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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 님의 서재입니다.

마지막 최면술사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dltkdals0527
작품등록일 :
2019.01.26 16:27
최근연재일 :
2019.02.14 15:4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656
추천수 :
1
글자수 :
85,279

작성
19.02.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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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 이상자들의 교회

DUMMY

띠리링.


방 밖에서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본 덩치 큰 아저씨인가?”


그를 만나면 물어볼 게 산더미 같이 많다. 시온의 기억은 온전하지 못 하다.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그의 마음은 답답했다.

직접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다리뿐 아니라 온 몸의 감각이 자유롭지 못 하다. 억압받는 기분. 큰 손이 시온의 온 몸을 꾹 누르는 것 같았다.


철컥.


방의 문이 열렸다.

시온은 아저씨를 통해 답답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아저씨가 아닌 한 여학생이었다.


고등학생정도의 외모. 투명한 피부. 피부와 반대되는 검은 머릿결의 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일어나셨네요. 참. 얘들은 또 바닥에서 잠 들었네.”


그녀가 말했다.

학생의 목소리에 시온은 당황하였다.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특별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사근사근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시장봉지가 들려있었다.


“혹시 여기 사시나요?”


시온이 물었다.


“네, 저도 이 교회 살아요.”


그녀가 싱긋 웃으며, 특유의 말투로 대답했다.

시온의 많은 의문 중 하나가 풀렸다. 교회.

그러나 답변의 꼬리를 물고 여러 의문이 생겼다. 시온의 의문은 목까지 차올랐지만 차분히 물었다.


“여기가 교회였어요?”


“맞다. 연락받았어요. 기억이······. 차차 알게 되실 거예요. 그건 그렇고 카레 좋아하세요? 카레 먹을 건데.”


그녀의 나긋함이 시온의 마음을 달랬다. 듣는 이를 진정시키는 목소리였다.

그녀는 다시 방을 나섰다.


시온은 나가는 여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문 밖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시온의 몸은 나무토막처럼 무감각에 가까웠다.

애석하게도 시온의 표정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침착한 자신이 신기할 정도이다. 붉은 종의 능력 덕분인 것을 시온은 알지 못하였다.




그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다.

따뜻한 카레향이 코끝을 스쳤다. 바닥에 누워 잠들었던 아이들이 좀비처럼 일어났다. 눈을 비비더니 이내 향기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랑아, 밥 먹으러 가니? 삼촌도 배가 고프다고 전해줄래?”


시온도 배가 고팠다. 5살 어린아이에게 간곡히 부탁할 정도이다. 옆에 7살 언니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네!”


“사랑아, 아저씨 말 들을 필요 없어. 어서 가.”


소망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도망갔다.


두 자매까지 나가자 따뜻한 방의 분위기는 허전해졌다. 시온이 쓸쓸함의 혀를 찰 때는 몰랐다. 잠시 후, 좁은 방에 사람이 가득하게 될 줄은 말이다.



* * *



새로운 광경.

낯설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에게 밥을 먹여준다. 남자를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궁금한 게 많았다. 물어봐야 했다.


“제 이름이 이시온이군요.”


시온은 밥을 입에 머금고 말했다. 시온의 시선은 침대 밑쪽에 서 있는 아저씨를 향했다. 아침에 봤던 검정 옷에 덩치 큰 아저씨다.


“먹으면서 말하지 말지?”


시온의 오른편에 남자가 이를 꽉 물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노란 카레가 숟가락에 얹어져있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손이 자신의 치욕을 보여줬다. 사각뿔테 안경사이로 그의 찡그린 눈이 보였다.


“싫으면 말해. 내가 할 게. 격수야.”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는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까탈스러운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이 웃겼다. 이내 웃음을 참지 못 하고,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갈색 머리칼의 부드러운 눈매를 가졌다.


시온의 앞에는 한 명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가 있었다.

무서운 눈을 가진 아저씨 한 명.

저녁을 만들려고 갔던 나긋나긋한 말투의 여학생.

배꼽을 붙잡고 웃고 있는 갈색머리의 여성.

그리고 그들의 바닥에서 놀고 있는 사랑이와 소망이다.

더불어 시온의 오른편. 멀끔하지만 까다로워 보이는 사내까지 있었다.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사내가 억지로 시온의 밥을 먹여주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들은 시온의 밥을 갖고 함께 방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온은 숟가락을 입에까지 들어 올릴 수 없었다. 배꼽까지 팔을 올리는 게 다였다.


갈색머리의 여성이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시온에게 다가와 직접 먹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뿔테 안경의 남성이 이를 막았다. 툴툴대는 그의 모습은 그녀를 짝사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두가 그의 짝사랑을 알고 있었다. 다들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저는 왜 동상에 걸린 거죠? 제 오른손은 왜 굽히는 것조차 아픈 건가요?”


시온이 물었다.


“우리도 모른다. 네가 왜 그렇게 처참히 길바닥에 있었는지. 그자를 쫓으려 그곳에 갔을 뿐이었어. 이미 늦었지만. 텅텅 비어진 창고밖에 없더군. 다시 돌아오는 도로에서 쓰러져있는 너를 발견한 거고.”


덩치 큰 아저씨가 대답했다.

시온은 참아왔던 한을 토해내듯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근데 대체 누구시길래 여기 있는 거죠? 아니 애초에 저는 여기 왜 있는 거죠? 여기는 뭐 하는······.”


시온의 입에서 노란 잔여물이 날다람쥐 떨어지는 것처럼 내려왔다.

노란 밥풀 한 알은 시온의 입에서 내려와 마치 다이빙 선수처럼 정확하게 남성의 손에 떨어졌다.

반듯한 머리스타일의 그는 결벽증이었다. 그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생기며, 미간은 잔뜩 힘이 실렸다.


“먹으면서······.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의 땀방울이 정갈한 머리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온은 개의치 않았다.


“당신들은 뭐 하는 사람······.”


“야!”


남자가 목청껏 소리쳤다. 시온의 질문을 남성이 끊었다. 그는 시온의 옆에 우뚝 섰다. 시온과 남성.

두 남자는 서로 답답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몰라주는지,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킥킥 대며 웃고 있었다. 심지어 덩치 큰 아저씨의 굳건한 표정에도 웃음기가 돋아났다.


“삼촌, 화내면 안 돼.”


사랑이가 바닥에서 놀다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성에게 말했다. 그의 뿔테안경은 당장이라도 콧대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곧 터질 것 같던 그는 사랑이를 보며 참았다. 이내 노란 밥풀이 묻은 손을 물티슈로 비벼가며 방을 나갔다.


쾅!


“하하하!”


사람들이 일제히 빵 터졌다.


“아이고, 배야. 하하하”


갈색머리 여성은 배꼽을 부여잡으며 웃었다. 그녀는 웃음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시온이라고 했나? 네가 이해 좀 해줘. 격수가 결벽증이 있어서 그래. 너무 웃기다 진짜.”


“은희언니도 너무했어요. 격수오빠가 못 할 거 뻔히 알면서. 제가 먹여드려도 되는데.”


여학생이 말했다. 시온은 뛰쳐나간 남자를 이상하게 여겼다.

‘그렇게 큰 실수를 한 건가?’


시온은 의아했다. 이해되진 않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답답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시온은 이들의 눈치를 보았다. 질문할 기회를 볼 뿐이었다.

그들의 웃음기가 조금씩 진정이 되었다. 시온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 인가요?”


“교회야. 뭐. 신을 믿진 않지만.”


덩치 큰 남자가 대답했다. 그는 말을 이어했다.


“목사님이 한 분 계셨지. 그는 갈 곳 없는 이들을 데려왔어. 이곳에서 함께 살았지. 나도 그렇게 오게 됐고.”


“목사님은 어디계신데요?”


시온이 묻자, 그들의 웃음꽃은 꺾였다.


“사라졌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려다 행방불명이 됐지.”


시온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은 모르는 인물. 그러나 이들의 눈을 보고서도 슬픔을 눈치 채지 않을 수 없었다.


“너도 딱히 갈 곳 없으면, 여기서 살아도 돼.”

갈색머리의 여성이 말했다.


가만히 사랑이를 돌봐주던 소망이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어차피 엄마, 아빠 없잖아.”


소망이의 말은 가시 박은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 같았다. 가장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골라서 하였다.

시온은 기억은 없더라도 소망이의 말 속에 품겨있는 무시와 천대를 느꼈다. 물론 시온 이외에 사람들 모두 이를 느낀 것은 매한가지였다.


“소망아!”


여학생이 소망이를 보며 말했다. 그녀가 낸 목소리 중 가장 아찔하지 않은가.



“엄마는 죽었다던데? 아빠는 원래 없었다며.”


소망이의 말은 오로지 시온을 겨냥하였다. 이미 시온이 기억하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진실도 중요치 않다.

소망이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시온을 향한 불쾌와 악심.


여학생과 갈색머리 여성도 당황하였다. 소망이의 거침없는 말 때문이다.


“소망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갈색머리 여성이 소망이에게 말했다. 그녀는 충분히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래. 소망아. 그러면 삼촌이 속상하잖니.”


여학생이 동조했다.


“언니. 근데 우리 엄마, 아빠도 없는데.”


사랑이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소망이에게 쏠렸다. 적어도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소망이는 마치 자신의 편이 없다고 생각하여 화가 단단히 났다. 이내 방을 뛰쳐나갔다.


쾅!


일부로 문을 쌔게 닫았다. 곧이어 여학생이 쫓아나갔다.

방안의 분위기는 서먹했다.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넌 여기서 지내야 해. 적어도 네가 거기 왜 있었는지 알기 전까진 말이야.”


“네?”


시온은 적잖게 당황하였다. 아저씨의 말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유 모를 아저씨의 말에 시온은 마치 구속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저씨는 텔레비전을 틀었다.


마침 9시 뉴스가 한창이었다. 소식의 메인은 제일기업 사건이다.

저녁에 시온이 본 뉴스와 똑같은 내용.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아저씨는 미심쩍게 보았다.


“이시온. 제일기업 계약직 사원. 종무식에도 참석했더군. 제일기업 종무식 난동사건. 장난감 총에 맞은 사람은 경호원들뿐. 일반 사원에겐 피해가 없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넌 종무식부터 이틀 밤을 여기서 앓아 누웠어. 사실상 행방불명이지. 회사에서도 이것을 알 텐데 뉴스에서는 언급조차 안 된단 말이야.”


아저씨는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뉴스를 다시 끄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제일기업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소문 끝에 알게 된 것은 사라진 사람이 너뿐만이 아니라는 거야. 박영학. 너와 같은 영업3팀이지. 그도 행방불명이야. 사라진 사람이 2명이나 되는데 언론은 아무런 말이 없다. 물론. 회사 안에서도 철저히 단속을 시키더군. 회사 안은 그렇다 쳐도, 모든 언론을 잡고 있다. 사라진 사원들은 빼고 보도되고 있다. 단순히 사원의 행방불명이 회사의 이미지를 깎을까 걱정일까? 목적이 달라. 만약 그렇다면 주범이 회장아들이란 것부터 막았어야 해. 그런데 회장아들의 만행은 다 떠벌리고, 직원은 숨겼다. 제일기업이 머리가 아니야. 외부에서 강한 지시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그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지. 그자가 왜 너희를 숨길까. 이유가 있을 거야. 그것부터 알아낸다.”


아저씨의 차가운 말은 정확했다. 그의 눈은 마치 원수를 붙잡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시온은 긴장의 침을 삼켰다.


“그자가 대체 누구죠?”


시온이 물었다.


“알 것 없다.”


아저씨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곧이어 통보하듯이 말하였다.


“몸이 낫는 대로 네 집에 가게 될 거야. 그때 기억을 되찾았으면 좋겠군.”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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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p2. 나태 19.02.14 92 0 10쪽
19 Ep2. 나태 19.02.13 57 0 10쪽
18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2 67 0 10쪽
17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1 79 0 12쪽
»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10 88 0 12쪽
15 Ep1. 이상자들의 교회 19.02.09 109 0 11쪽
14 <Prologue> - 14화 19.02.08 105 0 13쪽
13 <Prologue> - 13화 19.02.07 111 0 12쪽
12 <Prologue> - 12화 19.02.06 124 0 10쪽
11 <Prologue> - 11화 19.02.05 1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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