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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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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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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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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DUMMY

단단한 철근 콘크리트 지반 위에 우뚝 솟은 신상.


로도스 항구의 수호신이 부활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왕자님.”


로도스 민회 의장 킨토스와 수뇌부, 헬리오스 신전 사제들이 함박웃음으로 나를 맞이했다. 신상 재건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으나 완공하고 나니 마음에 드나 보다.


“이렇게 빨리 완공할 줄 몰랐어요.”


“로도스 시민 전체가 합심한 덕분입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공역에 참가하였고, 해군은 청동 충각을 신상 재료로 기부했습니다. 민회는 최고 수준으로 공임을 지급했지요. 후후 왕자님 철근과 로마 콘크리트는 가장 비싼 값에 매입하였습니다.”


인력 무한에 자금 무한.


청동상 재건은 부유한 로도스 전체가 달려든 결과물이었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반대는 없었나요?”


“후후 신상을 자세히 보시죠.”


“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포즈였다.


자유의 여신상.


헬리오스 신상은 한 손에 커다란 횃불을 들고 있었다.


“헬리오스 신상은 진리를 밝히는 횃불을 들기로 했습니다. 횃불은 종교와 철학의 만남, 신학의 상징물이 될 것입니다.”


“실제 불을 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횃불은 로도스 등대 역할도 할 테니까요.”


킨토스가 기단으로 안내했다. 예전 왕발가락 위치에 청동 현판에 놓여 있었다.


- 예언자 아폴로니스, 헬리오스 신상을 재건하다 -


단순한 문구였지만 감동적이었다. 나는 내 손으로 고대 불가사의를 재건한 것이다. 나는 현판을 어루만지며 기쁨을 만끽했다.


공사를 책임진 필론이 절룩이며 다가왔다.


“왕자님 어서오십시오.”


누구도 절룩이는 필론을 무시하지 않았다. 로도스 시민은 위대한 업적을 이룬 감독에게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내부를 안내하겠습니다.”


청동상 내부 공간은 헬리오스 신을 모시는 제단과 기념관이 있었다. 가운데는 중심 뼈대를 이루는 콘크리트 기둥이 있었다. 기둥 바깥으로 나선형 계단이 있어 횃불 등대까지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단순한 기둥 형태라 해도 30미터 높이다. 오벨리스크 건설이 아니었다면 애를 먹었으리라.


“기둥 깊이는 어떻게 돼?”


“지하 3층 깊이입니다.”


“기초 공사가 힘들었겠네. 뻘밭이라 기반이 약했을 텐데···”


“파내는 즉시 벽돌벽을 쌓아 지지대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철근 구조물을 심고 콘크리트를 부어 타설을 마쳤습니다.”


질척한 땅에서 토목 공사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나일강 습지대에서 행해질 운하 공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등대 점화식이 준비되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시겠습니까?”


“가보자.”


나는 풀로에게 필론을 안도록 하고 계단을 올랐다.


하나, 둘, 셋··· 구십구, 백.


백 계단을 오르니 탁 트인 광경이 나타났다.


로도스를 오가는 배들과 잘 정돈된 항구. 저멀리 이오니아 해안도 보인다.


속이 뻥 뚫린다.


이 맛에 건물을 크게 짓나 보다.


“필론, 나중에 우리도 이런 랜드마크, 아니 기념 건축물을 짓자. 더 크고 더 웅장하게.”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세상에서 가장 큰 건물을 지어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기름먹인 장작이 쌓인 제단으로 향했다. 나는 횃불을 넘겨받아 불을 피웠다.


화르륵.


불길이 전망대 지붕 위로 치솟았다. 등대는 로도스의 이정표가 되어 지중해를 밝힐 것이다.


와아아아!


점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시민들의 환호가 터졌다. 킨토스가 도시 축제를 선언했다.


“로도스 시민들이여 기뻐하라. 그리고 아폴로니스 왕자님께 감사하라. 청동 거상이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부자 도시답게 축제는 성대하게 열렸다. 역대급이라 생각했던 안티오키아 축제보다 화려했고 축제 기간도 길었다.


아직은 서먹서먹한 로도스 수뇌부와 로도스 신전 모두 내가 축제를 주관하기를 바랐다. 나는 기꺼이 축제를 주관하였다.


축제 마지막날 저녁 킨토스 저택.


“신전측과 잡음 없이 축제를 치러본게 언제인지 모릅니다. 모든 것이 왕자님 덕분입니다.”


“민회의 든든한 재정 지원 덕분이죠.”


우리는 포도주를 홀짝이며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킨토스가 본론을 꺼냈다.


“왕자님의 신탁에 대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구절이 흥미로웠습니다. 왕자님의 이후 행보는 남쪽인가요?”


“정확히 이집트입니다.”


“신탁을 그대로 따르는군요. 이오니아에 떨친 명성이 아깝지 않으십니까?”


“내 명성은 아폴론 신의 계시를 따랐기 때문에 얻은 것입니다. 명성이 아깝다 해서 신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나는 나를 좋게 기억하는 시민이 있는 걸로 만족합니다.”


“역시 왕자님다운 말씀이군요. 이집트에서 무얼하실지 기대됩니다.”


“정착촌을 세우고 교역을 해볼까 해요.”


킨토스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 뜻밖이군요. 저는 이집트에서도 예언자로 활동하실 줄 알았습니다.”


“언제까지 보석 상단 신세를 질 수는 없으니까요. 나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안정된 일을 주고 싶습니다.”


킨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참에 왕자님께 작게나마 보답을 할 수 있겠군요. 로도스는 왕자님 선단에 무관세 교역을 허가하겠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고마워요 킨토스. 구두 약속이 아닌 공식 문서로 남길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기한은 30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킨토스는 진정한 친구 예언이 마음에 남았나 보다. 나름 선의를 베푸는 척 머리 굴린 모양이다. 나중에 엄청 후회할 텐데···


다음날 아침 나는 이시스 신전을 찾았다.


오벨리스크를 세운 뒤 신자가 늘었나 보다. 예배를 기다리는 신자들이 중정까지 줄섰다. 엄숙한 분위기는 같았지만 이전처럼 경계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화려한 의상과 악세서리를 걸친 대사제가 마중나왔다. 나를 보자 활짝 미소 지으신다.


“어서 와요 아폴로니스.”


“오랜만입니다 어머니.”


엄마 소리가 싫지 않나 보다. 포근한 미소를 지으신다.


“선물을 가져왔어요.”


“응?”


나는 준비한 파시움을 꺼냈다.


파시움은 목 주위로 반원을 그리는 넓적한 목걸이로, 금실과 형형색색 보석을 엮어 장식하는 화려한 이집트 전통 악세사리다.


내 파시움은 딱 하나의 보석만 썼다.


중앙의 커다란 루비가 사원에 비친 햇빛에 찬란한 붉은 빛을 뽐냈다. 심플하지만 눈길을 확 끄는 디자인이었다.


양어머니가 조심스레 파시움을 넘겨받았다. 보석과 악세사리에 익숙한 고위 사제답게 한눈에 가치를 알아봤다.


“홍옥이군요. 그런데 내가 아는 홍옥이 맞나요?”


“어머니가 알고 있는 홍옥이 맞습니다. 홍옥 본래의 광채를 드러내기 위해 연마 기술을 익혔습니다.”


“오벨리스크도 그렇고 파시움도··· 내가 준 건 소개장 하나가 전부인데··· 너무 많은 걸 받았군요.”


양어머니는 마음어린 선물에 크게 감동하였다.


이때를 놓쳐선 안된다. 나는 파시움을 목에 걸어드리며 말했다.


“... 실은 어머니께 어려운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어머니와 함께 이집트에 가고 싶습니다.”


똑똑한 대사제답게 무슨 말인지 바로 눈치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로도스 포교.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랐다. 이국 종교를 배척하는 무리가 찾아와 행패를 부린 적도 있다. 이시스 여신을 전하겠다는 사명이 없었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다.


포교 십년 째, 이시스 신전은 남부럽지 않은 신도를 거느린 신전이 되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찾아왔다.


신의 능력을 받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베풀 줄 아는 아이였다. 밥 먹는게 귀여워 정을 줬더니 어느새 마음 한 구석을 크게 차지했나 보다.


아이가 말했다.


“상형 문자도 모르고, 이집트 말도 모릅니다. 이집트 종교도 모릅니다. 어머니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들의 부탁이 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다.


“... 알겠어요. 신변정리에 시간을 줄 수 있나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나는 대사제 품에 와락 안겼다. 대사제가 차분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 * * * * * * *


겨울 바다.


서쪽 멀리 시커먼 구름이 보인다. 파도가 거칠어진게 아무래도 폭풍 같다. 구름 속도를 보아 오늘 밤이면 우릴 덮칠 것이다.


망망대해의 거친 파도와 폭풍.


솔직히 겁난다.


이래서 겨울이 오기 전에 이집트에 가고 싶었는데··· 사람들 챙기고 이오니아에서 벌인 일을 마무리하다보니 한겨울이 되었다.


물론 시간을 허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필론과 로마 콘크리트 사업가를 보내 나일강 하류 정착지에 창고를 짓고 건설 자재를 비축하도록 하였다. 파라오에게 예물을 보내 접견 신청도 받아냈다. 그리고 이집트 말과 상형 문자 기초를 배웠다.


철썩.


뱃전을 때리는 파도에 몸이 휘청였다.


“파도가 높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항로 측정 한 번만 더 하고 들어갈게.”


내가 도는지 배가 도는지 나침반이 도는지··· 아 멀미난다.


간신히 측정을 마치고 입을 틀어막았다.


“풀로 나 좀 들어줘.”


풀로가 나를 들어 배편으로 옮겼다.


우웨에엑.


시큼한 위액이 시커먼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으··· 죽을 것 같다.”


“왕자님, 방향은 맞습니까?”


“지도랑 일치해. 우리가 항해한 지 며칠 째지?”


“열흘 쨉니다.”


사각돛 화물선으로 로도스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평균 12일 걸린다. 폭풍우를 앞두고 바람이 세게 불었으니 순풍은 제대로 탔다.


열흘째지만 가능성이 있다.


나는 선장을 찾았다.


“망루에 견시수를 올려보내.”


“이, 이 날씨에 말입니까?”


“100 데나리우스(500만원)를 걸겠어. 지원자를 받아봐.”


용감한 선원이 요동치는 망루 위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세 시간 안에 불빛이 보일거야. 배 진로 방향을 주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나는 선실로 들어가 양어머니와 유모, 아도니아, 헬레네를 안심시켰다. 꼬옥 껴안으니 메슥거렸던 속이 힐링되는 기분이다.


잠시 후 선장이 선실 문을 두드렸다.


“왕자님 불빛이 보입니다.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입니다.”


“휴우 살았다.”


다시 뱃전으로 나갔다.


거친 바다와 어두운 하늘에 한줄기 빛이 보인다. 빛을 따라 다가가니 높이 130미터의 거대한 등대가 드러났다.


고생 끝에 빛을 봐서 그런가···


파로스 등대의 첫인상은 고마움이었다. 나는 말없이 등대 꼭대기 불빛을 바라봤다.



필론이 절뚝이며 다가왔다.


“도서관에 살면서 등대가 특별하다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느꼈습니다.”


“나도 그래. 우리 교역항도 등대를 지어야겠어.”


알렉산드리아 도시 전경이 나타났다. 100만 명 도시답게 필요한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 있었다. 도시는 거미줄 같은 수로망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항구는 목적에 맞게 분산되어 있었다.


우리는 운하 수로를 따라 도시 안쪽으로 진입했다.


항구 관리가 감시선을 타고 배를 막아섰다.


“이곳은 파라오의 전용 수로입니다. 교역 목적이라면 우측으로, 방문 목적이라면 좌측으로 돌아가십시오.”


“파라오의 초청 제안을 받은 사람도 돌아가야 하는가?”


항구 관리가 눈을 껌벅였다.


“초청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셀레우코스 제국 왕자 아폴로니스다.”


“앗! 빛나는 보석 파시움 예물을 보낸 분이군요. 어서 오십시오. 파라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거대한 스타디움, 전차 경주장, 상업 아고라··· 그리스풍 건물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 다음 신전이 나타났다.


그리스풍 신전, 이집트풍 신전, 둘을 혼합한 세라피스 신전. 위대한 대왕 알렉산더를 모신 신전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국적인 파라오 궁전이 나타났다. 환관 시종장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화장한 남자라니··· 뭔가 낯설다.


“아폴로니스 왕자님의 알렉산드리아 방문을 환영합니다.”

파로스 등대.jpg

파로스 등대 상상도입니다.


현존 고대 불가사의는 피라미드가 유일합니다. 파로스 등대는 피라미드 다음으로 오래 살아남은 고대 불가사의로 1303년 대지진 전까지 등대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기록상 43km까지 등대 빛이 보였다고 하는데... 어떤 원리인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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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6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2 10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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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자숙 +7 22.06.23 3,042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4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3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4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7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1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08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2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6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4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7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59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3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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