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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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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14,085

작성
21.08.21 18:31
조회
4,427
추천
92
글자
11쪽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DUMMY

창 밖으로 펑펑 눈이 내리고 있고, 아이들은 눈덩이를 던지며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창 밖으로 그런 아이들을 보며 손에 들고 있는 차를 호로록 하고 마시자 입 안에 산뜻한 풀내음이 가득찼다. 뭐 다른 이들은 쓰다고 싫어하지만...

땅이 얼어 더 이상 길을 만드는 공사도, 공공건물을 짓는 것도,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리는 눈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땅을 척박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맹수들과 괴물들도 마찬가지다.


“똑바로 걸어! 거기서 미끌어지면 가만두지... 이 새끼야! 똑바로 걸으랬지!”


병사들이 이동하며 들리는 목소리에 아직 힘이 넘치는 것을 보니 민가를 습격하는 것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할만 한 것 같다.


똑똑.


“들어 와.”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바로 키사.


“궁수병들의 오늘 훈련을 종료하였다는 보고를 하러 왔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지?”

“네.”

“어때?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헤리오스의 질문에 키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근력을 키우는 훈련과 내력을 이용하는 훈련을 병행하고 있지만 화살을 쏘아 명중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타고난 감각이라는 것이 필요한지라...”

“뭐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네? 왜 배가 부릅니까?”

“음... 그러니까 스프를 첫 숟가락 한 번 떠 먹었다고 배가 부르지는 않잖아. 천천히 다 먹어야 배가 차듯이 성과를 천천히 지켜보자는 거야.”

“아! 정말 적절한 비유군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빙그레 웃는 모습에 헤리오스는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지만 제이크를 생각하니 여자의 웃는 얼굴에 방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키사를 돌려보냈다.


키사가 방에서 나가자 다시 심각해지는 헤리오스. 분명 정보조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정보조직이 있었고, 각 기업들에서도 타국으로 스파이를 파견하여 최대한 기업에 이익이 되는 정보를 캐내었다. 각 나라들도 정보조직을 타국으로 보내 타국의 기밀을 빼내려고 했고, 그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미션 네버 썩세스’나 ‘0077’같은 영화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처럼 느끼게 했겠나.

두 번째 중원에서도 각 가문이나 문파에서도 조악하게나마 정보단체를 운영했으며, 암호문을 만들어 사용하고, 전서구를 이용한 빠른 전달, 자객 같은 척살대상의 암살임무도 수행하였다. 물론 그 당시 워낙에 먼치킨 같은 무력을 가지고 있어, 타 문파의 정보조직에서는 자신을 그냥 ‘무서운 똥’이라고 명명했으며, 무섭게 더럽거나 더럽게 무서우니 무조건 피하라는 지령을 받고 조직에서 무조건 피했고, 당문에서도 정보를 주려고 해도 워낙에 무공에 자신이 있으니 정보따위 듣지도 않고 가서 다 반쯤 죽여놓거나 반쯤 살려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는 했다.


“내가 생각보다 정보에 굉장히 취약했네.”


아무리 생각해도 정보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어떤 훈련을 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정보를 캐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른 영지에서는 첩자를 빈민사이에 끼워서 또는 몰래 숨어들거나, 전쟁 시 탈영병으로 위장 또는 포로로 잡혀 들여보내 헤리오스가 직접 잡은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최고지.”


그래서 찾아간 사람은 바로 영지의 영주인 발쟈크 레크 벨로시아 공작이었다.


“...정보조직이라...”


가만히 자신의 부친을 보고 있지만 난감해 하는 표정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아주 오래전에는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있었다는 기록만 있을 뿐 운영하는 법도 모르고 거기에 투자할 돈도 없었으니... 해체하지 않았겠느냐?”

“그렇군요...”


집사나 기사단장, 영지군 대장, 경비대 대장을 만나고 요리사인 후퍼까지 만났지만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다.


“그래서 저한테까지 오셨군요. 상당히 순서가 뒤에 있어 좀 섭섭하지만 이번에는 다행이네요. 저 역시 아버지가 그런 조직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할 뿐 거기에 대해 정보는 가지고 있는 것이 전혀 없어요.”


라이비아 공주도 고개를 저었다. 외부에 나가 있는 카밀레아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결국 내리는 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쪽 방면의 전문가 한 명만 알아도 어떻게 좀 해보는 건데... 쯔...”


영지의 순찰과 토벌을 위해 경비대와 영지군이 기사단과 함께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이전의 모습보다 더 자신감이 차 있는 모습이다.


“오늘은 해물파전... 못 해먹겠구나... 그럼 육전이라도...”


터덜터덜 주방으로 걸어가는 헤리오스. 그리고 그 날 공작부인의 화사하게 웃는 모습에 공작의 얼굴도 펴지고, 가신들까지 행복해지는 저녁을 맞이하였다.


* * *


겨울이 되자 챠 쿰 라하와 따로 만나 부족의 복수에 필요한 물건에 대해 설명하는 헤리오스. 그리고 그 물건을 보는 챠 쿰 라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런 것으로 다른 부족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거 섭섭하네. 동맹을 위해 열심히 만들어서 가져온 것인데...”

“상당히 작은 마차로군. 게다가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없고... 겨우 두 명 정도나 올라 서면 자리가 꽉 차겠군.”


나름 감상을 이야기하는 챠 쿰 라하에게 헤리오스가 핀잔을 주었다.


“이건 마차라고 하지 않고 전차라고 해야지. 인간족의 땅은 언덕이랑 구릉이 많아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 초원은 며칠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평지가 대부분이라면서. 그러니까 이 전차를 사용하면 기동성과 원거리 전투 능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말씀이지.”


하지만 챠 쿰 라하의 눈빛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하아... 자. 내가 여기에 이것저것 장치를 달아줄테니 한번 봐봐.”


헤리오스는 전차의 바퀴에 칼날을 달았고, 전차의 뒤쪽에는 무려 5개의 창을 꽂아두었다. 옆에는 방패를 달아 방어력을 높이고, 앞쪽에는 말 두 마리를 매어 보였다.


“어때? 한 명은 말을 몰아 돌격하고, 바퀴의 칼날로 적의 다리를 사정없이 할퀴는 거야. 그리고 먼 거리에서는 다른 한 명이 창을 던져 적의 진영을 무너뜨리거나 기습을 하고 빠지는 거지.”

“흐음...”


넘쳐나는 근육으로 말을 타지 못하는 오크를 위해 보여준 전차가 드디어 챠 쿰 라하의 관심을 끌었다.


“기습을 하고 빠진다...”


전투에서 후퇴를 모르고 보이는 족족 토막을 쳐야 직성이 풀리는 오크족들은 검 대신 양날 도끼를 무기로 사용한다. 이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일격필살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런 오크의 전사인 챠 쿰 라하에게는 전차라는 것이 그리 탐탁치 않아보였다.


“토르는 강한 힘으로 상대를 박살내는 신이 아닌가?”


그 말에 헤리오스가 피식 웃었다.


“하늘의 번개가 하루종일 하늘에서 내리치냐? 한 방 때리면 좀 쉬었다가 다시 또 가는거지.”

“뭐...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

“그래그래. 저기 마차는 구름마차라고 하고 창은 번개창이라고 하자고.”

“...넌 가급적 이름 짓지 마라.”

“좋은데... 씨팔...”


헤리오스는 오크들에게 전차를 팔기로 했고, 오크들은 그 대가로 상당한 양의 곡식을 약속했다. 전차는 봄이 되면 제작 되는대로 넘겨줄 예정이고, 가을에 곡식을 받을 때까지 100대의 전차를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혹시 너희 부족은 정보조직을 운영하고 그래?”

“정보조직? 그런 것이 왜 필요하지?”

“아니...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다거나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알아내서 기습을 한다거나...”

“흥! 그런 것은 약한 것들이나 하겠지. 전사들은 정정당당하게 정면에서 승부한다.”


챠 쿰 라하는 정보조직의 존재 자체를 수치스럽다고 말하면서 헤리오스에게 강함이 미덕이고,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매우 강하게 말했다.


“흥! 말이랑 전차를 쓸거면서 정정당당이라고?”


헤리오스의 투덜거림에 챠 쿰 라하가 더 열을 올리며 소리쳤다.


“말과 전차를 이용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하기에 말과 전차를 쓸 수 있는 거다.”

“그건 또 무슨 막말 대잔치래?”

“강함의 미덕을 모르는 놈.”

“결국 정보조직 같은 거 운영한 적 없다는 소리잖아?”

“그러니까 강함이란...”

“아 네네~”


정보조직을 만드는 것에 아직까지 많은 미련이 있는 헤리오스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챠 쿰 라하에게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처참했고, 엘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거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헤리오스는 이제는 가지만 남은 나무가 심어진 정원의 구석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안그랬는데 왜 하나 꽂히면 다른 것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거지? 원래 성격이 이랬었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들어가려는데 저만치에 유모와 헤리오스의 전속시녀 제니가 대화를 하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슬쩍 궁금해진 헤리오스는 제니와 유모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력을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제 공자님은 방 안에 계시는 시간도 별로 없고... 답답해요.”

“후후후...”

“그런데 언제쯤 공자님은 저를 안아주실까요? 저 이제 가슴도 이만큼 커지고...”

“후후후...”


웃기만 하는 유모의 행동에 괜히 심술이 났는지 제니가 유모에게 덤빈다.


“어머? 나르샤님은 그냥 웃기만 하시고... 공자님이 가끔씩 어디를 가시는지 가셨다가 돌아오시면 옷이 땀이 흠뻑 젖어서...”

“공자님이 어디 가시는지 궁금하니?”

“그으럼요!”


제니의 행동이 귀여웠는지 유모가 제니에게 묘한 제안을 한다.


“음... 사실 몰래 따라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정말요?”

“대신 이거 배우면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다.”

“어떤 방법인데요?”

“음... 발소리랑 숨소리를 줄이는 방법.”


유모의 말에 헤리오스는 귀에 내력을 더욱 집중해서 작아진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예?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럼. 대신 꼭 비밀이야.”

“그래도 공자님을 몰래 따라가는 건 좀...”

“음... 그렇기도 하네. 그럼 없던 일로.”

“하지만 공자님이 뭐하는지 궁금한데...”


제니의 오락가락 하는 말에 유모가 까르르 웃는다.


“나중에... 나중에... 공자님에게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마음이 정해지면 오도록 해.”


그리고 둘은 다른 대화로 넘어갔다. 뭐 헤리오스가 어릴 때 똥을 얼마나 쌌는지 유모의 젖을 먹다가 잠들어서 깨워서 소화를 시키려고 하니 짜증을 내고 울었다는 내용이라 내력을 풀고 조금 전 대화를 다시 생각했다.


“유모가 발소리와 숨소리를 줄이는 법을 알아? 그거...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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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6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79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4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3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1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3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6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2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4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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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7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3 5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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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5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6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6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3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5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5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3 91 10쪽
»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8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0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0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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