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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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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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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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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공사

DUMMY

인슐라 1층 공동 작업장.


이집트 전역의 이시스 신전에서 보내온 아마는 이곳에서 보드라운 린넨 옷감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시험 생산의 해다. 나는 생산된 옷감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절반은 아마를 제공한 이시스 신전에 보내고, 남은 절반은 각 가정에 분배하였다. 아낙네들은 모처럼 가족 옷을 지을 생각에 감격하였다.


린넨을 생산한 후 나는 아나톨리아 고원산 양모를 수입하였다.


다양한 재료를 시험해야 한다.


같은 튜닉을 입어도 더운 이집트는 통기성 좋은 린넨을 선호하고, 산악 지방이 많은 그리스는 보온성 좋은 양모를 선호한다.


일주일간 빡센 세척 작업을 끝낸 새하얀 양모를 방적기에 연결한다. 물레 바퀴를 돌리자 8개 방추에서 실이 뽑혀 나온다.


작업장에 설치된 방적기가 15대, 한 번에 생산되는 실타래는 120개다.


방직기 하나에 쓰이는 실타래는 40개. 원래라면 방직기 3대 설치해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방직기 18대를 설치했다.


방직기가 6배 많은 것은 작업 속도 차이 때문이다. 방적기는 빠르게 실을 생산하는데 반해, 방직기 옷감 짜는 속도는 더뎠다.


아쉬웠다.


동력 기관만 있어도 생산 최적화를 이룰 수 있을 텐데···


동력 기관 숙제는 아직 풀지 못했다. 동력이 없으니 자동화는 불가능하다. 현재 생산 속도는 산업 혁명 이전 가내 수공업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였다.


철컥 철컥.


아쉬워하는 나와 달리 작업장 처자들은 싱글벙글이다. 서서 일하는 원시 베틀을 쓰다 앉아서 일하는 플라잉 북과 신식 베틀을 쓰니 천국을 본 기분이겠지.


필론이 생산된 옷감을 만지며 기뻐했다.


“왕자님 축하드립니다. 양모도 성공입니다.”


“응.”


“... 담담하시군요.”


“내가 생각한 만큼의 결과가 아니야.”


“왕자님이 생각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요?”


“내 목표는 지중해 사람 절반 이상이 내가 만든 천을 걸치는 거야.”


필론이 부정했다.


“지중해 절반이면 2천만 명입니다. 10년에 한 번 옷을 사면 1년 200만 벌을 생산해야 합니다. 매일 옷감 만 필을 짜야 하는데···”


“왜? 불가능할 것 같아?”


“...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필론이 아직 대량 생산 체제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래. 동력만 공급되면 사람 대신 기계가 일하는 세상이 올거야.”


······


작업장 스무 곳에서 한 번에 생산하는 실타래는 1,200추. 세계 최대 섬유 생산국 중국의 면사 생산 능력이 2억 추다.


면사 생산 라인 하나가 실타래 만 개씩 생산하는 걸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나는 웃으며 화제를 바꿨다.


“중요한 건 옷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거야.”


“다른 의미도 있습니까?”


“우리는 복식이 사람의 신분을 결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 지중해 사람 절반이 내가 만든 옷을 입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잘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볼게. 내가 옷에 무늬를 넣으면, 그 무늬는 지중해 절반을 휩쓸겠지?”


“그, 그렇겠죠.”


“무늬 대신 글귀는 어때? 시간은 돈이다 정도로 하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하루에도 수십 번 글귀를 읽을거야. 1년쯤 지나면 사람들은 시간을 어떻게 생각할까?”


“...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어날 겁니다.”


“바로 그거야. 의복도 하나의 중요한 문화야. 의복 시장을 장악하면 나는 내가 원하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입시킬 수 있어.”


쭈뼛!


필론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왕자에게 옷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었다. 옷 또한 문화 침투 전략의 주요한 수단이었다.


맙소사··· 이게 아홉 살짜리가 할 생각이란 말인가.


“식문화, 의문화, 주거 문화, 모두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것들이야. 익숙한 만큼···”


“... 의식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네요.”


“사람의 머리는 일상 모든 것에 반응할만큼 튼튼하지 않으니까.”


“혹시 먹고 자는 것까지 침투할 생각입니까?”


나는 씨익 웃었다.


“식문화와 주거문화는 로마에 진출한 다음 보여줄게.”


안티오키아가 출발점이었다면, 이집트는 생산 기지 개념의 중간 단계다.


최종 목표는 로마.


나는 로마의 소비 문화를 주도할 것이고, 대중 문화를 바꿀 것이다.


시종이 다가왔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서기관이 도착했습니다.”


파라오 아저씨 어지간히 몸이 달았나 보다. 항구로 나가 서기관을 맞이했다. 근위대장과 함께 나랑 친한 아저씨다.


“오랜만입니다 아폴로니스님.”


“어서오세요 서기관님.”


“파라오께서 내준 기간은 한 달입니다. 벌써 40일이 넘었습니다. 서둘러 돌아가셔야 합니다.”


“크테시비우스의 것보다 더 멋진 악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조용한 곳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한 가지 소식이 더 있습니다. 시종관이 지중해 전역에서 이름높은 연주가를 섭외하고 있습니다.”


시종관은 잃어버린 총애를 찾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예쁜 후궁, 이름난 무희, 뛰어난 연주가를 섭외하여 파라오에게 바치는 중이다.


최근 기세가 한풀 꺾였다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궁전에서 일하는 고용인과 후궁 99%가 그의 손을 거쳐 발탁되었다. 궁전은 그의 홈그라운드였고, 궁전에서 나온 정보는 모두 그의 귀에 들어간다.


“휴우··· 쉬운 일이 없네요.”


“파라오의 총애는 양날의 검입니다. 기대를 키운 만큼 만족시키기 못했을 때 실망이 클 테죠. 그때 시종관의 반격이 들어올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충고 고맙습니다.”


이집트 왕실 정치 구도를 보면 다음과 같다.


절대 강자였던 시종장이 한 단계 내려왔고, 나와 근위대장, 왕실 서기관이 친해지면서 파벌이 형성되었다.


시종장은 궁전을 장악하였고, 지방 도시 총독 인사에 깊이 관여하였다. 반면 나는 파라오의 총애를 받고 있고, 이집트 제 1신전과 깊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근위대장의 군사력과 왕실 서기관의 행정력을 더하면 우리 파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종장을 꺾고 1인자가 되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시간을 벌기를 바랄 뿐이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은 내 편이다. 3년이면 수에즈 운하를 완성시키고, 자동화 방직기를 만들 자신이 있다. 돈지랄로 이집트를 장악해도 되고, 군대를 모아 정권을 탈취해도 된다.


나는 왕실 서기관과 함께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배에 올라탔다.


날은 더워 초여름에 접어들었고 나일강 수위는 최저치에 가까웠다.


멋진 광경이 보인다.


“이집트의 여름은··· 수확의 계절이지.”


푸른 강변 너머 황금빛 물결이 출렁였다.


봄 동안 쑥쑥 자란 밀이 어느새 이삭을 맺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철제 낫을 들고 부지런히 수확하는 농부들이 보인다. 신전에서 파견된 서기가 수확 현황을 체크하고 기록한다.


추수와 탈곡이 끝난 곡식은 마을 창고와 신전 곡창으로 보낸다. 마을 창고는 범람기 마을 사람들이 먹을 식량을 보관하고, 신전 곡창은 도시 사람이 먹을 식량을 보관한다. 일부는 알렉산드리아로 보내진다. 현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로 모인 밀은 로마와 지중해 각지에 팔려나간다.


“서기관님 땅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 집안은 파이윰 오아시스에 있습니다.”


“범람기 오아시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와디(범람기 임시 하천)가 오아시스를 덮쳐 넘쳐 흐릅니다. 각 마을 수로는 활짝 개방되어 범람한 강물을 받아들입니다.”


“물을 분산하여 홍수를 막는 것이군요.”


촉나라 도강언과 비슷한 수리시설이려나···


“그러고 보니 아폴로니스님도 영지에 인공 수로를 판다 들었습니다.”


“2주전 둑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공사가 조금 늦은 것 같은데요.”


“농사를 짓지 않아 인력이 충분합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흐음···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길.”


나는 슬쩍 미소를 흘렸다.


* * * * * * * *


정착촌 남쪽, 나일강 본류와 정착촌 하천이 갈라지는 지점.


하천 남북으로 우뚝 솟은 제방이 보인다. 높이 20미터의 로마 콘크리트 제방이 주변 갈대밭과 대조를 이룬다.


북쪽 제방은 정착촌을 네모로 감싸고 있지만 남쪽 제방은 다르다. 나일강 본류에 접한 남쪽 제방은 가로로 길게 늘어서있다. 운하를 보호하기 위한 제방이다.


남쪽 제방 위에 천막 본부가 설치되어 있다.


오늘은 가장 중요한 둑을 쌓는 날이다.


필론이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한노님, 배는 준비되었습니까?”


“낡은 상선 두 척. 준비 끝났어.”


“건축가님, 인부와 장비는 어떤가요?”


“3천명 전원 집합 완료입니다.”


“레토아, 천주머니는 준비되었나요?”


“준비되었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400톤급 화물선 낡은 배가 느릿느릿 강물을 거슬러 왔다. 홀수선(배가 수면에 드러나는 선)이 깊숙한 게 잔뜩 짐을 실은 모양이다.


배는 나일강 본류에서 정착촌으로 갈라지는 하천까지 힘겹게 왔다. 갈수기인지라 하천에 흘러드는 물이 적다.


어떻게든 용쓰던 선장이 배를 포기했다.


“더이상은 못갑니다.”


“내려도 돼. 밧줄로 배를 끌거야.”


선원이 내린 후 인부 천 명이 밧줄을 걸고 배를 잡아당겼다.


끼기기긱.


뱃바닥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배가 조금씩 하천 중앙으로 끌려왔다.


뿌지직.


제대로 긁혔는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다. 아니 주저앉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가뜩이나 무거운 모래를 잔뜩 실은 배는 1m 가량 주저앉아 최후를 마감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화물선 한 대가 더 가라앉았다. 두 겹으로 벽을 쌓은 셈이다.


하천 물줄기가 90% 막혔다.


“지금이다. 둑을 쌓아라.”


제방 옆에 모래 언덕으로 인부들이 몰렸다. 일주일 동안 지중해 해변에서 채취한 모래였다.


이들의 손에 천주머니와 삽이 들렸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비싼 옷감을 고작 모래 담는데 쓰겠다니···


왕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래주머니 만들 것을 지시했다.


“임시 둑 만드는데 이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인부가 꺼림칙한 얼굴로 모래를 담았다. 옆사람이 실로 주머니를 묶고, 그 옆사람이 건넨다. 개미떼가 줄지어 먹이를 나르듯 모래주머니가 옮겨졌다.


모래 언덕이 줄어든 만큼 모래 주머니 언덕이 생긴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이동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작업은 간편하고 빨랐다. 반나절 만에 완벽한 둑이 생겼다. 남쪽과 북쪽 제방이 이어진 것이다.


지휘 본부가 감탄했다.


“왕자님 말이 맞았습니다. 천주머니라 우습게 봤는데 생각보다 임시 제방이 튼튼합니다.”


“주머니 크기라 운반도 편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쌓을 수 있어 좋습니다.”


“허물 때도 편합니다. 주머니만 들어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마지막 중요한 일이 남았다.


“수문 건설이 남았습니다. 다들 집중합시다.”


깡 깡 깡.


커다란 말뚝이 부드러운 강바닥 밑으로 쑥쑥 박힌다. 말뚝 위에 철근을 깔고 로마 콘크리트를 부어 지반을 조형하였다.


콘크리트로 도시 하나를 건설한 공구리팀은 이제 전문가가 다 되었다.


수문은 청동판이다. 알렉산드리아 대장간에서 주문 제작한 청동판을 구리못을 박아 연결했다.


너비 12미터, 높이 15미터.


400톤 화물선이 너끈히 지나갈 크기의 커다란 수문이 완성되었다. 수문은 통나무를 깔고 밧줄로 밀어 강바닥으로 옮겨졌다.


천 명이 끄는 밧줄에 거대한 청동문이 일어섰다.


마침내 수문이 완공되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나일강의 수위와 관계없이 운하 깊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하 아직 운하 수로 공사가 남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우리 2년만 더 고생합시다.”


수문은 굳게 닫힌 채 나일강 물줄기를 끊어줄 것이다. 그사이 40km 운하 정비 공사를 마쳐야 한다.


아직 먼 이야기였지만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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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9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6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62 1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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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72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7 134 13쪽
» 수문 공사 +10 22.06.22 3,093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80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9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6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82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8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21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43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6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15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7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5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41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9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13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63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7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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