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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꽁장

초능력으로 신화가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dob002
작품등록일 :
2019.09.19 16:22
최근연재일 :
2019.12.27 14:0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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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68
추천수 :
1,765
글자수 :
293,083

작성
19.11.05 15:00
조회
853
추천
26
글자
11쪽

구세주

DUMMY

유명한 동화 중 ‘미녀와 야수’라는 게 있다.


짐승으로 변한 왕자가 미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사랑의 힘으로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저주에 빠진 빈센트의 기분이 아마 소리와 비슷했을까.


빈센트는 저주를 받은 거지만 소리는 자신이 원해서 주사를 맞았다. 두 번이나.


그리고 빈센트처럼 변했다.


초능력 발현은 아직도 많은 영역을 정복하지 못했다.


부작용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고, 어떤 능력이 발현되는지도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게 원래 그렇듯, 약을 투입하면 투입할수록 그 효과는 떨어진다.


더군다나, 그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일 경우 더욱 심하다.


한 번 입은 상처에 또 다른 외력이 가해지면 그 상처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야. 죽은 사람도 있어.”


소리도 알고 있었다.


두 번째 부작용치고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걸.


얼굴만 그런 게 아니다.


손과 발, 배와 등까지 털이 났다.


후드티를 올려 배의 털을 보여줬다.


하얀 배에 빽빽이 들어찬 털이 보였다.


하룻강아지마저 배에는 털이 별로 없건마는, 21살 처녀의 고운 배가 터럭으로 덮였다.


“그래도 예뻐”


진심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순간이었다.


“응···?”


이수는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뜨거웠다.


좋아하는 여자의 아픔에 뜨거웠고, 이걸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에 격분했다.


“그래도 예쁘다고”


2051년 2월 15일.


이수가 일기장에 기록을 순간이다.


첫 키스의 날이었으니 말이다.

.

.

.

.

.

“그런 능력자는 본 적이 없네”


많은 걸 알고 있는 이비우도 양손을 저었다.


초능력 부작용을 해결하는 초능력자에 관해 물었다.


“힐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흔치 않은 게 바로 힐러라고 하더라고”


치료(healing) 능력은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을 특별한 초능력이다.


정말 그 능력이 모든 능력을 낫게 해준다면, 마치 병자를 고치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신’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치료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내 능력 두 개는 줄 수 있을 거야”


지우의 말이었다.


이수는 힐러를 본 적이 있다.


명신교 사건 때, 힐러로 보이는 대통령의 경호원이 그를 치료하는 걸 봤다.


그런 귀하고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직속 경호원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만큼 ‘힐’이란 건 값진 능력이었다.


이유를 시시콜콜 묻진 않았지만, 이수의 고민이 여자 때문이란 걸 친구들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리곤 이수도 고민하고 있던 그 방법을 제안했다.


“부탁해 봐, 그 사람에게”


비우의 말을 지우가 거들었다.


“대학교에 추천해 준 그분에게 말이야”


협회를 방문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초능력 등록증을 등록하러 갔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그때 우연히도 염동혁 사무총장을 만났다.


물론 우연이라고 하기엔 염동혁의 의지가 크긴 했지만.


다행히 이수가 협회를 찾았을 때 사무총장이 자리에 있었다.


협회 부근은 아직 홍수철로 인한 상흔이 아물지 않았다.


여전히 꺾인 나무가 있었고, 간판과 시설 등 또한 복구 중이었다.


그래서 아무 피해가 없는 협회의 모습이 더욱이나 도드라졌다.


“이상하지? 여기만 괜찮다는 거”


염동혁이 이수를 집무실로 안내했다.


“그때 봐서 알겠지만, 협회 직원 중 바리케이드 능력자가 있어. 그래서 멀쩡할 수 있었지”


바리케이드는 이수도 똑똑히 봤다.


“굉장한 능력자인가보네요. 혼자 힘으로 그런 바리케이드를 만들다니”


이수가 말을 하자 염 총장이 웃었다.


“능력을 증폭해주는 능력자가 따로 있었지”


이수는 궁금한 게 있었다.


왜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가만히만 있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묻기 힘들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시민 영웅께서 이렇게 먼 길을 오신 이유가 뭐일까?”


이수가 고민거리가 있을 거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없이 가라앉은 표정의 이수였으니 말이다.


스무 살이면 아직 소년이라 할 수 있는 나이다.


성인이 됐지만 그건 단지 육체뿐이다.


직업도 아직 없고, 여전히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울고, 고민이 있을 땐 혼자 끙끙 앓고 있다.


“고민 있으면 이야기해 봐. 도움될 지도 모르니”


십수 년을 더 산 인생 선배가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서 이수가 사정을 말했다.


소리를 어떻게 알게 됐고, 또 어떤 일이 있었으며, 지금 어떻게 됐는지.


“욕심···.”


사무총장의 혼잣말에 이수가 반응했다.


“걘 고아 출신이라고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잖아요”


흥분하는 이수를 염동혁이 만류했다.


“미안, 알아. 잘 알아”


자리에서 일어난 염동혁이 소년의 어깨를 다독였다.


주머니를 뒤진 그가 담배 하나를 꺼냈다.


“미안, 한 대만 필게. 여기 환풍기 바로 아래서”


담배를 꼬나문 사무총장이 크게 연기를 내뿜었다.


‘안 된다’, ‘답이 없다’는 대답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수는 그의 모습에 약간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알지, 우리 형?”


“네?”


“안티초능력협회 회장 말이야”


염봉호 회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네, 알아요. 뵌 적 있어요”


염동혁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2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우리 형, 고아로 자랐어.”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어···. 어쩌다”


이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아냐, 괜찮아. 지금은 잘 지내고 있잖아”


염동혁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린 시절 형은 보육원에서 자랐어. 나는 형이 있는지도 몰랐고”


그러다 사무총장은 형의 존재를 성인이 돼서야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가 돼서야 형이 있다는 걸 알았고, 스물 몇 살 때인가? 처음 봤어. 닮긴 했는데 머리숱이 좀 없더라고”


염봉호는 사무총장의 배다른 형이었다. 염동혁의 엄마는 그를 자식으로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워낙 우리 집이 어머니 쪽이 강했지. 그래서 보육원에서 자랐어”


염봉호가 그와 척을 지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가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은 건 아냐. 공식적 자리에선 악수도 해. 꽤 자주 봐”


옛이야기를 털어놓은 염동혁이 자리에 앉았다.


“있어”


“뭐가요···?”


“해결책”


이번엔 이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하죠?!”


역시 스무 살 소년의 기분은 알아채기 쉬웠다.


“주사 다시 맞는 건 너무 위험해 보이잖아. 실제로도 위험하고”


무효 주사는 초능력 부작용만큼이나 고통스럽다. 두 번째는 더욱 그럴 거다.


사무총장의 해결책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힐러다.


사무총장이 말한 성당은 서울의 가장 북쪽에 있었다.


플라잉 버스를 타고도 1시간 가까이 달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성당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AI가 아니라 한 노인이 출입을 관리하고 있었다.


“구세주 신부님을 뵈러 왔습니다”


구세주.


힐러에게 딱 적합한 아주 좋은 이름이었다.


그러자 노인은 이수가 온 이유를 안다는 듯 대답했다.


“치료 때문에 오신 거라면 안타깝지만 돌아가 주셔야 합니다”


이런 반응 또한 사무총장이 얘기한 그대로였다.


그때 자신의 이름을 말하라고 알려줬다.


“염동혁 사무총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구세주 신부는 비공식 1호 초능력자다.


바다 건너에도 비공식 능력자가 있다고 알고 있으나, 한국에선 그가 첫 번째 능력자였다.


구 신부가 능력을 발견한 건 거의 20년 정도 된 일이다.


그의 안수 기도가 몇 환자를 낫게 했고, 신도들이 기적이라며 몰려들었다.


알고 보니 그의 능력은 초능력이었다.


염동혁이 조심스레 협회 등록을 요청했지만, 신부가 거부했다.


“주위에 베풀며 살고 싶습니다”


신부다운 말이었다.


이수의 방문은 이미 신부의 귀에 들어가 있었다.


사저 문을 열자 회색 가운을 입은 신부가 이수를 맞이했다.


오십 대라고 들었으나 신부는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머리가 거의 빠져 있었고, 피부엔 검버섯까지 보였다.


평균 연령이 90세가 넘는 요즘에 비하면 이례적 모습이었다.


사정은 구 신부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요. 그 여자 분을 지금 이리 불러주세요”


기다렸다는 듯 이수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의 말을 소리도 처음엔 믿지 못했다.


그러나 자초지종을 말하자 지금 바로 달려오겠다고 답이 왔다.


“사무총장과 무슨 관계에요”


이수가 대략적 내용을 얘기했다. 초능력자인 건 빼고 말이다.


“혹시 초능력자?”


그 부분도 짐작한 신부였다.


이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부도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은 분이에요, 사무총장님”


이수의 이 말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좋은 분···. 그래요, 좋은 분이에요. 필요할 때 찾아오고, 어려울 때 도와주죠”


그리곤 이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학생도 그렇게 해줘야 하고요”


많은 뜻이 담긴 말이었다.


이소리는 역시 온몸을 칭칭 동여매고 나타났다.


신부의 청에 상의를 벗고, 마스크도 풀었다.


침대에 누운 이소리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초능력. 참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요. 그렇죠?”


“네···.”


소리와 이수가 동시에 대답했다.


신부의 말대로 초능력이란 정말 사람을 웃게 하기도 하고, 울게 하기도 하는 존재였다.


이수가 초능력 덕에 좋은 대학에 가고 또 좋은 사람을 만났다면, 소리는 반대였기 때문이다.


“소리 학생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겠죠?”


초능력은 쳐다도 보지 말라는 소리다.


은인에게 해야 할 해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부작용이 치유된 소리는 천주교 개종을 맘먹었다.


부모도 친척도 없는 자신에겐, 종교라는 기댈 곳이 있으면 좋을 거라 말했다.


나쁜 종교인도 많이 봤지만, 이수 또한 종교의 이유라는 게 그렇게 남을 돕고, 또 서로서로 기대가 위해서란 걸 알고 있다.


종교가 순기능만 한다면, 그보다 좋을 것도 많지 않다.


그날 밤 이수가 사무총장에 전화를 걸었다.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아냐, 내가 해주고 싶어서 도와준 거야”


그래도 연신 화면에 고개를 숙이는 이수였다.


“혹시 그거 눈치챘어?”


염동혁이 물었다.


“어떤 거요···?”


“신부가 보기보다 많이 노쇠한 거 말이야”


그러자 신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야말로 죽어가고 있는 거 같았다.


“본인을 치료하진 못하나 봐요”


염동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구 신부의 능력은 반쪽짜리야”


“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능력을 쓰면 쓸수록, 몸이 죽어가지”


그제야 신부가 그런 상태인 이유를 알게 됐다.


“그런데 왜···?”


왜 소리를 치료하고, 자신을 돕느냐는 말이었다.


사무총장이 양손을 하늘로 흔들었다.


“구 신부와 나는 원래 그런 사이야. 암튼 나았다니 다행이네”


머리가 열 개라면 모두 땅에 조아리고 싶은 이수였다.


스크린에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이수가 인사했다.


“혹시라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그러자 사무총장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마침 생각난 게 있네, 이수”

.

.

.

.

.

“조만간 만나 줘야 할 사람 하나가 있어.”


이수는 짐작도 못 할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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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염가 형제 19.11.13 554 14 10쪽
35 볼트와 와프 +2 19.11.12 602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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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인투수 김부록 +2 19.11.09 785 19 11쪽
32 침입자 +4 19.11.08 803 31 10쪽
31 다테 도미토 +6 19.11.07 845 26 11쪽
30 입학식 19.11.06 836 24 11쪽
» 구세주 +4 19.11.05 854 26 11쪽
28 무엇이건 찾는다 +2 19.11.04 869 27 10쪽
27 초능력 측정 19.11.02 926 25 12쪽
26 레이더 능력자, 조서치 +2 19.11.01 958 26 10쪽
25 뛰는 능력자 위에 나는 능력자 19.10.31 1,026 30 11쪽
24 시민영웅 조이수 +2 19.10.30 1,059 30 11쪽
23 초능력 특전단 19.10.29 1,039 27 11쪽
22 살인마의 미스테리 19.10.28 1,123 32 11쪽
21 염봉호의 공격 19.10.25 1,132 29 11쪽
20 피해자와 가해자 +2 19.10.24 1,198 30 11쪽
19 초능력자도 어쩔 수 없는 +4 19.10.23 1,312 35 11쪽
18 해결사 염동혁 19.10.22 1,361 34 11쪽
17 서울초능력대학교 +2 19.10.21 1,451 37 13쪽
16 사무총장의 선물 +6 19.10.18 1,504 41 11쪽
15 피의 물요일, 크리스마스 +2 19.10.17 1,615 39 11쪽
14 자르고 부수고 파괴한다 +2 19.10.16 1,739 47 11쪽
13 입단 테스트 19.10.15 1,978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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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초능력을 찾아라 +2 19.10.10 2,217 52 11쪽
9 이소리 +4 19.10.08 2,268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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