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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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두 말을 타고 활을 쏠 줄 알아야 한다는 거지.”
헤리오스의 의견에 누구도 반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궁병은 전투가 시작되면 달려오는 적을 향해 두 세발 화살을 날리고 저만치 도망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50보가 넘어가면 화살에 맞아도 정말 재수가 없지 않은 한 죽지도 않는다.
그런 활을 쏘는 연습을 하라니...
“차라리 더 강한 검술을 익혀 적을 더 빨리 베면 되지 않겠습니까?”
평소에도 말대꾸를 많이 하던 제이크의 용기를 헤리오스는 그대로 묵살했다.
“우리는 이제 전투 스타일부터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어.”
“스타일이요?”
“전투 방식!”
“아...예...”
이 시대의 전투 방식은 두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고 상대를 향해 보병이 돌진하고, 궁병이 달려오는 보병의 수를 줄인다. 그리고 보병끼리 싸우는 동안 기사단이 말을 몰고 적의 후방이나 측면을 밀고 들어가 전열을 흐트러뜨린다.
그럼 수가 많은 쪽이 이기거나 기사단의 운용이 뛰어나 상대의 전열을 헤집어 사기를 떨어뜨리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방식을 헤리오스가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잘 봐.”
그리고 꺼내 든 헤리오스의 활은 왕국의 대부분 영지에서 사용하는 사람 키의 반보다 조금 더 큰 그것이 아니라 팔 길이 정도의 작은 활을 등에서 풀어 왼손에 쥔다.
다음 화살을 하나 걸어 활에 재고 시위를 당기고는 말한다.
“저기 멀리 호수 옆에 큰 나무 보이지?”
“네... 하지만 여기서 못해도 100보는 될 것 같은데...”
기사들의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오른손으로 쥔 시위를 놓자 화살이 활을 떠나 날아간다.
“어? 어...어?”
“뭐...냐?”
“어라? 이렇게 작은 활이 저렇게... 멀리?”
화살은 거침없이 날아 나무의 줄기에 박혔다.
“우리는 앞으로 이 활을 사용하여 적을 공격할거야. 백보 밖에서 우리 병사들이 일제히 이런 화살을 날리면 적어도 세 번 지형이 좋으면 네 번까지 쏘는 거지.”
“오!”
기사들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정말 활을 잘 쏘면 말을 타고 활을 쏘는거야. 백보 밖에서 활을 쏘고 말을 타고 빠졌다가 다시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고 지나가고... 어때? 이렇게 치고 빠지면 적들을 만나기 전에 힘을 다 빼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리고...”
헤리오스가 다시 활을 재어 쏘자 조금 가까이에 검술 수련을 위해 걸어놓았던 낡은 갑옷에 화살이 뚫고 들어가 등까지 그 촉이 지나 걸쳐진다.
“적 기사들도 이 화살에는...”
기사들의 표정이 바뀐다.
“그럼 저 활을 사용하면 기사들의 갑옷도...”
중얼거리는 기사의 정강이를 헤리오스가 걷어찬다.
“우리 영지의 기사라면 이런 화살은 검으로 쳐내야지! 무슨 헛소리야?”
아픈 정강이를 만지지도 못하고 시뻘게진 얼굴로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고 있는 기사의 옆에 있는 한 사람이 물었다.
“그럼 기사들은 검과 활 모두 수련해야 합니까?”
“아니.”
“네? 그럼... 인원을 뽑아...”
“창도 수련해야지.”
“창이요?”
노예나 징집된 평민들이 화살받이나 고기 방패로 전투에 내몰릴 때 그냥 나가면 전투력이 없으니 그냥 쥐어주는 것이 바로 긴 나무를 깎아 대충 던져주는 나무창이다.
하지만 헤리오스가 창대 끝네 쇠로 만든 창두를 단 창을 가지고 나와 휘두르기 시작한다.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창두가 사방을 휩쓸며 기사들의 기를 죽인다. 찌르기와 막기가 너무 빨리 창두가 길어보일 정도였다.
“최소 이 정도는 해야 ‘나는 기사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어?”
“...”
“...”
지켜보던 기사들의 입이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저 벌어진 채 굳어 있을 뿐.
“저... 혹시 또 다룰 무기가 있습니까?”
“에이! 나를 너무 악덕 후계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 섭섭한데?”
“휴우...”
더 다룰 무기가 없다는 말에 안도하는 기사들에게 좌절을 안기는 한 마디.
“남자는 주먹이지.”
“...”
저 만치 서 있는 키사가 중얼거렸다.
“난... 여자니까...”
“아! 키사는 여자니까 주먹보다는 예쁜 다리로 남자들을 죽여주는 거다. 알았지?”
“...알겠습니다.”
이미 오우거의 안면을 박살내는 죽여주는 다리를 가진 그녀에게 남자들을 죽여주는 다리는 도대체 어떻게 후려차기에 그러는 건지 궁금해졌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우는 기사들.
“만약 내가 대련 상대로 걸리면...”
이미 압도적인 헤리오스의 무력을 본 기사들은 바로 권(拳), 장(掌), 지(指), 각(脚), 고(靠) 뿐 아니라 보(步)까지 배우며 검과, 창, 활을 배우니 그 수련의 강도는 지옥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안 일어나면 그대로 찌른다! 빨리 발 움직여!”
물론 오우거를 잡았던 키사는 제이크와 휴가를... 못갔다.
“에이...! 그냥 가도 되는데...”
“그런 것 치고는 이번 검은 살기가 매우 짙은 것 같습니다만...”
“그냥 그런 것 다 기분 탓이야.”
그리고 정확히 미간을 향해 찔러오는 은빛 검날.
겨우 몸을 땅에 굴리며 피해내자 허리춤에서 뽑아 든 단검을 던지는 헤리오스.
“으악! 단검 던지기는 교육과정에 없지 않습니까?”
“웃기지마! 적이 검만 사용할 거라는 법 있어? 그러니까 죽어!”
“지금... 죽으라고...”
“뭐? 이제 헛소리까지 하네?”
“조금 전에...”
“그거 바람소리야! 알겠어?”
기사들은 전원이 죽음을 넘나드는 대련을 통한 수련이 대부분인 훈련을 계속해서 진행했고, 일취월장(日就月將)할 수 밖에 없는 그 훈련으로 몇몇 기사들은 병사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론 배운대로 가르치는 기사였다.
“죽여버리겠다!”
“기사님! 죽이겠다는...?”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 봐.”
“네? 으아악! 제발... 으아악!”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북쪽의 숲에서 괴물들을 산 채로 잡아와 실전 타격감을 익히기 위한 훈련을 했다. 오우거에게는 맨손 공격을, 트롤은 검과, 창을 숲 속에서 잘 숨어 다니는 놀과 고블린에게는 활을 시험하며 숲 속의 생태계는 몸살을 앓았다.
상위 포식자가 상당수 사라진 북쪽의 숲에는 곰이나 범, 원숭이나 야생돼지들, 작은 토끼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영지의 육류 섭취량이 살짝 올라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병사들 역시 창술을 산 채로 잡아와 쇠사슬로 결박해놓은 괴물들을 향해 연습했고, 검과 화살도 함께 연습했다.
“공자가 진행하는 무력쪽의 투자는 정말 구멍뚫린 자루에 모래를 담는 것처럼 말도 안되게 돈이 들어가고 있어요.”
라이비아 공주의 짜증에 헤리오스는 양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죄송해요.”
“...”
“...”
한숨을 내쉰 라이비아 공주가 화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물었다.
“무력이 강해진다고 왕국 전체를 상대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자본으로 잠식을 해야...”
“음... 공주님.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저번 생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하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있었더랬어요. 그런데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 돈이 많고, 그 세계에서는 자본이 넘쳐 흐르는 나라였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어느 정도는 먹고 살지만 정말 그저 그런 나라였어요.”
“흐음... 그런데요?”
“그런데 어느 날 일본이라는 나라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경제재재를 가하면서 경제 봉쇄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사실 일본이라는 나라에게 상당히 중요한 것들을 많이 샀거든요.”
그 말에 라이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렇게 피를 흘리지 않아도 상대를 누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무력을...”
“하지만 공주님.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어요.”
“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오히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물건을 모두 사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사거나 직접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죠.”
“아니... 그러니까 그들이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어차피 사람이 만드는 것들이에요.”
헤리오스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라이비아 공주가 잠시 쳐다보다가 그 다음을 물었다.
“오히려 경제적을 손해를 본 일본이라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점점 군사력을 증강시키자 불안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와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따돌리기 위해 또 손해를 끼치기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의 군사력을 누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했지만...?”
“오히려 다른 나라들에게 외면을 당했죠.”
“...”
“스스로 지킬 힘은 있어야 합니다. 가진 것이 많더라도 지킬 힘이 없다면 그것은 다 꿈 속의 황금상자와 같은 것이죠.”
헤리오스의 말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라이비아 공주.
“그런데 공자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야기 할 때 왜인지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던데... 이유가 있나요?”
“...그 나라의 지도자들은... 세상의 착하고 좋은 점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이들이었어요.”
“아...네.”
약간의 진통이 있었지만 벨로시아는 헤리오스의 뜻대로 정예병력 육성에 온 힘을 다했고, 그렇게 한 해가 지났다.
* * *
그 시작은 중부에서부터 였다.
한 해가 지나고 추수를 하니 중부는 다시 많은 양의 식량을 수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부 연합, 그 중에서 벨로시아는 더 이상 식량을 수입하지 않았다.
또한 국왕령 역시 왕의 실종과 라이비아의 견제를 위해 교전을 멈춘 상태라 각 진영은 군량의 확보를 위해 휴전을 하고 농사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결국 식량이 남게 된 중부는 헐값에 식량을 팔아야만 했다.
그런 식량을 사들인 곳이 바로 서부였다.
이전에 있었던 중부의 식량 부족 사태때 서부에서는 많은 수의 자유민들이 영지를 떠나 식량이 풍부한 중부로 터전을 옮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부의 농노가 탈출하여 서부로 숨어드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중부귀족은 서부에 농노를 돌려주고 배상을 요구했고, 당연히 서부는 그 요구를 무시했다. 그러자 명예를 훼손했다 주장한 중부의 영주가 서부의 영주에게 영지전을 선전포고 하였고, 국왕이 없는 왕국은 그대로 영지전을 치루게 되었다.
- 작가의말
네...
그렇습니다...독도는 우리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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