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l**********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최면술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53
추천수 :
1
글자수 :
85,279

작성
19.01.29 08:16
조회
177
추천
0
글자
8쪽

<Prologue> - 4화

DUMMY

돈이 들린 시온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다.

“지은이에게는 사과해야겠지.”


1억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간단하게 묘사될지 모르지만 결코 작지 않은 금액.

당장의 무엇을 사기에는 실감이 안 나는 시온이었다. 그런 시온에게 떠오른 것은 지은에게 사과부터 하는 것이다.


시온은 선물을 사 들고, 지은이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장소라 해봐야 지은의 집 앞이지만.


대리석의 빌라들이 나란히 있는 주택가였다.

지은의 집 앞에서 서성거리는 시온. 저녁은 어두우나 가로등은 밝았다.

가정집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였다.


늘 그랬다.

시온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은의 뒤를 쫓아다닐 뿐이었다. 옆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알게 되었다.

시온 혼자만의 설렘이었다.

그래도 시온은 지은이 싫지 않았다. 이렇게 선물을 들고 나오라고 하는 순간에도 지은의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하였다.


“시온아!”


조그만 얼굴.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지은이 나왔다.

시온은 내심 반가웠다.


“심심해서 불렀어?”


지은의 상냥한 말투에 시온의 몸은 굳었다.


“이거.”


뜬금없이 선물을 들이미는 시온. 일상의 대화도 없이 선물부터 들이미는 시온의 모습은 그의 숫함을 보여줬다.


“와! 이게 뭐야?”


선물이라는 말에 목소리가 높아진 지은은 선물 포장을 열어본다. 포장지 안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급향수이다. 고품격스러운 자태를 유유히 뽐내고 있었다.


“우와. 향수잖아! 내가 갖고 싶어 하던 건데! 이거 나 주는 거야?”


“그때 네가 말했었잖아.”


고가의 향수.

돈이 생기지 않은 시온이라면 지은을 좋아해도 엄두조차 못 낼 가격이었다.


“꺄아. 시온아 너무 좋아.”


지은이 시온의 오른쪽 팔을 부둥켜안으며 말했다.


보통 친구사이에 이정도로 비싼 선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진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온은 오히려 선물을 거절하지 않고 살갑게 구는 지은이 좋았다.


“이시온. 이거 뭐야. 완전 멋지다 너.”


“그 왜.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나 덕분에 대박 나서 성과급이 나왔어.”


“대박. 능력있다. 이시온.”


귀여운 말투로 시온을 어루만지는 지은. 시온의 볼은 곧 터질 것 같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별일 아니라는 마냥 시큰둥했다.

시온은 자신의 능력으로 둔갑해 허세를 부렸다. 종종 그랬다. 지은에게 관심받기 위해 거짓말은 많이 했다.


시온의 집으로 가는 길은 하늘을 나는 것 같이 가벼웠다.

참.


“다 네 덕이네.”


붉은 종을 꺼내며 말한다.

입꼬리가 귀에 걸린 시온이었다.


“밥이라도 먹자고 할 걸 그랬나.”


오늘도 영락없이 제대로 만남을 갖지도 못 한 채 헤어졌지만, 시온의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했다.

“같이 밥 먹으면 긴장 되니까.”




다음 날 월요일 아침.

가벼운 얼굴로 일찍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시온.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시온에게 어떤 계획이 있는 듯 했다. 거울 속 시온의 옷자락마저 당당했다.


종각역.

높게 선 건물들이 빛을 발하였다. 널찍한 도로에 차들이 오가며, 깔끔한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곳이다. 차들의 엔진소리, 출근길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하늘이 더 높고 푸르렀다.

대형 건물 앞에 시온이 서 있다.

- 제일무역

대기업 무역회사이다. 대한민국을 주름 잡는 대기업이다. 제일기업은 사실상 한국에 기둥과 같은 역할이었다.


이런 대기업에 다닐 수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시온이 고아이기 때문이다.

제일무역에서는 이전 채용비리가 무수히 적발되었고 대대적으로 공개된 적이 있다. 이를 수습하고자 제일무역에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고, 이는 극단적인 블라인드 채용이었다.

오직 장내 시험과 팀별 수행 능력, 면접만으로 뽑는 것이다.

세간은 들썩였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시온도 극단적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청하였다.

가히 고아이자 고졸인 시온은 좋은 표본이었다.

기업에서는 고졸도 취업할 수 있다는 경우를 보여주며, 변화된 것을 과시하고자 했다. 한동안 시온의 얼굴은 안 나왔지만, 시온의 이야기는 이슈가 되었다. 고아와 고졸의 제일그룹 취업은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보여주기다.

사실 시온은 2년 뒤, 계약만료로 제일무역에서 떠나야 한다. 재계약을 위해 애쓰지 못할망정 퇴사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의 무시.

고졸인 시온이 자신들과 동일한 대기업에 입사한 것은 반칙이었다. 그래서 시온도 머리는 이해했다. 마음이 힘들었을 뿐이다.

제대로 된 업무는 해본 적 없다. 단순 노동뿐. 사람 취급, 같이 밥 먹은 기억도 없다. 왕따다.

말을 걸어주는 이는 박영학 대리.

그의 말은 항상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는 2년조차 기다리기 싫었던 것이다. 스스로 퇴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보여주기 식 채용.

돌아갈 곳 없는 시온이기에 참을 수밖에 없는 환경.

비굴했고.

어디를 가든지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회사의 들어갈 때는 철판을 깔고 가야했다.

그러나 붉은 종을 쥔 시온에게는 더 이상의 위축은 없었다.



* * *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 11층.


문이 닫힐 무렵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시온은 닫히는 문을 잡아주었다.


“감사합...”


박영학 대리다.

대리는 감사의 인사를 하다말고 뚱뚱한 허리를 꼿꼿이 폈다.


“안녕하십니까.”


박영학 대리는 시온을 등진 채 인사를 무시하였다.

인사는 늘 무시당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

평소라면 위축된 모습으로 얌전히 지나갈 시온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시온은 갑자기 큰 소리를 쳤다.


“대리님!”


깜짝 놀란 박영학 대리는 뒤를 안 돌아볼 수 없었다.


댕댕.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시온은 붉은 종을 흔들었다.

시온은 박영학 대리의 눈앞에 손을 흔들며 재차 확인했다.


빡!

박영학 대리의 정신이 없을 때, 꿀밤을 때렸다.


“제가 부른 것은 기억에서 없어집니다.”


댕댕.

다시금 종을 흔들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 목소리가 더 친절하게 들렸다


“아야!”


박영학 대리가 머리를 부둥켜안고 아파했다.


“대리님 왜 그러세요?”


“어? 아냐. 아야······.”


대리는 갑자기 아파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듯 먼저 내렸다.

뒤따라 내리는 시온의 표정은 인자하였다. 시온의 속은 이렇게 시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무가 한창일 때, 전화를 받은 과장님이 입을 열었다.


“박대리, 나 바이어좀 만나고 올게. 이시온은 따라와.”


“네”


적은 머리숱. 잦은 술자리로 인해 배만 뽈록하니 나온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다. 짜증을 달고 사는 그의 얼굴에는 주름으로 그 흔적이 묻어나 있다.


“원단 샘플링된 거 챙기고.”


시온은 샘플들을 챙기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시온이 기다리던 기회였다.



* * *



품격 있는 호텔의 로비.

높은 천장과 우아한 장식들이 비춰졌다.

널찍한 로비에 포근한 의자들이 자태를 뽐내며 자리 잡고 있다.


“과장님. 잠깐만.”

로비의 자동문 앞에서 시온은 과장님을 세웠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지막 최면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화 수정했습니다. 19.02.04 55 0 -
20 Ep2. 나태 19.02.14 92 0 10쪽
19 Ep2. 나태 19.02.13 57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17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16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7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9 0 11쪽
14 <Prologue> - 14화 19.02.08 105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4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6 0 8쪽
10 <Prologue> - 10화 19.02.04 112 0 9쪽
9 <Prologue> - 9화 19.02.03 126 0 9쪽
8 <Prologue> - 8화 19.02.02 131 0 8쪽
7 <Prologue> - 7화 19.02.01 137 0 11쪽
6 <Prologue> - 6화 19.01.31 152 0 7쪽
5 <Prologue> - 5화 19.01.30 160 0 7쪽
» <Prologue> - 4화 19.01.29 178 0 8쪽
3 <Prologue> - 3화 19.01.28 176 0 7쪽
2 <Prologue> - 2화 19.01.27 205 0 8쪽
1 <Prologue> - 1화 +1 19.01.26 32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