했는데 이런 기발한 방법을 쓸 줄이야.


보레누스가 습지대 한복판을 바라봤다.


습지대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있다.


얼핏 흔한 하천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북쪽 지중해로 흘러야 할 하천이 동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200년 전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건설한 수에즈 운하다.


지금은 나일강 범람기와 갈수기의 중간 시기.


내년 5월 갈수기가 정점에 이르면 하천은 바짝 말라 도랑으로 변할 것이다. 그때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승부를 봐야 한다.


“이제 이주민 받을 일만 남았군요.”


“후후후 그래.”


“대장, 웃지 마세요. 불안합니다.”


냉철한 대장이 저렇게 감정을 드러낸 건 오랜만이다.


뭐가 저리 기쁠까?


왜긴··· 평생 소원을 이뤘으니 저러지. 보레누스의 머릿속은 직속 대대 만들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주민이 도착하면 튼튼한 놈만 골라 600명을 채울 생각이다.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야지. 매일 행군 30km에 숙영지 건설을 하면 꿀잠이다. 전술 훈련을 마치면 악어 사냥도 가능하리라.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자 가슴이 뛴다.


보레누스는 이주민이 도착하길 손꼽아 기다렸다.


* * * * * * * *


안티로도스섬 별궁.


작은 섬 별궁 테라스에서 걸어나가면 백사장과 바다가 나온다. 나는 식사 후 해변 산책으로 경치를 즐겼다. 겨울이지만 온화한 기후의 알렉산드리아는 한낮 기온이 20도 안팎을 유지한다.


조용한 해변, 사각사각 밟히는 모래 감촉이 간지럽다. 아무 생각없이 해변을 걸었다. 방해없이 온전히 휴양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시종장이 고맙게 느껴진다.


어쩌면 클레오파트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지 모르겠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티로도스섬 별궁을 클레오파트라 궁전으로 개축하고 안토니우스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겠지.


내가 미래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


“흐음··· 기원전 69년 1월생이니까 며칠 안남았네.”


클레오파트라가 곧 태어난다. 나와는 아홉살 차이.


아기때부터 예쁘려나··· 얼굴을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다. 교육받을 나이가 되어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나는 이집트에 자리잡을 것이고,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아침 산책을 마치고 몸단장을 하였다. 오늘도 신전을 방문할 것이다. 하루 세 곳씩 돌았는데 신이 많다 보니 12월을 꽉 채울 기세다.


가장 중요한 이시스 신전의 협력을 얻었으니 급할 것은 없었다. 나는 느긋하게 일정을 물어보았다.


“아도니아, 오늘은 어디 갈 차례지?”


“알렉산더 대왕 신전입니다.”


이집트를 해방시킨 구원자 알렉산더.


그는 이곳에서 신이 되었다. 그를 위한 신전이 이집트 주요 도시에 지어졌다.


알렉산드리아에 그의 무덤이 있다.


본래 마케도니아로 가야할 대왕의 시신을 이집트 총독 프톨레마이오스가 강탈하였기 때문이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더 대왕 시신을 모셔와 신전을 짓고 정당한 후계자임을 주장하였다.


왕조를 열게 해준 고마움 때문일까? 알렉산더 대왕 기념 신전은 다른 대신전 못지 않은 커다란 규모였다.


신전 입구에 도착한 나는 웃음이 났다. 신전 입구에 오벨리스크가 세워졌고, 신전 주변은 스핑크스 석상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신전 모든 것이 그리스와 이집트가 섞여 있었다.


알렉산더 대왕과 애마 부케팔로스를 조각한 기마상은 그리스 조각가 작품이었고, 벽화속 조각과 상형 문자는 이집트 조각가 작품이었다.


아몬-라 신전에서 파견된 사제와 그리스 아폴론 신전 사제가 나를 맞이했다. 서로 다른 종교가 같은 신을 섬기다니···


어쩌면 알렉산더 신전은 자신이 바랬던 헬레니즘 문화를 완성한 장소가 아닐까.


나는 이집트식 예배와 그리스식 예배를 따로 드리고 예물을 사제들에게 건넸다. 광채나는 보석 파시움 소문이 퍼졌나 보다. 파시움을 선물받은 이집트 사제가 크게 기뻐했다.


그리스 사제는 올해 주조한 샴페인을 선물했다. 아직 맛이 덜 들었으니 1년 후 마시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미끼는 충분히 뿌렸다. 사제들 반응을 보아하니 슬슬 팔아도 될 것 같다.


우리는 물 탄 포도주를 마시며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왕자님의 이름은 이오니아 상선을 통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예언의 축복과 지혜의 축복을 받으셨다지요?”


“헤르메스 신의 여행자의 축복도 있습니다. 실은 제가 알렉산드리아에 오기 직전 폭풍우를 만났는데 말입니다.”


나는 과장을 보태어 험난한 여정을 묘사했다. 거친 겨울 바다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복판으로 변했고, 멀미나는 파도는 집채만한 파도로 변했다.


사제들이 감탄했다.


“그 위험한 찰나 파로스 등대의 불빛을 보았다니··· 신의 가호가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신전을 돌며 경배드리는 것은 모든 신께 감사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조용히 예배만 드리는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 줄도 모르고···”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며칠 전부터 왕자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소문이 거리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시스 신전은 조용히 다녀왔고, 다른 신전도 경배 드리고 인사만 나누는 선에서 활동했다. 애초에 휴식을 핑계삼았는데 튈 이유가 없었다.


신전에서 예언을 부탁하거나 지혜를 청한 일이 없었는데···


촉이 왔다.


시종장 짓이 틀림없다. 치졸한 녀석 같으니···


“왕자님께서 해명하신다면 우리 신전이 적극 돕겠습니다.”


“아뇨. 그러실 필요없습니다. 굳이 대응할 가치를 못느끼는 저급한 소문이니 내버려두십시오.”


“네?”


저쪽에서 알아서 선전해주는데 왜 불을 끄는가. 판 키운 다음 잡아먹어야지. 논란이 커질수록 내 존재감은 빛날 테고, 한 방 역전은 짜릿할 것이다.


새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나는 별궁으로 돌아와 조용히 지냈다. 소문을 대응하지 않자 가짜 예언자 소문이 더욱 커졌다.


개의치 않고 내 할 일을 했다.


양어머니께 이집트어를 배우고, 신전 문자도 익혔다. 쉬는 시간이면 하프를 연주하고 북을 쳤다.


틈틈이 필론으로부터 정착촌 건설 현장 보고를 받고, 이시스 대신전과 이주민 정착 계획을 실무적으로 논했다.


“아무래도 네크로폴리스를 가봐야겠어. 그쪽 현실을 알아야 대응 전략을 세울 텐데··· 아는 거라곤 빈민 수십만이 빈 건물에 몰려산다는게 전부잖아.”


네크로폴리스(νεκρόπολις). 말 그대로 공동묘지다.


사후 세계를 중시하는 이집트는 살아 생전 모습으로 미라를 만들고 평소 쓰던 물품을 부장품으로 함께 매장한다.


계급에 따라 무덤이 다른데, 파라오는 피라미드를 지었고, 고위 사제는 사원을 무덤으로 건설했다. 평민은 자신이 거주하던 집을 흉내낸 집을 도시 바깥에 지었다.


죽은 평민들의 집이 모여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되었다. 역사 깊은 도시는 도시보다 큰 네크로폴리스가 발굴되기도 한다.


알렉산드리아는 인구가 많다보니 몇 세대 만에 죽은 자들의 도시가 완성되었다.


텅 빈 도시 네크로폴리스.


집은 깨끗했고(미라만 빼면···) 부장품은 가재 도구 쓰기 딱 좋았다. 도시에서 쫓겨난 빈민에게 네크로폴리스는 완벽한 거주지였다.


무덤은 국가 권력도 손을 뻗치지 못하는 곳이다. 세금도 없고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만의 독특한 고유 생태계가 존재할 것이다.


잘만 길을 터놓으면 꾸준한 이주민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 양어머니 말대로 수십만이 살고 있다면 천 명씩 빼와도 티도 안나겠지.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반대했다.


“위험해요. 그곳 지리는 빈민 밖에 모르고 그들의 생태는 알려진 게 없어요.”


“이시스 신전이 빈민 구제때 만나는 연락책이 있어. 그쪽 지도자가 나오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 그냥 안티오키아에서 사람들을 데려오면 안될까요?”


“그건 나중에.”


처음 순서가 중요하다.


이곳은 이집트 땅이고 이집트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나중에 다국적 도시로 바꾸더라도 처음은 이집트인으로 채우는 것이 옳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겉도는 이유는 초기 헬레니즘 정책을 후대가 계승하지 못하고 그리스인 우대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셀레우코스 제국도 마찬가지였다. 소수 지배 민족 우대 정책은 망국의 지름길이다.


나는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였다.


새해 아침, 알렉산드리아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로 요란하다. 도심지에서 떨어진 이곳 섬까지 도시의 흥분이 전해진다.


“왕자님, 이시스 신전에서 연락이 왔어요.”


“출발한다고 전해.”


피리부는 아저씨를 만날 날이 왔다.


헤이! 파라오! 드랍 더 비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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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베두인 족장 2 +12 22.07.05 2,894 123 12쪽
50 베두인 족장 +5 22.07.04 2,918 122 12쪽
49 농사 계획 +14 22.07.02 3,101 117 13쪽
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52 121 12쪽
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23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9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6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62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102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72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7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93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80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9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6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82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8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21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43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6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15 150 12쪽
»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8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5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41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9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13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63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7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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