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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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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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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083

작성
19.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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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주사 맞는 날

DUMMY

플라잉 카가 날아다니고, AI가 시중을 들고.


캡슐 하나로 배불리 먹고 서울-부산을 1시간에 주파하는 첨단의 시대지만


그런데도 변치 않는 건 있었다.


바로 시간의 흐름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리고, 멀리 날아가도


조선 시대의 하루와 2050년의 하루는 변하지 않았다.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는 공평하게 모두 24시간이다.


친구가 사라지고, 학력고사가 끝나고


가을이 가고 하얀 눈이 내려 어느덧 조이수에게도 시간이 다가왔다.


대망의 생일, 12월 1일이 말이다.


부모님이 비싼 돈을 들여 해주는 졸업 선물이고, 또 자신 자체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초능력자의 길이다.


하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부작용이 생기면 어떡하지.


친구 최수투처럼 능력을 제대로 조절 못 해 사고가 생기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이었다.


걱정은 이수의 가족들에게도 있었다.


어느 날 낮, 이수의 엄마가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 요즘 걱정 많지? 항상 파이팅이다”


요즘 따라 부쩍 말수가 줄어든 아들에 대한 격려였다.


이수는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엄마의 메시지를 받았다.


가뜩이나 기계와 친하지 않은 어머니가 힘겹게 보낸 메시지에 코끝이 찡해졌다.


이수의 엄마는 아이탑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주 구형 모델인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아이탑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영상 메시지를 보내려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한 것 같은데, 어째 영상엔 거실 벽만 나왔다.


사용법을 모르는 엄마가 카메라의 앞뒤를 바꾼 거였다.


저녁 메뉴도 달라졌다.


일단 이수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이 늘었다.


양념 갈비, 제육볶음, 장조림 등 항상 밥상에 기름이 넘쳤다.


출장을 다녀온 이수의 아빠도 덩달아 입이 벌어졌다.


“아니, 이게 웬 진수성찬이야?”


이수의 아빠 또한 채소나 생선보단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여보, 오늘 무슨 날이야? 누구 생일이라도 되나?”


그러자 찌개를 내오던 이수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다음 주에 이수 생일이에요”


“맞다, 우리 아들 다음 주 생일이구나”


그리고 이수 아빠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멀거니 밥을 먹는 외동아들을 바라보았다.


자리에 앉은 이수 엄마가 남편을 바라봤다.


“당신, 밥 먹고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부모님이 방에 들어간 사이 이수는 AI 로봇 벡셀과 이야기를 나눴다.


“초능력 주사의 부작용 확률이 얼마지?”


한 달 전쯤 물어본 질문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답도 충격적이었다.


“2050년 11월 29일 현재 초능력 주사의 부작용 확률은 0.03%입니다”


분명 그때엔 0.02%라고 했다.


한 달 새 0.01%가 늘어난 것이다.


또 여름만 해도 더 낮은 수치였다.


여름에 0.01%, 11월 초 0.02%, 그리고 12월이 다가온 지금 0.03%가 된 거다.


불과 3개월 정도 만에 세 배로 껑충 뛰었다.


“초능력 주사 부작용 확률을 시기 별로 그래프로 보여줘”


그래프를 눈으로 확인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부작용 확률 그래프는 8월을 기점으로 갑자기 확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그래프는 2045년 표기가 돼 있었다. 2045년부터 올 7월까지는 0.01%에서 조금씩 위아래로 흔들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8월 0.015%가 된 확률이 10월 들어 0.02%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0.03%인 거다.


0.01%와 0.03%는 엄청난 변화다.


1만 명 중 한 명이 생기던 부작용 자가, 1만 명 중 세 명 정도로 바뀐 거다.


2,000명 정도인 명신학교의 학생 전체가 주사를 맞는다고 할 때, 확률로 따지면 한 명 정도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거다.


“확률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분석된 자료가 있어?”


말을 마치자 벡셀이 논문 리스트를 보여줬다.


<전기적 신호에 대한 24번 DNA의 순응>

<만능 기기 아이탑과 초능력 발현>

<초능력 부작용 확률의 증가, 대재앙은 피할 수 없다>


인간과 초능력자들의 운명이 달린 내용이기에 연구 또한 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두 번째 것이었다.


아이탑과 초능력이라니.


연구는 아이탑의 물리적 영향에 대해 고찰하고 있었다.


목에 거는 형태의 아이탑에서 진동, 발열 등 다양한 물리적 신호가 나타나고, 이런 현상으로 인해 초능력 발현 유전자인 24번 유전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자는 생전 처음 듣는 대학의 학생으로 보였다. ‘드미트리 네이션 대학교’라는 기묘한 이름의 학교였다.


역시 학생이다 보니 연구 자료가 풍부한 건 아니었다. 분석에 활용된 사람들의 자료는 기껏해야 10명이었다.


그 10명은 모두 초능력 주사에서 부작용을 보인 사람들이었다. 나이 또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맞는 주사답게 20세에서 40세 사이였다.


그 사람들은 모두 아이탑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공통으로 일일 아이탑 사용 시간이 18시간을 넘는 사람들이었다.


아이탑 기능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홀로그램을 이용한 필수 요소, ‘아이탑 패션’이었다. 사실상 옷을 대체하는 중요한 기능이기에 ‘아이탑 패션’ 활용 시간은 보통 8시간을 넘는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보통 아이탑 패션을 활용하지 않는다. 집에 와서 목걸이나 귀고리 등을 푸는 것처럼, 아이탑도 벗어 놓기 마련이다.


보고서를 보고 이수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신 또한 아이탑 이용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탑 패션은 기본이고, 평소 궁금증이 많아 아이탑을 통해 많은 물음을 던지곤 한다.


다행히 잠자는 시간은 벗어 놓고 있긴 한데, 그의 하루 취침 시간은 7시간 정도다.


“벡셀, 내 아이탑 사용 시간 좀 체크해줄래?”


그리고 나타난 아이탑 사용 시간은 다행히 18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려 15시간이나 됐다.


“이수님의 일일 아이탑 사용 시간은 15시간입니다. 19세 평균 이용 시간인 11시간보다 4시간을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수치를 듣고 이수는 바로 아이탑을 벗어서 내려놓았다.


물론 이틀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한다고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생일 날, 주사 맞는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 부모님이 거실로 나왔다.


“이수야, 잠깐 소파로 와 볼래?”


이수가 불안한 눈초리를 보내자 엄마가 등을 한 대 ‘찰싹’ 하고 때렸다.


“혼내려고 하는 거 아냐, 바보야. 사내 녀석이 말하기도 전에”


부모님의 대화 주제는 ‘초능력 주사’였다.


부모님 또한 초능력 주사 부작용 확률이 높아진다는 뉴스를 접한 것처럼 보였다.


아빠가 먼저 화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수야, 걱정되면 맞지 않아도 돼”


이수 엄마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주사 안 맞고 평범하게 지내는 거 얼마나 좋니”


하지만 이수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무려 99.97%였기 때문이다.


“혹시, 돈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러자 부모님이 동시에 양손을 들었다.


“돈 때문은 아니야. 너희 아버지 돈 그래도 적지 않게 벌어”


이수 아버지는 1시간에 서울에서 부산을 주파하는 자기부상 열차의 기장이다.


물론 대부분 교통수단에 이제 사람이 필요 없는 시대지만, 그래도 많은 인력이 오고 가는 비행기나 기차에는 안전을 위해 기장과 부기장 정도가 동행한다.


“그럼···. 그냥 맞을게요. 성적 맞춰 놓은 것도 다 초능력 대학 가려고 한 거잖아요”


인적성 점수야 높게 나왔지만, 이수의 학습 성적으로는 괜찮은 일반 대학에 가긴 힘든 수준이었다. 반면 초능력 대학은 초능력에 대한 테스트만 마치면 입학할 수 있다.


“혹시 수투 일 때문에 그러는 거니?”


이수의 소꿉친구인 수투 이야기는 부모님도 잘 알고 계셨다. 사건 후 수투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보았으나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수투 부모님 또한 수투와 비슷하게, 나중에 ‘잘 지낸다’는 동영상 메시지 정도만 보냈다.


“아니에요, 괜찮겠죠”


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를 한 번 꼭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뚝뚝한 아들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은 오히려 엄마와 아빠에게 걱정만 안겨주고 말았다.


“애가 걱정이 많은가 봐요”


특히 매일 아들을 보아온 엄마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

.

.

.


생일인 12월 1일은 피할 수 없는 날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짝꿍 정지우가 옆구리를 찔렀다.


“같이 가줄까?”


초능력 주사를 맞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지만, 그래도 아직은 반에서 4~5명만 맞는 수준이었다.


수투가 맞은 것도, 이수가 맞는 사실도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아니, 혼자 갈래”


부작용 확률에 대한 논문을 본 후, 이수의 신변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어쩌면 크다고 할 수도 있는 변화였다.


아이탑을 착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야, 너 패션 감각이 이렇게 별로였냐...?”


또 다른 초능력자 김부록이 시비를 걸었다. 부록 또한 요즘 대학을 가느냐 프로로 직행하느냐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


“너희도 아이탑 벗고 다녀 봐. 되게 건강해지는 느낌이야.”


하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아이탑이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 중 하나. 이수의 말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부록의 말에 짝꿍 정지우도 공감했다.


“꼭 네가 바라는 염동력 생겼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친 이수는 플라잉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탑을 벗어던진 이수에겐, 왠지 플라잉 보드조차 가까이해선 안 될 거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수의 손에는 종이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부록이 선물한 생일 선물이었다.


나름 이수에게 힘을 준답시고 고른 제목 같았다.


<청소년이여, 초능력으로 꿈을 펼쳐라>


하지만 펼쳐 든 내용은 예상 밖이었다.


6학년, 7학년 학생들에게도 유치할 것 같은 그림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록이 제목만 보고 골라 들었다는 게 너무나도 뻔히 보였다.


그래도 친구들의 응원이 있어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아침에 그냥 나간다는 걸 엄마가 붙잡았다.


미역국을 먹고 가라고 말이다.


“엄마가 병원 같이 가줄까?”


“아뇨, 괜찮아요. 이래 봐도 저 내년에 성인이에요”


그래도 착한 이수는 억지로라도 미역국 한 그릇을 건더기 하나 남기지 않고 들이켰다.


버스에서 내리자 익숙한 병원 건물이 나타났다.


친구 수투가 주사를 맞았던 바로 그 병원이었다.


입구를 들어서자 간호 AI가 신상 파악을 위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러자 이수가 말했다.

.

.

.

.

.

“명신학교 9학년 조이수, 오늘 초능력 주사를 맞기 위해 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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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침입자 +4 19.11.08 803 31 10쪽
31 다테 도미토 +6 19.11.07 844 26 11쪽
30 입학식 19.11.06 836 24 11쪽
29 구세주 +4 19.11.05 853 26 11쪽
28 무엇이건 찾는다 +2 19.11.04 868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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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뛰는 능력자 위에 나는 능력자 19.10.31 1,025 30 11쪽
24 시민영웅 조이수 +2 19.10.30 1,059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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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능력을 찾아라 +2 19.10.10 2,217 52 11쪽
9 이소리 +4 19.10.08 2,268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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