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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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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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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DUMMY

보통 사람이 같은 문화권이라고 느끼는 경우는 의, 식, 주에서 동질감을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모양의 옷과 같은 형태의 집에서 지내는 사람이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면 같은 문화권이라고 느끼기보다 같은 나라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음식과 생소한 옷차림, 처음 보는 방식의 가옥을 접하게 된다면 그 지역을 같은 문화권, 또는 같은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흐려질 수 밖에 없다.


카밀레아와 헤리오스가 이야기 하며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이라고 하면 자신이 더 우월하고 더 발전된 형태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이다.

카밀레아의 지적에 헤리오스가 찾아낸 해결방법은 문화의 이질성에 공포를 심어주자는 것이다.

인간은 무섭고 두려운 것을 제압하고 없애야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무섭고 두려운 것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제거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한국인의 기억에서 찾은 것으로 호랑이를 한국인들은 산신령이라고 부르며 숭배하였고, 일본 같은 나라는 훨씬 더 자연환경이 열악하여, 태풍을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산 속의 커다란 뱀, 밤에 보면 더 무서워 보이는 바위, 희대의 살인마등을 신으로 모시고 신사를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이는 제대로 된 종교가 없는 문화권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었는데, 헤리오스가 생각하는 지금 시대에도 여신이 있다고 믿지만 제대로 된 교리나 성직자가 없는 상황에 영지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귀족들에게 공포를 각인시킨다면 숭배까지는 아니겠지만 확실한 우위를 인식시켜 영지를 만만하게 보는 시선을 무마시킬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다음 날 영주 성의 홀에서 이루어지는 파티에는 귀족들이 전혀 보지도 먹지도 못한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밀로 만든 빵과 고기, 샐러드를 주식으로 삼던 세계에 각종 튀김과 절임 음식, 쌀로 만든 음식과 새로운 형태의 빵, 그리고 처음 보는 증류주는 귀족들이 생소함과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느끼도록 안배했다.

또한 파티를 주관하는 공작과 공작부인의 의상은 조선시대 임금과, 왕비의 예복을 최대한 재현하여 입게 하였는데, 그 화려함과 위세로 벨로시아를 업신여기던 귀족들은 전날의 키사의 명연기(?)로 인해 바뀌고 있던 인식이 더욱 확실히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시녀들은 메이드 복과 복종심을 나타내는 항상 고개를 숙인 자세가 아닌 현대식 오피스룩을 재현한 제복을 입은 벨로시아의 시녀들의 당당하고 정중한 자세에서 귀족들은 위화감까지 느끼며 조용히 사고치지 않고 음식과 복장, 인테리어까지 전혀 다른 분위기의 파티의 자리를 지켰다.

사실 몇몇 귀족들은 자신들의 영지에서 출발하며 벨로시아의 기사들에게 시비를 걸어 실력을 확인해보라고 지시를 했었지만 혼자서 오우거를 산채로 찢어 죽이는 곳에서 시비를 걸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바로 결론이 났기에 함부로 시비를 걸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혈기 넘치는 젊은 남자 귀족들이 시녀를 희롱하거나 강제로 범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 귀족가의 파티였지만, 이번 벨로시아에서의 파티에서는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파티는 3일간 지속되었으며, 헤리오스가 영지의 정식 후계자로 왕국의 귀족들에게 인사를 하며 안면을 트는 계기를 위해 진행을 하였다고 말을 하였지만 헤리오스의 뒤에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키사를 대동하고 하는 인사라면 인사를 받는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편안하게 말을 주고 받거나 거드름을 피우며 체면을 차리려는 시도는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동부의 세 개의 영지가 연합을 구성하여, ‘동부연합’이라는 틀 안에서 긴밀히 교류하고 군사적 동맹을 이루었다는 이야기는 서부와 중부의 귀족들을 긴장하게 하였다.


대대로 많은 인구의 후크 백작령과 넓은 곡창지를 가지고 있는 팔미크 백작령, 지독히도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벨로시아령의 연합은 왕국의 다른 귀족들이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굳이 판을 새로 짜야 할 필요가 있는가?”


후크 백작의 물음에


“귀족들이 참 그래요. 새로 판을 짜던, 있는 판에서 새로 누군가를 집어 넣던 자신들의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 하니 그 판이라는 것을 짜는 게 상당히 힘들고 오래 걸리잖아요. 그리고 우리 연합이 필요한 것이 딱 하나 시간이고요.”


당장 연합이 결성되었다고 이 세 영지가 무조건 강하고 발전되는 것이 아니었다. 충분한 인력과 자원의 배치, 그리고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발전이 되어야 한다. 곡식은 심어져 익어 추수를 해야 하고, 인원은 기술을 익히고 직업을 받아 일을 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군사 역시 체계적인 훈련과 전술적인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교육과 단련이 필요하다.

이는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니니 우선은 기를 죽이고 혼란을 주어 서부와 중부에게서 오는 압박을 버티고, 추후 왕국을 새로 재편하여 왕이 되고 결혼을 하려는 것이 헤리오스의 계획이다.


“그런데...”


찡그린 얼굴로 후크 백작이 말한다.


“그냥 연합이 독립해서 왕이 되고 그래서 두 사람과 모두 결혼하는 것은...”


그 말에 헤리오스가 더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잘라 말한다.


“원래 왕국이 라이비아 공주님 겁니다. 굳이 자기 것을 버려가며 손해를 보고 저하고 결혼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라이비아 공주님은 라이비아 국왕이 먼저 되고, 저에게 양위를 해서 결혼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왜 그렇게 힘들게...”

“왜냐고요? 그야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요.”

“아니... 내 말은 그게 힘든 일이니까...”

“젊음은 힘들어도 해내는 겁니다. 이런 말도 있죠.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하지만 헤리오스는 후크 백작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자리를 떠나버린 헤리오스의 자리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어디서 들어서는... 안되면 되게 하라니...?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지...”


저런 말. 전생에 헤리오스가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부하들에게도 직접 소리지르며 총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었다.

뭐... 확실히 안될 것 같은 작전도 성공해서 돌아와 타국에서 진절머리를 치며 모 국가의 부대는 가급적 만나지도 말고 만나더라도 그냥 피하자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무사히 파티가 끝이나고 돌아가는 귀족들은 헤리오스가 주는 답례품에 기뻐하면서도 떨떠름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카밀레아가 본격적으로 상회를 통해 판매하는 피부미용개선제와 정력제 및 기타 영양보조제 같은 것들이었는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꽃향기가 나는 비누였다.

몇몇 귀족들은 카밀레아를 통해 비누를 사용하여 몸에서 향기가 나는 것을 굉장히 자랑하고 다녔던 것이다. 이런 것들을 받아 자신의 영지에서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등을 닦달해 만들게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

게다가 이미 사용해보고 그 효과를 본 이후라 사용을 하지 않았을 때의 그 찜찜함과 거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 귀하신 분들의 영지에 상회를 통해 공급을 할 예정이니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팔아 먹겠다는 소리다. 그것도 벨로시아에서만 생산이 되니 독점 판매다. 독점은... 비싸다.


결론적으로 벨로시아에서 노리던 것들이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놓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국왕령에서 서로 싸우던 일왕자와 이왕자가 휴전을 하고 동부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국왕과 일가가 모두 사라졌지만 자신들과 같이 계승권이 있는 라이비아가 있는 벨로시아는 눈에 확실히 거슬렸다. 이에 귀족들이 벨로시아에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 무력을 이야기 하자 두 왕자는 위기감을 느꼈다.

라이비아를 끼고 벨로시아가 자신들을 처리한다면 왕위를 이를 사람은 오직 라이비아 뿐이다.

둘은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고 벨로시아를 견제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해야 그 힘이 커지는 것을 막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날이 따뜻해지자 벨로시아 동쪽에 있는 오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바로 전사들을 이끌고 복수를 하러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헤리오스는 바로 챠 쿰 라하를 찾아갔다.


“이길 자신은 있는 거야?”

“물론이다. 이제 우리 전사의 수도 많고, 새로운 무기도 있으니 반드시 이길 것이다.”

“설마 적이 보이면 그냥 돌진해서 다 죽이고 이겼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미심쩍은 눈빛으로 물어보는 헤리오스에게 챠 쿰 라하는 가슴을 치며 대답했다.


“당연하다! 전사는 온 힘을 다해 싸워 승리를 얻어낼 뿐이다.”


그 말에 챠 쿰 라하의 뒷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것을 억누르며 헤리오스가 말했다.


“그래서 죽으면 또 대지의 여신 어쩌고 할래?”

“그것은...”


그래서 싸우러 가는 챠 쿰 라하에게 헤리오스가 몇 가지 지침을 내려주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

그러니 꾸준히 정찰하고 상대를 파악하여 어떻게 싸워야 승리할지 생각해야 한다.


적의 약한 부분을 나의 강한 부분으로 싸워야 승리를 얻기 쉽다는 것.

적의 군이 창을 들고 있다면 활을 이용하여 공격하고 적의 식량이 부족하다면 적의 식량을 소모시켜 힘을 빼야 하고, 적의 병력이 적다면 이쪽의 머리수로 밀어부쳐 승리를 엮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군을 움직일 때는 질풍처럼 빠르게 움직여 흔적이 없어야 하고 멈출 때는 숲의 나무처럼 고요해야 하며 공격할 때에는 성난 불길처럼 맹렬해야 하고 수비할 때는 산처럼 동요 없이 태연해야 할 것.

그러니 적을 보았다고 예전처럼 미친 듯이 달려나가 무조건 돌격하지 말고, 공방과 진퇴에 특별히 신경을 쓰라고 충고했다.


그래서 지휘하는 챠 쿰 라하는 군령을 세우고 목숨으로 지키게 하여 싸우라고 하였고, 챠 쿰 라하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전사가 싸우는데 왜 그렇게 따지는 거지? 전사는 힘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싸움은 전사가 하지만 전쟁은 족장이 하는 거다. 넌 싸움이 아니라 전사가 아닌 부족을 풍요롭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해.”


다시 곰곰이 생각하던 챠 쿰 라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난 전사들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부족의 우두머리. 부족의 목숨을 책임져야 한다. 친구의 말을 절대 잊지 않고 복수를 하고 돌아오겠다.”


그리고 챠 쿰 라하는 다음 날 전사들과 그 동안 제공 받은 무기들과 말, 전차를 이끌고 오크들의 초원으로 나갔다.


헤리오스도 이전 여성들을 동원하는 궁병대 조직에 실패하였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하였고, 그래서 생각해는 것이 바로 궁기병이었다.


평야지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궁기병은 중원의 기억에서 전해지는 끔찍한 집단의 기억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중원의 북동쪽 초원에는 말을 타고 달리며 먼 거리에서 활을 쏘아 약탈을 해가는 민족이 있었다. 워낙에 사납고 잔인하여 중원의 왕은 항상 싸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왕은 북쪽의 국경에 말이 넘을 수 없을 거대한 성벽을 쌓아 그들의 침략을 막으려 했지만 그 역시도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풀 한 포기 남아있지 않았다.

철갑을 두른 기마를 타고 달리며 쏘아대는 화살은 갑옷을 뚫고 심장에 박히니 그들을 막으러 가는 병사들은 하나같이 유서를 쓰고 전쟁터로 향했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중원인들은 그 끔찍한 집단을 ‘동이’라고 불렀다.


작가의말

곧 싸움이 터지겠죠?

누가 먼저 싸움을 시작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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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8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6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5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5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6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79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4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3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1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3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6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2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4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0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7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3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4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5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6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6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3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5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5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3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7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0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0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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