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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최면술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51
추천수 :
1
글자수 :
85,279

작성
19.02.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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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2. 나태

DUMMY

<20화>

시온은 이미 이불과 하나 되었다.

이내 굴러서 슬아를 향해 갔다.

슬아가 조금 겁먹고 뒷걸음질 쳤다.


“슬아야. 밥.”


시온이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길게 하지도 않았다.


“하.”


아저씨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굼벵이를 상대하고 싶진 않군.”


아저씨는 말과 동시에 호주머니에서 은색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온이 이를 봤다.


그러자 시온은 정말 동물이라도 된 것 마냥,

이불 속으로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동물의 직감인가.


이불 속에서 시온이 웅얼거렸다.


“아저씨. 최면? 그거 하려고 그러는 거죠! 그 시계를 안 보면 되지. 하하하.”



시온의 말에 사람들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랑아, 시온삼촌이 사랑이랑 친구가 된 것 같아!”


은희가 말했다.


“와! 정말? 삼촌 이제 친구야?”


사랑이는 신나하며 대답했다.


“그럼. 이제 친구야. 사랑이랑 시온이 삼촌이랑. 자, 어서 시온아 밥은 먹었냐 해봐.”


은희는 웃지도 않으면서 말했다. 사랑이의 순수함이 반짝였다.


“시온아. 밥 먹었냐.”


사랑이가 귀여운 목소리로 어른흉내를 내었다.


“하하하.”


사람들이 킥킥대며 웃었다.

슬아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저씨. 시온이 오빠 기억도 없는데, 기억날 때 까지 그냥 편하게 두는 거 어때요?


슬아만이 시온의 편을 들었다.


“아니. 아니. 절대 안 되지. 이건 우리 교회의 규칙을 깨는 거야.”


격수가 말했다.


“쪼잔하긴······.”


시온이 아주 작게 말했다.

아저씨는 혼자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격수 말이 맞다. 적어도 우리 교회 구성원이 됐으면 얼굴을 비치며 살아야지.”


“참. 아저씨 꽉 막혔네. 그럼 저는 여기서 영상통화로 할게요. 하하하.”


시온이 다시 말했다. 말투도 능구렁이처럼 되어 버렸다.


“저 놈을 어떻게 할까.”


아저씨가 고민했다. 그 카리스마 넘치던 아저씨를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대단했다.


“왼쪽 손톱을 다 뽑아버릴까?”


은희가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찬성. 찬성.”


얌전히 있던 소망이가 튀어나왔다.


“헉······.”


시온이 등골이 오싹했다. 시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귀한 손톱이 뽑힐 수 있으니.


“그럼······. 공부할게요. 대신 아저씨가 그 최면을 알려주세요.”


시온이 이불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분명히 거절하겠지. 만약 안 거절해도 최면을 배우면 이득이고. 킥킥.’


“당연히 안 알려주지. 왜 널 알려주겠냐!”


격수가 말했다.

시온도 동의한다. 안 알려주면 그것으로 좋다. 더 이상 귀찮게 못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모두의 생각도 동일했다.

굳이 최면을 알려주면서 까지 시온을 일으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저씨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야. 알려주지. 최면.”


“예?”


시온이 놀랐다. 옆에 서 있는 격수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랐다.


‘뭐지. 왜 저러지. 거짓말인가? 아니면 알려줘도 못 하는 건가? 그렇게까지 나를 성실하게 만들겠다고? 왜?’


시온의 눈이 똥그래졌다. 어안이 벙벙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아저씨가 말했다.


“첫 번째, 알려주는 것은 네가 기억을 찾은 다음에 한다. 두 번째, 슬아가 공부하는 거에서 슬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라.”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콧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에이. 뭐야. 안 알려준다는 거네.”


“깜짝 놀라라.”


격수와 은희가 말했다.

그럴 것이 슬아는 알바를 하면서도 전교 손가락에 뽑히는 성적이다.

심지어 요즘 학생들 시험은 그냥 어려운 수준도 아니다.


“아저씨. 그건 그래도······. 시온이 오빠도 공부 안 한지 오래됐으니까······.”


슬아도 말했다.


시온은 왜인지 모를 의지가 불타기 시작했다.

모두가 자신을 못 한다는 듯 말하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노린 것이 이것일까.

시온이 예상대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렇게 합시다. 아저씨. 기억 찾고, 슬아보다 높은 점수 받으면 되죠? 껌이네. 껌.”


시온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다들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격수가 말했다.


“야. 야. 아서라. 아서. 슬아가 얼마나 공부 잘 하는 줄이나 아냐?”


“시온이한테 너무 그러지 마. 시온아 괜찮아. 공부 못해도 돼.”


은희도 곁들었다.


“그래요. 시온이 오빠. 최면은 포기하고. 그냥 같이 공부해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슬아가 마지막 한 마디를 뿌렸다.

시온이 아주 호기롭게 받아들였다.


“오호. 다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어디 한 번 봅시다. 하하하.”


시온이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을 노린 것일까.

아저씨는 불만 집히고 유유히 사라졌다.



* * *




“공부도 안 하고 바로 보겠다고? 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격수가 딴지를 걸었다.


“흠.”


시온이 진중했다.

책상 앞.

시온이 앉아있다. 그의 앞에는 11월 모의고사 문제지가 있었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

슬아는 시온의 옆에 서서 초조해하고 있다.


시온에겐 왠지 모를 자신감이 가득했다.

두렵지 않았다.

생각만 하면 다 될 것만 같았다.


‘분명히 기억을 잃기 전에 나는 공부를 잘했을 거야. 그러니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지.’


시온이 시험지를 넘겼다.


- 수학


사락.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에.

모두 긴장했다.

시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의 자신감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 1. 두 다항식 에 대하여 A + B 는? [2점]


수학 문제의 1번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시온은 알지 못했다.


그는 붉은 종의 힘으로 두려움이 없고, 생각이 뛰어났다.

하지만 그는 살아생전에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들어본 적도 없다.

알바로 생계를 꾸리느라 수업은 매번 잠만 잤기 때문이다.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시온.

뛰어난 머리는 쓸모없을 뿐이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외제차를 선물해줘봤자 뭐 하나.

이 사실을 시온은 알지 못했다.


간단한 문제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


시온은 펜을 쥔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수학······. 이라며. 왜 영어가 잔뜩 있지······. 흠.”


“하하.”


격수가 한심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도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시온이 생각보다 뛰어날까봐.

그러나 시온의 벙벙한 모습에 안심했다.


“볼 필요도 없네. 슬아보다 점수는 무슨. 네 수준이면 초등학교 졸업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격수가 비꼬며 방을 나갔다.


“가여운 시온이.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어.”


은희누나가 앉아있는 시온을 안아주며 말했다.

평소라면 부끄러워할 시온이 그렇지 않았다.

창피했다.


“쥐······. 쥐구멍이 어디라고?”


시온이 펜을 놓았다. 그의 두 눈이 흔들렸다.


“오빠 괜찮아요. 덧셈, 뺄셈만 할 수 있으면 되죠. 하하.”


슬아가 시온을 달래려 했다.


“하하하하. 멍청이구만. 아저씨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멍청이! 하하.”


소망이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소망이의 웃음 중 가장 큰 소리였다. 진심으로 비웃었다.


“멍청이였어······. 난······.”


시온의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사람들이 눈치껏 방을 나갔다.

슬아와 시온만이 방에 남았다.


“오빠. 괜찮아요. 이 문제 틀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 꽤 있어요. 꽤······. 아, 아니. 조금······?”


슬아가 나름 위로 하려했다.

시온의 자신감이 더 아래로 갔다.


“흐······. 엉엉. 부끄러워······.”


시온이 책상에 엎드렸다. 그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난 왜 자신감은 넘쳐가지고. 이럴 거면 자신감이 없어야지.”


시온이 웅얼거렸다.


“시온이 오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배우면 돼요. 괜찮아요. 오빠.”


슬아가 말했다.



끼익.

방문을 누가 조금 열었다.


“아. 아저씨. 나보다 공부 못하는 거 아니야? 내가 수학 알려줄까? 킥킥.”


소망이가 신나며 말했다.


“소망아!”


슬아가 말렸다.


“슬아야. 고마워······. 근데 미안하지만 지금은 혼자 있게 해줄래?”


시온이 책상에 엎드려 말했다.

차마 얼굴을 들지도 못했다.


“네. 오빠.”


슬아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철컥.



“아······. 배고프다. 밥 좀 갖다 달라고 할걸.”


꼬르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온의 배까지 말썽이었다.


“그치만······. 밥 달라고 못 하겠어.”



* * *




토요일.

책들이 가득한 방.

교회 안에는 작지만 알찬 도서관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두 명의 남녀가 있다.


모두가 쉬고 있는 날에도.

시온은 쉬지 못했다.


“오빠. 미지수부터 배워볼게요.”


슬아 또한 쉬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친절하게 시온을 대하였다.

친절이 시온을 더욱 풀죽게 만들었다.


“고마워······.”


“그냥 머리가 안 좋은 거 아니야? 못생긴 아저씨. 머리도 바보래요.”


아니나 다를까. 소망이었다. 소망이는 살맛났다. 풀죽은 시온을 괴롭히는 것은 소망이에게 상쾌했다.


“소망아! 이리 나와.”


슬아가 점잖이 소망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하하하. 아저씨 바보야. 바보.”


끌려 나가는 순간까지 소망이는 시온에게 삿대질을 하였다.


“소망이 너 안 되겠어. 오빠. 잠깐 책 좀 보고 있으실래요?”


“어······.”


슬아가 소망이를 밖으로 데려가 훈계하였다.

그러나 소망이는 다른 곳만 바라볼 뿐이다.

슬아가 하는 말은 그저 벽에 대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도서관에 덩그러니 앉은 시온.

힘없는 시온의 손이 책을 넘겼다.


사락.


종이가 넘어감에 검은 잉크의 글자들이 보였다.


그때.

축 쳐진 시온의 어깨와는 사뭇 다르게.

그의 눈동자는 확대되며,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마치 검정 글자들이 하얀 종이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글자들이 대열을 맞춰 시온의 눈을 향해 일제히 빨려 들어갔다.


사락.

사락.


시온이 책의 종이를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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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p2. 나태 19.02.13 57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17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16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7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9 0 11쪽
14 <Prologue> - 14화 19.02.08 105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4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5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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