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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y 님의 서재입니다.

네 로마 쩔더라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Cheezy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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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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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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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라진 보물 2

DUMMY

초겨울 지중해.


로마 호위 선단이 안티오키아를 떠난 지 열흘째 되는 날로, 키프로스 항구도시 파포스를 떠나 북쪽 로도스로 항해하는 중이다.


서쪽 끄트머리 보랏빛 먹구름이 괜시리 마음에 걸린다. 오늘 저녁, 늦어도 오늘밤 폭풍에 따라잡힐 것 같다.


휘이잉.


한층 세진 겨울 바람이 갑판 위를 훑고 지나간다. 로마군이 옹기종기 모여 담요를 두르고 있다. 다들 꿍시렁대며 아키우스를 욕하기 바쁘다.


“쉬벌롬, 지는 선실에서 쉬고, 우리는 갑판 위 경계근무고.”


“개자슥, 지옥에나 떨어져라.”


뼛속까지 귀족인 대대장이 딱 한 번 잘해준 적이 있다. 안티오키아에서 출발하여 티그라노세르타 성문을 열 때까지.


전공을 세운 후 대대장은 바로 태세를 변환했다. 걸리적거리는 보레누스도 쳐냈겠다 든든한 전공도 세웠겠다 거칠 것이 없었다.


남은 것은 금의환향이었다.


본래 호송 임무는 급할 것이 없는 임무였다. 보물은 내년 봄 지중해 바다가 얌전해진 후 수송해도 그만이다. 그걸 자기 퇴역하는 길에 싣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키우스는 군단 숙영지를 찾아 호송 임무를 자청했다. 참모들이 겨울철 바다 날씨를 우려했지만 총사령관이 허가했다. 이제 공직 생활을 시작하는 처남을 응원하기 위한 배려였다.


호송함대 사령관에 임시 임명된 아키우스에게 3단 노선 여섯 척과 수송선 세 척이 주어졌다. 전투 인원은 천 명. 어지간한 해적 조직 둘 이상 연합해도 이길 자신있는 병력이었다.


명령권자가 된 아키우스는 거칠 것이 없었다. 자신의 일정을 고집하며 따르길 강요했다.


겨울철 노젓기는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다. 노창으로 파도가 들이치면 바닷물에 옷이 젖기 마련이다. 겨울철 젖은 옷 한 시간이면 저체온증에 걸리기 충분했다.


안좋은 여건이면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하는 법. 기항지마다 쉬어줬으면 버틸 만 했을 텐데... 임시 편입된 해군 지휘관이 휴식을 건의했지만 아키우스가 단칼에 거절했다.


노잡이 컨디션이 뚝 떨어졌고, 감기가 퍼졌다. 폐쇄 공간인 배에서 빠르게 번지는 감기를 잡을 길이 없었다. 병사들이 옮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에취! 최소한 파포스에선 쉴 줄 알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파포스도 거르고 출항할 줄은 몰랐습니다.”


키프로스 남서쪽 교역항 파포스.


파포스는 여신 아프로디테 탄생지에 지어진 도시다. 사랑과 미의 여신을 기리는 커다란 신전이 지어져 있다.


그곳에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다.


아프로디테 신전 여사제는 특별히 선발된 미모를 가졌고, 사랑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실망한 후임들을 위해 고참병이 썰을 풀었다.


“8년 전 폰투스 원정때 말야, 로마 내전으로 해군이 하나도 없었잖아.”


“총사령관께서 그리스 전역을 돌며 동맹 함대를 모았다 들었습니다.”


“흐흐흐 그때 정말 개고생했다. 그리스, 이오니아, 시리아, 이집트 안가본 데가 없다. 당연히 파포스도 갔었지.”


“아프로디테 신전도 가셨습니까?”


“마침 내가 도착한 때가 여신 탄생절 축제였다 이거야.”


“오오옷.”


축쳐진 병사들 눈이 반짝였다.


“세상 예쁜 여인은 다 거기 있었어. 신관복이 보통이 아니야. 이집트에서 수입한 얇은 천에 몸매 드러나는 옷 있지? 그 옷이랑 금실 허리띠가 전부였어. 살랑살랑 교태를 부리며 걸어오는데 심장이 벌렁벌렁하더라니까.”


“그, 그래서요?”


“아프로디테가 우라노스신 성기에서 태어났잖냐. 신전 입구에서 커다란 성기 모양의 빵을 줬어. 그 다음 포도주 단지에 입을 대고 자기가 마시는거야. 왜 저러나 싶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입을 맞추고 포도주를 먹이더라. 오른쪽에서 금발 신관이 한 번, 왼쪽에서 흑발 신관이 한 번.”


“오오옷!”


“거기서 참으면 내가 고자지. 두 명 다 번쩍 안고 신전에 들어갔다. 구름 위에 올라간 것 마냥 기분이 붕 뜨는데···”


“그, 그래서요?”


고참병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 그담부턴 기억이 안난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다음날 아침 일어나고 보니 남녀 수백 명이 신전 안에서 발가벗고 누워있더라. 하아···”


“오오오, 역시 뜨거운 밤을 보내셨군요.”


“... 엉덩이가 뜨겁더라.”


······


병사들이 침묵했다.


썰렁해진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듯 세찬 바람이 불었다.


휘이잉.


하필 북서풍이었다. 역풍을 만난 수송선이 뷜뷜댄다.


해군 지휘관이 굳은 얼굴로 선실을 나왔다.


“속도가 느려졌다. 무슨 일인가?”


“바람이 역풍입니다.”


“밧줄로 수송선 연결해. 우리가 끌고 간다.”


“노잡이가 많이 상했습니다. 지금 같은 상태론 수송선을 끌 수 없습니다.”


“끄는 시늉이라도 해. 사령관님 화내기 전에.”


“... 알겠습니다.”


밧줄 작업을 마치니 어두컴컴해졌다. 서쪽으로 간 해가 먹구름에 가려진 것이다.


쿠르릉.


멀리 천둥소리가 들린다.


뭐 하나 좋은 조건이 없다. 모든 변수가 나쁘고, 나빠질 예정에 있는 것 뿐이었다. 지휘관은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서쪽에 함대가 보입니다. 함선 수는 다섯 척. 사각돛을 단 상선입니다.”


겨울철 상선은 선단으로 항해하여 위험을 대비한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이동 방향은?”


“우리쪽입니다.”


“흠··· 파포스로 향하는 선단인가?”


시간이 갈수록 순풍을 받은 사각돛 상선대가 가까워졌다. 잠시 후 또다른 보고가 이어졌다.


“동쪽에서 정체불명의 함대가 접근중입니다.”


“정체불명?”


“어··· 저도 처음 보는 배입니다.”


“제대로 설명하라.”


“노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가 길쭉하고 기둥(마스트)이 셋 달렸습니다. 기둥 전부 돛이 달렸습니다.”


무슨 배가 그러지?


이상했다.


보통 화물선은 커다란 사각돛을 하나 단다. 돛을 셋이나 장착한 배는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답답한 해군 지휘관이 밧줄에 몸을 묶고 견시루로 올랐다. 요동치는 파도에 토가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시계추 마냥 휘청이는 견시루에 밧줄을 묶고 바다를 살폈다.


동쪽 바다에 배가 보인다.


모두 다섯 척.


길쭉하고 날렵한 선체다. 돛을 여럿 달기 위한 구조인가? 사각돛 한 귀퉁이가 잘려나간 모양으로 사각돛과 삼각돛 사이쯤 되어 보인다.


견시가 제대로 설명을 못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완전 처음 보는 배였다.


“맙소사··· 왜 이렇게 빨라?”


이상한 함선은 뱀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것 마냥 배를 몰았다. 역풍을 뚫는 기술(태킹) 같은데···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은 힘빠진 개구리 마냥 허우적대는데 저쪽은 먹이를 발견한 뱀처럼 움직인다.


설마···


지휘관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쳤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확인해야 한다.


이동 경로.


역시나 이쪽이었다. 수상한 배 다섯 척이 로마군 함대로 직진해온다? 아까 상선은 항로가 겹쳤다 쳐도 저건 너무 노골적이다.


이상한 배에 탄 처음 보는 해적.


전투 준비를 위해 내려가려다 멈칫했다. 새로운 함대에 눈을 뺏겨 서쪽 바다를 깜박했다. 해군 지휘관이 서쪽을 바라봤다.


“응?”


아까 상선대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파포스 항로였다면 진작 호송 함대 남쪽으로 빠졌어야 했다.


!!!


해군 지휘관의 눈이 찢어질듯 커졌다.


상선에서 노가 내려졌다.


상선에서 노가 내려오다니··· 말도 안된다. 적재 공간 확보를 위해 노잡이도 없앤 것이 상선이다.


옆구리에 나타난 노는 2단. 상선이 2단 노선으로 변신했다.


해군 지휘관이 서쪽과 동쪽을 번갈아 보았다.


동쪽에 정체불명의 배 다섯 척. 서쪽에 상선으로 위장한 배 다섯 척.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해적이었다.


부우우우.


나팔수가 전투 나팔을 불어 비상을 알린다.


아키우스가 비틀비틀 선실을 뛰쳐나왔다. 술냄새가 풍기는게 샴페인인지 뭔지 오지게 마신 모양이다.


“무, 무슨 일이냐?”


“해적이 나타났습니다.”


“뭐라고? 지금 어디 있나?”


“서쪽과 동쪽에 있습니다.”


놀란 아키우스가 바다를 바라봤다. 동쪽에 이상한 돛을 단 배, 서쪽에 노젓는(?) 상선.


이런 건 왕자의 예언에 없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키우스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해군 지휘는 해본 적이 없다. 자신은 간섭받기 싫어 매형에게 지휘관을 졸랐을 뿐이다.


“지휘는 자네가 맡는다. 나는 선실로 돌아가 주요 서류를 처리하겠네.”


이 시국에 서류를 챙긴단 말이 우스웠지만, 차라리 잘되었다. 저런 놈은 있어봐야 걸리적거릴 뿐이다.


해군 지휘관이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먼저 수송함에 연결된 밧줄을 끊는다. 각 함선 전투원은 전투를 대비하라. 고수는 노잡이 상태를 점검하고 보고하라.”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로마군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처가 가능한 백전노장이었다. 지휘관이 합리적으로 대응하자 바로 안정을 찾았다.


쩍 쩍.


도끼로 밧줄을 끊는 사이 양쪽 거리가 빠르게 좁혀졌다.


“적은 양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지휘관이 양쪽의 속도를 비교했다. 아무리 돛을 셋 달고 요상한 수를 부린다지만 역풍을 거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쪽에서 다가오는 위장 상선이 10분 가량 빨랐다.


각개격파가 가능할까?


해군 지휘관이 고개를 저었다.


안정을 찾은 로마군과 달리 노잡이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열흘 가까이 혹사한데다 병까지 걸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늘은 바람 운도 없어 무거운 수송선을 끌어야 했다.


현재 기동력으론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었다. 절반으로 나눠 대응해야 한다.


“호위함을 셋씩 좌우로 나눈다. 서둘러라.”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2단 노선이 슬쩍 슬쩍 진로를 바꿔 진입각을 엿본다. 노를 젓는 동시에 방향 전환이 이뤄진다는 말인데··· 저건 로마 해군도 구사하기 힘든 기술이다.


더 놀라운 건 속도였다. 아무리 순풍을 탔다지만 상선을 개조한 구식 2단 노선이 말도 안되게 빨랐다. 부관도 같은 생각이었다.


“적함이 너무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건 백병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부딪치기 위한 것이죠.”


위장 상선의 빠른 속도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충각 전술.


뱃머리 용골에 장착한 충각을 들이받아 적함 선체를 깨부수는 충격 전술이다. 홀수선(선체와 바닷물이 일치하는선) 아래로 구멍을 내면 배는 바닷물이 들어차고, 부력을 잃은 배는 가라앉고 만다.


해군 지휘관은 지금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해적 따위가 충각 전술을 쓴다고?”


“그렇지 않고서 저 속도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서둘러 대응해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현실 부정할 시간이 아니었다.


“뱃머리를 돌려라. 서둘러라.”


방향을 돌리기엔 노잡이가 너무 지쳐있었다. 뱃머리를 절반쯤 돌렸을 때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투욱 투욱 툭 툭툭.


노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사정거리내 진입한 적함이 아군의 노를 부러뜨린 것이다.


끄아아악!


선실 밑 비명이 뱃전을 울렸다. 노잡이는 자신이 젓던 노에 짓눌려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성냥개비 마냥 노를 부러뜨린 적함과 아군 함선이 교차했다.


충돌이 임박했다.


쿠우우웅.


거대한 충격이 호위함을 덮쳤다.


“끄아악 살려줘.”


배를 뒤흔드는 관성을 이기지 못한 병사들이 후두둑 바다로 떨어졌다. 지휘관도 선실 벽과 충돌했다.


머리에 피가 흘렀다. 아픈 것은 나중에 아파도 된다. 당장 상태 파악이 우선이다.


“피, 피해부터 보고하라.”


“큰일났습니다. 충각이 함미 홀수선 아래를 직격했습니다.”


충각이 빠진 자리로 바닷물이 콸콸 들어왔다.


주변을 바라보니 더욱 절망적이었다. 맞서 나온 호위함 세 척 모두 충각 전술에 당했다.


이대로는 한 시간 안에 침몰할 것이다.


지휘관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여기서 자신이 무너지면 함대 전체가 무너진다.


“아직 적선이 빠져나가지 않았다. 밧줄을 걸어라. 접현하여 적함을 장악한다.”


살아남을 길은 하나.


적선을 나포하여 옮겨타는 것이었다.


지휘관의 명령에 일제히 갈고리 밧줄이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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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주선은 사랑을 싣고 +9 22.06.30 3,117 117 13쪽
46 사라진 보물 3 +6 22.06.29 2,995 139 13쪽
» 사라진 보물 2 +15 22.06.28 3,013 109 12쪽
44 사라진 보물 +7 22.06.27 3,059 125 12쪽
43 하마와 악어 +12 22.06.25 3,099 115 12쪽
42 한 탕 해볼까 +10 22.06.24 3,069 123 13쪽
41 자숙 +7 22.06.23 3,043 134 13쪽
40 수문 공사 +10 22.06.22 3,087 136 12쪽
39 신병의 하루 +10 22.06.21 3,175 142 14쪽
38 정착촌 도착 +10 22.06.20 3,165 124 13쪽
37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11 22.06.18 3,242 132 13쪽
36 첫 이주민 모집 +14 22.06.17 3,278 131 13쪽
35 연계기 +6 22.06.16 3,264 135 13쪽
34 테베 +12 22.06.15 3,416 127 13쪽
33 프톨레마이오스 12세 4 +7 22.06.14 3,438 135 12쪽
32 프톨레마이오스 12세 3 +9 22.06.13 3,472 152 13쪽
31 프톨레마이오스 12세 2 +7 22.06.11 3,510 150 12쪽
30 프톨레마이오스 12세 +5 22.06.10 3,613 140 12쪽
29 이시스 대신전 +12 22.06.09 3,561 162 12쪽
28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 +13 22.06.08 3,637 156 12쪽
27 신탁 해석 +11 22.06.07 3,805 162 13쪽
26 델포이 신탁 +9 22.06.06 3,809 154 12쪽
25 페르가몬 도서관 +14 22.06.04 3,860 161 13쪽
24 식물학 백과 사전 +12 22.06.03 3,974 17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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