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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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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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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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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11.01 21:17
조회
2,107
추천
45
글자
11쪽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DUMMY

하지만 귀족들이 볼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젊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이는 영주성에서 내려온 지시 때문이었는데, 다른 영지의 귀족들의 눈에 띄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절대 귀족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다닐 것이며, 혹시 귀족들이 머물더라도 그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한 알아서 가져다 바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영지의 사람과 가축, 땅에 있는 풀 한포기까지 모두 벨로시아 가문의 것이고, 이를 함부로 하는 자는 바로 경비대에 알려 벨로시아 가문과 척을 지게 되는 것임을 알리게 했다.


공작성에서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자 시골처녀를 범하고 마차에서의 짜증을 지나는 사람에게 풀려고 했던 귀족들은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귀족들의 상태를 미리 예측했던 발쟈크 공작은 이런 지시를 내리게 만든 카밀레아에게 너무한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이는 두 가지를 노린 것입니다. 먼저 타 영지의 귀족들이 추후 벨로시아의 모든 것에 탐을 낼 경우 우리가 과하게 반응을 하더라도 명분이 선다는 것이고, 둘째는 영지민들의 인식이 귀족들이 다 지배하는 사람이 아닌 오직 이 땅의 영주이신 공작님만이 자신들을 다스릴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함입니다.”


어찌되었던 귀족들이 갑자기 공작령의 선언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기에 첩보 조직을 최대한 가동시켜 각 영지의 귀족들이 올 때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뒤에서 호위하게 하였고, 그들은 일부러 몰아넣은 영지의 소형 괴물들을 귀족들의 눈 앞에서 최대한 잔인하게 죽여 귀족들의 기를 눌렀다.


“벨로시아의 병사들이... 이토록 강해?”

“오크들에게 밀린다고 하지 않았어?”


멀리 서부에서 온 귀족들은 처음 보는 벨로시아의 무력에 놀랐고,


“젠장... 역시 오크들과 싸울만한 병사들이군...”

“흥! 서부 새끼들은 이 모습을 보고 오줌이나 싸지 않으면 다행일걸.”


중부의 귀족들은 오크와의 전투에서 손해본 것이 생각나 속이 더 쓰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묵게 된 마을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직 날씨가 추운데 집 안에 벽난로가 없단 말이냐?”

“이런 말도 안되는 곳이...”


마을에서 하루 묶어갈 그들이 가장 큰 집을 안내받아 들어간 곳에는 벽난로가 없었다.


“촌장! 촌장을 불러와라!”


자신을 농락한다고 생각했던 타 영지의 귀족들은 촌장을 불러 심하게 욕설과 협박을 하였지만 촌장의 대답은


“이제 우리 영지에 벽난로를 사용하는 집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집이 벽난로가 있는 집보다 더 따뜻합니다.”


그리고 귀족들은 그날 밤 태어나서 처음으로 봄에 땀을 흘리며 잠을 자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벨로시아 영주성에 다다른 그들은 깨끗한 거리와 정돈된 집들, 깨끗한 영지민들을 보며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고, 성 안으로 들어서며 보이는 풍경은 부러움을 뛰어넘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런 풍경이...”


그들은 성 안에 냇물이 흐르고, 나무와 꽃이 피어 있으며, 사슴과 토끼들이 뛰어다니는 정원에 특이한 형태의 (팔각형의 지붕 아래에 벽도 없고 기둥만 있으며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다.) 건축물을 보았다.


“특이하지만... 멋지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놀라는 귀족들을 맞이하는 영주성의 시종과 시녀들의 복장은 또 귀족들에게 부러움을 폭발시켰다.

지구에서 봐 왔던 남성 정장과 여성 정장을 입은 시종과 시녀들의 행동과 안내에서 느껴지는 교양과 예절.


“으음...”

“세상에...”


몸매를 드러내는 치마와 여성의 곡선과 볼륨을 도드라지게 하는 블라우스와 재킷, 살짝 몸의 비율을 날씬하게 느끼게 하는 구두와 세련미를 더하는 스카프.

무게감이 느껴지는 남성용 바지와 구두, 나비 넥타이로 단정함을 나타내는 시종의 모습은 갑자기 달라진 벨로시아에서 어떤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이 묶은 숙소 역시 처음 보는 형식이었는데, 바로 근대 한국식 가옥을 지어 그곳에서 지내게 했던 것이다.

이미 온돌을 경험했고, 집 안에 방과 거실, 식당까지 있어 부부끼리 집 안으로 들어가 지낼 수 있게 하였고, 수행하는 인원들은 모두 귀족들의 돈으로 여관에서 묵게 했다.


이것은 라이비아의 의견이었는데,


“새로운 형태의 가옥을 귀족들에게 선보여 그들의 영지에 지어 달라는 주문이 올 경우 적절한 가격으로 우리의 기술자가 가서 지어주게 될 것입니다. 물론 재료를 여기서 공수해가서 지을 것이기 때문에 운송비와 재료비가 추가로 붙겠죠.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들은 다른 영지와의 경쟁으로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귀족들에게만 영지의 고가 특산품을 제공하여 상단의 판매 품목을 더 늘려야 합니다.”


결국 라이비아의 뜻대로 진행되어졌고, 귀족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그 신기함과 특이함에 매료되고 말았다.


초대한 귀족들이 모두 도착하고 파티가 시작되기 전날 헤리오스는 파티 전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말로 귀족들을 영주성 뒤쪽에 있는 검투장에 모았다.

그리고 그 안에 생포한 오우거를 올려놓고, 또 가녀린 모습의 커다란 거적떼기 같은 천을 덮고 있는 여인을 함께 올렸다.

귀족들은 영지의 후계자가 초대한 것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갔다가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검투장 안에 흥분하여 더욱 포악해진 오우거가 쇠사슬에 묶인 채 괴성을 질러대는 모습에 모골이 송연해져 벌벌 떨다가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여자를 보고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어서 저 여자를 꺼내시오! 아무리 평민이라지만 괴물의 먹이로 주는 모습을 볼 정도로 나는 타락하지...”


귀족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헤리오스가 손짓을 해 북을 치게 하였고, 가녀린 여인, 그러니까 백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여인은 무표정한 눈으로 헤리오스를 보다가 미쳐 날뛰는 오우거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올려 자신의 목덜미까지 덮고 있는 큰 거적떼기를 잡고, 있는 힘껏 내린다.


부욱!


그러자 드러나는 갑옷.


“어? 기...사?”


동시에 풀어지는 오우거의 쇠사슬.

쇠사슬이 풀리자마자 오우거는 미친 듯이 달려 여자에게 주먹을 날린다. 거대한 오우거라 둔하고 느릴 것이라는 귀족들의 생각과는 달리 고양이보다 날쌔고 바위덩어리 보다 단단하고 강할 것 같은 주먹이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여자는 더 빨랐다. 사뿐이 몸을 띄워 오우거의 팔에 발을 딪고 다시 몸을 튕겨 오우거의 얼굴로 날아갔다.


- 뻑!


순간 검투장 안이 고요해졌다.


쿵!


여자의 발차기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은 오우거가 그대로 통나무처럼 뒤로 넘어갔다. 맞는 놈도 얼떨떨한지 눈만 껌뻑거리다가 부스스 일어나 그 큰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졌다가 떼니 손에는 검붉은 피가 요란스래 묻어있다.


오우거가 멍청해져 자기 손을 바라보는 동안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몸을 푼다. 거적떼기 같은 큰 천쪼가리 안에 숨어있던 빛나는 갑옷, 그리고 검.


“그래! 벨로시아에 성질도 더럽고 검술도 잔인하다는 여기사!”

“키사경이로군!”

“아! 그 소문의 여기사.”


귀족들이 정신을 차리고 눈 앞의 여자가 키사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오우거라는 존재가 보통의 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 쿠어어어어!


자신의 쌍코피에 크게 분노하고 살짝 꺾인 기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괴성을 질러대는 오우거의 행동에 귀족들의 얼굴이 햐얗게 질리고, 귀부인들은 졸도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 크아아아!


이제는 키사를 잡아서 처리하려고 재빨리 손을 뻗는 오우거는 잠시 후 자신의 손을 붙잡고 비명인 듯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잡은 오른손에는 원래부터 있어야 할 손가락을 땅에 떨구어 놓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왼손으로 감싸쥐고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뭐야? 언제 자른거야?”

“검을 휘두른거야?”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키사는 고통스러워하는 오우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검투장에 들어가기 전 헤리오스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 최대한 잔인하고 최대한 고통스럽게.


물론 기사가 귀족들의 구경거리가 된다는 사실에 발끈했지만


- 10일간 제이크와 휴가와 함께 휴가비 50골드.


라는 딜이 들어오자 절대 보이지 않던 상냥한 미소로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남기고 검투장에 들어와 헤리오스가 요구한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그리고 잔인하게...”


빠른 보법으로 키사를 경계하는 오우거를 향해 뛰어들어 검에 내력을 담아 휘두른다. 발목. 종아리. 허벅지. 손목. 팔꿈치. 어깨. 가슴. 등. 배.

키사가 움직일 때마자 뿜어져 나오는 괴물의 피 냄새가 검투장에 차올랐고, 오우거는 이제 겁에 질려 괴성만 질러댈 뿐 반격을 생각도 못하고 끝내는 웅크리고 소리만 질러댔다.

마치 사자에게 잡혀 죽기전 소리를 질러대는 새끼 사슴처럼...


마지막을 장식할 것처럼 키사는 오우거에게 다가갔고, 오우거는 여전히 웅크리고 꽥꽥대고 있었다.


“끝이군...”

“대단하지 않아? 저렇게 멋진 검술을...”


귀족들의 칭찬이 끝나기도 전에 키사는 웅크린 오우거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을 뒤로 날렸다.


뿌지직!


- 쿠아아아아!


통째로 뽑혀나오는 어깨와 팔의 찢어진 부분에서 흩뿌려지는 피와 살점과 핏줄.


“으어어어!”

“히익!”

“끼아아아!”


놀란 귀족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키사는 무표정한 얼굴을 여전히 유지한 채 산채로 오우거의 몸을 잡아 뜯었다. 두 팔과 다리 하나를 더 뜯었을 때 오우거는 쇼크로 죽어버렸고, 그런 오우거의 몸 위에 올라서서 관중석에서 기겁을 하고 있는 귀족들을 쭉 둘러본다.

그리고...

씨익!


살짝 보인 미소. 하지만 검붉은 피가 이제는 말라 붙어 시커멓게 변해버려 먹물을 뒤집어 쓴 여인이 괴물의 시체 위에서 웃는 모습은 모골을 송연하게 하였다.


“자! 저희 영지에서 자주 나오는 오우거를 제압하는 과정을 보여드렸습니다. 이왕 우리 영지에 오셨으니 이런 구경 하나 쯤은 하고 가셔야 자랑거리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헤리오스의 넉살이 담긴 말에도 귀족들은 쉬이 호응하거나 대답하지 못했다. 산채로 해체되는 오우거라니! 그리고 괴물의 피를 온 몸에 묻히고 미소짓는 여자라니!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누군가 이를 갈며 중얼거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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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어찌되던 상관없다 +5 21.11.07 2,217 47 11쪽
118 아래층 방이라고 했잖아 +3 21.11.06 2,041 48 12쪽
117 나는 기사다 +4 21.11.03 2,167 47 11쪽
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9 42 12쪽
»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8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6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6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8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0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5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4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2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4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7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3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5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1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8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4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6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6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7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7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4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6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7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6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9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2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2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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