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l**********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최면술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55
추천수 :
1
글자수 :
85,279

작성
19.01.26 16:30
조회
329
추천
1
글자
11쪽

<Prologue> - 1화

DUMMY

<1화>

캄캄한 어둠 속.


“흐릿하다.”


뿌연 안개가 마치 구름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어둠만이 보일 뿐이다.


“······.”


누군가 말을 건넸다. 얼굴이 가려져 누구인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눈앞에 붉은 탁상이 놓여 있다. 넓은 탁상의 다리는 날개를 굽힌 천사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다섯 개의 붉은 의자. 무언가에 끌림. 몸은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다섯 개의 접시.

주인을 기다리는 두 개의 접시는 은색 뚜껑이 덮어져 있었다. 이미 비어져 투명한 배를 내놓고 있는 접시 세 개도 탁상 위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신의 앞에 있는 가려진 접시였다.

자연스레 앞에 놓인 접시의 뚜껑을 열자, 작은 종이 놓여있다.


“종?”


피로 물든 듯이 붉었다.

손바닥에 다 들어갈 만한 종이다.

두 손가락으로 종의 머리 부분을 잡았다.

종을 흔들자, 맑고 청량한 소리. 결코 작지 않은 진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나를 보며 환히 웃는 것이 느껴졌다.



꿈이었다. 창틀에 비치는 따뜻한 햇살. 푹 자고 개운한 기분. 이 기분은 쌔한 느낌을 주었다.

성급히 핸드폰을 찾았다.


- 8시 37분.


“맙소사.”


지각이다.

부랴부랴 일어나며 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까치머리는 어찌할 수 없다. 눈꺼풀만. 넥타이와 재킷, 가방을 챙겼다. 거울을 슬쩍 보며 어느 정도 상태인지 확인한다.


거울에 비친 남성. 나이 어린 회사원. 평범한 체격에 수수한 얼굴. 선한 눈을 가진 그는 이시온이다.


철컥.


집에서 뛰쳐나오며, 대로변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다.


“종로의 제일무역 건물 앞이요.”


“예.”


딱딱한 인상의 택시 기사였다.


그가 백미러로 시온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경제 좋아해요?”


“······.”


시온은 멈칫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


“안 좋아하면 저 뽕짝 좀 틀어도 되겠습니까?”


둠칫둠칫. 뽕짝을 들으며 갔다.


다시 시간을 확인하는 시온.


- 8시 55분.


완벽한 지각이다.


“아, 망했다.”


과장의 눈초리와 대리의 까불거리는 것을 생각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온의 눈에 근심이 허공을 갈랐다. 갖가지 상황들이 시온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 가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치 잊어선 안 될 기억이 떠오른 듯하였다.


“종!”


꿈에서 너무 생생히 봤던 붉은 종.

기억났다.

잊지 못할 정도로 뚜렷했다. 눈에 아른 거리는 기억들이 확신이 되어갈 때 쯤, 자연스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질적인 무언가. 손바닥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

모르는 물건이 주머니 안에서 느껴진다.

시온은 자연스레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붉은 종이었다. 꿈에서 본 모양과 똑같았다.


“뭐야, 이거 뭐야?”


아무리 생생한 꿈이라지만 이건 뭐지?

시온의 손바닥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종은 붉은빛을 유유히 뽐냈다.


어제를 회상하며 붉은 종에 출처를 밝히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확실한건 어제도 평소와 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온 게 전부다. 생각해보니 매일 기계 같은 일상을 보내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후우.”


아무튼. 이 종은 대체 뭘까?

종을 좌우로 흔들자 꿈속에서 들었던 청량한 소리가 택시 안을 매웠다.


댕댕.


신호를 기다리던 기사님께서 백미러를 통해 뒤를 바라봤다.


아차.

기사님과 눈이 마주쳐 시온은 멋쩍은 미소를 보낸다.


그러나 흔들리고 있던 종이 울리며, 기사님과 눈이 마주친 그때였다.

기사님의 눈은 혼이 빠진 것 같이 힘이 없어졌고, 운전대를 잡던 팔은 힘이 없듯이 툭 떨어졌다.




빵!


뒤쪽에서 경음기 소리가 울려댄다.


“저기 기사님?”


신호가 다시 바뀌었음에도 택시는 출발하지 않고 있다.

시온은 성난 뒤차들을 발견하였다.


“기사님, 신호 바뀌었는데······. 저기요?”


시온의 말에도 기사님은 꿈쩍하지 않았다.


빵빵.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음기 소리. 한 두 차가 아니다. 출근시간에 길을 막고 있는 차라니. 민폐가 아닐 수 없었다.

기사님은 인형처럼 축 쳐져 있을 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기사님의 몫까지 시온은 안절부절 못 하였다.


“기사님. 괜찮으세요? 운전 좀 하세요.”


홀로 애간장타는 답답함. 하소연하듯이 기사님에게 말했다. 그때.


철컥.


갑자기 기어를 바꿈과 동시에 택시는 다시 출발하였다.


“저기. 기사님 괜찮으세요?”


“······.”


시온의 말에는 침묵만이 되돌아올 뿐이었다. 시온의 얼굴에는 멋쩍은 표정만이 남았다.

뒤에서 울려대는 수많은 경음기들의 소리가 잦아들었고, 시온은 안심한 듯 등받이에 기대었다.


“하아.”


당혹감이 묻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진짜 왜 이러냐.”




시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침부터 꼬여버린 하루. 왠지 회사 가는 것이 더 두려워졌다. 시온에 손에 들린 붉은 종.

손에 쥔 붉은 종을 만지작거리며 신세를 한탄할 때였다.


댕.


우연히 붉은 종이 한 번 울렸다.

붉은 종이 울리자 택시는 갑자기 멈췄다.


끼익.


“아야!”


갑자기 멈춘 택시 탓에 시온의 무릎이 앞좌석에 부딪혔다. 무슨 사고가 났나. 아픈 무릎을 부여잡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주변을 살펴본 시온은 차 안에서 발견하였다. 어리둥절한 모습에 기사님이었다.


졸다가 깬 것처럼 보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기사님.

낯선 곳에 와있는 것처럼 주변을 살피며 곧이어 운전대를 잡던 자신의 손도 놀라움으로 바라보았다.

시온도 덩달아 당황했다.


“기사님 괜찮으세요?”


“예? 아, 예······.”


답변이 돌아왔다.

기사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출발하였다.



* * *



대리석이 빛나는 건물.

사무실에 올라온 시온은 유리문 너머로 살펴본다.


“예스!”


과장님과 대리님이 자리를 비웠다.

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허리를 핀 시온.


탁탁.

누군가 시온의 어깨를 두드린다.


“아주 일찍도 오셨어?”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리님.”


얼굴을 땅에 박을 기세로 머리를 수그렸다.


“죄송할 게 뭐 있나. 시말서나 쓰는 거지 뭐.”


자그만 키에 반하는 뚱뚱한 체격. 날카로운 쥐같이 생긴 박영학 대리다. 삐딱한 말투와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는 태도. 대리 꿀밤 한 대 때리는 게 내 소원이었다.

박영학 대리는 자리로 가 앉았다.


시온은 너무 쉽게 끝나버린 대리의 질타에 안도가 아닌 두려움이 들었다. 평소대로라면 자신의 모든 분을 삭일 때까지 나에게 토해내고 가는데 말이다. 마음에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평범한 사무실.

너저분해 보이지만 전부 쓸 데가 있는 용품들이 책상 끝자락에 모여 있다. 사원들의 자리 앞에는 컴퓨터 한 대와 청결을 신경 쓴 듯 깨끗한 책상이 보였다.

맨 왼쪽 구석에 자리한 시온.


시온은 아침의 일들이 신경 쓰였다.

힐끗 대리의 눈치를 살핀 후 기지개를 폈다.

자연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 붉은 종을 보는 시온은 아침에 일들을 떠올려본다.


“분명히 이상했단 말이지······.”


가장 이상했던 것은 택시기사님의 태도였다.

기절한 듯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운전? 그래, 뭐 멍 때릴 수 있다고 치자.

대답이 없을 수도 있고.


그러나 시온의 머리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종소리를 듣고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한 기사님의 행동이다. 운전하면서 졸았나. 그렇진 않다. 졸리셨다면 시온이 알아봤을 거다.


“우연일까?”


이상했다.

상황을 설명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다. 이질감과 의심을 품은 바람이 시온에게 다가왔다.

생각이 이어지려할 때, 시온은 스스로 멈췄다. 고개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나이는 이미 지났다.

붉은 종에 대한 희미한 기대를 떨쳐내고 업무로 돌아갔다.



* * *



그날 밤.


한산한 지하철역.

시온이 지친 듯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팀은 프로젝트로 인하여 야근을 하였다. 시온 혼자 퇴근할 수 없었다.

늦게 온 지하철역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영학 대리가 결국 과장에게 지각을 빌미로 비아냥거린 것이 떠오르며 고개를 뒤로 젖힌다.


“가뜩이나 찬 밥 신세인데······.”


시온이 멋쩍게 웃었다.


“퇴사일까. 퇴사가 답일까.”


지각이란 단어가 뇌리에 스쳤을 때, 시온의 머리는 불현 듯 아침 일을 떠올렸다. 피곤함은 시온의 상상에 대한 절제를 막았다.

아침에는 그러려니 넘겼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무엇보다 기사님의 잠에서 깬 듯한 행동. 대체 뭐지? 운전을 분명히 잘 하고 있다가 잠에서 깨?


“이 종소리랑 관련이 있는 걸까?”


주머니 속에서 붉은 종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곧 다시 주머니에 붉은 종을 쑤셔 넣었다.

망상에 빠질 시기는 아니다. 기적을 바라는 자신이 부끄러운 걸까. 기적을 바라며, 짜깁기하여 희망을 품고 싶은 것일까. 시온은 이내 종에 대한 생각을 떨쳐냈다.



그러나 사건은 몇 시간 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밝은 상가들을 지나 어둠이 적적하였다.

가로수의 불빛이 깜빡일 때, 시온은 붉은 종을 흔들고 있었다.


단순한 심심풀이.

처음 보는 종. 왜 이게 주머니 속에 있었던 걸까? 늘어져 가는 시온의 의문.

밝은 종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졌다.


댕댕댕.


골목길에서 담배 피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교복은 없지만 학생임이 틀림없다.

얼굴, 말투, 무엇보다 저리 몰려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학생이다.

시온은 학생에게 기죽지 않은 모습을 과시하고자 한 걸까. 흔들거리던 붉은 종을 계속 흔들거리며 걸어갔다. 종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주 잠깐의 순간 무리의 서 있는 학생 한명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였다.

눈이 마주친 학생은 혼이 빠진 눈을 보이며, 담배를 들던 팔을 떨어트렸다.

마치 힘없는 인형과 같았다.

순간의 장면은 시온의 환상에 불을 집혔다. 애써 치우던 생각들이 파도처럼 몰려와 짝을 맞추어 한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어쩌면······.”


말도 안 되지만 눈에 보이는 상황.

시온은 학생의 무리 쪽으로 몸의 방향을 틀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체를 모르는 이 붉은 종소리와 눈 마주침.

종소리와 함께 시온이 학생들에게 걸어가자, 학생들도 자신들에게 오는 회사원을 바라보았다.


댕댕댕.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온은 왼쪽부터 차례로 눈을 마주쳤다.

털썩.

눈이 마주친 학생의 팔은 떨어졌다.

시온은 멈추지 않았다. 한 명씩 눈을 마주하였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지막 최면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화 수정했습니다. 19.02.04 55 0 -
20 Ep2. 나태 19.02.14 92 0 10쪽
19 Ep2. 나태 19.02.13 57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17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16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7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9 0 11쪽
14 <Prologue> - 14화 19.02.08 105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4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6 0 8쪽
10 <Prologue> - 10화 19.02.04 112 0 9쪽
9 <Prologue> - 9화 19.02.03 126 0 9쪽
8 <Prologue> - 8화 19.02.02 131 0 8쪽
7 <Prologue> - 7화 19.02.01 137 0 11쪽
6 <Prologue> - 6화 19.01.31 152 0 7쪽
5 <Prologue> - 5화 19.01.30 160 0 7쪽
4 <Prologue> - 4화 19.01.29 178 0 8쪽
3 <Prologue> - 3화 19.01.28 176 0 7쪽
2 <Prologue> - 2화 19.01.27 205 0 8쪽
» <Prologue> - 1화 +1 19.01.26 33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