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080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1.06 22:29
조회
2,039
추천
48
글자
12쪽

아래층 방이라고 했잖아

DUMMY

“각 지역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에요. 그러니 어디의 어떤 영지와 영지가 싸우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죠. 결국은 총력전으로 가게 될 거에요.”


카밀레아의 의견에 발쟈크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 대답은 아직까지 가면을 쓰고 있는 클라라 사왕비가 대신 했다.


“둘 모두 뒷통수가 간지럽다고 여기고 위험요소를 먼저 배제하는데 힘을 쓸 것입니다. 산에 호랑이가 세 마리가 있다면 먼저 두 마리가 약한 한 마리를 먼저 해치우고 둘이서 결판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클라라 사왕비의 의견에 후크 백작이 과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럼요! 맞습니다! 왕비님의 의견대로 두 세력의 견제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의견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헤리오스를 보고 라이비아 공주가 질문을 했다.


“헤리오스 공자. 궁금한 것이 있어요.”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정성을 다해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문제라도?”

“어울리지 않으니 그냥 평상시대로 말을 해주실래요?”

“눼~”

“...”

“...이번에도 문제가?”

“어떤 쪽이든 열받게 하는 대는 정말... 탁월하시네요.”


살짝 짜증이 섞인 얼굴이 이내 다시 평온해진다. 세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 이후부터 헤리오스는 카밀레아와 라이비아 공주에게 이런 장난을 치곤 했고, 두 사람은 그런 장난을 받아주며 간접적으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매번 약초를 구입해서 괴물들 우리에 태워 연기를 쏘이게 하는 이유가 뭐에요? 약초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아...! 사실 그거... 중부지역의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 하는 건데...”

“네?”


진심으로 놀라는 라이비아와


“약초를 태워서 어떤 마법 같은 것으로 정신을 조종하는 건가요?”


카밀레아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 그게 마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신을 조종하는 것은 좀 비슷하네요.”

“정말요?”


* * *


병사들이 훈련을 하는 훈련장에는 거대한 철창이 잔뜩 세워져 있었다. 그 안에는 각종 괴물들이 들어있었으며, 병사들이 긴 막대기를 창 대신 들고 철창 밖에 서 있었다.


“약초 태워서 연기 날려!”


기사가 소리치자 병사들이 특이하게 생긴 약초를 모닥불 안에 집어 넣었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연기를 커다란 부채로 바람을 날려 훈련장에 가득 차기 만들었고, 냄새를 맡은 기사가 다시 소리쳤다.


“피 냄새와 땀 냄새는 다 지워졌다. 이제는 괴물을 향해 공격 개시! 실제로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사정없이 찔러!”


행동을 개시하라는 지시에 병사들은 들고 있는 긴 나무를 창처럼 찔러댔고, 괴물들은 괴로움에 도망을 가려고 했지만 철창 안에서 도망을 쳐봐야 아무 소용도 없었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똑바로 내 질러!”


훈련 교관들이 뒤에서 엉덩이를 걷어차며 병사들의 찌르기를 교정해주었고, 괴물들을 웅크린 채 인간들이 괴롭히는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처음에는 기사들이 들어가 쇠몽둥이로 사정없이 때렸었다.

물론 초반에는 기사들을 괴물들이 압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사들의 때리는 강도와 속도가 강해지고 빨라졌으며, 나중에는 기사들이 들어올 때 마다 얻어터져 기절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기사들은 괴물들의 피냄새를 주변에 퍼뜨리지 않도록 헤리오스가 보내는 약초를 태워 그 연기로 괴물들의 몸에 난 상처가 아물때까지 냄새를 제거했었다.


“크아아아!”


트롤 하나가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댔고, 그 모습에 기사 하나가 창을 하나 꼬나 쥐고 그 철창으로 가 사정없이 찔러댔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찌르라고! 괴물들이 감히 개길 생각도 못할 정도로 사정없이 찌르란 말이야!”


기사가 창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친 듯이 찌르기를 해댔고, 트롤은 시커먼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피냄새 난다! 연기 피워!”


자욱해진 연기 속에서 트롤은 서서히 상처가 아물어 가기 시작했지만 병사들은 어차피 죽지 않을 트롤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자비하게 긴 창대를 쉬지 않고 찔러댔다.


“급소를 찔러! 왜? 괴물이 불쌍해? 그럼 너 옷벗기고 철창안에 넣어줄까?”


교관들은 여전히 병사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더욱 강하게 공격할 것을 지시했고, 괴물들은 죽지도 못한 채 철창안에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을 뿐이었다.


“키사. 이번에 또 오우거를 잡아왔다면서?”

“그래. 이제 철창도 모자란데... 어쩌지?”

“뭐... 공자님께서 조금만 더 버티라고 그러시더라. 그나저나 오우거면 이제 다른 영지로 원정을 가서 고블린을 잡아와야 하나?”

“그렇게 잡기 어려워?”

“정확히는 잡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찾기 어려운 거지. 거의 씨가 말라가는 상황이라니까.”


훈련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최고 실력자 둘의 눈에는 무려 300개가 넘는 철창 앞에서 10명씩 조를 짜서 나무 창을 괴물에게 찔러대는 병사들의 모습이 연기 사이로 보였다.


“공자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이제 동부에서 먹이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제이크의 투덜거림에 키사가 말한다.


“안그래도 나도 물어보고 왔어. 이제 대형 괴물들 찾는 것도 어려우니까.”

“뭐라셔?”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 굶기면서 병사들 훈련에 박차를 가하라고 하시네.”

“그럼 곧 시작인거야?”

“그런 것 같아.”


제이크의 시선이 서쪽을 향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어디 고생 좀 해보라지. 그럼 난 제 2 훈련장으로 간다.”


키사에게 외치고 몸을 날리는 제이크.


“이런... 그럼 내가 제 3 훈련장으로 가야 하잖아. 산 정상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되잖아. 나중에... 쯧.”


제이크의 뒷모습을 살짝 째려보던 키사는 훈련장 뒤쪽에 있는 산 위로 몸을 날렸다.


* * *


서부의 귀족 중 세력인 반로프 자작령과 중부의 세력인 에스워프 자작령 간의 전쟁이 국지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전면전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이유는 두 영지로 중부와 서부의 귀족이 모두 모여들어서이기도 했지만 두 영지의 경계부근에서 회담을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일어날 전쟁이었다.”

“중부와 서부의 결전으로 왕국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될 것이다.”

“이것은 영지간의 문제가 아닌 왕국 전체의 권력의 이동의 문제다.”


이런 말과 함께 모인 그들이 결의한 내용은


- 이번 영지전에 두 세력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승부를 가른다.

- 이긴 쪽의 의견에 진 쪽은 무조건 따른다.

- 이긴 쪽은 진 쪽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한 어떤 요구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둘에게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만약 우리 두 세력이 싸우다가 힘이 빠졌을 때 동부의 저 야만 것들이 밀고 들어오면 어쩔 거요?”

“아... 그 때는 힘을 합쳐서...”

“그럴 바에는 우리가 동부를 꼬셔 함께 연합한 다음 서부를 먼저 지워버리는 것이 낫지!”


중부에서 이렇게 말을 하지만 예전 벨로시아에서 보았던 특이한 구조의 가옥과 옷차림, 그리고 처음보는 음식과 특이한 음악은 동부의 영지는 같은 왕국이라고 느끼기에 너무 이질적이었다.

서부와 중부의 귀족들은 서로의 힘을 모두 쏟아붓기 전에 합의한 것은 결국 이질적인 동부를 먼저 배제하고 두 세력이 자웅을 겨루어 왕국의 권력을 잡자는 것에 합의하게 되었다.

물론 이어지는 국지전에 병사들이 죽어가고 말도 안되는 허세와 자존심을 세우며 지지부진하게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기만 해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한 해가 지나갔지만 어찌되었던 두 영지간 전쟁은 국지전에서 흐지부지 멈추고 그 해 겨울을 지나고 봄이 되면 동부로 함께 진군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고 두 세력은 동부의 맹주인 벨로시아 영주성에 비단을 하나 보내었다. 비단에는 휘황찬란한 글씨체로 선전포고문이 씌여있었다.


- 국왕의 실종이 오래되고 있는 지금 정통성을 가진 일왕자와 이왕자의 왕국을 위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동안 동부는 계승권도 희미한 라이비아 공주를 앞세워...(중략)... 그런 고로 왕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동부는 라이비아 공주를 국왕령으로 보내 일왕자와 이왕자의 처분을 받게 하고 지금까지의 죄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왕국의 정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할 것을 요구한다.


왕국귀족연합에서 보내온 서신을 발쟈크 공작이 전령으로 온 기사 앞에서 읽고 후크 백작에게 또 후크 백작은 라이비아 공주에게 그리고 헤리오스에게 전달되었다.

서신을 가지고 온 기사는 생각하던 반응과 너무 다른 벨로시아 귀족들의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무려 가장 금력이 넘치는 서부와 풍부한 식량을 가지고 많은 인구 수를 자랑하는 중부의 귀족들이 연합을 하여 동부에 보내는 서신이다.

당황은 하지 않더라도 어찌되는 상황인지 왕국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어볼 줄 알았다.

하지만...


“뭐... 뻔한 내용 아닙니까? 이럴 줄 알고 있었으니...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요.”


벨로시아의 후계자가 하는 말이 이상했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니?’


“자... 우리 기사 아저씨는 어쩔까나?”

“네?”

“지금 이런 협박편지를 가지고 와서 살아돌아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아득해졌다. 분명 영주가 그랬다. 동부는 모두 겁에 질려 애원을 할 것이고, 시간을 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서신을 가지고 온 자신을 크게 대접하고 몸 성히 돌려보낼 것이라고...

그런데 이 분위기는 뭔가?


“그래서 내 외손녀를 죽을 자리로 보내라...? 이 글 어떤 놈이 쓴 거냐?”


후크 백작의 부들거리는 콧수염과 함께 기사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자고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습니다. 이런 놈들은 일단 패고 시작해야 대화라는 것을 할 준비를 하기 시작하죠.”


싸가지 없게 건들거리는 벨로시아의 후계자의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빛에 심장이 멎을 것 같다.


“하! 귀족들이 미쳤군요. 감히 왕족을 오라가라 하고... 모두 반역으로 목을 잘라야 화가 풀리겠어요.”


라이비아 공주의 발언에 기사의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등 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대접받는다고 하셨잖습니까...!’


속으로 절규를 내뱉는 기사에게 발쟈크 공작이 조용히 말했다.


“먼 길을 왔는데 세워두기 미안하군. 아래층 방으로 모셔라.”


공작의 말에 주변에서 시종들 대신 벨로시아의 기사들이 몰려와 왕국귀족연합의 서신을 가져온 기사를 에워싸더니 회의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간 곳은...

두꺼운 철창 안에서 소리치는 기사에게 제이크가 능글능글 웃으며 대답해준다.


“회의실보다 아래층에 있는 방은 여기 밖에 없거든... 어제 청소는 했으니까 잘 때 쥐만 조심하면 코랑 귀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거야. 하하하하!”


웃으며 나가는 제이크의 뒤에 욕을 퍼붓는 왕국귀족연합의 기사.


“두고봐라! 너희들은 왕국 전체의 적이 되는 거다! 나를 내보내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다! 이봐! 내 말 안들려! 나를 내보내달란 말이다!”


작가의말

뭐 진부한 전개지만... 그래도 역사책보면 이런 진부한 전개는 항상 반복되더라고요.

이게 역사냐고요?

음... 할말 없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9 어찌되던 상관없다 +5 21.11.07 2,216 47 11쪽
» 아래층 방이라고 했잖아 +3 21.11.06 2,040 48 12쪽
117 나는 기사다 +4 21.11.03 2,166 47 11쪽
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8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6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5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5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6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79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4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3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1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3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6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2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4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0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7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3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5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5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6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6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3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5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5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4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8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0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0 8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