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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님의 서재입니다.

저번 생이 기억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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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행
작품등록일 :
2021.05.12 21:11
최근연재일 :
2022.03.20 00: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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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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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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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글자
10쪽

왕이 되려면 말이다

DUMMY

정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면서 대책을 고민하기 시작한 헤리오스와는 달리 마차를 타고 급하게 달려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왕국의 왕인 카이 쥬 멘토라 브이 세이르멘이었다.

곧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면 나이가 53살이 된다. 평민들이라면 벌써 죽었을 나이다. 하지만 왕국은 대대로 귀족들의 힘이 강했고, 자신의 대에 왕권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선대 왕들이 해왔던 동부의 귀족가를 견제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중단했고, 일왕자와 이왕자를 두고 중부와 서부를 이간질하여 서로 다투게 만들었다.

그로인해 공작가였던 벨로시아는 이제 자작가보다 못한 영지민과 오크의 위협에서 노출되어 무너지기 전이었고, 중부는 이왕자를 서부는 일왕자를 지지하며 많은 돈을 왕실에 쏟아부었다.

일왕자와 이왕자를 경쟁시키면서 뒷돈을 받아 왕실의 재정에 보탰고, 귀족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여 서로 다투게 하여 더 이상의 성장을 막으려고 항상 노력했다.

그러면서 왕실에서 가지고 있는 직할령을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혼자 중얼거리지만 누구도 답을 해줄 수 없다. 선대부터 힘을 약하게 만들 동부 최강이던 아니 왕국의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던 벨로시아는 나무토막을 깍아 만든 오우거처럼 자리를 지키는 것 말고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후크 백작령을 혼인을 통해 왕실과 유대를 마찬가지로 팔미크 백작령까지 혼인으로 묶어놓아 왕실에 덤비지 못하게 하였다.

서부는 일왕자에게 돈을 쏟아부으며, 소금을 캐내어 많은 돈을 벌게 만들었고, 중부는 밀농사를 지원하여 서부의 밥줄을 쥐게 했다. 식량과 소금. 둘 다 없으면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서로를 견제하게 했다.

돈이 넘치니 서로 욕심을 내고, 전통과 위엄, 명예보다는 돈과 재산, 군사력이 귀족의 가치의 판단이 되었다.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자 귀족들은 더욱 서로를 물어뜯고, 서로가 가진 것을 탐내었으며, 그 사이에서 그저 조금 더 많은 기사와 병사를 가지고 있던 가문은 왕실답게 조금 씩 조금 씩 그 힘을 키웠건만...


마차가 멈춰서고 마부가 지친 말을 달래는 소리가 들린다. 답답한 마차 안에서 심각한 왕의 눈치를 보던 왕비들과 어린 왕자와 공주들이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고, 뒤따라 오던 마차에서 내린 시녀들과 하인들이 그들을 수발들며 법석을 떨었다.

기사들 역시 말에서 내려 말을 쉬게 하였지만 주변을 살피는 눈을 소홀히 하지 안았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문득 고개를 드니 앞에 싱글벙글한 얼굴로 앉아있는 사왕자 옥타비수스가 보였다.


“너 역시 나가서 쉬는 것이 어떠하겠느냐?”

“고민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 덜어드리고 싶어 이리 앞에 앉았습니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닙니다. 분명 아버지께서 하시던 일이 틀어진 것을 고민하고 계셨을 것이고, 저는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옥타비수스의 말에 빤히 4왕자를 쳐다보자 그는 다시 보기에도 함께 웃음을 짓게 만드는 멋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큰 형님과 작은 형님이 싸우는 상황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흐르게 된 것이 계산 밖이었겠지요? 분명 서부와 중부가 서로를 견제하고 동부는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서부와 중부가 이렇게 격하게 싸우게 된 일의 원인을 아십니까?”

“아마도 벨로시아의 오크 토벌이 문제였겠지.”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


왕의 표정이 묘해졌다.


“서부와 중부를 제외한 나머지 귀족들의 세력이 너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응?”

“서부와 중부는 둘 중 하나만 제압하면 나머지는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니 당연히 하나를 누르고 왕국 전체를 지배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러기에는 서부와 중부의 싸움이 너무 긴 것 같지 않느냐?”

“그것이 예상 밖이긴 하죠. 그런데 동부에서 중부를 도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삼각구도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안정화가 되어버린 것이죠.”


왕의 옥타비수스의 말에 그간 동부와 중부, 서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적이다! 막아!”

“습격이다!”


기사들의 다급한 목소리와 마차의 벽에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텅! 팍!


“이...이런!”


급히 기사들에게 왕실의 사람들을 마차에 태우라고 지시하려던 왕은 태연한 표정의 옥타비수스를 보고 행동을 멈추었다.


“어...째서?”


왕의 의심의 눈초리에 슬쩍 일어나 품에서 꺼낸 보석이 박힌 아름다운 단검을 왕에게 겨누고 느긋하게 대답한다.


“큰형님과 작은 형님만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네 놈이...!”

“그리고... 중립을 지키는 귀족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욕심없이 조용히 살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아버지께서 자식에게도 욕심 때문에 주지 않는 왕위처럼 귀족들 역시 각자 욕심을 가지고 살기 마련입니다.”

“욕심이라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왕의 목에 단검이 들이밀어진다.


“부디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왕이시여.”

“이...이...!”


부들부들 떠는 왕의 옆자리에 공주와 왕자, 왕비들이 올라탔고, 밖에서는 기사들의 비명소리가 한동안 울리더니 마치 안으로 남자 하인 하나와 여자 하인 하나가 올라탔다.


“하인을 들여보내다니... 이게...”

“네이아크 백작은 실리를 중시하죠. 하인들은 두 명이면 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마차를 세 대나 가지고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지요.”

“네놈이 네이아크와 협잡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왕의 목이 살짝 검에 찔려 베인 피부에서 붉은 피가 방울방울 솟구치더니 흘러내렸다.


“이런이런! 제가 패륜까지 저지르며 왕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자리에 앉으시죠.”


옥타비수스의 말에 왕이 분한 듯 이를 갈며 노려보고 있는데, 옥타비수스의 생모인 헬리아나가 차분하게 말했다.


“어차피 왕성으로 간다고 해도 일왕자와 이왕자가 왕관을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저희 아버지가 계시는 섬으로 가셔서 안전하게 계시고, 왕은 옥타비수스가...”


듣기 싫었는지 왕은 마차의 창문을 힘껏 쳤고, 창문은‘ 텅’ 소리를 내며 열렸다. 창문 밖으로는 하얀 바탕에 붉은 원이 그려진 묘한 방패를 들고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하인들과 하녀들을 포박하고, 저 멀리서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메기 수염을 하고 있는 중년인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마차가 급발진을 하였고, 창틀을 잡고 있던 왕은 괜찮았으나 단검을 들고 있던 왕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옥타비수스... 네 녀석도 왕이 되고 싶었구나.”


미친 듯이 달리는 마차. 당연히 마차는 곧 자빠질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고, 메기 수염의 네이아크 백작이 어서 잡으라는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 들렸다.

‘거기 서라!’같은 말이 들려오기도 하지만 마부는 멈추지 않고 마차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대를 냈다.

심하기 흔들리는 마차에서 창틀을 잡고 서 있는 왕과 바닥에 뒹굴면서 제대로 자세를 잡으려는 옥타비수스 왕자, 그리고 각자 천정에서 내려온 손잡을 잡고 하얗게 얼굴이 질려있는 3왕비, 4왕비, 5왕비와 5왕비 소생의 왕자 하나와 공주 하나가 울음을 겨우 참고 있다.


“여기 있습니다. 왕이시여.”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태연히 바닥의 단검을 주워 왕에게 건내주는 시녀와 바닥을 뒹굴던 옥타비수스의 머리채를 붙잡아 왕의 앞까지 끌고 간 하인.


“그래... 내가 너에게는 왕이 될 자는 어찌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구나. 왕이될 자는 절대 남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항상 준비를 해야 하지.”


그러면서 슬쩍 하인과 시녀를 보고 다시 머리채를 붙잡히고 억지로 무릎에 꿇려있는 4왕자 옥타비수스를 보았다.


“그리고... 왕이 되려면 말이다. 자신의 앞을 막는 자는 모두 치워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비든 어미든 형제든 말이다.”


그러면서 손에 있는 단검을 자신의 아들의 가슴에 꽂았다.


푸욱!


그 모습에 3왕비인 헬리아나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아들에게 가려고 했지만 흔들리는 마차로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저... 정말...”


뭐라고 중얼거리다 숨이 멎는 옥타비수스. 가슴에서 피를 쏟아내는 아들을 보고 왕은 냉정히 말했다.


“버려라! 무게만 나가 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

“네.”


하인은 왕의 말에 복명하고 흔들리는 마차안을 편안하게 움직여 문을 열고 4왕자의 시신을 밖으로 던졌다.


“뭐냐?”

“이게 뭐야? 시첸가?”


쫓아오던 기사들이 혼란스러워하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왕자님!”

“오! 세상에...!”


어차피 그들은 4왕자가 왕이 되기를 바라고 왕을 잡아두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왕을 잡을 이유가...


있었다.


이미 영지군이 왕실의 직할령을 무단으로 들어왔고, 왕의 마차에 화살을 쏘았으며, 4왕자를 통해 납치하려 했다.


“후환을 남길 수 없다.”


다시 쫓으려는데 저 멀리서 아까 왕자가 떨어진 곳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굴러 떨어진다.


“설마!”


기사들이 미친 듯이 쫓아갔고, 그 곳에는 심각한 상처로 피를 흘리는 3왕비 헬리아나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


“아가씨를 모시고 돌아간다!”

“하지만...!”

“왕의 목숨보다 아가씨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조심스레 헬리아나를 위해 들것을 만들어 눕히고 그녀의 아버지인 네이아크 백작에게 갔다.


“이런! 멍청한 것들! 그년의 목숨보다 왕을 먼저 잡았어야지!”


그리고 분노하는 백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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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4 21.11.03 2,119 42 12쪽
115 어떤 새끼가 동부는 밥이라고 했어 +4 21.11.01 2,107 45 11쪽
114 결국 우리가 약해서 편법을 쓴다는 이야기로군 +6 21.10.31 2,186 49 11쪽
113 당연히 허세지 +3 21.10.30 2,246 51 12쪽
112 그냥 여자가 아니야 +6 21.10.27 2,477 50 9쪽
111 이건 아주 많이 과한 겁니다 +3 21.10.25 2,580 51 10쪽
110 나 잘한 걸까 +6 21.10.24 2,595 48 8쪽
109 차라리 바람둥이가 나아 +4 21.10.24 2,554 46 11쪽
108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그렇게 고민해야 하는 거야 +4 21.10.23 2,602 46 11쪽
107 영주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거지 +4 21.10.23 2,574 49 10쪽
106 잘하자 +3 21.10.22 2,617 50 9쪽
105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굴리면 되니까 +3 21.10.20 2,743 56 11쪽
104 소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더럽단 말이다! +3 21.10.19 2,785 53 10쪽
103 제가 숲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3 21.10.18 2,941 58 11쪽
102 여기 살아있는 놈들이 있다 +4 21.10.17 2,928 52 12쪽
101 방랑기사라... 좋구나 +5 21.10.16 3,054 55 10쪽
100 헛고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네 +6 21.10.16 3,186 56 11쪽
99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4 21.10.14 3,246 63 12쪽
98 안해봤겠어요 +4 21.10.13 3,377 58 12쪽
97 현명한 여인과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4 21.10.12 3,457 63 13쪽
96 어떤 의미인지 물어도 되겠나 +5 21.10.10 3,424 63 12쪽
95 왕께서 우리 성으로 오셨습니다 +4 21.10.07 3,616 63 9쪽
94 왜 못하지 +7 21.09.25 3,786 76 9쪽
93 인사드립니다 +8 21.08.27 4,475 91 10쪽
92 첩자들이 하는 거 아냐 +5 21.08.21 4,429 92 11쪽
» 왕이 되려면 말이다 +5 21.08.20 4,502 82 10쪽
90 정보가 필요해요 +5 21.08.16 4,681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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