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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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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09.25 19:51
조회
3,786
추천
76
글자
9쪽

왜 못하지

DUMMY

초대 가주가 만들었던 정보단체 ‘올빼미’의 존재를 확인한 것은 매우 큰 수확이었지만 그 기능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야 역시 돈이었다.


“어디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지고 그럴 일 없나?”


중얼거리는 헤리오스는 편전을 연습하는 여군들이 훈련하는 훈련장으로 갔다.


휙!


턱!


무언가 날아와 헤리오스의 왼쪽을 지나 기둥에 박혔다.


“앗! 공자님!”


키사가 당황하여 헤리오스에게 뛰어왔고, 활을 들고 연습하던 여자들은 일제히 엎드려 헤리오스를 맞이했다.


“이거 암살시도는 아니지?”

“죄송합니다.”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인들을 보다보니 그녀들의 손에 피가 엉겨붙은 채 감겨있는 붕대와 뒤쪽에 잔뜩 쌓여있는 화살들이 보였다.


“성과가 없나보네?”

“...죄송합니다.”


헤리오스의 질문에 사과로 대답하는 키사.


“자세히 보고해 봐.”

“저... 사실은...”


헤리오스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여성위주의 편전 부대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한다. 이유는 편전을 이용해 활을 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각궁의 시위를 당길 만큼의 완력이 여자들에게 부족했고, 또한 헤리오스가 알려준 심법은 여자들이 깨우치고 활용하기에는 그 수준이 너무 높았다. 그리고 이미 나이가 든 여자들이 그 심법을 익혀 완력에 응용하려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재의 인원으로 훈련하는 것 자체가 아예 비효율적이었고 그저 시간 낭비였지만 영지의 후계자가 시키는 일이라 누구도 불가능함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아... 그런가? 마음만으로는 역시 안되네.”


또 며칠 후 보고가 들어왔는데, 전차를 끌 말들이 전차를 끌지 못하고 날뛰고 있다는 보고였다. 적들 사이를 달리고 창과 칼, 도끼가 날아다니는 살벌한 곳을 가로지를 수 있는 전마를 키워야 전차를 사용할 수 있건만 그런 훈련이 되지 않은 말들은 날카로운 쇠붙이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어도 놀라 날뛰었다.


“아... 말이 이렇게 뒤통수를 치네...”


거기다 겨울이 되어 내린 눈으로 그간 열심히 만들던 길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까지 올라왔다.

영주가 시켜 길은 만들었지만 누구도 눈이 오는데 그 길을 사용하기 위해 눈을 치우거나 정비하는 이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 짜며 좌절하는 헤리오스의 어깨를 툭 치는 이가 있었다.


“어? 아버지.”

“내가 들어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었느냐?”


헤리오스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공작을 방 안의 쇼파에 안내했다.


“됐다. 요새 올라오는 보고 때문에 실망을 했나보구나.”

“...네.”

시무룩한 표정의 헤리오스를 보고 껄껄 웃는 공작이었다.


“모든 것이 다 네 생각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전혀 다르지. 사람들은 내 마음을 몰라주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노력은 하지만 효과는 없고, 날씨는 도와주지 않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도 없고... 맞지?”

“...네.”

“너의 생각은 틀렸다.”

“...”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다. 최소한 가족들은 너를 응원하고 있고, 너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 너무 기죽지는 말거라.”


공작의 말에 헤리오스는 순간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다른 삶의 지식을 가진 자신이 우월하고 누구도 자신만큼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세상은 내가 조금만 더 힘을 기울이면 더욱 편안하고 윤택하게 바꿀 수 있고, 여생은 즐겁고 걱정없이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신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가족이 있었는데 잠시간 일이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다는 것은 응원하는 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무엇이 너의 속을 그리 까맣게 만들었지?”


부드럽게 물어보는 공작에게 헤리오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땅의 주인에게 풀리지 않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인들에게 완력을 대신할 수 있는 특수한 호흡법과 기를 순환할 수 있는 신공을 전수해주었으나 하나도 제대로 하는 이가 없어 특수전을 대비한 부대 창설이 어렵습니다. 인구수가 부족한 우리에게 여성 인력의 사용은 그 효율적인 면이나 타 영지의 사기저하를 노리는 군사적 목적으로도 매우 훌륭한 전략이라고 생각하였으나 막상 여인들이 그 신공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답답해 하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쉽게 익힐 수 있는지 알려주어도 하지 못하는지...”


헤리오스의 말에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공작.

말을 끊으려 했으나 헤리오스는 그간 답답함이 심했던지 쉼없이 말을 이었다.


“영지의 길도 경제적 효과와 차후 각 지역간 소통을 생각할 때 누구라도 관리를 해야 하지만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대로를 방치하다니요? 그 정도는 거시적 시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류의 이동이 가져오는 효과 및 차후 군사적 이동으로 인한 안전의 확보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잠깐!”


공작은 질린 얼굴로 헤리오스를 바라보았다.


“예? 어찌해서...?”

“아들! 지금 하는 말이 너는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거냐?”

“네? 왜요? 이 정도는 지극히 기본적인 수준으로 그냥 딱 하면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아들을 보는 공작은 이상한 쪽으로 마음이 심란했다.


“너가 하는 말 나도 못알아 듣겠다.”

“네?”


공작의 말에 헤리오스는 충격에 빠졌다.


“아니...! 어째서...!”

“어째서고 뭐고 너가 하는 말 못알아듣겠다고. 지금 넌 너의 수준과 다른 사람의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느냐?”

“키사와 제이크도 제가 잘 가르쳤습니다만...?”


그 말에 공작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둘은 우리 영지에서 가장 자랑하는 천재중에 천재야.”

“...그 녀석들이요?”


공작은 헤리오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하아...! 아들...”

“네. 아버지.”

“너는 천재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공작은 발끈하고 다시 무언가 치밀어 올랐으나 눈 앞에 아들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너처럼 생각하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거니와 하지 말아야 한다.”

“왜요?”

“세상 사람 모두가 너 같으면 어떨 것 같니?”


잠시 생각해본 헤리오스는 스스럼 없이 말했다.


“편안하고 즐겁지 않을까요?”

“절대 아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찌 말을 할까 고민하던 공작이 힘들게 말을 꺼냈다.


“너처럼 순식간에 어려운 것도 척척해내고, 거시적인가 거미적같은 생각을 쉽게 하며, 검술과 신공이라는 것도 척척 모든 사람들이 한다면 특히 평민들이 그 능력을 너처럼 사용할까? 또 이 영지에서 우리 가문의 통치를 받아들일까?”

“음... 아닐 것 같네요.”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기는 헤리오스. 자신의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고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얼마 후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이기를 몇 번.


“그렇네요. 제가 기준을 잘못 잡았네요.”


아들의 말에 무언가 가르침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진 공작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장차 영지의 주인이 될 아직은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한 청년을 바라보며 영지의 미래를 상상하였다.


“키사와 제이크를 가르치듯이 굴려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습니다. 죽기 전에 사람은 그 잠재능력까지 모두 뽑아낼 수 있으니까요.”

“응?”

“무식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무식에서 안주하는 것은 죄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앞으로도 무식하게 살아가는 촌장급 이상의 영지민들은 무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야 겠습니다.”


아들의 말에 무언가 이상하게 생각이 뻗어가는 것을 막고자 공작이 손을 흔들며 막았다.


“아니! 그게 아니지!”

“아버지!”

“응?”

“바야흐로 시대는 점차 빨리 변해가기 시작하고...”

“아니 변하지 않아!”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지도 않고!”

“우리는 강한 인적자원을 확보하여 이 생존경쟁...아니 생존전쟁의 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강한 교육과 열정을 가진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필요없다고! 헤리오스 니가 이상하게 잘난거야! 그냥 하지마! 제발 하지마!”


공작의 만류에도 헤리오스는 무엇에 홀린 것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가 여자로 구성된 궁병대의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좌절한 상태로 방으로 돌아와 중얼거렸다.


“왜 못하지? 금정신공... 이렇게 쉽게 되는데...”


작가의말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그간 눈에 문제가 생겨 일상생활도 살짝 힘들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연제가 멈추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아직까지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며칠에 한편씩 올리다가 그 간격을 점점 줄이며 제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기다려주신 분들께 다시한번 사과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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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어찌되던 상관없다 +5 21.11.07 2,217 47 11쪽
118 아래층 방이라고 했잖아 +3 21.11.06 2,041 48 12쪽
117 나는 기사다 +4 21.11.03 2,167 47 11쪽
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9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7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6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6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8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0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5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4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2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4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7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3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5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1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8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4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6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6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7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7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4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6 63 9쪽
» 왜 못하지 +7 21.09.25 3,787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5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9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2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2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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