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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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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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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083

작성
19.10.08 15:24
조회
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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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11쪽

이소리

DUMMY

초능력 주사실은 처음 들어가 보는 거였다.


당연히 첫 경험이기도 하지만, 누굴 따라가 본 적도 없다.


수투가 맞을 때 한 번 오긴 했지만, 그땐 그저 밖에서 기다렸다.


정확히는 그것도 아니었다. 맞는 순간엔 아래층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이와 이름, 혈액형을 다시 한 번 말해주세요”


바깥과 달리 주사실 안에는 인간 간호사가 안내했다. 인공지능이 발달한 시대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일에는 인간이 개입한다.


“조이수, 만 19세. AB형입니다”


“오늘이 생일인가요?”


파란 수술복에 파란 비닐 모자를 쓴 사람이 물었다.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의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네, 오늘 12월 1일이 생일이에요”


그런데 에어 스크린을 보던 간호사가 갑자기 의사에게 다가왔다.


귀엣말하자 의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저, 이수 학생? 조이수 학생?”


“네? 왜 그러시죠?”


이수에게 말을 하려던 의사가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간호사, 우리 이런 케이스가 있었나? 법적 사례 이런 건 또 없었고?”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아이탑에 입을 대고 누군가를 호출했다.


정확히는 무언가였다. 들어온 것은 큼직한 데스크탑을 달고 있는 정보 검색용 AI였다.


물론 AI에는 어느 정도 크기나 무게가 있지만, 정보 검색용 AI의 경우는 다르다.


무선 환경도 사용하지만, 저렇게 큰 데스크탑을 달고 다니며 그 안에 수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각 정보 검색 AI엔 도서관 50개 정도의 정보가 들어 있다.


“셀리, 생일 시각이 아직 지나지 않았을 때 초능력 주사를 맞은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줘”


그 말을 듣고 이수는 머리를 무거운 물체로 얻어맞은 듯했다.


아직 ‘생시’가 되지 않았다니.


생각해보니 이수가 태어난 시각은 저녁 9시 정도였다. 지금은 5시를 약간 넘은 상태였다.


의사가 이수의 양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학생, 지금 무슨 상황인진 잘 알겠지?”


“네···. 생시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는 거죠?”


“법적으로 내가 알기엔, 생시가 지나지 않은 사람은 초능력 주사를 맞을 수가 없어. 이 간호사, 검색 결과 나왔나?”


그러자 간호사가 다시 한 번 채근했다.


“셀리?”


“결과 나왔습니다. 어스원프랑스에서 10건, 어스원독일 5건, 일본 3건, 한국 2건입니다”


언급한 건 네 군데 정도였으나 셀리가 스크린에 표시한 사례는 더욱 많았다. 표 하단엔 총 117건이라고 나타나 있었다.


“실장님, 총 117건이고요, 이 중 일부에 신고가 들어갔지만 모두 무혐의로 판결 났습니다”


순간 의사도 이수도 크게 한숨을 뱉었다. 이수의 관자놀이엔 식은땀이 배 있었다.


“하마터면 못 맞을 뻔했어, 친구”


시간이 지나서 맞으면 되지 않나 싶지만, 초능력 주사는 모두 예약제로 진행돼 곤란했다.


인프라가 많이 확충돼 있다곤 하지만, 예약하고 다시 주사를 맞기까진 거의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또 초능력 주사기엔 특정 전기신호를 유발하는 ‘칩’이 들어가는데, 칩의 개수 또한 예약자에 딱 맞게 공급된다.


“이거 이수 학생, 졸업 선물 맞지?”


2050년 어스원코리아에선 졸업 선물로 가장 각광받는 게 초능력 주사였다.


“네, 맞아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베드에 올랐다. 그런데 간호사도 의사도 주사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주사 안 놓나요?”


이수의 순진한 질문에 간호사도 의사도 웃었다. 긴장은 이미 풀린 듯싶었다.


“초능력 주사는 진짜 주사가 아니야.”


“그럼 뭔가요?”


의사는 약간 흥분한 듯한 이수의 등을 쓸어내리며 진정시켰다.


“자, 누워서 기다리면 알아요”


그리곤 벌어지는 장면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천장에 보이던 커다란 금속 물체가 바로 초능력 주사였던 거다.


초능력 주사란 진짜 주사가 아니라 기계였다.


“놓는 거 자체는 금방 걸려요. 긴장 풀어, 금방 끝나니까”


‘윙’하는 기계음과 함께 천장에서 기다란 암(arm)이 뻗어 나왔다.


“자, 잠깐 팔에 힘 빼고”


그리곤 이수에게 오른쪽 팔에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

.

.

.

.

혼자 병원에 올 때의 기분, 대부분 겪어 봤겠지만 그게 학생일 경우는 또 다르다.


엄마가 보고 싶고, 친구가 보고 싶고, 병원에 왜 왔나 싶은 감정도 든다.


베드에 누워 있는 이수도 같은 기분이었다.


짝꿍 정지우나 옆 반 김부록이라도 데려올걸.


엄마가 온다고 할 때 알았다고 대답할걸.


그래도 친절한 간호사 누나가 베드 옆에 AI 하나를 붙여줬다.


아까 주사에 관한 법적 사례를 찾아준 정보검색 로봇 ‘셀리’였다.


“셀리야, 나 배가 고파”


주사를 맞고 나니 힘도 없고 기운마저 없었다. 배가 고프다는 건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말이었다.


셀리는 그런데 센스가 좀 부족한 AI 같았다. 셀리가 표시한 에어 스크린엔 ‘배가 고프다’는 말에 대한 150개국의 언어가 표시돼 있었다.


“웃길 줄 아는 로봇이네”


그때 이수는 대각선 베드에 누워 있던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노오란 단발에, 딱 달라붙는 빨간 유니폼. 이수의 또래이거나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여자였다.


이수의 기억이 맞는다면 저 유니폼은 만화에 등장하는 옷이다. 아마 에반... 어찌하게 시작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녀 또한 주사를 맞은 눈치였다. 그녀 역시 혼자 온 것 같았다.


“혼자 왔어?”


여자가 물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고요한 주위 분위기가 둘의 대화를 도왔다.


“네, 혼자요”


“몇 살?”


“19살 됐어요, 오늘”


지구 시대의 모든 나이는 ‘만’으로 불린다. 한국식 나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생일 축하해”


나이를 듣고도 말을 놓는 걸 보니 확실히 이수보다 위인 거 같았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어지는 한참 동안의 적막.


적막을 깬 건 다름 아닌 AI ‘셀리’였다.


뜬금없이 에어 스크린에 ‘고마워요.’ 에 달하는 150개국의 언어를 역시 쏜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적막도 긴장도, 고마운 셀 리가 깨트렸다.


웃음소리가 회복실에 한참 울리고 여자 쪽이 다시 말했다.


“난 12월 말에 스무 살이 돼. 그러니까 우리는 동갑이야.”


“동···. 갑?”


“그래, 너도 말 편하게 놔”


“알았어······.”


처음 보는 사람에겐 좀처럼 말을 놓지 않는 이수지만, 그녀의 말엔 뭔가 범접하지 못할 위압감이 있었다.


“난 이소리라고 해”


“이솔···? 성은 뭔데?”


자주 듣는 말이었는지 여자 쪽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이 ‘이’야. 이름은 ‘소리’고”


“아, 미안해요. 난 조이수예요”


“말 편히 하라고 했잖아”


“아, 미안”


병원에 와서 이리 사과할 줄은 예상 못 한 이수다.


다시 이어지는 적막.


이번에 그걸 깬 건 AI가 아니었다.


“초능력 주사 맞은 거야?”


이소리의 말에 이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작게 움직이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어땠어?”


그녀의 말에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생시가 지나지 않아 맞지 못 할 뻔한 상황,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길고 긴 금속 ‘암’까지.


“괜찮았어”


분명 심장 박동이 150bpm은 넘어갔을 순간이지만, 구태여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이소리 님은 어땠어?”


“이소리”


“응···. 이소리 너는 어땠어?”


그러자 이소리는 이수가 해야 할 말을 대신했다.


“난 무서웠어, 오늘 또 무서웠어.”


‘또’라는 말이 특이했다.


“‘또’라 니···?”


주사를 두 번 맞았다는 의미 같았다.


물론 초능력 주사를 두 번 맞은 사람도 있다. 명신학교의 체육 선생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횟수가 올라갈수록 부작용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난 방금 무효 주사 맞고 왔어.”


무효 주사.


초능력 주사에 부작용이 생긴 사람이 원래대로 오기 위해 맞는 주사다.


초능력 부작용으로 몸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무효 주사로 인한 피해가 다시 생길 수도 있었다.


이어 이소리는 이수의 기분을 안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괜찮아, 아직은”


0.01%


아니 0.03%


만 명 중 세 명뿐인 존재.


어떻게 보면 선택받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뭐라 말해야 할지···.”


그러자 이소리가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밝아졌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어휴, 괜찮아! 그냥 돈이 좀 아까울 뿐이야. 돈이 두 배로 들었잖아”


그녀가 설명한 스토리는 꽤 구구절절했다.


고아로 자란 그녀는 고아원을 나온 만 19세 이후 온갖 일을 해가며 초능력 주사 비용을 벌었다.


어린 나이에도 열심히 달리고 달려 거의 3만 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따불’이 들었다는 걸 보니 그중 2만 달러를 주사 비용에 쏟은 거다.


이소리의 말은 어째 이수가 대답할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또 이수가 또래 여자와 대화에 익숙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남자 학교에 외동아들, 이수에게 또래 여자란 TV 속에서나 보는 존재였다.


가끔 오락실이나 도서관에서 자길 보며 수군대는 여자들을 보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반가워, 이렇게 주사 동기를 만나게 되고”


이소리의 말이었다.


“주사 동기?”


“그래, 같은 말 주사를 맞은 동기. 주사 동기”


그러고 보니 회복실엔 이소리와 조이수, 단둘 뿐인 것 같았다. 거기에 셀리까지 더해 셋.


“반가워, 주사 동기”


“그래, 반가워, 주사 동기”


잠깐 마주친 이소리의 눈동자에 이수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 역시 설명하기 힘든, 처음 겪는 기분이었다.


“이수야, 그런데···.”


그리고 그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

.

.

.

.

“정신 차려, 이수야. 이수야?”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건 이수의 엄마였다.


“엄···. 마···?”


몸을 일으킨 이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왼쪽 침대엔 할아버지 한 분이, 오른쪽엔 10살 정도 돼 보이는 꼬마가 있었다.


“이소리는?”


이수가 찾은 건 ‘주사 동기’ 이소리였다. 조금 전까지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얘가······. 너 정신 잃은 거 알고 있어?”


엄마의 말을 듣고야 상황이 떠올랐다.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던 거 같았다.


“나···. 부작용인 건가?”


“아니, 부작용 아니다”


엄마 뒤쪽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이수에게 초능력 주사를 놓아준 의사 선생님이었다.


“다시 검사를 해봤는데, 이렇다 할 이상 반응은 없어. 그냥 단지 빈혈 증상이 온 거 같더라”


그러고 보니 이수의 왼팔엔 ‘링거’라고 불리는 영양 주사가 달려 있었다. 생전 처음 맞아보는 거였다.


“어머니, 이수 일어나고 회복하면 바로 집으로 가셔도 좋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초능력 주사를 맞고, 빈혈이 있긴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는 말.


그 말은 이수에게 초능력 주사가 양성 반응을 일으켰다는 소리다.


오늘부터, 이수도 초능력자라는 이야기다.

.

.

.

.

.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왠지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까 느낀 그 기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62 겨울바다뉨
    작성일
    19.11.10 11:32
    No. 1

    생시...? 미국은 15세...라면서요? 굳이 지면을 할애할만큼 비중있는 이슈 같진 않은거 아닌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do****
    작성일
    19.11.10 12:00
    No. 2

    의사란 사람들이 생각보다 법을 민감하게 생각해서요 ^^a 소설 상의 설정은 '가끔은 그 정도는 유도리 있게 넘어가지만, 시시콜콜 따지는 사람도 있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3 철혈오랑
    작성일
    19.11.13 10:48
    No. 3

    둘만의 대화에서 "이소리는 어땠어?"라니 이상하네요.
    "너는 어땠어?"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do****
    작성일
    19.11.14 23:00
    No. 4

    어색한 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저런 표현을 썼습니다만 ^^ 팬님 말씀이 더 맞는거 같으니 고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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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초능력자도 어쩔 수 없는 +4 19.10.23 1,311 35 11쪽
18 해결사 염동혁 19.10.22 1,360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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