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470
추천수 :
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0.24 13:45
조회
2,596
추천
48
글자
8쪽

나 잘한 걸까

DUMMY

머리의 쿠기 조각을 떼어내며 헤리오스가 웃었다.


“두 분이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아 장난 친 겁니다.”

“정말 장난 맞아요?”


째려보는 카밀레아와 다시 차를 마시면서 부들부들 떠는 라이비아 공주.


“후... 그런 재미없는 장난은 사양이에요.”


정말 화가 많이 났었나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헤리오스의 마음이었다.


“두 분 다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분 모두 아름답고, 총명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만 바라보고 이 곳까지 오셔서 이렇게 긴 시간동안 저를 바라보고 있어 주는데 그 마음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욕심쟁이고 또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한 여자를 선택한다면 다른 한 사람은 너무 많이 상처를 입을 것 같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에요.”


카밀레아가 자존심이 상한 듯 말했다.


“아닙니다. 아니 동정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좋아한다는 감정이 깔려있으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겁니다.”


이제 라이비아가 입을 연다.


“그럼 저는 공주라서 좋은 건가요?”


후크 백작령에서 외조부의 극성스런 애정은 분명 헤리오스를 압박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계승권도 있으니 조건이 좋지 않은가?


“아뇨. 공주가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세상에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그것도 몇 년을 좋아해준다면 누가 싫어하겠어요?”

“피.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요?”

“뭐 상관없습니다. 이제 마음을 정했어요. 두 분 모두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겁니다.”


헤리오스의 말에 두 사람 모두 안심은 했지만 불만스러운 표정이 남아있다.


“그런데 공주와 결혼을 하는 부마는 공주외에는 아내를 맞을 수 없어요.”


카밀레아의 말에 헤리오스가 결연하게 말한다.


“후크 백작님께서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왕이 되면 됩니다.”

“네?”

“뭐라고요?”


이번만큼 헤리오스의 말에 놀란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이상하고 엉뚱하고 또 획기적이기도 했지만 이건 너무... 파격적인 선언이다.


“왕...이 되시겠다고요?”

“네. 그 전에 두 분의 허락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에요.”


라이비아 공주는 멍해진 표정으로 헤리오스를 보았고, 카밀레아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물었다.


“공자가 왕이 되겠다는 마음하고 우리의 허락하고 무슨...”

“제가 왕이 되려는 것은 라이비아 공주님과 카밀레아 두 사람을 모두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서입니다.”

“아니... 제가 그냥 첩이라도 저는...”

“저도 많이 생각하고 많이 양보하고 많이 고민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이제 다급하게 라이비아 공주가 말했다.


“공자가 왕이되면... 우리 엄마... 아니 왕비님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야 장모님이 되시는...”

“반란을 일으키면서 어떻게 장모...”

“네? 반란이라니요?”

“그럼 반란없이 어떻게 왕이 되려고 해요?”

“자... 그러니까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요.”


다시 차분히 가라앉는 회의실.


“그런데... 참 나... 이렇게 얼렁뚱땅하게 고백을 받다니 정말 낭만이라고는... 쳇!”


카밀레아의 투덜거림에 라이비아도 그렇게 느꼈는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인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가진 비밀이야기 해드릴까요?”

“비밀?”

“응?”


헤리오스의 말에 솔깃해진 두 사람.


“이건 저의 부모님밖에 모르는 이야긴데요... 사실 저는 다른 인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또 무슨 말이죠? 다른 인생이라니요?”

“이해가 안가는 대화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카밀레아와 라이비아 공주의 표정이 나빠졌다.


“일단 그냥 들어주세요. 그러니까 제가 가진 기억 중에 군인으로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곳에서 저는...”


헤리오스의 이야기는 늦게까지 이어져 회의실에서 따로 식사까지 하며 두 개의 전생에 대해 모두 이야기 해주었다.


“세상에... 그런 세상이... 꿈이 아닐까요?”

“그래요. 귀족이... 없다니요?”


두 여인 모두 놀라 입을 어버버 하고 있는 중이다.


“저... 두 분 놀라는 지점이 좀 묘한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믿기 힘든 말이라...”

“맞아요. 물론 그 뛰어난 검술 실력은 좀 그렇지만... 요리도... 음... 그러고보니... 약초도...”


헤리오스의 말을 듣고 나서야 왜 헤리오스가 이상한지 이해해버린 두 여자.


“그래서 고민을 했군요. 한 여자랑 평생을 살아야 한다... 아... 낭만적이야.”


카밀레아의 말에 라이비아 공주 역시 주먹을 불끈 쥔다.


“여자가 통치하는 나라. 여자가 가르치는 교육시설. 여자가 앞장 서는 세상. 여자라 약한 이가 되지 않는 세상...”


두 사람의 눈에 초점까지 흐려진 것을 보니 심각하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린 카밀레아가 묻는다.


“왜 그 삶에서 만난 여자의 얘긴 없는거죠? 활 쏘는 법을 배울 때 만난 여자 말고는 단 한번도 여자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가 없을 때의 인생이니 괜찮지 않나요? 그러니 이야기 해줘요.”

“...”


하지만 헤리오스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도 이제는 지난 일이에요. 그러니 말해줘요.”

“어떤 사랑을 했는지 궁금해요.”

“...”


역시 말을 하지 못하는 헤리오스.


“그렇게 소중한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섭섭하네요.”

“흥. 알겠어요. 저도 다른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에게는 어떤 사랑을 했는지가 궁금했을 뿐이었어요.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요.”

“...요.”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헤리오스.


“뭐라고요?”

“네? 들리게 말해주면 고맙겠군요.”

“그게 다라고요.”

“응?”

“어머?”


두 여인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다시 초승달처럼 휜다.


“정말요?”

“설마...?”


이제는 입술이 얇아지면서 길게 늘어나 위 아래로 벌어지며 하얀 치아가 반짝이며 나온다.


“호호호...”

“헤헤...”


그리고 회의실에 울리는 큰 웃음소리.


“아하하하하!”

“오호호호호!”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는 헤리오스. 그렇게 차를 마셔도 네 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동안 두 여인은 정말 쓰러져서 헐떡일 정도로 웃고 있었다.


“아아... 웃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세상에... 그렇게 잘난 척을 다 하고 살더니 여자를 못만났대요. 호호호!”


두 여자의 웃음에 발끈하는 헤리오스.


“아니! 그게 그렇게 웃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머! 발끈하는 것 봐요.”

“푸훗! 어쩐지 우리한테 하는 것을 봐도 연애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맞았다고요.”


왠지 두 여인에게 약점을 잡힌 것 같은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두 여인들이 잡는다.


“왜 이래요. 누가 보면 삐진 줄 알겠어요.”

“자자! 이리 앉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기다리는 것이 아닌데... 이제 걱정마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헤리오스를 이제는 달래면서 놀리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놀리던 여인들은 늦은 시간임을 창 밖을 보고 알아차리고 아침 일찍 만나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아... 나 잘한 걸까?”


마지막으로 회의실에서 나오며 한숨짓는 헤리오스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 빨리 올립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 둘 다를 함께 꾸려 나가야 할지 고민했지만...


뭐... 여긴 판타지 세계잖아요. 


독자분들께서 주인공이 두 여자와 함께 애 낳고 잘 사는 모습을 보실 일은 없을 듯 싶습니다. 스토리가 그 전에 끝나니까요 ^^

또 모르죠... 갑자기 드래곤이라도 나와서 다 불로 화악~! 그리고 모두 없었다... 이럴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9 어찌되던 상관없다 +5 21.11.07 2,218 47 11쪽
118 아래층 방이라고 했잖아 +3 21.11.06 2,042 48 12쪽
117 나는 기사다 +4 21.11.03 2,169 47 11쪽
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20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12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7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8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9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2 51 10쪽
»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7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7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5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6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9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5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6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2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30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7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8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7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9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8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5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7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9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7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31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6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4 8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