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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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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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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10.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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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9쪽

그냥 여자가 아니야

DUMMY

후크 백작의 성대한 환영과 푸짐한 저녁식사,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받고 다음 날 세 명은 예복을 차려입은 후 후크 백작을 찾아갔다.

당연히 후크 백작은 가신들을 모두 모았고, 회의실에는 헤리오스 일행을 경계의 시선으로 쳐다보는 후크 백작령의 가신들과 무표정한 백작이 있다.


“벨로시아 영지의 모든 권한을 땅의 주인이신 발쟈크 벤 레크 벨로시아 공작께 위임받아 후크 백작령에 연합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동부의 연합은 분열된 왕국의 평화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불가항력적인 선택이며, 연합으로 이루어지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예술 전반의 교류는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약속하니 동부는 서로 간 결속되어진 연합으로 서부와 중부의 견제에 효율적 방어와 점진적 공격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왕국을 넘어선 대륙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발전된 문명의 전파와 멀리 대양으로의 진출을 장려하고 그에 파생되는 모든 이익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새롭고 혁신적이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강력한 힘으로 안정을 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헤리오스가 간단히 예를 표하고 백작령의 회의실에서 이렇게 말을 하자 백작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술렁거렸다.

다만 백작의 눈썹과 입가가 씰룩이며 살짝 얼굴이 구겨졌다.

백작의 얼굴을 보고 얼른 영지의 기사단장이 외쳤다.


“연합을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회의를 하고 추후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단장의 말에 헤리오스가 고개를 저었다.


“닥쳐오는 미래의 카오스적 현실이 우리 앞에 도래할 경우 개개인의 힘이 닿지 못해 무너지는 모래알 같은 상황을 막고 굳건한 성벽 같은 힘으로 어떠한 난관과 역경을 버티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울타리를 만들어야 함에, 느긋함이 독이 되어 평야에 홀로 서서 10억 볼트 이상의 전기를 어떠한 보호구 없이 수분을 머금은 채 맞이하는 것과 같으니 이는 망양지탄(亡羊之歎)의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유비무환(有備無患)하고 거안사위(居安思危)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찮은 미물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경험을 깡그리 모욕하고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주위를 둘러보며 강하게 말하는 헤리오스의 모습은 마치 왕이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정복한 곳임을 선포하듯 하였다.

이런 당당한 모습에 후크 백작가의 가신들은 당황하였고, 후크 백작은 고개를 숙인 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었다.


* * *


전날 후크 백작과의 저녁식사 시간의 식당에서는 모처럼 만나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깜찍하며...등등의 미사여구를 모두 붙여도 모자랄 외손녀를 맞이한 외할아버지의 인자한 미소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집 밥을 먹으니 살 것 같지 않느냐?”


백작의 말에 라이비아 공주가 미소지었고, 카밀레아는 부러운 듯 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굶기는 줄 알겠네...”


궁시렁대는 헤리오스.


“넌 무슨 사내 놈이 꿍얼거리고 있느냐? 내가 내 손녀 챙기는 것이 그렇게 고깝냐?”

“아니...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곧 약혼하고 결혼하고 하면 내 여잔데 그렇게 하시면 좀 그렇죠.”

“흥! 못난 놈이 이제야 결심을 해서는...”


늦어진 헤리오스의 결심을 나무라던 백작이 잔에 들은 과일주를 마시며 퉁명스레 질문한다.


“보아하니 저기 예쁘장한 아이도 맞으려고 하나본데 공주와 결혼하는 부마가 처나 첩은 더 못들인다는 건 알고 있지?”

“알죠.”

“어쩌려고?”

“왕이 되라면서요.”

“...”

“...”


백작은 멍하니 헤리오스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 놈... 결혼 때문에 왕이 되겠다? 내가 오래 살기는 했구나. 이렇게 진하게 미친놈도 다 보고...”

“아... 진짜. 손녀사위한테 미친 놈이라니요. 그냥 좀 참신한 거죠.”

“말장난은 되었고 어쩌려는 거냐?”

“그러니까 우선 동부의 대영지 셋이 연합을 결성하고 중부와 서부는...”


한참동안 이어진 헤리오스의 설명. 간간히 궁금해 할 때에는 카밀레아가 보충해주었고, 라이비아 공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백작에게 이야기를 전하자 가신들의 반응을 걱정하였다.


“그래... 연합은 필요하지. 하지만 오래 된 가신들의 뜻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내일 제가 벨로시아의 사자로서 그들을 설득하죠.”

“어떻게?”

“먼저 ‘연합을 하자.’라고 말할 겁니다.”

“달랑?”

“에이! 살을 좀 붙여 말을 해야죠.”


살을 붙인다는 말에 ‘어떻게?’라고 물으려다가 참고


“그래도 반대하면?”

“그럼 ‘꼭 해야 한다.’하고 말하면 됩니다.”

“거기다가도 살 붙여서?”

“그래야 좀 모양이 살죠?”

“그래도 반대하면?”

“무시하냐고 시비걸고 결투하죠 뭐.”


이게 귀족이 할 소린가?


“...맘대로 해라.”


하지만 옆에서 은근히 백작의 눈에 거슬리는 말들이 나온다.


“전 공자가 하는 일에 걱정을 하지 않아요.”

“그럼. 난 믿어요.”


헤리오스를 향한 두 여자의 응원에 백작은 괜히 심술이 나 앞에 있는 과일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 * *


다시 후크 백작성의 회의실.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꾹 참고 있는 후크 백작. 이제는 혀까지 깨물고 있었다.


‘망할 놈. 연합 하자는 말 빼면 아무 뜻도 없는 것에 살을 붙인다더니...’


또 헤리오스의 말에 하는 말의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해지는 가신들.


“아... 볼트가 망향으로 가서 어쨌다고요?”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헤리오스의 태도에 역시 힘을 쓰는 기사단장의 성질도 파도를 치기 시작한다.


“공자야 말로 일부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우리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 내가 고블린의 말로 한 것도 아니고 왕국어로 말을 했건만, 스스로 부족하여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누굴 탓하는 겁니까?”

“뭣이? 입만 산...” “입만 산? 지금 이거 나 개인을 모욕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벨로시아 영지도 모욕하는 거 맞죠? 이거 결투해야 하는 거 맞죠?”


그러면서 헤리오스는 화가 난다는 듯 주먹을 바닥으로 뻗었다.


쾅!


권에서 강기가 발출되어 반들반들한 돌이 터지며 박살이 나고 먼지가 회의실 안에 날아다닌다.


“이리 나오시죠? 네?”


다시 발출되는 권기에 그 옆에 바닥 돌이 터지며 모래처럼 날린다.

이 모습에 백작은 놀랍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가신들은 그대로 얼어붙었으며, 기사단장 역시 부릅떠진 눈이 감길줄 모르고 튀어나올 것처럼 더 없이 커진다.


“공자. 그만해요.”


라이비아 공주가 이런 흥분한 헤리오스에게 조용히 말한다.


“하지만...”


헤리오스가 분함을 참지 못하고 뭐라 말을 하려 하였지만,


“공자. 결투 중에 일어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결투 전 화풀이로 매우 비싼 바닥돌을 박살을 내셨네요. 참 장하게도 두 번 허공에 주먹질을 해서 다섯 장을 부숴주셨어요.”

“...어?”

“이건 우리 영지가 배상해야 하는 것 알고 계시죠? 돌 한 장에 은화 2개로 잡고, 장인의 공임비까지...”

“아...아니...!”


라이비아 공주의 말에 기세가 가라앉는 것 뿐 아니라 오히려 쩔쩔매는 모습에 후크 백작가 가신들의 눈이 빛났다.


‘공주님에게 잡혀 사는 차기 영주.’

‘우리 영지의 상속자에게 잡혀 산다면 우리 영지에는... 후후후.’


헤리오스와 공주의 연극을 보는 후크 백작은 두 사람보다 그 옆에 차분하게 서 있는 카밀레아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사람을 잘 다루는 아이로구나... 그냥 여자가 아니야.”


그 날 후크 백작령과 벨로시아 공작령은 연합을 발표했고, 그들은 모두 술잔을 들어 연합을 축하했다.

저녁이 되어 백작과 세 사람이 다시 모였다.


“팔미크 백작령까지 연합에 참여해야 동부의 연합이 완성되는 것 아니겠나?”

“물론입니다.”

“그런데 팔미크 백작은 아쉬울 것이 없지.”

“저희가 아쉽습니다.”

“그래서 걱정이야. 그냥 우리끼리의 힘으로...”


백작의 말에 헤리오스가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팔미크 백작령은 강제 합병을 하더라도 꼭 잡아야 합니다.”

“어째서 그리 집착을 하는가?”

“그야...”


헤리오스가 말을 흐리며 라이비아 공주를 바라보았다.


“벨로시아에 왕과 팔미크의 핏줄을 이은 이들이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뭐?”


작가의말

USB가 어디 갔을까요?

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수정해서 올리려고 놓아두고 있었으니까요...
아... 그런데 USB는 어디 갔을까요?
혹시 발이 달린 USB를 보신 분들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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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나는 기사다 +4 21.11.03 2,167 47 11쪽
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9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7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6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6 51 12쪽
»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8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0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5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4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2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4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7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3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5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1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8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4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6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6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7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7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4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6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6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5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9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2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1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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