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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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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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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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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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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착촌 도착

DUMMY

음악에 미친 프톨레마이오스 12세의 허가가 떨어졌다.


나는 왕실 대장간과 알렉산드리아 대장간 프리패스를 받았다. 인력과 재료가 공짜로 주어졌고, 내 작업이 최우선 순위로 잡혔다.


생뚱맞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파이프 오르간은 내게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파이프 오르간의 원리가 유압 기관의 작동 원리와 똑같기 때문이다. 타워 크레인, 포크레인, 굴삭기··· 현대 중장비 대부분이 유압 기관으로 움직인다. 나는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면서 내게 필요한 유압 기관도 제작하기로 했다.


알렉산드리아 공업 단지.


석호 왼편에 자리잡은 이곳에 알렉산드리아의 제조업 시설이 몰려 있다. 주력 수출품인 향료, 유리 제품이 여기서 가공된다. 이집트 전역에 쓰이는 철제 농기구도 이곳 대장간에서 제조된다.


깡 깡 깡.


왕실 직속 대장간. 헝겊으로 귀를 틀어막았는데 귀가 먹먹하다. 길드장이 고래고래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폴로니스님.”


“부탁한 것은 다 만들었어?”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작은 관으로 무얼 하시려는지요?”


“작은 파이프 오르간을 만들어 볼까 해.”


···.는 구라고, 실제는 유압 기관 실험 재료다.


왕실 길드장은 자신이 무얼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나는 왕실 대장간을 비롯한 대장간 열 군데에 분산 주문을 넣어 자신의 작업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유도하였다.


현재 대장간에서 파이프 오르간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방직기와 방적기 부품도 몰래 만들고 있다. 부품 자체를 섞어 주문하여 들킬 염려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혹시 기술이 유출되었다간 미래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서둘러 저택으로 돌아왔다. 시종이 왕실 목공 장인에게 부탁하여 깎은 포크레인 부품을 가져왔다. 목재 부품을 하나씩 끼워넣자 포크레인 모형이 되었다.


풀로가 신기한듯 모형을 만지작거렸다.


“신기하군요. 사람 팔 같습니다. 작동은 어떻게 하나요?”


“청동관으로 할 거야.”


나는 실린더를 포크레인 관절에 연결하고, 민들레 수액을 굳혀 밀폐한 실린더에 올리브유를 주입하였다.


철컥 철컥.


왼쪽 실린더를 밀어넣자 포크레인이 지면을 향해 고개 숙였다. 오른쪽 실린더를 빼자 삽이 바닥을 긁었다.


시제품이라 올리브유가 질질 샜지만··· 어쨌든 성공이었다.


박수치며 기뻐하는데 풀로가 고개를 갸웃했다.


“왕자님이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냥 아이들 장난감인데요.”


빠직.


무식한 놈.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무슨 소리야? 이건 획기적인 발명품이야.”


“그냥 제가 삽질 두어 번 하는게 빠를 것 같습니다.”


필론이나 알렉산드리아 학자들이 봤으면 기절초풍했을 텐데··· 나는 발끈하여 내기를 제안했다.


“내기하자. 네 몸무게랑 똑같은 기계팔을 만들겠어. 하루 일해서 누가 땅을 더 많이 파나 겨루자.”


“후후 그야 어렵지 않죠. 얼마 걸고 싶으신가요?”


“샴페인 한 상자를 걸겠어. 넌 1년치 연봉을 걸어.”


“후후 샴페인이라면 물러설 수 없군요. 왕자님, 약속하신 겁니다.”


풀로가 희희낙락했다.


나중에 후회할 텐데···


나는 파이프 오르간 제작을 핑계로 파라오 연회 참석을 줄였다. 남는 시간을 유압 기관, 방직기, 방적기 제작에 투자하였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필론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학자들의 자문을 받았다. 금속 세공 장인 도움도 받았다. 정확한 기계 공구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기계만큼 정교한 장인의 손길이 존재했다. 100원짜리 동전에 수천개 문양을 그려넣는 미친 손재주를 가진 장인들이 치수 오차를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나는 시제품 만들고 부수길 반복하며 설계도를 수정했다. 조금씩 완성도가 높아져간다.


“동력원만 해결하면 끝이네. 문제는 동력 기관이 애매하다는 건데···”


수력은 비추.


상류 아스완에서 나일강 삼각주까지 거리가 1,000km인데 반해 표고차는 70m에 불과하다. 사실상 평지를 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높이차가 없으니 힘도 약하다.


풍력은 실제 가봐서 바람을 측정해봐야 할 것 같고, 소나 말은 먹이와 부대 시설을 생각해야 한다.


남는 건 내연 기관과 증기 기관인데···


내연 기관은 내 지식 수준에서 한참 벗어난 기술력이 필요했고, 증기 기관은 연료가 문제다. 나무를 태워선 어림도 없고 질좋은 석탄을 때야 하는데··· 석탄 수급이 문제였다.


“골치 아프네. 일단 보류.”


나는 정착촌에 가서 동력 문제를 해결하기로 미루었다.


* * * * * * * *


봄이 왔다.


마침내 이주 준비가 끝났다.


알렉산드리아 수로를 따라 선단 스무 척이 석호에 입항하였다. 250명씩 총 5천 명을 태울 이주민 선단이었다. 카르타고 해적이 나포 상선을 꾸준히 보내와 선단 규모가 여느 상단 못지않게 커졌다.


뱃머리에 한노와 보레누스, 필론이 보인다. 얼굴이 벌겋게 익은게 고생이 많았나 보다.


선단 책임자 한노가 가장 먼저 내렸다.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는다.


나일강 삼각주를 왕복하며 건설 자재를 운반할 땐 어딘지 풀 죽은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텐션이 남달랐다.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삼각돛 함선을 건조했습니다.”


“드디어 건조했구나.”


“선단은 부하에게 맡기고 저는 삼각돛 함선 운항에 집중하겠습니다.”


“첫 훈련은 나일강에서 해. 바람도 일정하고 물살도 완만하니까.”


“알겠습니다.”


나일강 바람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고정되어 있다. 삼각돛 항해를 익히기 무난한 조건이었다. 실제로 나일강 고깃배나 파피루스 갈대배처럼 작은 배는 삼각돛을 달아 운행한다.


다음으로 보레누스가 멋지게 군례를 올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난 알렉산드리아에서 잘 지냈어. 보레누스는 악어랑 하마 때문에 밤잠도 못잤다면서?”


“낮에는 악어가 밤에는 하마가 날뜁니다. 밤낮 교대로 괴롭히는데 질리더군요.”


“공사 시작하면 괜찮아질거야. 물줄기 끊으면 이동하지 않고 못배길 테니까.”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신병 교육 끝나면 근위대랑 같이 사냥하자. 근위대장 아저씨가 사냥 전문이라 도움이 될 거야.”


보레누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씀하신 신병은 어딨습니까?”


“곧 올거야.”


라소나스가 하이에나파 이주민을 데리고 나타났다. 레토아가 이주민을 데리고 배로 가는 동안 라소나스와 주먹패 오백 명이 남았다.


번쩍이는 흉갑에 공작 깃을 단 투구. 냉기를 뿜는 서늘한 눈초리.


라소나스가 보레누스를 보자 움찔했다.


“라소나스, 이쪽은 보레누스. 네 상관될 사람이야.”


“아, 안녕하세요 대장님.”


“똑바로 서라. 신병.”


“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보레누스는 한 번에 라소나스를 제압했다. 주먹패 패거리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겠네요.”


보레누스와 라소나스가 면담을 갖는 동안 필론이 절룩절룩 다가왔다.


“정착촌 짓느라 수고많았어.”


“겨우 주거지 공사가 끝났습니다. 앞으로 지을 건물이 한참 남았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봄이 끝나면 운하 공사를 시작할 때다.


이집트인은 자신들의 문명 최남단 아스완 나세르 호수 엘레판틴 섬에 비석을 세웠다. 나일로 미터에 눈금을 새겨 수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였다.


상류에 규칙적인 우기가 찾아오고 해마다 나일강이 범람한다는 것을 알아낸 이집트인은 그에 맞는 농사 주기를 개발했다.


신년 제의 전후로 씨앗을 뿌리고 홍수가 찾아오기 전 수확한다. 강물이 범람하면 비축한 곡식을 먹으며 원래 수위로 돌아가길 기다린다.


바꿔 말하면 곡식 수확 시기가 최저 수위를 기록하는 달이다.


“물이 빠졌을 때 물줄기를 끊어야 해. 당분간 운하 공사에 집중하자.”


“알겠습니다.”


현재 수에즈 운하는 수백 년간의 퇴적 작용으로, 수위도 일정하지 않고 곳곳에 모래톱과 뻘밭이 조성되어 있다. 운하로 써먹으려면 정비 공사는 필수였다.


내가 구상한 수에즈 운하 재건 계획은 다음과 같다.


1. 둑을 쌓아 나일강 물줄기를 차단한다.


2. 배수 작업을 병행하여 하천 바닥을 드러낸다. 바닥을 파 운하 깊이를 확보한다.


3. 하천 바닥과 측면을 로마 콘크리트로 공구리 친다. 인공 수로를 건설한다.


4. 둑을 터뜨려 다시 물을 채운다.


5. 운하 완성


가장 힘든 단계는 1번 둑 건설이다. 나일강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줄기를 완벽히 차단해야 수로 건설 공사가 가능해진다.


나일강 수위가 가장 낮은 시기가 적기였다. 이때 빠르게 둑을 지어야 한다.


“파라오의 허락은 받으셨습니까?”


“한 달 후에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오기로 약속했어.”


“왔다갔다 힘드시겠네요.”


“받은 특혜가 있으니 그정도는 감수해야 해. 알렉산드리아에서 정착촌까지 얼마나 걸려?”


“화물을 가득 실은 경우 하루 걸립니다.”


“그건 괜찮네.”


알렉산드리아는 나일강 삼각주 서쪽 끝, 내 정착지는 나일강 삼각주 동쪽. 직선 거리로는 180km 떨어져 있다. 물길을 따라가면 250km쯤 된다.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보았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너무 가까우면 이집트 국내 정세에 휘말릴 영향이 있었고, 너무 멀면 파라오 부름에 왔다 갔다할 시간이 버려진다.


우리는 빠르게 배에 올라탔다. 미리 이주민 호구 조사를 하고, 수송 예행 연습을 한 효과가 있었다.


“출항한다. 닻을 올려라.”


선단이 돛을 활짝 펴고 속도를 높였다.


나일강 주변 농경지는 연한 초록빛 풀밭으로 바뀌었다. 땅이 좋아 쑥쑥 자라는 모양이다.


생각할수록 나일강은 치트키다. 주기적으로 범람하여 농사짓기 알맞은 땅을 베풀고, 완벽한 고속도로를 제공한다.


이주민 5천명과 짐을 하루만에 옮기는 게 가능한 것도 나일강 덕분이다.


나는 나일강 삼각주 풍경을 감상했다.


매년 엄청난 양의 진흙이 쌓이면 강 물줄기도 바뀌기 마련이다. 강줄기에서 멀어진 도시는 쇠락하고 가까워진 도시는 성장한다. 삼각주에 늘어선 도시의 흥망성쇠를 감상하는 동안 배는 꾸준히 동쪽으로 나아갔다.


······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어색한 풍경이 나타났다. 회색빛 콘크리트 선착장, 그 뒤로 커다란 창고와 인슐라가 보인다.


이주민이 갑판 위로 나와 환호하였다.


와아아아아.


“도착했다.”


“왕자님 만세.”


한 달 먼저 신전 고용인과 기술자 가족을 이끌고 자리잡은 양어머니가 마중나왔다.


“어머니 도착했습니다.”


“오느라 수고 많았다. 파라오께서 보내주시더냐?”


“한 달 후에 돌아가야 해요.”


“우리 아들이 많이 바쁘네.”


“... 불편하시죠?”


아직 신전을 짓지 않아 인슐라에 머무는 양어머니께 죄송했다.


“신전은 천천히 지어도 된다. 중요한 건 사람들 아니겠니? 신전에서 아이들 교육을 맡자고 했지?”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말했나 보네요. 어머니 생각은 어떠신가요?”


“난 찬성이다. 저번에 지난번 사제 교육안을 듣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 대신전에서 긍정적 답변이 돌아올 거라 본다.”



“아마 재배는 잘 되고 있나요?”


나는 신년 제의 때 만난 이시스 신전 대사제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범람이 끝나고 땅이 드러나면 나일강 범람이 부족했는지 넘쳤는지 견적이 나온다. 토지 지주인 신전은 나일강 수량에 맞춰 1년 농사 계획을 세운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남는 짜투리 땅에 아마씨를 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아마는 이용 방법에 따라 수확이 다르다. 먼저 6월경 아마 꽃대가 올라오기 전 줄기를 수확하면 부드러운 섬유 조직이 나온다. 이때 줄기 섬유를 린넨 천으로 제조한다.


8월경 수확하면 아마씨와 굵은 줄기 섬유가 나온다. 이때 아마씨는 기름으로 짜고, 거친 줄기 섬유는 꼬아서 밧줄로 쓴다.


내가 바라는 것은 6월 수확된 부드러운 아마 줄기.


방적기와 방직기를 가동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다들 보내주기로 했다. 무게추(고대 시대 방적기)와 베틀(방직기)이 필요하겠구나.”


“아뇨. 무게추는 필요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아테나 여신께서 지혜를 주셨어요. 사람 대신 기계가 실을 뽑고 천을 짤 거예요.”


양어머니가 두 눈을 껌벅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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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베두인 족장 +5 22.07.04 2,912 1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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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46 121 12쪽
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6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2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59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099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69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3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5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3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5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7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1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09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2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6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4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7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59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3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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