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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149 회
조회수 :
1,083,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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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9
글자수 :
714,085

작성
21.10.17 11:11
조회
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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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2쪽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DUMMY

말 등위에 몸을 맡기고 코우린이 해준 말을 생각했다.


- 공자님이 말씀대로 대로를 정비하고 배설물을 모아 썩은 낙엽과 모았다가 비료로 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것이 어떤 것이 좋은 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도 배가 고프고, 여전히 겨울에는 춥고, 맹수들과 괴물들은 숲에 숨어있다가 사람들을 잡아 먹습니다. 그저 귀족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니 하고 있는 것이죠. 일이 더 많아졌을 뿐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습니다.


코우린의 말대로다. 영지의 대부분의 사업이 장기적인 것들 뿐이었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은 역시 괴물의 토벌인데, 그것 역시 인원의 부족으로 빠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영지에 부족한 것. 가장 부족한 것. 바로 영지민이다. 사람이 부족하기에 세금도 적게 걷히고, 사람이 없기에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오랜시간 일을 해야만 정해진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다.’


아무리 고민을 하고 답을 구해도 항상 막히는 부분은 인구 수 였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이렇게 영지민의 머릿수가 적어도 행정업무가 바빠서 사람을 잡을 판인데... 인구까지 많아진다면... 라이비아 공주는 반드시 꼭 과로사 하겠지?”


그렇게 인재의 필요성에 절실함을 느끼며 대로를 통해 남쪽으로 이동 중인 헤리오스의 귀에 비명소리와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그냥 보통 사람들은 듣지 못하지만 일신의 경지가 어느 정도 이른 헤리오스이기에 가능한 일.


“누군가 공격을 받고 있는데... 사람이 도망가는 것 같고... 고블린?”


헤리오스는 대로 한쪽에 말을 묶어놓고 잽싸게 몸을 날려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대로 변으로 형성되어 있는 산 아래 숲 깊은 곳으로 가니 그 곳에는 고블린 무리가 여인 하나를 장난치듯 돌을 던지고 막대기로 때렸다가 도망치게 만들어 그 모습을 보면서 키득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블린들도 전투력이 없고 상대가 인간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그들만의 유희를 즐기는 것이다. 심지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아랫도리의 물건이 심하게 부풀어있는 것을 보면 여자의 신세는 좋지 못할 것이다.


“이런... 썩을...!”


영지 내에서 영지민이 고블린들에게 희롱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라 헤리오스는 주변에 널려있는 자갈들을 움켜주고 여자가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려 여자의 뒤를 쫓아와 옷자락을 잡으려는 고블린의 앞에 섰다.


“키르륵?”


그리고 튕겨진 손가락과 거의 동시에 고블린의 이마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리며 달리던 그대로 쓰러지며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고블린 하나가 죽자 시끄럽게 떠들고 소리를 지르던 고블린 무리가 일순 고요해졌다.

모든 고블린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자 당황한 여자는 자리에서 서서 좌우를 둘러보다 뒤를 돌아보자 놀라 소리를 질렀다.


“끼아아아... 아?”


자신도 모르는 새에 고블린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에 놀라 소리를 지르다가 그것이 사람, 그것도 인간 남자의 등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자 비명을 멈추었지만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언제 남자가 여기에...?’


그런 그녀를 뒤돌아보며 남자가 그러니까 헤리오스가 걱정이 담긴 감정으로 물었다.


“괜찮나?”


화악.


이런 목숨을 잃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연히 헤리오스의 얼굴이 너무너무 잘 생겼기 때문이다. 뽀얀피부에 흐드러지듯 흩날리는 백금발은 나뭇잎 사이로 스미는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반짝였고, 깊고 깊은 보석같은 눈동자는 강인하지만 부드러워 보이는 얼굴선 안에 굳은 의지를 보이며, 꾹 다물어져 조각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입술이 벌어지며 자신의 안부를 묻는다.


“이봐. 다친 건가?”

“아! 아뇨! 괜찮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얼이 빠졌다가 정신을 차린 여자가 대답을 하고 헤리오스의 얼굴에서 시선을 내려 탄탄한 가슴과 굳건한 허리, 그리고 빛나는 검집에 고풍스럽게 꽂혀있는 검의 손잡이 모양이 눈에 보였다.


‘아! 기사님이신거구나!’


시골 소녀의 가슴에 불이 확 당겨진다. 위기에 처한 여인을 구하러 바람처럼 나타난 기사님이 괴물들을 모두 무찌르고 여자를 구하고 나서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고 서로의 입술이...


“꺄아아아!”


혼자 상상을 하다가 두 손을 얼굴을 가리고 부끄러움에 몸을 움찔거린다.


“이봐! 너 괜찮은 것 맞나?”


몰려드는 고블린의 무리를 보면서 헤리오스가 여자의 상태가 의심스러워 다시 물었다.


“어머!”


자신의 추태를 깨달은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네...네! 정말 괜찮아요.”

“좋아. 그럼 대로가 있는 쪽으로 지금 달려가라. 혹시 저 녀석들이 쏘아대는 독침에 잘못 맞으면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되어 험한 꼴을 당하게 될테니...”

“그...그럼...?”


여자는 기사님은 어쩔 거냐는 물음을 하고 싶었지만 헤리오스의 고함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가!”


여자가 달려가자 몇몇 고블린들이 여자를 쫓았지만 헤리오스의 손가락이 다시 몇 번 튕겨지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다 이내 잠잠해졌다.


“끼르르르. 캬악! 쿠르키키 쿠르르 캬악!”


고블린 중에 그나마 덩치가 좀 커보이는 놈이 소리를 지르자 주변의 모든 고블린들이 손에 몽둥이부터 녹슨 칼, 송곳, 뾰족하게 끝을 만든 돌맹이 같은 것을 주워들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고, 저 뒤에는 몇 마리의 고블린 대롱을 입에 물고 헤리오스를 노리고 있다.


“이거 한 두 번 한 솜씨가 아닌 거 보니 망할 새끼들 사람을 수시로 잡아 먹었구나.”


분노한 헤리오스가 손에 쥐어진 자갈을 뿌렸다.


“끼에에에에!”


찢어지는 고블린의 괴성에 헤리오스의 앞에 있는 것들이 바닥에 엎드리거나 옆으로 굴러 헤리오스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끄르르르...”

“케켁!”


저 멀리서 대롱으로 독침을 쏘려고 노리고 있던 고블린 7마리가 스르르 쓰러진다.


“키룩?”


고블린들이 놀라 헤리오스와 방금 쓰러진 고블린을 번갈아 쳐다본다. 어떻게 저 멀리 있는 자신들의 동족이 정말 인간 남자가 누워도 20명은 넘게 누워야 머리가 닿을 정도로 멀리 있는데 모두 죽어버렸다.


“끼룩끼룩끼룩.”

“끼끼끼끼끼...끼르르르.”


덩치 큰 고블린을 제외한 모든 고블린들이 공포에 질려 슬금슬금 발걸음을 뒤로 옮기는데


“키루아아아! 끼이이잇!”


덩치 큰 고블린이 커다란 몽둥이로 주위에 있는 고블린 두 마리의 머리통을 부숴버리자 슬금슬금 도망치려던 고블린들이 다시 흉성을 터뜨리며 헤리오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래야지. 주종목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검 좀 써볼까?”


달려드는 고블린을 향해 검을 뽑음과 동시에 베어버리는 발검술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보법을 밟아 정신없이 발을 움직이고. 손도 쉬지않고 빛 무리를 흘려대니 땅바닥은 고블린들의 피와 잘라진 시체가 널리기 시작했다.


녹색의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하던 곳이 고블린들의 시체와 뿌려진 피로 노린내가 가득해졌고, 마치 끓는 물에 닿은 얼음처럼 헤리오스가 가는 곳에는 수 십이나 되는 고블린들이 그대로 땅 위에 뒹굴다 형체를 잃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쿠르르르르...”


주변의 고블린 두 마리의 머리를 깼던 덩치 큰 고블린이 이제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자 고블린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고, 이윽고 그 수가 겨우 열을 넘지 않게 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깊은 곳으로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냥 덤볐으면 깔끔하잖아. 쯧.”


그런 고블린들을 그냥 놓아 줄 정도로 성격이 좋은 헤리오스가 아니었던지라 바닥의 자갈을 움켜쥐고 고블린들을 향해 다시 날렸다.


풀썩.

털썩.


덩치 큰 고블린까지 포함하여 총 여덟 마리의 고블린들이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명만 질러대고 있다.


“빨리요! 빨리! 어서!”

“멀었나?”


싸움이 끝나자 마자 숲의 초입에서 아까의 여자의 목소리와 다수의 남자들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호오? 생각보다 의리가 있는 여자인가?”


아니다. 그냥 남자한테 홀딱 빠진 것 뿐이다.


여자가 끌고 온 남자들은 영주성에서 마을에 파견되었던 기사와 경비대, 영지군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이 헤리오스를 보고 달려나와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헤리오스가 눈으로 신호를 보내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달려나와 인사를 하려고 했던 기사 헤리오스 앞까지 오다 멈추자 헤리오스가 그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을 했다.


“검술을 연마하기 위해 왕국을 돌아다니는 수련기사 헤리라고 합니다.”


영지의 후계자 얼굴을 제대로 보는 평민들은 없다. 그러니 이 기사를 제외한 누구도 헤리오스의 얼굴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영지의 후계자가 기사에게 자신을 수련기사라고 하니 그에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반갑소. 난 이 벨로시아 영지의 기사 반이오.”


예전에 북쪽의 숲에서 제이크와 대결을 하여 지고나서 제이크에게 차출되어 병사 50명과 함께 제이크에게 패배한 기사 4명과 함께 오우거 잡이를 배우던 반은 현재 실력을 인정받아 마을의 고블린을 소탕하기 위해 파견되어 있었다.

그 당시 헤리오스도 함께 있었기에 악랄하고 잔인하며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매우 잘 알고 있던 기사 반은 등으로 식은 땀을 흘리면서 태연한 척 헤리오스의 연기에 그대로 맞장구를 치며 마을로 안내를 하려 했다.


“워낙 도망을 잘 가 토벌하기가 쉽지 않은 녀석들인데 자네의 검술이 매우 뛰어난 것 같군. 이렇게 많은 고블린을 그 짧은 시간에...”

기사 반이 헤리오스의 무위를 칭찬하는 척 하며 아부하려 했지만


“별 말씀을요. 제가 듣기에 벨로시아 영지의 북쪽에 있는 숲에서 오우거 같은 괴물들을 잡던 기사님들은 이런 잔챙이들은 혼자서도 순식간에 다 처치하실 수 있다고 하던데요.”

(오우거를 잡던 훈련도 받던 네놈이 이딴 고블린을 아직까지 처리 안하고 내버려 두고 있어?)


은근히 표출되는 헤리오스의 불만을 감지한 반은 식은 땀을 흘리며 호탕한 척 웃었다.


“하하하... 이틀 전 마을에 와서 인수인계를 받느라 마을의 상황을 잘 몰랐는데 자네가 이처럼 큰 일을 해주니 앞으로 이 마을에서 일하는 것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저도 엊그제 와서 파악중이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 말에 헤리오스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반이 안내하는 대로 마을로 향하려 하였고, 다시 숲으로 돌아온 여인은 헤리오스의 얼굴을 훔쳐보기 바빴다.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영지군들이 고블린들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바닥에 쓰러져 꽥꽥거리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죽은 척을 하고 있던 영악한 고블린을 찾아내어 소리치자 헤리오스도 깜빡했다는 듯이 ‘아!’소리를 내고 뒤를 돌아 영지군에게 한 마리 씩 살아있는 놈들을 알려주었다.


“이놈하고... 이놈. 그리고 저쪽에 나무 밑에 저놈하고...”


살아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고블린을 두꺼운 밧줄로 꽁꽁 묶는 영지군을 일별하고 헤리오스는 기사 반과 함께 대로로 나와 말을 타고 나란히 마을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예전에도 제목을 바꾸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뭐라고 바꿔야 할지 감도 안잡힙니다. 그래서 방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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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7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8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9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2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6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7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4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6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9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4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6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2 58 11쪽
»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30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6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8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7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9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8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5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7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9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7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31 92 11쪽
91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6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4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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