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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69,478
추천수 :
1,765
글자수 :
293,083

작성
19.10.25 16:23
조회
1,132
추천
29
글자
11쪽

염봉호의 공격

DUMMY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소리가 이수 앞에 있었다.


“어···. 어···.”


막상 찾고 나니 무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이수였다.


“고마웠어, 그때”


답답한지 이소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가?”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이수는 사실 상황 정리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녀를 만난 게 놀라울 뿐이었다.


“그때 나 구해줬잖아. 경찰들한테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날의 기억이 생각났다.


아니, 사실은 잊을 수 없었다.


이소리가 붙잡혀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


그런 순간에 발현된 이수의 잠재력.


만일 의도적으로 다시 하라 해도 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경찰의 무기를 사라지게 하고, 수백 미터 너머로 날아오르는 게 말이다.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데 이소리가 옆으로 바싹 다가와 속삭였다.


“초능력 찾은 거야?”


초능력의 정반대에 서 있는 곳에서 초능력 이야기라니. 일단 이수는 대답 전에 주위에 사람이 없나부터 살펴봤다.


“아무도 없어”


물론 그 점은 이소리도 알고 있는 거 같았다.


“응, 초능력 찾은 거 같아”


이수의 목소리도 작고 낮았다.


초능력자라는 게 알려지는 순간 무슨 사단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어떤 능력?”


속삭이다 보니 어느새 둘의 거리가 30cm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녀에게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아, 미안. 너무 붙었다.”


이소리가 반 발짝 살짝 물러났다.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는 이수였다.


“어떤 건데?”


“원자를 움직이는 능력이야.”


역시 이소리도 한 번에 이해하진 못했다.


“원자를 움직여?”


이수는 일단 그녀를 가까운 테이블에 앉혔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종잇조각 하나가 잡혔다. 꺼낸 조각을 일고여덟 조각으로 잘게 찢었다.


테이블 위에 조각을 모아 놓고 마법을 쓰듯 양손을 조각 쪽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이수는 조각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양손을 다시 뻗은 뒤 조각을 테이블 가장자리까지 멀찍이 놓았다.


“아···. 이제야 알겠다. 대단하다, 진짜”


답은 돌아왔지만, 완전히 이해한 거 같진 않았다.


“보여···. 줄까?”


대답은 없었지만 이소리가 눈빛으로 대답했다. 기대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수가 지금 하려는 건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작업이었다.


찢어진 조각을 다시 붙이는 것 말이다.


“실패해도 이해 좀 해주고”


이수의 말에 소리가 살짝 웃었다. 입술 사이로 덧니가 보였다.


일단 이수는 종잇조각을 조심스레 원래대로 배치했다. 뒤집힌 조각도 다시 돌렸다.


틈이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최대한 조각을 가깝게 했다. 누가 봤을 때 하나의 종이로 볼 수 있을 정도까지 붙였다.


호흡을 고르고, 전신에 힘을 빼고, 집중, 그리고 다시 집중.


찢어진 조각이 하나가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


그렇게 10초 정도 지났을 즈음, 이소리가 종잇조각을 집어 들었다.


“와!”


“우와 붙었다!”


생각지 못한 성공에 이수 본인도 놀라는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소리야”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린 이수.


고개를 돌린 이소리가 자신을 부른 사람을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안티초능력협회의 회장, 염봉호였다.

.

.

.

.

.

가까이서 본 염 회장은 보기보다 젊어 보였다.


멀리서 볼 때 쉰은 족히 된 것 같았으나, 이렇게 마주 앉고 보니 40대 중반 같았다.


“고마워요, 이렇게 모임에도 나와 주시고”


또 무섭다는 인상 또한 몇 분 만에 사그라들었다.


이수를 대하는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는 ‘신사’ 그 자체였다.


이수 일행은 염 회장의 방으로 이동해 자리에 앉았다.


소리가 이수에 대해, 자신이 초대해 이곳에 처음 온 친구, 정도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어땠어요? 여기 처음 와 보니까”


염 회장은 50년 전으로 그대로 옮겨도 어색하지 않을 사람 같았다.


투명한 금테 안경에 민머리, 셔츠에 아저씨 바지. 아이탑도 전자시계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열심이신 거 같았어요.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염봉호가 안경을 추어올렸다.


“그리고 또···. 분위기가 무거웠던 거 같아요”


잠깐의 긴장감은 염봉호의 웃음으로 풀렸다. 소리도 알겠다는 듯 함께 웃었다.


“어쩔 수 없죠. 주제가 주제니까. 피의 물요일. 끔찍한 사건이잖아요”


“혹시 범인 홍수철은 어떻게 됐죠?”


소리가 물었다.


“아직도 잘 살아 있어요. 감옥에”


염봉호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어스원코리아, 아니 한국에선 2030년부터 사형이 아예 금지됐으니까요”


염봉호의 말대로 한국에선 2030년부터 사형이 사라졌다. 이후로 선고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피의 물요일’은 사건이 사건인 만큼 헤아릴 수 없는 민원이 들어왔다. 민원은 대부분 비슷했다.


‘홍수철을 죽여라’


언제나 초능력자 쪽에 치우치던 대통령 루안 위도, 그 건 만큼은 시민들과 의견이 같았다.


1,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마를 살려둬선 안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어스원’의 법은 현재 지역별로 따로 적용되고 있었다.


즉, 한국, 어스원코리아에 적용되는 법은 현재까지는 대한민국 헌법이란 소리다.


루안 위가 ‘죽여라.’ 한다고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때 염봉호가 이수와 소리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둘이 뭐 하고 있었어요?”


이수가 초능력을 발휘하던 순간이었다.


“붙였다면서 좋아하던데”


이수는 순간 온몸에서 땀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초능력자라는 게 들통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위기는 소리의 재치로 넘길 수 있었다.


“아, 붙었다는 말씀 잘못 들으셨나 봐요. 얘가 대학교에 합격했거든요”


비슷한 발음을 활용한 소리의 기가 막힌 대처였다. 또 우연하게도 대학에 합격한 건 사실이었다.


“아, 그래요? 축하해요. 어떤 학교인지 물어봐도 돼요?”


염봉호는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날카로움이 있으니 협회의 회장이란 자리에까지 오르는 거였다.


“아···. 네, 뭐. 서울 초···. 아니, 관악에 있는 큰 대학교요”


하마터면 학교 이름을 말할 뻔했다.


이수의 답을 듣자 소리도 놀란 듯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미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 부분이라 소리까지 지를 순 없었다.


“오호···. 그곳이라니!! 정말 축하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 축하합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계속해서 공격을 받을 입장이었다.


이런 가시방석에서 살아남는 좋은 방법은 자신도 공격하는 거였다.


“소리랑 어떻게 이렇게 친해지신 거예요?”


사십 대 중반의 아저씨와 만 20살 여자가 친하게 지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자 염봉호가 역시 웃으며 답했다. 탈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런 협회에선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이 있으면 튈 수밖에 없어요. 처음 알게 된 건 11월 정도였는데, 그 이후로 소리가 굉장히 열심히 나왔죠”


소리는 이수의 생일인 12월 1일 초능력 무효 주사를 맞았다.


정확히 들은 건 아니지만, 아마 그 이전인 11월에는 부작용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굉장히 괴로웠을 게 분명했다.


“아, 이수 씨. 괜찮으면 3월 대회에도 나오세요”


“3월 대회요?”


염봉호의 말을 이소리가 이었다.


“3월에 협회에서 아주 큰 집회가 있어. 이번엔 강남 쪽에서 할 거야”


강남이라면 서울의 중심 중 중심이었다. 초능력협회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되면, 꼭 가겠습니다”


‘시간이 되면’이라고 조건을 붙였지만 염봉호의 표정은 이미 이수가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요, 그때 보자고요. 소리도 그때 보고”

.

.

.

.

.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 둘은 나눈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사는 곳은 어디인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학교에 다니는지, 취미는 무엇이며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인지 등등.


20대 초반 젊은이가 보통 안면을 트면 꺼내는 이야기가 바로 이런 거였다.


둘은 일단 협회에서 나왔다.


협회에서 500m 넘게 떨어진 커피숍에 들렀다.


“학교, 진짜 합격했어?”


우연히 진실을 말했던 소리였다. 이수가 진짜 대학에 합격했으니까 말이다.


“응, 진짜야”


“진짜 관악에 그곳?”


“일반 학교 말고, 초능력 대학”


“우와 서울 초능력 대학??”


소리의 소리를 카페 직원이 들은 모양이었다. 직원의 입 모양이 동그랗게 변했다.


“대단하다, 조이수. 진짜 축하해!”


소리는 자기 일만큼 기뻐했다.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녀가 정말로 선물을 주려는 듯 가방을 뒤졌다.


“아니야, 선물은 무슨. 괜찮아!”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뒤적이던 그녀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어떨까?”


이소리가 꺼낸 건 초록 빛깔이 나는 손가락 모양의 물체였다. 물체의 표면은 특이하고도 멋진 문양으로 가득했다.


“이게···. 뭐야?”


그러자 소리가 답했다.


“도장이라는 거야. 아주 ‘올드’한 거지”


그리고 도장 뒤에 꽂혀 있던 플라스틱 물체를 빼서 열었다. 안에 빨간 무언가가 있었다.


“이건 ‘인주’라고 해. 여기에 도장을 이렇게 찍어서 ‘꾹’ 누르면 돼”


이소리가 도장을 이수의 팔뚝에 찍었다.


팔뚝엔 ‘이소리’라는 세 글자가 새겨졌다.


“도장···. 중요한 문서에 찍는 거 맞지?”


역시 이수에겐 교과서에서나 접하는 단어였다. 예전엔 부동산 계약이나 자동차 등을 살 때 사용했다고 들었다.


“응, 맞아. 나 이거 만들거든. 아직 솜씨는 부족하지만”


이소리가 인주 뚜껑을 닫고 도장을 내밀었다.


“축하해. 입학 선물”


부모님에게도 아직 받지 못한 입학 선물을 이소리에게 받는 순간이었다.

.

.

.

.

.

이번엔 연락처를 교환했다.


스마트폰에 ‘이소리’라는 이름을 정확히 입력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좋아하는 여자의 번호를 저장한다는 것, 처음 겪는 일이었다.


소리와 헤어지고는 알 수 없는 피로감이 온몸을 덮쳤다.


용산 집까지 걸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이번엔 플라잉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류장에 이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했다.


정류장에 부착된 스크린이었다.


스크린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2051년엔 특별한 사건이 터졌을 때 이렇게 특정 색깔이 모니터에 배경처럼 깔린다.


빨간 스크린은 범죄 관련 사건이었다.


자막으로 지나가는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 중의 충격이었다.

.

.

.

.

.

<‘피의 물요일’ 살인마 홍수철. 교도소에서 탈옥···. 행방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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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악동의 선물 19.11.14 512 16 9쪽
36 염가 형제 19.11.13 554 14 10쪽
35 볼트와 와프 +2 19.11.12 603 18 10쪽
34 터프 세이브 +4 19.11.11 649 23 11쪽
33 신인투수 김부록 +2 19.11.09 785 19 11쪽
32 침입자 +4 19.11.08 804 31 10쪽
31 다테 도미토 +6 19.11.07 845 26 11쪽
30 입학식 19.11.06 836 24 11쪽
29 구세주 +4 19.11.05 854 26 11쪽
28 무엇이건 찾는다 +2 19.11.04 869 27 10쪽
27 초능력 측정 19.11.02 926 25 12쪽
26 레이더 능력자, 조서치 +2 19.11.01 958 26 10쪽
25 뛰는 능력자 위에 나는 능력자 19.10.31 1,026 30 11쪽
24 시민영웅 조이수 +2 19.10.30 1,059 30 11쪽
23 초능력 특전단 19.10.29 1,039 27 11쪽
22 살인마의 미스테리 19.10.28 1,123 32 11쪽
» 염봉호의 공격 19.10.25 1,133 29 11쪽
20 피해자와 가해자 +2 19.10.24 1,198 30 11쪽
19 초능력자도 어쩔 수 없는 +4 19.10.23 1,312 35 11쪽
18 해결사 염동혁 19.10.22 1,361 34 11쪽
17 서울초능력대학교 +2 19.10.21 1,451 37 13쪽
16 사무총장의 선물 +6 19.10.18 1,504 41 11쪽
15 피의 물요일, 크리스마스 +2 19.10.17 1,615 39 11쪽
14 자르고 부수고 파괴한다 +2 19.10.16 1,740 47 11쪽
13 입단 테스트 19.10.15 1,978 43 11쪽
12 대통령의 비밀 +2 19.10.14 2,199 54 11쪽
11 찾았다, 초능력! +8 19.10.11 2,315 55 12쪽
10 초능력을 찾아라 +2 19.10.10 2,217 52 11쪽
9 이소리 +4 19.10.08 2,268 55 11쪽
8 주사 맞는 날 +5 19.10.07 2,317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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