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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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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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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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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석유다 석유

DUMMY

위대한 이가 동방을 찾을 것이다. 높은 휘장이 찢어지고 바위 사막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우리라


위대한 자.


동방원정을 마무리한 폼페이우스가 원로원으로부터 받게 될 칭호다.


찢어진 높은 휘장


휘장은 예루살렘 성전 지성소를 두른 장막이다. 폼페이우스는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성전을 약탈한다. 휘장은 찢길 것이다.


바위 사막에 드리운 암운.


사막왕국도 로마를 피해갈 수 없다. 폼페이우스는 부하를 보내 페트라 진격을 명하고 나바테아 왕국은 항복한다. 항복 조건은 막대한 조공이었다.


폼페이우스 부하가 진격해올 때가 가밀라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똑똑한 녀석이니 따로 예언을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나는 조용히 잠들었다.


······


······.


향긋한 수선화 꽃내음과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누군가 이마의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익숙한 동작에 안심이 된다.


“헬레네?”


“일어나셨네요. 머리는 어떠세요?”


몸을 움직이려니 현기증이 인다.


광대 버섯만 먹으면 참을 만 한데, 술이랑 같이 먹는게 문제다. 연회 자리에 포도주가 빠질 수 없어 이렇게 후유증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아직 어지러워. 며칠 지났어?”


“이틀이요.”


“가밀라트는 돌아갔겠네. 별 일 없지?”


“이집트 이주민이 이시스 신전을 통해 속속 들어오고 있어요. 천 명 들어왔고, 2천 명 더 들어올 예정이에요.”


경작지 측량은 진작 끝났고, 임시 마을도 뚝딱 지었다. 물소 수레가 끄는 쟁기로 밭도 갈았다. 주변이 행군코스라 자동으로 순찰이 된다. 이주민은 마음 편히 농사만 지으면 된다.


나는 펜을 들어 서신을 작성했다.


“이주민 균형을 맞춰야지. 안티오키아 신전에 그리스계 이주민 3천 명을 받고 싶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시녀 불러서 몸단장 부탁한다고 전해줘. 바깥에 나갔다 올 참이야.”


“어디 가시게요?”


“타르못 위치를 알아냈어.”


싱글벙글한 나를 보며 헬레네가 갸웃했다.


“역청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역청 말고 기름이 중요해. 갈대랑 말린 소똥과 비교도 안되는 화력을 보여줄거야.”


공업이 돌아가려면 화력을 받쳐줄 연료가 필요하다. 석탄은 고사하고 목재도 부족한 이집트에서 화력을 낼만한 연료는 석유가 유일했다.


나는 필론과 함께 북동쪽으로 말을 달렸다.


범람원을 벗어나자마자 황량한 광야가 펼쳐졌다. 조금 더 달리니 드문드문 바위 언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덕 위 바위 봉우리가 모인 지형이 나왔다.


“탐사대장, 이곳도 정찰하였나?”


“멀리서 보았을 때 바위산 같아 지나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분지 지형인줄 몰랐습니다.”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 안쪽에 깊게 패인 분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분지 아래로 향했다. 내려갈수록 온기가 올라왔다.


“아직 봄도 아닌데 열기가 느껴지는군요.”


“해수면보다 아래인 지형은 주변보다 훨씬 더운게 특징이야. 사해와 비슷한 곳인 만큼 타르못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탐사대가 흩어져 수색한지 10분.


우리는 커다란 타르못을 발견하였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석유가 시커먼 연못을 이루고 있었다. 휘발성 강한 등유, 휘발유 성분은 날아갔겠지만 경유와 중유는 남아있다.


내가 바라는 건 중유. 석유 원유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양도 넉넉하고, 석탄보다 열량이 2배나 높다. 연료로 쓰기 딱 좋은 놈이다.


중유만 있다면 제철소, 증기기관 등 내가 바라는 공업 대부분을 진행할 수 있다.


나는 두 손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필론이 파피루스 도면을 꺼내들었다.


“바위 틈에 청동관을 박고 펌프를 설치하겠습니다. 바위 언덕에 풍차를 달면 그럭저럭 뽑아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은?”


“도기 항아리에 담아 수레에 실어나르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운송 방법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달리 방법이 있으신가요?”


“우리한테 필요한 건 기름이잖아. 전부 나르는 것보다 역청 같은 무거운 찌꺼기는 버리고 기름만 가져가는게 나아.”


“분별증류기가 필요하겠군요.”


“분별증류기가 아니라 건물이야. 분별증류탑.”


“탑 말씀입니까? 어느 정도 높이를 바라시는지.”


“최소 내 궁전 높이.”


필론이 흠칫 놀랐다.


“그렇게 크게 짓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석유는 술처럼 물과 주정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냐. 수백 가지 물질이 섞인 혼합물이라 증류가 쉽지 않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증류탑 높이를 높여 증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군요.”


“맞았어.”


“한동안 실험과 설계를 반복해야겠습니다.”


“부탁할게.”


정착촌에 돌아온 나는 건축가를 찾았다.


나없는 동안 유약 타일 60만장 공사를 진행한 대범한 녀석. 지은 죄가 있어 그런지 내 앞에서 눈치를 본다.


“건축가씨, 똑바로 서요.”


“네, 넷.”


“신전 공사하느라 바쁘죠?”


“신전 공사는 대부분 끝났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 신전과 아프로디테 신전만 남았습니다.”


아프로디테 신전은 운하 공사에 맞춰 개장할 예정이니 급할 게 없었다.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은 의과 대학을 겸해 지을 생각인데 갈레노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경구수액 최적화한다는 놈이 1년 넘게 소식이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 서신이라도 보내봐야겠다.


“운하 공사는요?”


“현장 감독에 맡겼습니다. 흙 파고 콘크리트 타설하고, 반복 작업에 굳이 제가 갈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궁전 근처에서 보이는 건가요?”


크흠 크흠.


건축가가 헛기침하며 딴청을 피운다.


“로마 수도교 알죠?”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나도 수도교 하나 지을까 하는데요.”


“이해가 잘 안됩니다. 도시 바로 옆이 수로인데 수도교를 지으실 생각입니까?”


“물 말고 기름 나르려구요.”


“... 그러니까 기름을 물처럼 흘려보낸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건축가가 넉살좋게 웃었다.


“왕자님께선 농담도 잘하십니다. 기름을 물처럼 흘려보낸다니요 하하.”


현대에서야 기름이 흔해졌지만 근대 이전만 해도 기름은 식물과 동물에게 소량 얻을 수 있는 귀한 물질이었다. 오죽하면 내가 올리브유로 유압유 실험을 했을까.


“농담 아닌데요?”


나는 말없이 시커먼 기름통을 보여주었다.


“이건 타르군요.”


“타르에서 기름만 분리한 다음 수도교로 나를 거에요.”


“저, 정말 기름 수도교를 지을 생각이십니까?”


“물론이에요.”


건축가가 얼른 말을 돌렸다.


“흠흠 이건 제가 귀찮아서 드리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수도교는 로마 사람이 제일입니다. 제가 아닌 전문인을 써주십시오.”


얼굴엔 귀찮은 티가 역력한데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하긴···


예술 작품 짓는 사람이 실용 건물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저 아저씬 그냥 신전이랑 궁전 지으라고 하는게 낫겠다.


“알았으니 나가봐요. 가는 길에 로마 콘크리트 사업가 좀 불러주고.”


잠시 후 로마 콘크리트 사업가가 집무실에 들어왔다.


에페수스에서 딸을 구해준 이후 사업가는 가신이 되었다. 도시 곳곳에 로마 콘크리트 작업장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사업가 덕분이었다. 사업가 인맥을 통해 들여온 네아폴리스(나폴리)산 화산재 수급으로 콘크리트 대량 제조가 가능했다.


“부르셨습니까 왕자님.”


“로마 기술자를 구하고 싶은데, 부탁 좀 할게.”


“어떤 기술자를 원하시는지요?”


“수도교 기술자.”


“구해보겠습니다.”


실용 건물은 로마인이 최고지.


기술자를 구하는 동안 놀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측량팀을 불러 분지 타르못에서 정착촌까지 측량을 지시했다.


보름에 걸쳐 측량이 끝났다.


타르못에서 정착촌까지 거리는 11km. 고도차는 15m.


로마 수도교 평균 경사가 0.3 ~0.5도니까 약 40미터 고도가 더 필요하다. 40미터 높이에서 기름을 흘리면 경사를 따라 정착촌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주민을 정착시키느라 바삐 지내는 동안 로마 기술자가 도착했다. 기술자팀은 측량 결과를 토대로 타르못 분지와 정착촌을 오가며 조사하였다.


“죄송하지만 왕자님, 지상 운반은 어렵겠습니다.”


“왜 그런가?”


“이곳은 매년 나일강에 잠기는 곳입니다. 아무리 튼튼하게 짓는다 해도 강물의 영향을 안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강물에 퇴적된 진흙으로 수도교 높이 고정이 어려울 겁니다.”


“나일강 범람이 변수네. 방법이 없을까?”


“로마 수도교가 지상에 지어진 높은 다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하에 매설된 수도교 길이가 전체 3할 가량 됩니다. 특히 로마 도심 수도교는 거의 지하 매설이죠.”


“오 그건 몰랐어. 그럼 지하 매설로 가자.”


“한 가지 유념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하 매설은 지상 수도교 건설보다 비용이 몇 배 듭니다.”


“돈 걱정은 마.”


옷감도 파피루스도 잘 팔린다. 아직 인도 교역 시작도 안했는데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다.


기술자팀이 지상 수도교 6km, 지하 송유관 5km로 결론을 내고 공사에 들어갔다.


그렇게 돈지랄 공사가 또 시작되었다.


* * * * * *


계절이 바뀌어 봄이 찾아왔다.


정착촌은 더이상 촌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이시스 신전을 통해 이집트 이주민 3천 명, 안티오키아 아폴론 신전을 통해 그리스 이주민 3천 명을 받아 인구수 2만 명을 채웠다.


이 정도면 왠만한 이집트 지방 주도급이다.


항구 선착장은 화물선으로 가득하다. 커다란 화물선이 옷감과 종이를 싣고 떠나고, 식량과 양모를 들여온다. 인도 교역을 시작하면 교역 규모가 몇 배 커질 텐데 항구 확장 공사를 해야할지 고민된다.


북쪽 제방 너머 밀밭과 보리밭이 보인다. 바람에 일렁이는 초록 물결이 봐도 봐도 신기하다. 몇 달 전까지 진흙 뻘밭이었는데···


운하 공사는 절반쯤 왔다. 작년보다 공사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는데 차세대 포크레인 덕분이다. 유압유는 양털유에서 석유 계열 윤활유로 바꿨고, 동력원도 물소에서 증기기관으로 바꿨다.


“풀로, 힘껏 밟아.”


“네이 네이.”


풀로가 힘을 주어 발풀무를 밟았다. 콱콱 밟는게 웃음이 나온다. 풀로는 예전 내기에 진 이후 기계만 보면 저렇게 화풀이한다.


풀무를 밟아 공기와 중유를 분사하자 화력이 높아졌다.


화르륵.


엄청난 불길에 증기 기관이 거친 숨소리를 토한다.


삐이이익.


초기작품이라 증기기관 구조는 정말 간단했다. 회전 운동이 아닌 직선 운동에 불과했지만 유압기관 피스톤을 미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1번 유압기에 연결한다.”


커다란 삽이 진흙에 박혔다.


“1번 빼고 2번 연결해.”


삽이 퍼올려지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하하 풀로 삽질 천 번이랑 똑같네.”


“... 그만, 그만 하세요.”


“알았어. 3번 유압기 연결해.”


포크레인 삽이 수로 바깥에 진흙을 버리자 박수가 쏟아졌다.


기술자들이 감격했다.


“맙소사. 작년엔 풀로가 오전까지 앞서지 않았습니까? 이젠 첫삽부터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풀로 백 명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이 기계를 풀로100으로 부르겠어.”


풀로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아니, 왕자님···”


“내년엔 풀로200 만들어야지.”


“그만, 그만하세요.”


“후후 다른 현장도 가보자.”


나는 풀로 100 사용법을 현장 감독과 기술자들에게 숙지시키고 말을 달렸다.


사막 지대에 높은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다.


수도교 건설 감독이 맞이했다.


“진척 상황은 어떤가?”


“인력도 충분하고 공사 자재 지원도 완벽합니다. 이렇게 편하게 공사해본 적은 처음입니다.”


“빨리 할수록 웃돈을 얹어주겠네.”


“맡겨주십시오.”


역시 돈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나는 분지 안쪽으로 말을 몰았다. 내려갈수록 입 안이 바짝 마른다. 더운 열기로 사람이 익어버릴 것 같다.


검은 타르못에 도착했다.


지난 번과 달라진 점은 타르못 한가운데 박힌 청동관과 높다란 벽돌 건물이었다.


말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건물문이 열렸다. 얼굴에 검댕을 묻힌 필론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반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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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베두인 족장 2 +12 22.07.05 2,894 123 12쪽
50 베두인 족장 +5 22.07.04 2,918 122 12쪽
49 농사 계획 +14 22.07.02 3,101 117 13쪽
48 아프로디시아스 +11 22.07.01 3,052 121 12쪽
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23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9 139 13쪽
45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6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62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102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72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7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93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81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9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6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82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8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21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43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6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15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8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5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41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9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13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63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7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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