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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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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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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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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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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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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9쪽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DUMMY

발쟈크 공작은 아들인 헤리오스와의 대화 이후 아들에게 사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하며, 그 문제는 또래와의 대화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잘난 것은 무척 기쁜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자신과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이기는 했다.

그리고 공작의 생각은 어느 정도 맞는 부분도 있었다.

가난하고 항상 오크와의 전쟁에 신경을 써야 했던 영지의 사정 상 헤리오스의 또래의 아이들은 어릴 때는 먹을 것을 위해 항상 일을 해야 했고, 힘을 쓸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바로 전쟁터로 향했다.

여자들은 당연히 남자와 어울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헤리오스는 귀족이었다. 그러니 아무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버지인 공작은 항상 오크와의 전쟁터에 있거나 영지의 일을 처리하느라 헤리오스를 봐줄 일이 없었고, 어머니인 공작부인은 성의 살림을 챙겨야 했으니 헤리오스는 유모의 손에서 항상 오냐오냐 키워졌고, 또래인 시녀는 항상 공자님이라고 따르기만 했으니 다른 사람의 수준을 파악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성인이 되는 해에 겨우 검을 잡고 바로 쟁쟁한 사람들만 모인 수도로 가서 잘난 척을 하고 돌아다녔지만 공주와 함께 있는 헤리오스에게 누가 뭐라고 할까?

게다가 공주 역시 어떤 분야에서는 천재였다. 그러니 헤리오스는 공주를 보고 사람들의 수준이 다 자기같다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음... 공자의 생각이 좀 엉뚱하기는 해요.”

“...”


삼공주와 대화를 하는 헤리오스는 옆에 서 있는 제이크와 키사를 바라보았지만 둘은 그저 표정 없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공작님께서 저와 공자의 대화시간을 자주 가지라고 한 이유를 들었어요.”

“...그렇군요.”

“그간 공자의 행동이 솔직히 뛰어나다고 생각하기보다... 뭐랄까?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하기는 했거든요.”


고개를 돌려 헤리오스는 제이크를 바라보고 물었다.


“제이크. 내가 독특하다고 생각해?”

“저... 공자님. 제가 듣기에 공주님께서 공자님이 이상하다는 표현을 완곡하게 하신 것 같습니다.”


제이크의 대답에 헤리오스가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급하게 차를 마시는 공주가 보였다.


“아... 이상하구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헤리오스와 그저 차를 마시기만 하는 공주... 어색해진 방 안의 분위기를 제이크와 키사도 깨지 못하고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고 있는데...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밖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카밀레아에요. 들어갈께요.”


먼 곳까지 상행을 다녀온 카밀레아가 깡충깡충 뛰듯이 걸으며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어색하고 무거워진 분위기의 방 안을 느끼고 헤리오스와 공주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아... 음...”


당황함에 함께 어색해진 카밀레아.


“그럼... 실례했습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나가려는 그녀의 팔을 낚아채서 옆에 앉힌 라이비아 공주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서 지금 공자와 함께 우리가 여기 모여 있는 거에요.”

“아...! 그렇군요. 하긴 공자가 좀 이상해요? 이렇게 매력적인 저를 두고 아무렇지 않게 무시를 하다니... 이건 기본적으로 짐승보다 못한 짓이에요.”

“그렇네요. 공자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것이 아니네요. 역시 잘난 부분이 있으면 심하게 모자란 부분이 있군요.”


공주와 카밀레아가 이야기를 하자 헤리오스는 속으로 발끈 했지만 전생에도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이 나오자 그저 한숨만 쉬어 댈 뿐이다.


- 그렇게 무공이 좋으면 평생 무공하고만 살아요!

- 설마 오늘 데이트 장소가 여기야? 무슨 데이트를 체육관 링에서 해?


“모르긴 몰라도 헤리오스 공자는 다시 태어나도 연예는 절대 못할 거에요.”


카밀레아의 말이 이상하게 헤리오스의 가슴에 팍 꽂혔다.

슬쩍 시선을 키사와 제이크에게 돌리자 두 사람은 공주와 카밀레아의 대화에 아주 약간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제가... 그 정도는...”


헤리오스가 반박하려 하였으나


“아니에요. 공자의 지금 상황은 거의 질병 수준이에요.”


공주의 단호한 말과


“이건 아주 큰 문제라고요. 몸만 건강하면 뭘하나요? 정신이 정상적인 남자가 아닌데.”


거의 정신이상자로 만드는 카밀레아.


“공자님께서는 두 분의 의견을 매우 진지하게 들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키사의 뼈를 때리는 말과


“음... 공자님이 속고자라니...”


제이크의 중얼거림.


“응? 속고자가 뭐야?”

“아? 들...으셨습니까?”

“그러니까 속고자가 뭐냐고?”

“그야... 겉고자는 몸이 고자고 속고자는 마음이...”


제이크의 이런 수준이 낮은 말을 공주와 카밀레아가 용납할 리가


“맞아요.”

“음... 제이크 경의 말은 좀... 세속적이지만... 정확하네요.”


있었다.


그렇게 여인들에게 탈탈 털리고 공작에게 가자


“도대체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배운 것이냐? 많은 사람을 보았다면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어떤 수준으로 처리하는지 영지와 비교할 줄도 알아야지... 쯧.”


라는 구박.


“하아...!”


눈이 꽝꽝 얼어붙어 있는 정원의 어느 바위 위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는 헤리오스의 머리를 누군가 다가와 슥슥 만진다.


“누구...?”


고개를 들자 클라라가 베시시 웃으며 까치발을 하고 헤리오스의 머리를 손으로 슥슥 문질러 대고 있다.


“뭐하는 거야?”

“어... 오빠가 굉장히 똑똑하다고 그래서 칭찬하는 거야.”

“칭찬?”

“응! 잘하면 칭찬해주는 거라고 그랬어.”


머리에 느껴지는 클라라의 손길. 비록 머리가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고 있지만 헤리오스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웃는다!”


클라라가 소리치자 옆에 따라다니는 늑대 세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몇 번 짖어대더니 헤리오스의 얼굴을 혀로 핥아대기 시작했다.


“클라라!”


저멀리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정원의 구석까지 울렸다.


“앗! 나타났다!”


여자의 목소리에 클라라의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더니 헤리오스를 힐끔 보고 여자가 오는 반대방향으로 말도 없이 도도도 뛰어갔다.


“클라라!”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사람은 바로 헤리오스의 유모.


“유모.”


헤리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는 척을 하려고 하는데 유모가 다짜고자 물어본다.


“클라라는 어디로 도망갔어요?”

“아? 도...망?”

“예법 수업 중에 도망가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찾으러 나왔어요.”

“아...!”


한참 후 유모의 손에 잡혀서 징징대며 끌려가는 클라라와 늑대 세 마리를 지켜보고 빨래를 들고 달려가는 하녀와 성에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서 땀을 흘리며 밖으로 나르는 일꾼들. 순찰을 돌며 헤리오스를 보고 예를 표하는 기사들과 성벽 보초를 서다가 언 손을 호호 불며 녹이는 병사들을 보며 그들의 삶이 어떤지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


그들이 입는 옷, 먹는 음식, 사는 집을 가서 경험을 한 적도 없다. 그러면서 왕에게 수도의 귀족들에게 이 곳이 살기 어렵고 도와줘야 한다고 소리쳤다.


한 쪽의 빵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음 날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일꾼들은 목욕할 물을 데울 땔감이 모자라 씻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날 쉰내와 썩은 내가 나는 옷을 입고 나와 똑같은 일을 다시 한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얼마나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제 알기 시작했다.


“나... 정말 모자랐구나.”


없는 인원으로 순찰과 보초를 서는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훈련을 강요했다. 가뜩이나 일이 많아 밥도 식탁에 앉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하녀들에게 청결을 강조하고 매일 청소를 강조했었다.

마실 물도 모자라고, 땔감이 없으면 얼어죽을 영지민들에게 목욕과 식사 전 손씻기를 말하고 물도 끓여마시라고 말하고 다녔다.


“아... 쪽팔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명상을 하며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고 이전의 생과 현재의 환경을 생각하며, 반성과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한 다짐을 하는데 문 밖에 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공자님. 안에 계십니까?”


집사의 목소리다.


“무슨 일이야.”


항상 바르게 걷고 뛰지 않고 예법에 맞게 말을 하던 집사의 목소리에 놀람, 당황이 가득 담겨 있었다.


“성에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들어와서 얘기해.”


문 밖에서 떠드는 집사를 일단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대화를 하려는 헤리오스의 생각을 무참히 짖밟으며 집사가 문을 열면서 소리치듯이 말했다.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응?”


무언가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헤리오스에게 집사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수행 병력도 없이 왕께서 마차를 타고 오셔서 공자님을 찾으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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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7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8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9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2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7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7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5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6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9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5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6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2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30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7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8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7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9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8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5 63 12쪽
»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8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9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7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31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6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4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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