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마을 앞에 있는 산이라고 해도 그 높이가 생각보다 높았다. 비록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경사면을 덮고 있는 나무도 꽤 두껍고 컸다.
“하긴... 괴물들이 있으면 이런 나무들을 자를 사람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겠지.”
그런 나무 숲 사이를 지나는 헤리오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커다란 곰이었다.
“뭐지? 무슨 곰이...”
헤리오스가 봐도 놀랄 만큼 무지막지하게 큰 곰이 헤리오스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곰이 점점 다가올수록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몸의 곳곳에 상처가 있었고, 곰도 겁에 질려 발광을 하며 도망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워어!”
마치 비키라는 듯이 곰이 소리를 질렀고, 헤리오스는 그것을 알아 들은 듯이 한쪽으로 비켜섰지만
펑!
날아온 무언가에 얻어맞고 곰을 그대로 앞으로 굴러 헤리오스의 앞에 쿵하고 쓰러졌다.
“쿠아아아!”
그리고 그 뒤에 나타난 것은 한손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들고 있는 트롤이었다. 검은 색의 피부에는 거친 털이 나있었고, 온 몸에는 강인해보이는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트롤이라...”
산의 깊은 곳 동굴 같은 곳에 사는 녀석이 이렇게 산의 초입까지 내려와 곰까지 죽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보아하니 잡아 먹기 위해 곰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다.
“쿠아아악!”
헤리오스를 보고 망설임 없이 돌을 던진다.
“이 망할 새끼가...!”
날아오는 돌을 왼손으로 받아 그 힘을 죽이지 않고 방향만 바꿔 다시 몸까지 한 바퀴 빙글 돌면서 트롤에게 날렸다.
퍽!
눈 앞의 작은 인간이 그 돌을 다시 되돌려 날릴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트롤은 날아오는 돌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기절한 곰을 밟고 넘어 곰이 구르며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트롤에게 걸어가니 깨진 머리가 서서히 아물어가는 트롤을 살펴보았다. 머리부터 온 몸을 자세히 잘 피는 동안 누워있던 트롤이 벌떡 일어나 더욱 사납게 울어댔다.
“하... 쫄아서 더 지랄이네?”
가슴부분과 사타구니를 보니 암컷트롤이다.
“일단... 맞자.”
주먹을 휘두르려고 팔을 치켜든 트롤의 가슴께로 뛰어올라 그대로 정권을 먹이고 그 충격에 뒤로 날아간 트롤을 다시 몸을 날려 쫓아가 머리통을 걷어 찬다.
퍼퍼퍼퍽!
퍽! 퍽!
쾅! 퍽! 우직! 쿵!
어지간해서는 잘 죽지 않는 트롤의 특성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던 헤리오스는 간만의 몸풀기를 정말 마음놓고 해댔고, 워낙에 많은 타격을 매우 빠르게 맞는 트롤은 비명은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라 이리저리 헤리오스가 차고 때리고 던지고 부수는대로 몸이 움직일 뿐이었다.
차를 한 잔 마실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휴우...!”
간만에 몸을 풀었다는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는 헤리오스의 앞에는 괴물인지 걸레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 트롤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랄을 하고 있었지? 이 산에 트롤이 이거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닐테고...”
3미터 가까이 되는 트롤이 쓰러져 숨만 겨우 쌕쌕 쉬고 있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아팠냐? 그래그래... 내가 안아프게 해줄게.”
그리고 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트롤의 입에 몽땅 부어 넣었다.
“켁!”
입에 무언가 들어오자 뱉어내려고 하는 트롤의 목을 사정없이 걷어찬다.
“먹어! 안 죽어!”
그러자 입 안으로 들어간 액체를 꿀꺽 삼켜버린 트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트롤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음... 조금 셌나? 불면증 걸린 귀족들도 많을 텐데 이걸 팔면 돈이 되겠지?”
혼자 쫑알거리던 헤리오스가 다시 산을 오르려다가 뒤를 돌아보니 집채만한 곰이 정신을 차리고 슬슬 눈치를 보고 있다.
“저게 곰 맞나? 너 이리 와.”
헤리오스가 손을 까딱거리며 부르자 곰은 불안한지 크릉거리면서도 마지못해 천천히 다가왔다. 다가 온 곰은 재롱이라도 부리려는 듯이 헤리오스의 손을 혀로 핧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누워 배를 보이며 앞발을 바둥거리고 재롱을 부린다.
“...개냐?”
전생에 도로에 사람을 실어 나르던 승합차 정도 되는 크기의 곰이 앞에서 개처럼 재롱을 부리며 바둥대는 것을 보니 그냥 한숨이 나오는 헤리오스.
“살려줄게. 죽이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저 놈...”
헤리오스가 쳐다보는 쪽에 시체처럼 잠이 들어 있는 트롤이 보였다.
“저런 놈들 또 있어?”
이런 헤리오스의 말에 놀랍게도 벌떡 일어나 한번 소리를 내더니 앞장서서 걸어간다.
“뭐야? 너 사람말도 알아듣냐?”
“구우웅!”
“재미있네.”
헤리오스는 이렇게 큰 곰을 본 것도 처음이지만 사람말도 이렇게 알아듣는 곰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신기해. 정말...”
곰을 따라 가다보니 산의 중턱 깊은 곳 어디가 즈음에서 도착해서 곰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엎드려 헤리오스의 눈치를 본다.
“여기에 있어?”
조용히 헤리오스가 묻자 곰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거 개가 아니라 사람인데? 혹시 웅녀가 마늘먹다가 가출했나?”
헤리오스의 말에 곰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 헤리오스는 곰을 지나쳐 앞으로 더 나가자 사람 키만한 풀숲이 끝나고 공터에 거대한 트롤 한 마리가 퍼질러 자고 있다.
“이건 또 뭐야?”
신장이 4미터 가까이 되고 아까 본 트롤보다 더 근육이 탄탄해보이고, 인상도 더러웠다. 사타구니쪽을 보니 수놈이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짐승들의 뼈가 있었는데 그 중에 사람의 뼈와 비슷하지만 원숭이 같기도 하고 무언가 미묘하게 다른 것이 있었다.
“설마...?”
조용히 다가갔지만 자고 있던 트롤이 번쩍 눈을 뜬다. 그러면서 코를 계속 벌름거렸다.
“망할... 트롤이 개처럼 냄새도 맡아?”
자는 동안 입에 수면제를 집어넣으려고 생각하고 조용히 접근했지만 트롤이 깨어난 이상 화끈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암컷이 잡혔으면 수컷도 잡아서 짝을 맞춰야지?”
벌떡 일어나 헤리오스를 보고 괴성을 지르며 위협을 하는 트롤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그만 사람이 가슴 안쪽으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잡으려고 했지만 헤리오스가 그 손에 잡힐만큼 실력이 낮지 않았다.
그대로 가속하여 손이 뻗쳐오는 것보다 더 빨리 품 안으로 들어가 오른손으로 장법을 펼쳤다.
펑!
“꾸에에엑!”
단 한 번의 접촉이었지만 그 뒤의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트롤은 입에서 시커먼 피를 내뿜으며 뒤로 날아갔고, 큰 덩치가 굴러가 만들어진 수풀은 길이 되어 있었다. 대지에 강하게 뿌리내린 듯한 두 다리. 그리고 살살 펄럭이는 옷자락. 소매를 툭툭 털고 헤리오스는 천천히 걸어 트롤에게 갔다.
여전히 피를 토하며 쭈그리고 있는 트롤에게 다가가 물끄러미 그 눈을 바라보자 고개를 돌린 트롤이 헤리오스와 시선을 맞추었다.
자신이 맞은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나는지 다시 괴성을 질렀다.
“쿠아아아아아!”
퍽!
그리고 다시 날아가는 트롤. 자리에 한 발로 서서 다른 한 발을 치켜들고 있는 헤리오스.
저 멀리서 집채만한 곰이 쪼그리고 눈을 빛내며 그 싸움이라고 쓰고 구타라고 읽는 투닥거림을 보고 있다.
“그래... 생각해보니 그렇군. 새로 뽑는 녀석들이 무재가 없다면 무공을 배워서 내공을 익히는 것은 힘들겠어. 그러니...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지?”
전생에 군대에서 배운 태권도는 박투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 작전에서도 적을 제압하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더군다나 태권도는 발차기가 주를 이루는 무술. 손에 검, 활, 방패, 창을 쥐고 싸워야 하는 병사들에게 다리를 쓰는 무술을 가르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자... 그럼 발차기를 어떻게 했더라... 음... 마침 샌드백이 일어나네.”
발차기에 머리를 맞고 뇌가 흔들린 트롤이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분위기를 보려는데 헤리오스가 날 듯이 다가와 그대로 붕 뜬 채로 발차기를 날린다.
퍼퍼퍼퍼퍽!
공중 5단차기.
퍼퍽!
나래차기.
쾅!
뒤돌아차기.
그리고 이어지는 발차기에 저 만치 숨어있던 곰은 두 눈을 꾹 감고 머리를 땅에 처박은 채 웅얼거렸다.
“웅...웅...웅...”
밥을 한 끼 다 먹을 시간 정도를 할애하여 예전 태권도의 기술을 시험해본 헤리오스와 예전 지구의 샌드백이 되어보는 체험을 한 트롤이 숲 한가운데 있었다.
살짝 개운한 표정의 헤리오스와는 달리 온 몸이 기괴하게 비틀리고 꺾인 채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대는 트롤.
그런 트롤의 입에 헤리오스가 병을 하나 꺼내 입에 부어버렸다.
“켁!”
뱉어내려고 하는 트롤의 목을 당수로 치자 꿀꺽 삼켜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잠이 드는 트롤.
“야! 곰!”
헤리오스가 곰을 부르자 풀 숲에서 숨겨지지도 않는 큰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곰.
“트롤 또 있어?”
헤리오스가 곰에게 묻자 곰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처음 트롤이 자고 있던 곳으로 가 어느 뼈무더기 앞에 섰다.
“어? 뭐야? 지금 저 놈이 트롤을 잡아 먹은거야?”
그 말에 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한 번 생각해보자. 이 놈이 트롤을 잡아 먹었다. 그리고 암컷이 미쳐 날뛴다. 혹시 이 놈이 그 암컷의 새끼를 몰래 잡아 먹었나?”
헤리오스의 중얼거림에 곰이 자리에 앉아 앞 발을 서로 부딪히며 울어 제낀다.
“우오오옹”
“살다살다 곰한테 칭찬을 다 듣네. 그리고 암컷이 새끼를 찾아 미쳐 날뛰니까 고블린과 다른 동물들이 아래쪽의 숲으로 도망쳤고... 그렇지.”
이제는 곰의 고개까지 끄덕이며 앞발을 서로 부딪힌다.
“저 새끼가 원흉이었구만... 그런데 왜 같은 트롤을 잡아먹는거야?”
그러자 곰이 다시 네 발로 서서 고개를 돌려 산의 무너진 부분을 보고 낮은 소리를 낸다.
“꾸우우웅.”
“산사태가 난 곳에 뭐가 있었나? 뭘까?”
간단히 산에 있는 괴물들만 다 쳐죽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헤리오스는 뜻밖에 이상한 곰을 만나 산을 탐사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았다.
“뭐 상관없겠지.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누군가 앞에서 들었으면 혀를 물고 죽을 만큼 어마어마한 말을 서슴없이 하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제목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요?
혹시 바꿔야 하면 뭐라고 바꾸는 것이 좋을까요?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도와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