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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최근연재일 :
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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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3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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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DUMMY

늦은 밤 안티오키아 에우메네스 저택.


나는 에우메네스와 함께 그리스계 이주민 수송 계획을 의논했다. 지난번 수송은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아 부담이 덜했다. 이번에는 안티오키아에서 정착촌까지 배로 8일이 걸린다. 겨울철 바닷길이라 고민이 된다.


봄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안티오키아 신전에 이주민을 너무 오래 머물게 하는 것이 부담이다.


“시리아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건 어떨까요?”


“나도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냐. 그런데 중간에 유다 왕국이 있잖아.”


유다 왕국.


다신교 지중해 국가 사이에서 혼자 유일신 믿는 유대인 국가. 주변이 온통 다신교 국가인데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사이에 낀 위치 덕분에 두들겨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


노예 생활로 다져진 근성이 아니었다면 진작 멸망하였을 터. 이들은 끝끝내 살아남아 정체성을 유지했다.


셀레우코스 제국이 휘청이자 기회를 엿보던 유다 왕국이 독립을 주장했다. 그리고 벌어진 수십 년 전쟁. 승전국은 유다 왕국이었다.


현재 유다 왕국은 남부 시리아를 기반으로 지역 강국에 올라섰다.


유대인이 가나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얌전히 농사짓는 민족이었으면 좋았을 걸··· 일대 페니키아인이 유대교로 개종하면서 지중해 교역에 눈을 떴다.


함대도 있다 들었다. 수십 년 전쟁을 벌인 양국 관계를 감안하면 바닷길이 위험할지 모른다.


“좀 더 정보가 필요해. 한노가 있으면 좋을 텐데···”


“작전이 성공했다면 지금쯤 돌아왔어야 하는데요.”


“그러게 말야.”


응접실에 누군가 들어왔다.


한노였다.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한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 나는 후다닥 마중나갔다.


“성공했구나.”


“다녀왔습니다 왕자님. 승리 보고 드립니다.”


“하하 잘했어.”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이었습니다. 보물 탈취도 증거 인멸도 완벽합니다. 여기 보물 목록이 있습니다.”


한노가 서류를 건넸다. 군단 재무관이 작성한 수송 목록이었다.


헉!


서류 숫자를 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금과 은만으로 400톤급 화물선 한 척이 꽉 찼다.


금화와 금괴 무게만 72톤. 은화인 데나리우스로 환산하면 600만 데나리우스(약 3천억 원)


은화와 은괴 무게가 320톤. 데나리우스로 환산하면 800만 데나리우스(약 4천억 원)


군단 재무관이 조사한 두 척의 보물과 예술품의 최소 가치가 1600만 데나리우스(8천억 원)였다. 로마에 가져가 팔면 보다 50% ~ 200%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주석이 달려 있었다.


정신이 멍했다.


며칠 사이에 로마 제국 예산이 손에 들어왔다. 막연히 돈을 벌겠거니 했는데 초대박을 친 것이다.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를 정도로 많으니 서류를 잡은 손이 달달 떨렸다.


“괜찮으십니까?”


“으, 으응.”


헤으응 숫자만 봐도 뽕이 차오른다. 이래서 해적이 해적질을 하는 건가.


“양이 너무 많아 장물 처분이 곤란한 지경입니다.”


“타르수스 장물 시장에 팔면 어때?”


“타르수스 장물 상인은 어디서 털었는지 아는 놈들이라 위험합니다. 다른 파벌에 알려지면 필히 소문이 퍼질겁니다. 페르가몬 상단에서 세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번 작전은 함대 건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벌인 일이야. 은화는 카르타고 해적이 쓰도록 해. 금괴와 금화는 미래를 위해 보관하도록 하자. 은괴는 도시 건설과 운하 공사에 쓰도록 할게. 예술품과 보물은 에우메네스가 맡도록 해.”


금과 은이 동시에 쓰이는 시대지만 은화 비중이 높다. 나는 우선 은을 쓰고 금을 보관하기로 하였다. 나중에 화폐를 발행하면 필요할지 모른다.


에우메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낫겠습니다. 예술품의 가치는 묵힐수록 올라가는 법이니까요. 십 년 후 로마에 매각하면 쏠쏠할 겁니다.”


“한노, 유다 왕국에 대해 잘알아?”


“유다 놈들 알부자입니다. 예루살렘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아라비아 딱 중간 위치라서 교역이 잘되거든요. 아르메니아 전쟁 여파로 비단길이 예루살렘으로 이어져 더 부유해졌습니다.”


“우리가 내려가면 놈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병력도 충분하고 함선도 있습니다. 제가 유다 왕이라면 한몫 챙기려 할겁니다.”


삥을 뜯는단 말인가.


하긴··· 잠재적 적성국이 가만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유다 왕국은 나중에 상대하십시오. 함대 건조가 끝나면 왕자님은 무적입니다. 돈이든 군대든 유다 왕국을 찍어누를 수 있습니다.”


나는 유다 왕국 루트를 포기했다.


“그럼 경로를 어떻게 잡을까?”


“키프로스섬은 어떤가요? 이집트령이니 중간 경유지 삼기 딱 좋습니다.”



키프로스는 프톨레마이오스 12세 동생이 다스리고 있다. 유대 왕국처럼 날 적대할 가능성은 낮았다.


“에우메네스, 키프로스에 샴페인과 선물을 보내.”


“알겠습니다.”


그리스계 이주민 수송 계획이 완성되었다.


나는 안뜰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봤다.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한국 겨울처럼 춥진 않다. 지중해성 기후답게 겨울이 온난하고 비가 자주 온다.


정신없이 지중해를 누비며 다닌지 2년.


슬슬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


주적 하마와 악어는 쫓아냈고, 기술 개발은 착실히 진행중이고, 이시스 신전의 현물 지원도 빵빵하다. 이번에 턴 돈으로 사업 자금도 풍부해졌다.


이제 인구수 채우고 발전할 일만 남았다.


* * * * * * * * *


다음날 안티오키아 아폴론 신전을 찾았다. 대사제 파에스토스가 나를 반겼다.


“갑작스레 이주민 수용을 부탁드려서 죄송해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왕자님의 기부금 덕분에 안티오키아 빈민이 살아갑니다. 저희가 받은 은혜에 비하면 이주민 임시 수용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빈민구제는 언젠가 이주민으로 데려가려고 미리 투자하는 거예요.”


“하하 말 나온 김에 데려가시죠.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어찌나 성화를 부리는지 모릅니다.”


“둘이 서신을 보냈군요.”


“덕분에 이집트 사정도 알고 있습니다. 왕자님께서 정착촌 아폴론 신전 대사제를 누구로 정할지 고심하고 계신다는 것도요.”


“... 알고 계셨네요.”


파에스토스가 웃으며 말했다.


“왕자님도 답을 알고 계신 듯 하군요.”


“그런가요?”


발랑까졌지만 능력만큼은 탁월한 둘이다. 무슨 일을 시키든 기대 이상으로 부응하였다. 둘을 대사제로 세워야 할지 고민이 된다.


문제는 나이였다.


대사제로 삼기에 턱없이 어린 열일곱살.


현재 정착촌은 아폴론 신전 외 여러 신전이 지어지고 있다. 다른 신전에서 사제를 초빙하면 아도니아와 헬레네는 4, 50대 원숙한 사제들을 상대해야 한다.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주신전 대사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나이나 성별보다 우선 해야할 것이 사람입니다. 왕자님과 발을 맞출 수 있는 인재는 흔치 않습니다.”


맞는 말이다.


내가 펴는 정책은 수백 년을 건너뛴 파격적인 것이다. 내가 봤을 땐 매우 느린 속도지만 지금 지중해 사람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속도로 뛰고 있는 것이다.


내 속도를 맞춰 따라올 사람은 흔치 않다. 정책 시행자로서 둘 같은 실무자를 만나는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나는 아도니아와 헬레네를 신전 대사제로 임명하였다.


“고마워요 왕자님.”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와락 껴안았다. 키가 조금 커서 예전처럼 폭 파묻히진 않는다. 위치가 살짝 조정되어 이마에 폭신함이 바로 전달되었다.


“너희들 가문에 후원금을 넣었어.”


“네?”


“귀족가 혼인 지참금 몇 배는 되는 액수야. 알아듣도록 서신을 보냈으니 집안에서 너흴 붙잡을 일은 없을거야.”


“정말인가요?”


“그래.”


“후훗, 저희는 왕자님이랑 결혼하는 건가요?”


“뭔 말이야? 늙어죽을 때까지 대사제하라고 빼돌린 건데.”


아도니아와 헬레네가 우는 시늉을 했다.


“흑흑 저흰 평생 처녀 신관이잖아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처녀는 정절을 중시하는 아르테미스 신전만 그렇잖아. 나머지 신전은 선택사항이고.”


“대사제쯤 되면 아무랑 결혼할 수 없는거 아시잖아요. 일에 치여 꽃다운 시절 다 보내고 늙어가겠죠. 아르티 대사제님처럼요.”


듣고 보니 그랬다. 양어머니가 집안 백으로 일찍 대사제가 되셨고, 신전 책임자로서 자의반 타의반 독신의 길을 걸으셔야 했다.


“어··· 음··· 둘 다 결혼하고 싶어?”


“당연하죠.”


“누구랑?”


뻔한 질문에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왕자님이랑요.”


“안된다는거 알잖아. 난 내 결혼도 전략적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몰래 안될까요?”


“몰래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


“애인 관계요.”


······


눈빛이 진심이었다.


우리 모두 어려서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둘은 곧 열여덟 살이 될 테고 열여덟 살은 그리스인 결혼 적령기다. 신관직이 없었다면 혼처를 알아봤을 시기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제 와서 다른 신관을 교육시키고 내 입맛대로 바꾸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둘의 외모가 딸린 것도 아니고, 한쪽은 모델 몸매에 한쪽은 글래머다. 이미 안티오키아 신전에서 볼 것 다 본 사이 아닌가.


“애인으로 만족하겠다면 승낙할게.”


발랑까진 소녀 둘이 양볼에 입을 맞췄다.


쪽.


흠··· 나쁘지 않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의 연을 정리했다.


아르메니아 꼭두각시로 마음고생하다 암살당할 걸 생각하면 우울하다. 하지만 셀레우코스 7세는 나와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다.


셀레우코스 7세는 아르메니아 티그라네스 2세로부터 공동왕으로 임명된 왕이다. 철저하게 친로마를 표방해야 하는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서신으로 델포이 신탁에 따라 이집트로 갔음을 알리고 귀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비밀리 금화 상자를 전해 로마에 진 빚을 갚을 것을 조언했다.


조언을 들을지 말지는 셀레우코스 7세 의지에 달렸다.


안티오키아 항구.


신전에서 배불리 먹어 포동포동한 모습에, 정착촌에서 짠 옷감으로 만든 새옷을 입은 이주민 무리가 안티오키아 시내를 가로질렀다.


아도니아와 헬레네로부터 예비 교육을 받은 이주민은 이주 불안감이 해소되어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아고라에 나온 안티오키아 시민이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이며 어딜 가는 길이오?”


“우리는 티그라네스 2세에 강제 억류되었던 그리스계 주민입니다. 고향 대신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중입니다.”


“정착지라니, 어딜 말하는게요?”


“풍요로운 땅 이집트입니다.”


“이, 이집트?”


“아폴로니스 왕자님께서 정착지를 세우고 이주민을 모집하셨습니다.”


아폴로니스 왕자라면 역대급 축제를 열고 신탁 수행을 떠난 그 분 아닌가. 얼마 전 로마의 승리를 완벽히 맞춘 예언은 소름이 돋았다.


그 분이 이주민을 모집한다니···


마침 백마를 탄 왕자가 광장으로 나왔다. 로마군을 호위대 삼은 모습이 예전과 똑같았다.


“왕자님. 저희도 데려가주십시오.”


“왕자님, 전쟁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저희도 이집트로 가고 싶습니다.”


나는 말을 멈춰 시민들을 불러모았다.


“아폴론 신전을 통해 매년 이주민을 모집할 것이다. 약속하마. 정기적으로 수송선을 보내겠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아폴로니스 왕자님 만세.”


지난 신탁수행처럼 나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환송 속에 출항했다. 그리스계 이주민 선단은 겨울 북서풍 역풍을 맞아 느릿느릿 서쪽 키프로스섬으로 향했다. 5일 잡았던 예정이 하루 늦춰졌지만 다행히 폭풍은 없었다.


우리는 키프로스섬 남서쪽 파포스에 도착했다.


나는 항구 관리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사전에 보낸 선물 덕분인지 지친 이주민이 쉴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환대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파라오께서 명성이 자자한 아폴로니스님의 예물을 받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수도에 방문하겠다고 전해주세요.”


“기꺼이 전하겠습니다.”


“항구에 로마군이 보이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 그게··· 얼마 전 엄청난 사고가 있었습니다. 보름 전 로마 함대가 이곳을 떠나 에페수스로 가는 도중 그만 겨울 폭풍을 만나 침몰했습니다. 수색 작업이라고 나왔는데 망망대해에서 건진 거라곤 깃발 두 개가 전부라더군요.”


“쯧쯧 그런 일이···”


“아, 이쪽으로 오시죠. 머물 곳을 안내하겠습니다.”


아프로디시아스.


아프로디테 신전과 신전 고용인 주거지, 그리고 매춘 구역이 합해진 도시 속의 도시.


“어··· 음··· 아프로디테 신전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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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창문과 거울 +11 22.07.07 2,893 122 12쪽
52 석유다 석유 +11 22.07.06 2,922 124 12쪽
51 베두인 족장 2 +12 22.07.05 2,888 123 12쪽
50 베두인 족장 +5 22.07.04 2,912 122 12쪽
49 농사 계획 +14 22.07.02 3,095 117 13쪽
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47 121 12쪽
»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7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2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59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099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69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3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5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4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6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8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2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10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3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6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4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8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59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3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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