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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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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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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3,083

작성
19.10.18 15: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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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사무총장의 선물

DUMMY

이수는 갑자기 몰아닥친 경찰들을 피해 광장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몸이 가볍고 날래 그래도 다행이었지만, 뒤쪽에 있는 여자들, 그리고 늙은 사람들은 이미 상당수가 경찰에 붙잡혔다.


일반 경찰이라도 피하기 힘든데, 기동타격대는 대다수가 초능력자였다.


이수 옆에서 달리고 있던 한 여성은 갑자기 뒤쪽으로 끌려가듯 넘어졌다.


도망가며 돌아보니 몇 미터 뒤쪽의 기동타격대의 손으로 자석처럼 빨려 가고 있었다.


염동력을 가진 경찰이거나, 적어도 자기력 등을 다루는 초능력자 같았다.


비명과 포화에도 이수는 계속해서 뛰고 또 뛰었다. 서울역 인파와 섞여 버리면 경찰도 별수 없을 것 같았다.


시위대라고 따로 표시된 것도 아니라, 시민들과 섞이면 안심이었다.


역사 앞 계단 쪽까지 오자 시끄러운 것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점차 비명이 귀에서 멀어지고 이젠 걸어가도 되겠다 싶은 정도가 됐다.


그런데 순간,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바로 이소리였다.


협회 시위에 이끌리듯 찾아간 것도 오직 그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인파를 헤치고 찾으려 했던 것도 오직 이소리 그녀뿐이었다.


다시 뒤를 보니 그 많던 인파가 금세 정리된 분위기였다.


상당수의 시위대가 호송 트럭에 올라타고 있었다.


바닥엔 피켓과 몽둥이, 물병 등이 처참히 부서져 있었다.


이수는 초능력 덕에 익힌 집중력을 활용해 광장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노란 머리의 트레이닝복. 감추려 해도 쉽게 감추기 힘든 차림이다.


한참을 둘러보다 결국 흔적을 찾았다.


저 멀리 100m 앞쪽에 있는 계단 아래쪽에 노란색 머리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그녀는 이미 위아래 모두 검은색 옷으로 바꾸고 있었다.


“이소리!!”


이수가 소리치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이수를 알아본 듯 잠시 미소를 머금었으나, 이내 손짓을 하며 이수를 보내려 했다.


이소리를 알아본 건 이수만이 아니었다.


옆쪽에서 기동타격대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경찰은 초능력자 같지는 않았다. 초능력을 사용하거나 하려는 자세는 없었다.


단지 한 손엔 전기봉을, 역시 한 손엔 수갑을 들고 조심스레 접근했다.


“짭새!!”


순간 이수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고함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경찰이 고개를 돌려 이수를 바라봤다. 이소리 옆 5m 근처까지 다가간 순간이었다.


‘짭새’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된 경찰을 뜻하는 은어.


욕에 가까운 말을 듣고 기분 좋을 경찰은 없었다.


이수와 이소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경찰은 이내 자신에게 ‘짭새’라고 말한 이수를 목표로 잡았다.


경찰이 이수 쪽으로 걸어왔다.


이수는 순간적으로 양손을 경찰 쪽으로 뻗었다.


집중, 그리고 또 집중.


이수가 순간 발휘한 능력은 의도적이라기보단 거의 반사 신경에 가까웠다.


경찰이 들고 있는 저 끔찍한 흉기를 없애버리고 싶은 심정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경찰이 들고 있던 전기봉과 수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번엔 이수의 눈에도 보였다. 검은색과 은색의 가루가 증발하듯 하늘로 사라져 버리는 게 말이다.


경찰이 당황한 듯 입을 벌리고 제자리에 멈췄다.


당황한 건 경찰만이 아니었다. 이수도 놀랐다.


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소리도 마찬가지였다.


놀란 이소리를 향해 이수가 한쪽 팔을 뻗었다.


그리고 엄지를 하늘로 세워 그녀를 안심시켰다.


초능력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돕는 초능력자.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경찰은 당연히 지원을 요청했다.


“이 새끼 잡아!!!”


그러자 순식간에 뒤쪽에서 한 무리의 경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중 대다수는 보호 장구로 온몸을 두른 기동타격대였다.


초능력자가 대다수인 그들에게 잡히면 그야말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


몸을 돌려 달아나던 이수의 눈에 저 멀리 건물 옥상이 보였다.


다음에 일어난 상황도, 역시 본능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건물 옥상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뺨에 불어 닥치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지붕들.


갑자기 보이는 낯선 시야에 당황하던 이수가 몸을 돌려 아래를 바라봤다.


거의 몇백 미터는 떨어진 곳에 경찰 무리가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이수는 보았다.


노란 머리의 여자가 경찰들이 당황한 사이 건물 뒤로 돌아가고 있는 걸 말이다.

.

.

.

.

.

그날 밤의 소란은 뉴스로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대통령 소식을 다룬 메인 뉴스 하단에 짤막하게 텍스트로 처리됐을 뿐이었다.


<안티초능력협회 시위대, 성탄절 낮 서울역서 시위···. 50명 이상 경찰에 기소>


경찰의 폭력적인 모습이 응당 카메라에 잡혀야 마땅하다 생각했으나, 이수의 그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당시 시위에서 협회는, 그냥 구호를 외치며 평범하게 시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시위에 폭력부터 행사하는 경찰이라.


경찰에 대한 이수의 신뢰가 조금은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런 능력은 다시 발휘되지 않았다.


삼십 분이나 지났을까.


이수가 저 멀리 광장을 내려 보며 날아가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하고, 숨을 고르고 상상해도 변화는 없었다.


결국, 30층은 넘어 보이는 건물을 계단으로 내려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엔 뭔가 켕기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광장엔 시위 잔해를 정리하는 청소 아줌마와 청소 AI 정도밖에 없었다.


이수가 아줌마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혹시 근처에서 노란 머리 여자 못 보셨나요?”


“못 봤는데요?”


혹시나 해서 AI 쪽을 바라봤으나, 구형 중의 구형인 로봇이었다.


따로 의사소통 능력도 없고 카메라조차 달려 있지 않은 청소 전문 로봇이었다.


그냥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청소기’ 정도라 부를 수준이었다.


이후 역사도 들어가 보고, 박물관 쪽도 뒤졌으나 이소리의 흔적은 없었다.


헬스장에 갈 기분이 아니었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정처 없이 맴돌던 이수의 발길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극장이었다.


이젠 대세로 정착한 ‘5D’ 영화관이 아니라, 옛날 영화들을 상영해주는 구식 극장이었다.


“표 하나 줄까요? 학생?”


티켓 부스에서 수염이 성성한 노인이 물었다.


“네, 학생 한 장이요”


극장은 AI도 따로 없고, 티켓 자판기마저 없는 오래된 곳이었다.


영화 이름도 제대로 보지 않고 단 관짜리 극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영화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좌석엔 연인들로 보이는 여남은 명이 있었다.


두 개의 머리가 모여 있고, 또 두 개의 머리가 함께 있고.


뒤쪽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수 앞쪽의 사람들은 모두 커플이었다.


다른 날도 아니고 크리스마스니, 저런 모습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피곤함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데, 이내 영화가 시작됐다.


하얀 화면, 그리고 은은히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화면을 모조리 덮은 은빛 벌판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30대 전후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그녀가 무언가 찾듯 눈밭을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그녀가,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


순간 이수는 이소리를 떠올렸다.


초능력자가 되기 위해 주사를 맞았으나, 부작용으로 인해 무효 주사를 맞은 안타까운 소녀.


초능력자가 되고 싶었지만 이젠 초능력 반대 시위를 하는 가련한 여인.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외롭거나 처량한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두 여성이 나누는 편지, 그리고 똑같은 이름을 가진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러브레터>라는 다소 촌스런 제목이었다.

.

.

.

.

.

크리스마스의 밤은 초능력협회 사무총장이 반겨줬다.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간, 염동혁 사무총장에게 전화가 왔다.


“이수 학생, 활약은 잘 보았네”


“네? 무슨 활약요···?”


초능력협회 사무총장이란 자리는 참 많은 눈과 귀를 가진 것 같았다.


이미 이수가 벌인 그 놀라운 사태에 대해 마치 옆에서 보듯 샅샅이 알고 있었다.


“요즘은 어디에나 눈이 있으니까. 카메라도 있고”


이수가 경찰의 수갑과 전기봉을 증발시킨 것도, 그리고 수백 미터 떨어진 건물 위로 날아간 것도 꿰차고 있었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염동혁이 연락한 건 혼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건물 위로 날아간 거 말이야”


“네? 네···. 그것도 고의로 한 건”


“생각하고 한 게 아니었다고?”


“네, 순간 건물 옥상이 보였고···. 그다음엔 기억이 없어요”


그러자 사무총장이 에어 스크린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카메라에 찍힌 당시의 모습이었다.


이수가 손을 뻗어 경찰의 도구를 없애는 모습, 그리고 이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까지 말이다.


그런데 사라지는 게 이상했다.


사라지다니.


영상에서 이수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염동혁이 이야기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원자를 움직이는 능력.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늘을 날거나 신체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겠지. 그런데 대체 왜 보이지 않은 걸까?”


그걸 이수에게 물어봤자 대답은 나올 수 없었다.


“원자가 하나하나 분해돼 날아간 다음 합쳐진 걸까? 아니면 순간 이동처럼 몸 전체가 ‘숑’ 하고 옥상으로 옮겨간 걸까?”


당사자인 이수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추궁받는 느낌이 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곤 갑자기 상담 모드로 바뀌었다.


“19살이면, 혹시 초능력 대학에 지원할 생각이니?”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말을 놓은 사무총장이었다.


“네, 1월부터 이제 면접 보러 다니려고요”


그러나 사무총장은 한참을 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수에게 말했다.


"좀 있다가 내가 파일 하나 보낼 건데, 그거 꼭 참고하면 좋겠어.”


“어떤 파일요?”


“정확히는 문서니까. 출력해서 보라고”


파일이 날아온 시간은 11시 50분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10분 전이었다.


파일 내용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대학 추천서였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의 추천서는 오직 한 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다른 학교에는 제출할 수 없는 문서였다.

.

.

.

.

.

서울 초능력 대학교.


어스원코리아 최고의 초능력 대학교였다.


크리스마스가 끝나기 전 날아온 사무총장의 추천서.


그야말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97 고양아
    작성일
    19.11.08 01:57
    No. 1

    뭔가 흑막의 냄새가 난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do****
    작성일
    19.11.08 09:27
    No. 2

    헐...(예리하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06*****
    작성일
    19.12.20 08:46
    No. 3

    뭔가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야.. 흑막 때문에 약간 맘을 졸이는 그런듯한 기분..?? 아시나요?? 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do****
    작성일
    19.12.20 11:42
    No. 4

    그 답답함이 저희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ㅠㅜ 모든 답답함과 복선은 결국 풀립니다 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06*****
    작성일
    19.12.20 14:46
    No. 5

    이런것이 저에게 끼치는 영향은 순식간에 몰아보게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고 또 봐도 응어리가 잘 안풀리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손을 놓았다가 한 몇일뒤부터 다시 맘을 가라앉히고 보죠. 그러면서 잊고 있다가 몇 주.. 혹은 몇 달 뒤에 보게 되죠...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4 06*****
    작성일
    19.12.20 14:47
    No. 6

    가끔 잊어서 묻힐 때도 있다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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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침입자 +4 19.11.08 803 31 10쪽
31 다테 도미토 +6 19.11.07 844 26 11쪽
30 입학식 19.11.06 836 24 11쪽
29 구세주 +4 19.11.05 853 26 11쪽
28 무엇이건 찾는다 +2 19.11.04 868 27 10쪽
27 초능력 측정 19.11.02 926 25 12쪽
26 레이더 능력자, 조서치 +2 19.11.01 957 26 10쪽
25 뛰는 능력자 위에 나는 능력자 19.10.31 1,025 30 11쪽
24 시민영웅 조이수 +2 19.10.30 1,059 30 11쪽
23 초능력 특전단 19.10.29 1,038 27 11쪽
22 살인마의 미스테리 19.10.28 1,123 32 11쪽
21 염봉호의 공격 19.10.25 1,132 29 11쪽
20 피해자와 가해자 +2 19.10.24 1,198 30 11쪽
19 초능력자도 어쩔 수 없는 +4 19.10.23 1,311 35 11쪽
18 해결사 염동혁 19.10.22 1,361 34 11쪽
17 서울초능력대학교 +2 19.10.21 1,451 37 13쪽
» 사무총장의 선물 +6 19.10.18 1,504 41 11쪽
15 피의 물요일, 크리스마스 +2 19.10.17 1,615 39 11쪽
14 자르고 부수고 파괴한다 +2 19.10.16 1,739 47 11쪽
13 입단 테스트 19.10.15 1,978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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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찾았다, 초능력! +8 19.10.11 2,314 55 12쪽
10 초능력을 찾아라 +2 19.10.10 2,217 5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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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주사 맞는 날 +5 19.10.07 2,317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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